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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복음화와 한국 교회
정일 가브리엘 안동 점촌동성당 주임
선교
선교(mission, 宣敎)라는 용어는 어떤 임무를 합법적 권한으로부터 위임받아 파견되어 수행한다는 뜻이다. 초기교회는 선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고 신앙의 전파, 이교도의 개종, 복음의 선포와 같은 용어를 사용했다. 신대륙 항해와 포교성성설립(1622)으로 가톨릭 신앙의 전파를 의미하는 공식적인 용어가 되었다.
역사 안의 선교를 요약하면 유대적 그리스도교가 지중해 연안의 로마제국에 전교한 로마화 단계에서는 적응주의(토착화)로 성공을 거두었다. 유럽 전체의 이교 민족(게르만, 슬라브)들을 개종시킨 유럽화는 적응주의로 중세의 그리스도교 문화를 꽃피웠다. 이슬람의 빗장과 종교개혁으로 위축된 서구 가톨릭교회가 신대륙과 세계로 향하는 시대는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전반적으로 20세기까지의 교회의 선교는 외방선교로 이해되었다. 예수님의 명령에 따라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선교사가 파견되어 교회를 부식扶植하고 교회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원주민들은 어둠의 자녀이기에, 정복과 동시에 이교異敎를 근절하고, 신앙을 강제로 이식하며, 유럽 중심적 사고방식과 문화적 우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복음화
‘복음을 전하다’evangelizare 는 용어는 19세기부터 사용하기 시작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에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이 용어를 선호하게 된 배경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발전된 선교의 전체론적인(wholistic,通全的) 이해를 잘 요약하기 때문이다. 이는 양극성의 조화를 꾀하는 것으로 개인적인 범주와 전체적인 범주, 개인의 구원과 사회의 구원, 초월성 및 내면성과 현실성을 추구하고, 복음의 선포와 인간발전, 초자연적인 측면을 경시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종말론적인 하느님 나라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현대의 복음선교(1975)?는 공의회 이후 핵심적인 문헌으로, 전체론적인 선교학을 잘 요약하고 있다. 복음화가 교회의 존재 이유임을 강조하고, 복음화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고 구현하셨던 진리로서 복음을 비신자들에게 선포하고 교리를 가르쳐 세례와 성사를 베푸는 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복음 진리를 생활화하는 교회의 본질적 사명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회개와 쇄신을 통한 교회의 자기복음화를 전제하며, 교회를 통하여 실현되는 그리스도의 복음의 힘으로 인간을 내적으로 쇄신시켜 복음적 생활을 통해서 이룩되는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서 인류의 쇄신이 복음화라는 용어가 본시 뜻하는 내용이다. 새로운 복음화
교회의 선교사명(1990)?은 2000년대를 ‘그리스도교의 새로운 봄’이라며 새로운 복음화에 투신을 촉구한다. ?선교 교령? 반포 25주년을 기념해서 공의회 이래 혼란되고 위축된 선교활동의 절박함을 호소하고, 외방선교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한다. ‘새로운 복음화’의 ‘새로움’의 의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래 부단히 경주해 온 교회의 새로운 각오와 결의와 상관하는 것으로 전통적 선교 개념과는 본질적 차원에서 공통적인 의미를 지니다. 그러나 표현양식이나 수행방법에 있어서는 ‘새로운 열의,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강조한다. 새로운 복음화는 독백적으로 선포하고 회개만을 일방적으로 요청하지 않으며, 역사도정 안에서 교회가 행한 비복음적인 과오들을 인정하고 회개하며, 교회의 내적 정화와 충실을 도모하여 교회의 면모를 일신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타종교와 문화와의 진솔한 대화를 통하여 하느님의 감추어진 신비를 풍요롭게 하고 심화하여 인류의 공동선을 증진시키고 구원을 위협하는 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려 한다. 교회의 자기 복음화와 세계와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실현되는 평화와 연대, 정의와 자유 등의 보편적 가치(하느님 나라의 가치)들에 기초하는 생명과 사랑의 문화를 창출하고, 복음진리의 생활화로 교회와 인류, 그리고 세계의 내적인 쇄신을 꾀하려 하는 전체론적인 선교학을 전개한다. 새로운 복음화와 한국교회
매우 불투명한 전망을 안고 시작한 새 천년에 선교에 있어서도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밟으면서 초월적이고 정신적 가치를 숭상하던 전통사회 질서가 붕괴되고, 후기 모더니즘적인 정신세계운동 및 유사 영성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와 현세 위주의 물질, 배금주의적 가치관을 숭상하는 실천적 세속주의가 만연하고, 지역 간 계층 간의 빈부격차의 심화와 고질화된 부패와 불의, 분열과 대립, 윤리도덕의 공동화와 경박화가 심화되고 확산되는 병리현상이 일고 있다. 한국의 선교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해방 후 50여 년간 선교에 있어서 큰 성공을 거두어서 세계교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반면에 교회의 급속한 성장과 중상층화는 대 사회적 자신감과 대내적 자족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다. 곧 도시본당의 대형화와 농촌교회의 피폐, 내적인 삶의 미성숙과 그로 인한 냉담자와 행불자의 양산, 성직자와 수도자의 권위주의(수도자의 성직자화), 교회의 세속화 현상, 가난한 이들의 소외, 교구 간 지역 간 교류의 미흡과 격차의 심화, 토착화의 미비 등이다. 한국교회는 1984년 선교 300년대를 지향하는 사목회의를 개최했고, 각 교구 노드를 개최하는 등 민족의 복음화와 교회의 쇄신, 민족과 인류 구원에 기여해야 하는 새로운 천 년대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의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소공동체, 공동사목, 선교본당설립, 양 찾기 운동, 거리선교 등 여러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소공동체 운동은 성사위주와 성직자 위주의 삶에서, 말씀과 생활로 자신이 복음화 되면서 세상을 복음화 하는, 새롭게 교회가 되고 교회를 사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에 레지오가 도입 된지도 반세기가 지났다. 세계 제일의 레지오 활동국인 한국은 그 선교역사에 있어서 레지오 활동에 힘입은 바 크다. 가히 토착화된 대표적인 사도직활동이라 할 것이다. 지난 시대의 유산이긴 하나 레지오의 하드웨어는 잘 보존하면서도, 새로운 복음화 시대에 발 맞춰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것은 원천적 레지오 정신인 자신의 복음화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레지오 마리애 월간지 2011년 3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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