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94/ 출애굽기 20장 십계명의 안식일 준수 이유와 신명기 5장 십계명의 안식일 준수 이유가 다른 이유는?
너는 기억하라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네 하나님 여호와가 강한 손과 편 팔로 거기서 너를 인도하여 내었나니 그러므로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명령하여 안식일을 지키라 하느니라(신 5:15)
성경에는 십계명이 두 번 기록되어 있다. 하나는 출애굽기 20장 2~17절이고, 다른 하나는 신명기 5장 6~21절이다. 출애굽기 20장이 원전이고 신명기 5장은 그 원전에 대한 모세의 회고와 설명이다. 모세는 신경기 5장에서 십계명 해설을 시작하면서 먼저 시내산 언약은 "여호와계서 우리 조상들과 세우신 것이 아니요 오늘 여기 살아 있는 우리 곧 우리와 세우신 것"(신 5:3)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이제 자기가 말하려는 주제와 청중들의 관련성을 강조함으로써 그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즉 시내산 언약은 조상들과 맺은 것이기에 자기들과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우리 곧 우리와'라는 표현으로 직접 관련성을 강조하는것이다. 이런 접근은 모세가 신명기의 청중들에게 십계명을 재적용하며 설명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신명기 5장의 십계명은 출애굽기 20장의 단순한 인용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모세의 설명이나 해석이다. 이 사실은 넷째 계명과 다섯째 계명에 언급된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명령한 대로(12, 15, 16절)라는 구절에 의해 선명하게 나타난다. 만일, 그것이 문자적 직접 인용이라면 이런 표현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것이 '해설'이기에 그런 구절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모세는 신명기 5장을 마치면서 다시 한번 이 구절을 사용하여 "그런즉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신 대로 너희는 삼가 행하여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신 모든 도를 행하라" (신 5:32~33)고 한다. 이는 십계명의기원이 '하나님의 명령임을 반복하여 강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세는 지금 자신이 하나님의 명령인 십계명을 지키라는 명령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명기 5장의 십계명 중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명령한 대로"(12절)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명령하여”(15절)라는 표현이 넷째 계명에 두 번이나 언급된다는 사실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모세가 다른 계명보다 이 계명에 대한 설명에 좀 더 집중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과연 넷째 계명은 출애굽기 20장의 십계명과 신명기 5장의 십계명 중에서 가장 도드라진 차이를 보이는 계명이다. 다른 계명들은 문자적 표현이 거의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넷째 계명은 안식일을 지키라는 '이유'가 완전히 다르다. 출애굽기 20장에서는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1절)고 말한다. 그러나 신명기 5장은 “네가 애굽 땅에서 종이 되었더니 네 하나님 여호와가 강한 손과 편 팔로 거기서 너를 인도하여 내었나니 그러므로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명령하여 안식일을 지키라 하느니라”(15절)고 말한다. 한마디로 출애굽기20장의 안식일 준수 이유는 '창조'이고, 신명기 5장의 안식일 준수 이유는 '출애굽', 즉 '구속'이다.
우선, 모세가 이렇게 십계명의 문자적 표현을 바꿀 권위와 자격이 있는지부터 생각해 보자. 아무리 모세가 위대한 선지자라 하여도(신34:10 참조) 십계명은 하나님이 친수로 기록한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런 의문도 신명기 5장의 십계명은 출애굽기 20장의 십계명을 글자 그대로 다시 읽은 '문자적 낭송'이 아니라 '재조명에 의한 해설'임을 기억하면 쉽게 해소된다. 그는 그것을 가나안에 들어가 살아갈 세대에게 적용하며 재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설명 자체도 영감적 권위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차이는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십계명의 의미를 충만하고 풍성하게 하는 것이다.
앞에서 확인한 것처럼 출애굽기 20장의 십계명과 신명기 5장의 십계명에 나타난 안식일 계명의 결정적 차이는 안식일 준수 '이유이다. 전자는 '창조'이고 후자는 '구속'이다. 이 사실은 안식일 계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증거 한다. 흔히 감사의 시라고 불리는 시편 136편은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이유로 '창조'(시 136:4~9)와 '구속'(10~22절)을 제시한다. 그렇다.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께 두 번 절한다. 첫째는 피조물로서 창조주께, 둘째는 죄에서 해방된 노예로서 구속주제, 하나님은 '창조주-구속주(creator-redeemer)이시다. 출애굽기 20장과 신명기 5장에 기록된 넷째 계명은 우리가 안식일을 지켜야 하는 이유로 그 두 가지 의미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