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흥謾興」제멋에 겨워서
『동계집東溪集』
好我蝸牛舍호아와우사
달팽이 집 같은 나의 집이 좋고
兼容杜鷰巢겸용두연소
제비집 딸려있네.
露凉穿舊裌노량천구겹
이슬 차가워 묵은 겹옷 입고
籬倒掇新茅이도철신모
울바자 기울어 새 띠 이었네.
香稻催炊飯향도최취반
구수한 쌀로 밥 짓기 서두르고
金鱗更佐庖금린갱좌포
좋은 생선은 반찬거리 될 만하네.
月光當十五월광당십오
보름날 밝은 달 비치면
誰與醉山醪수여취산료
누구와 더불어 막걸리에 취하리오.
* 향도(香稻) : 벼의 일종. 당나라 두보(杜甫)의 시 「추흥(秋興)」에 “앵무새가 향도를 쪼아 자잘한 알갱이로 만들고, 늙은 봉황이 벽오동 가지에 깃드네(香稻啄殘鸚鵡粒,碧梧栖老鳳凰枝).”라고 하였다.
* 금린(金鱗) : 금빛이 나는 비늘을 지닌 물고기임. 당나라 때 무명씨(無名氏)가 지은 「수양제해산기(隋煬帝海山記)」에 “낙수(洛水)에서 어부가 잉어 한 마리를 잡았는데 금빛 나는 비늘과 붉은 꼬리를 지녀 곱고 밝아 아낄 만하였다(漁者获生鲤一尾 金鳞赬尾 鲜明可爱).:라고 하였음.
* 산료(山醪) : 산속의 인가(人家)에서 빚은 탁한 술. 막걸리의 일종. 당나라 유창(劉滄, 867년 전후의 사람)의 「제도원처사산거류기(題桃源處士山居留寄)」에 “한가로이 작은 섬의 대나무를 보고 초승달에 대한 시를 읊으며, 막걸리 따르며 고서를 읽는다(閒看竹嶼吟新月 特酌山醪讀古書).”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