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일시: 2019년 8월 25일 (일)
o 날씨: 맑음
o 산행경로: 수량재 - 물래산 - 팔봉중학교 - 오석산 - 백화산 - 모래기재 - 종산(159.7봉) - 유득재 - 장재
o 산행거리: 24.5km
o 소요시간: 7시간 20분
o 지역: 충남 태안
o 일행: 울산다물종주클럽
o 산행정보: 백화산
o 트랙: 금북정맥_수량재_장재_20190825_060819(jbha3309-20190825_133336).gpx
▼ 코스지도
금북정맥길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오늘구간은 수량재에서 장재까지 대략 24.5km의 거리, 둘레길같은 구간입니다. 계절도 가을의 초입에 들고 있어 이래저래 '別'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네요...
▼ 수량재 (들머리)
장재에서 32번 국도 굴다리를 지나 야산으로 접어들면 물래산입니다. 문래산이라고도 하며 해발고도가 145m에 불과한데 산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 신기합니다. 정맥길이 32번 국도옆 민가의 사유지를 통과하다보니 주인분이 조금 언짢아 하시네요...
▼ 물래산
숲속으로 파고드는 아침햇살에서 가을의 체취가 느껴집니다. 142m 짜리 장군산도 지나고...
야산을 내려오면 동네길입니다. 아침시간이라 아직 덜하긴 한데 땡볕에서는 숲길보다 동네길을 걷는 것이 더 고역입니다. 위로는 내려쬐고 아래에서는 후끈거리고...
우측으로 팔봉산이 보입니다. 아기자기한 암릉과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곳이지요. 홍천에도 팔봉산이 있는데 작은 산에 여덟개의 암봉을 가지고 있는 모습은 서로 닯은 것 같습니다...
▼ 팔봉산 조망
팔봉중학교를 통과하여 동네길을 걷고 또 걷습니다. 높고 푸른하늘의 뭉게구름에서 가을색이 비치기 시작하는 논밭에서 그리고 붉은 빛이 감도는 사과과수원에서 가을이 어김없이 오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굴포운하지를 지나갑니다. 충청·호남지역의 세곡을 서울로 보내기 위한 중간기지 역할을 하였다고 하네요...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가 계절의 변화를 알려줍니다. 굴포길과 도내3길을 따라 도내2길 사거리를 통과하는데 이 사거리가 정맥지도상에 표시되어 있는 '붉은재'인 것 같습니다. 아마 이곳 토양이 황토빛을 띄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 붉은재 (도내2리 사거리)
평지를 달려온 정맥길은 오석산을 앞두고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백화산 산수길'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네요. 오석산을 지나 백화산으로 연결되는 길입니다...
오석산도 해발 169m의 야산...
▼ 오석산
백화산까지는 대략 해발고도 100~200m 사이의 작은 출렁거림이 있는데 느낌은 그 이상입니다. 늦더위에 슬슬 몸이 지치지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300고지도 안되는 백화산을 오르는 길이 힘이 부칩니다. 날씨 탓도 있을테고 몸 관리를 못한 원인도 있을 것이고...
파란 하늘 아래에서 태안읍을 내려다 보고 있는 백화산은 여느 고봉의 조망에도 뒤쳐지지 않습니다. 백화산은 태안8경중 1경에 속하며 조망이 뛰어난 곳이며, 태을암의 마애삼존불은 국보 307호로 지정되어 있고 낙조봉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일몰도 장관이라고 합니다. 백화산이라는 이름은 산의 모양이 마치 흰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 같아서 명명되었다고 하는데 백화산에 알알이 박혀있는 화강암 바위들이 멀리서 보면 흰꽃처럼 보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백화산
▼ 백화산 봉수대
▼ 백화산에서 바라본 태안읍
▼ 서산 구도항 방향
백화산 정상부에는 쌍괴대(雙槐臺)라는 글자가 새겨진 큰 바위가 있는데, 이름에 비추어 보면 이곳에 두 그루의 회화나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큰느티나무 두그루가 백화산 정상에 있었는데 마차꾼이 마차바퀴를 만든다고 베어갔다고 하네요...
백화산을 내려오면 큰 바위에 새겨진 바둑판이 있는데 이곳을 '망양대'라고 하며 실제로 바둑을 두었다고 합니다. 1920년대에 조성된 것이라고 하네요. 세상사 잊고 이곳에 앉으면 신선이 따로 없을 것 같습니다...
▼ 망양대
망양대 측면 바위벽에는 '태을동천' 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고 그 옆에는 일소계(一笑溪) 라는 돌기둥이 있습니다. 동천이란 보통 '이상향'을 일컫는데 이곳이 '신선이 사는 별천지'라는 의미도 있을 것 같고 '한번 웃으면 그것이 곧 道를 통하고 신선이 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바로 아래에는 국보 307호 태안 마애삼존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백제시대에 조성된 것이라고 하네요...
