선유도
2022.11.08.
산책 나온 강아지를 보면 얼마나 산책을 즐거워하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쉴 새 없이 코를 킁킁거리고 눈을 반짝이며 새로운 냄새 찾기에 분주합니다. 호기심과 기쁨으로 충만한 강아지의 눈빛을 보면 또 다른 나를 보는 것 같아 반갑습니다. 사진기를 들고 공원으로 들어서면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와 몸이 가볍고 날렵해지며 호기심으로 눈은 빛나고 온몸에 윤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여기저기를 다니며 냄새를 맡듯 카메라에 담을 풍경을 찾아 헤맵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장면을 만나면 그곳에 멈춰서 한참을 보냅니다. 간혹 그런 강아지의 마음을 몰라주고 줄을 당기며 재촉하는 주인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강아지와 다른 점이라면 저는 영역 표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일 겁니다.
오늘 아침을 일찍 챙겨 먹고 선유도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평일 아침이라서 그런지 내방객들이 거의 없더군요. 그 아름다운 정원을 혼자 독차지하다시피 했습니다. 풍경을 찍을 때 보통은 사람들로 북적여 자연만 담기가 쉽지 않았는데 사람이 없으니 한적한 풍경을 마음껏 찍을 수 있었습니다. 속으로 내가 뭐라고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나 싶어 ‘이 아름다운 자연을 저만을 위해 준비하시고 보여주시니 주여! 더 바랄 게 없습니다.’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바로 그에 대한 답을 사진기 뷰 파인더에서 발견하였는데 아주 작은 하트 모양의 나뭇잎이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자연에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남겨두신 사랑의 메시지가 곳곳에 발견되기를 기다리며 반짝이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큰 사고를 겪고 애도기간이 끝나고 나니 누군가 올 가을을 막 떠난 버스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래 맞구나 수긍이 되면서 그래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오모마니 앉아 ‘조금은 차분해진 마음으로 조금은 겸손해진 마음으로 조금은 따스해진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가 생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차분해진 마음으로
조금은 겸손해진 마음으로
조금은 따스해진 마음으로
두 발로 우뚝 선
건강한 너를 맞는다
두 사람이 마주 선
다정한 11월
서로에게 기대며
서로 감싸주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다정한 연인을 닮은
너를 배우고 싶다
험한 눈보라가 몰아쳐도
세찬 비바람이 불어와도
두 발로 힘차게 버티며
미동도 하지 않을 너이기에
너를 닮아가고 싶다
안숙자 시인 <11월을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