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 3. 명지(明地) - 2
금강장보살은 해탈월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모든 보살이 깊고 깨끗한 마음으로
제2지를 다 행하고 제3지를 얻고자 할 때
열 가지 마음이 있어야 제3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첫째는 깨끗한 마음이요,
둘째는 세차고 예리한 마음이며,
셋째는 싫어하는 마음이요,
넷째는 여의는 마음이며,
다섯째는 물러나지 않는 마음이요,
여섯째는 견고한 마음이며,
일곱째는 매우 밝은 마음이요,
여덟째는 만족함이 없는 마음이며,
아홉째는 호쾌한 마음이요,
열째는 큰 마음입니다.
여러 불자여,
이 보살마하살은 이러한 열 가지 마음으로
제3지에 들어가 일체 유위법의 여실한 상을 잘 관찰하나니,
이른바 덧없고 괴로우며 공하고 나가 없으며
깨끗하지 못하고 오래지 않아
파괴되며 믿을 수 없는 상들이 찰나 찰나에 나고 사라지며
또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과거에서 오지도 않고 미래로 가지도 않으며
현재에 머물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살은 이와 같이 일체 유위법의 여실한 상을 관찰하고는
이 모든 법이 지음도 없고
일어남도 없으며 옴도 없고 감도 없는데
다만 중생들이 근심하고 슬퍼하며 고뇌하고
미움과 사랑에 매이어 멈춤이 없고
일정한 나는 곳이 없으며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불에 타면서
후세의 고뇌의 불덩이만 증장시키되
그 실성(實性)이 없음은 마치 요술의 변화와 같음을 압니다.
보살은 이렇게 보고는
모든 유위법을 더욱 싫어하게 되어
부처님의 지혜로 나아갑니다.
이 보살은
여래의 지혜가 생각할 수 없고 잴 수도 없으며
큰 세력이 있어 아무도 꺾지 못하며 잡된 상이 없고
근심과 슬픔과 고뇌의 고통이 없으며
두려움이 없는 안온한 큰 성이어서 다시 돌아오지 않고도
고통스러운 무량한 중생들을 구제할 수 있는 것임을 압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 지혜의 무량함을 보고 알아서
유위법의 무량한 고뇌를 보고는
일체 중생에 대해 더욱 뛰어난 열 가지 마음을 냅니다.
어떤 것이 그 열 가지인가.
중생은 가여운 것이니,
그들은 고독한데 구제할 이 없고 빈궁한데
의지할 데가 없으며
3독(毒)의 불은 쉬지 않고 타며
3유(有)의 견고한 감옥에 갇혀
항상 번뇌의 사나운 가시덤불에 머무르며
바르게 관찰하는 힘이 없고
선한 법을 즐기는 마음이 얕으며
모든 부처님의 묘한 법을 잃고
항상생사의 물결을 따르며
열반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