▼ 태안 마애삼존불 (국보 307호)
마애삼존불 바로 아래에 있는 태을암과 백조암을 지나갑니다. 태을암와 백조암은 둘다 '암'인데 하나는 사찰이고 하나는 바위덩어리입니다 ^^
▼ 태을암
백조를 닯지 않은 백조암에는 무슨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요? 이곳 동네주민들은 '낙지바위'라고도 부른답니다...
▼ 백조암
산을 내려와 다시 동네길... 모래기재와 태안여고를 통과합니다. 일행중에 태안이 고향이고 태안여고를 졸업한 분이 계시는데 옛날 추억이 많이 떠오르는 모양입니다. 하기사 나도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모교 앞에 서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지나온 세월이 야속할지, 남아 있는 작은 추억들이 아쉬울지...
▼ 모래기재 (태안여고 앞)
▼ 태안여고
태안여고 주변에는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후미분들은 태안경찰서 근방에서 맛있는 짜장면을 드셨다고 하네요. 산행길에 이렇게 만나는 가게나 식당은 또다른 즐거움을 주지요...ㅎㅎ
다시 이어지는 동네길... 전형적인 시골 모습입니다. 개량사업으로 예전에 비하여 주택과 도로와 논밭이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지만 시골의 정감은 변함이 없습니다...
▼ 삭선1교차로
삭선1교차로를 지나면 태안 예비군훈련장 뒷편의 야산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예비군 훈련시설을 따라 산을 타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서 마치 난공불락의 방어선을 뚫고 있는 선봉의 나르시즘에 잠시나마 빠져봅니다...ㅋㅋ
산 중턱에 종산이라는 플라스틱 팻말이 붙어 있네요. 올빼미산악회 반바지님의 작품입니다. 아마 작년 여름에 통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지도에는 퇴비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네요...
▼ 종산 (퇴비산)
산을 내려가면 32번 국도가 지나는 '차도고개'를 건너 다시 숲속으로...
▼ 차도고개
차도고개를 건넌 정맥길은 반등하여 구수산성터를 통과한 후 유득재로 하강합니다. 32번 국도가 지나는 차도고개에서 구수산성터로 올라간 다음 다시 32번 국도상의 유득재로 내려가기 때문에 정맥길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차도고개에서 32번 국도를 따라 유득재로 가면 1km도 되지 않는 숏컷이고 체력도 아낄수 있습니다...
▼ 구수산성터
▼ 구수산 갈림길에서 바라본 만리포 방향
유득재로 내려오는 길에 탈이 생겼습니다. 땀을 많이 흘려 전해질이 부족해지면서 다리에 쥐(근육경련)가 출몰했네요. 째빨리 쥐약을 처방하긴 했지만 정상적으로 걷기가 어려워 졌습니다. 다행이 유득재에 있는 슈퍼마켇에서 일행분들의 여러 군비를 보급받아 재정비를 하고...
▼ 유득재 (시목교차로)
몸집에 비하여 땀이 많습니다. 그래서 여름산행은 항상 걱정이 됩니다. 땀을 많이 흘리면 탈수의 위험도 크고 쥐(근육경련)도 쉽게 출몰하거든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유득재에서 날머리 장재까지는 다시 아스팔트길, 작렬하는 태양과 그에 비례하는 복사열 때문에 괴로운데 다리까지 성치 않으니 짧은 길이 유독 멀게 느껴집니다...
장재를 앞두고 '우렁각시 탑'이 있네요. 감동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아니면 이루지 못한 사랑의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한낮의 장재는 여전히 여름입니다. 오늘 정맥길은 32번 국도상의 수량재에서 시작하여 32번 국도상의 장재에서 끝을 맺었으니 '32번 국도 투어'라고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32번 국도를 따라 쭉 오면 쉽게~ ㅎㅎ
▼ 장재(영전교차로, 날머리)
베낭을 벗어놓고 동네의 어느 가정집에서 수돗물(지하수) 사용을 허락받아 땀으로 범벅된 몸을 씻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금방 쪘다는 옥수수도 대접받고... 시골의 인심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신 집주인 부부께 감사드립니다. 이분들 말씀에 의하면 장재는 말 그래도 '길쭉한 고개'라는 뜻이라네요. 주변이 평야지대이긴 하지만 장재는 그래도 해발고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물도 귀하다고 하고...
뒷풀이 장소는 이곳이 고향인 산우님의 고향친구가 운영하는 소담식당입니다. 삼겹살과 돈까스가 주메뉴인데 우리 일행을 위하여 특별히 두루치기를 준비하셨네요.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습니다 ^^
금북정맥도 이제 마지막 한구간을 남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