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종묘에 제사할 때의 예법에 개고기를 올린다’
(凡祭宗廟之禮 犬曰羹獻)’ 예기(禮記) 곡례(曲禮下) 편에 보인다.
좀 간결하게 풀이해 보자.
‘무릇 종묘 제사에서 개고기를 쓰는 것이 예법이다’
설문(說文)에서 ‘갱헌(羹獻)’은 ‘크고 살찐 개고기이다‘라 설명했다.
이로 보면 개고기를 쓰는 것이 예법이요, 또한 소, 말, 양 등과 같이
신(神)에게 받치는 희생(犧牲)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 습속(習俗)에 쓰지 않았다했으니 앞뒤 분별이 모호하다.
헌관(獻官)은 초헌관(初獻官), 아헌관(亞獻官), 종헌관(終獻官)이다.
제사과정에서 ‘국을 올림’을 ‘갱헌(羹獻)’이라 한다.
그러면 왜 헌관에, 국에 개 견(犬)자가 있는 바칠 헌(獻)자를 쓰고 있을까?.
헌(獻)은 바치다, 드리다, 종묘에 개 희생을 바치다라는 의미로,
헌은 솥 권(鬳)과 개를 상형한 견(犬)과 합쳐서 된 글이다.
그래서 개를 솥에 넣어 삶는다는 의미로 천제(天祭) 또는 종묘에 바치는
크고 살찐 개고기를 진헌(進獻)한다는 의미이다.
큰 개는 견 (犬), 오(獒), 곤(猑), 황(獚) 작은 개는 구(狗)라 부른다.
헌자(獻字)에는 헌금(獻金), 헌성(獻誠), 헌화(獻花), 헌시(獻詩), 헌공(獻供),
헌수(獻酬, 獻壽), 헌식(獻食), 헌배(獻杯), 헌혈(獻血)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역사적 사실을 일례로 살펴보자.
일단의 영국 고고학자들이 상(商)나라 왕묘(王墓)를 발굴한 바,
왕묘 입구에 다량의 견골(犬骨)과 인골(人骨)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들의 결론은 인골은 생전 왕의 호위무사들로 순장된 것이었으며,
견골은 망자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하는 동물로 보았다.
여기에서 ‘헌‘자에 개 견(犬)자가 있는 이유라 설명했다.
유명 요리사가 일간지(10월2일자)에
다음과 같이 개장국에 대한 글을 실었다.
"잔칫집에서는 국수, 상갓집에서는 개장국이 나오는 이유" 제하에,
"갑자기 생기는 우환, 즉 장례 같은 경우에는 빠르게 바로 준비가 가능한
개장국 같은 것을 끓여내게 된 것이다"라 했다.
그러나 이는 예기 편에서 보듯,
'빠르게 바로 준비가 가능한 개장국... '이 아닌 예의 근본이다.
충남 서천 일부 지역과 여타 일부 지역에서 장례 때
문상객들에게 개장국을 정성껏 대접한다.
신(神) 또는 조상님들이 먹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소통의식의 발로이다.
개장국이 결코 얼렁뚱땅 아무렇게나 만들어 지던 음식이던가?.
억지와 논리의 치졸함이 보인다.
자칫 독자들로 하여금 '개장국'에 대한 오해가 있을까 걱정이 된다.
음식 관련 글을 밝힐 때는 역사적 사실들을 유념해 주면 어떨까?.
‘국’은 갱 이외에 탕(湯), 확(臛)자를 쓰기도 한다.
일부에서 ‘탕’을 ‘국’의 높임말이라 하나, 이는 사대(事大)에 기인한다.
기원전 414년부터 118년간 존속했던 동이족의 나라 중산국(中山國)이
국 한 그릇이 빌미가 되어 멸망한 사례에서 반면교사를 삼기도 한다.
후한서(後漢書) 동이전, 위지(魏志) 동이전 부여(夫餘) 조 관직명에
마가(馬加), 우가(牛加), 저가(猪加) 구가(狗加), 견사(犬使)가 나온다.
다른 가축에 비해 개는 두 번씩이나 썼다.
최자(崔滋 1188~1260)는 그가 쓴 보한집(補閑集)에
주인을 구하고 숨진 임실 오수(獒樹)의 의견비(義犬碑) 내력을 실었다.
조선 후기의 학자 홍직필(洪直弼, 1776~1852)은 매산집(梅山集)에
‘선산(善山)의 의구총(義狗冢) 옆을 지나다 [過善山義狗塚]’
라는 감회어린 시를 썼다.
내용은 오수의 개 이야기와 유사하다.
공자(孔子)도 기르든 개가 죽자 제자인 자공(子貢)에게
그 주검을 묻는데 대해 애뜻한 마음을 보인 대목이
예기(禮記) 단궁하(檀弓下) 제4장에 보인다.
(仲尼之畜狗死 使子貢埋之曰 吾聞之也 敝帷不棄 爲埋馬也 敝蓋不棄
爲埋狗也 丘也貧無蓋 於其封也 亦豫之席 毋使其首陷焉)
황해도 강령(康翎)지방의 ‘강령탈춤’은
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로 지정, 전승되어 오고 있다.
여기에 개와 양반을 비꼬는 말로,
“개에게도 인간 못지않은 오륜(五倫)이 있으니,
주인을 알아보고는 짖지 않으니(知主不吠)
군신유의(君臣有義)요,
털색갈이 강아지와 어미개가 같으니(毛色相似)
부자유친(父子有親)이요,
개 한 마리가 짖으면 동네 개가 모두 짖어대니(一吠衆吠)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
새끼를 배면 절대로 다른 수캐를 가까이 하지 않으니(孕後遠夫)
부부유별(夫婦有別)이요,
작은 놈이 큰 놈에게 덤비지 않으니(小不大敵)
장유유서(長幼有序)라
하여 분별없는 사람과 비교 하고 있다.
희생으로써의 개와 의견(義犬)이 상충될 수도 있겠다.
어찌하든 사람이 개만 못해서야 되겠는가.
신(神)과 인류를 위해 한 몸을 받치는 개를 위해 옛 사람들은
북두칠성에 개자리인 천랑성(天狼星)를 만들어
밤하늘을 헤아리게 했으니, 이 또한 귀감이 되지 않겠는가.
“에이 개 같은 놈” 욕일까, 칭찬일까?.
-한눌의 '고대사 메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