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데스크 주제는 멀티펜입니다.
매년 봄에는 문학 작품을 소제로 삼은 데스크를 꾸미고 있고, 가을이면 특정 필기구를 주제로 한 데스크를 꾸리고 있습니다.
-2022년 : 카지이 모토지로 <레몬>, 이집트의 필기 : 파피루스와 붓
-2023년 : 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
그리고 이번에는 멀티펜에 대해서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만년필에서 딸깍딸깍 소리가 난다면 그것은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하고선 긴장할 일이겠지만, 대신에 멀티펜의 딸깍 소리는 정겹습니다. 혹자는 볼펜을 노크 소리로 그 품질을 평가한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멀티펜은 굉장한 심사숙고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리저리 색을 바꾸면서 딸깍딸깍 글씨를 쓴다면 단색의 볼펜보다도 더 많은 울림을 감내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울림이 적으면서 조용한 멀티펜을 원한다면 요즘의 멀티펜을 쓰시면 좋은데, 아무래도 정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플라스틱 소재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그 충격 자체가 많이 덜해진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경쾌한 울림을 원한다면 예전의 멀티펜을 권장할만 합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부품이나 내구성 있는 구조를 갖춘데다 다수가 현재의 볼펜심(D1규격, 워터맨 등은 독자 규격)과 호환되기 때문에 사용하기에 매우 괜찮습니다.
요즘에도 멀티펜을 많이 쓰지만은 그 유례는 굉장히 오래되어서, 심지어는 저희에게 친숙한 Bic이나 모나미의 볼펜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프랑스에서는 멀티펜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멀티펜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그것도 굉장히 흥미롭고 매력적인 반면에 일반적으로 그에 대해서 알려진 이야기들은 거의 없습니다. 종종 4색 멀티펜에 있는 초록색은 왜 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마는 멀티펜이 어떻게 세상에 퍼지게 되었는지, 어떤 멀티펜이 유명한지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바가 없습니다. 저도 그 내력에 대해서 상세히 알지는 못하지마는 궁금한 생각에 이것저것 자료들과 멀티펜들을 모아보았습니다.
이번의 부스에서는 그런 멀티펜의 족적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처음으로 인기를 끈 멀티펜인 JiF 워터맨의 Panta-bille부터 독일적인 해석을 곁들인 Merz&Krell의 멀티펜들과 이들 고전 멀티펜의 세상을 파괴한 Bic의 4-Colour, 그리고 지금의 제트스트림에 이르기까지, 멀티펜의 시장의 내력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그리고 이것과 대조해볼 수 있도록 요즘에 흔히 쓸 수 있는 것들도 같이 준비해보았습니다.
오셔서 멀티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셔도 좋을 것 같고, 같이 멀티펜들로 낙서를 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것에 준하는 상태의 빈티지 혹은 단종 멀티펜들도 판매할 예정입니다.
가을날에 동대문의 어느 한적한 그곳에서 만나뵐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고전 멀티펜들은 노크부에 알루미늄 등 약한 금속 소재를 사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의 멀티펜들도 플라스틱 등으로 내구가 약한 편입니다. 사용하실 때 손톱을 사용하지 마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로즈골드 멀티펜에 제 심장이 세차게 뛰었습니다. 펜쇼때 뵈요!!!
금장은 딱 한 자루 뿐이네요 :) 펜쇼 때에 뵙겠습니다!
와 멋진 주제네요. 최근에 멀티펜만 주로 쓰고 있다보니 관심이 엄청 가네요. 꼭 들러보겠습니다 ^^
저는 반대로, 어떻게 찾아보다보니 멀티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옛날사람 인증해볼까요? 모나미 153 볼펜 검정색과 빨간 색을 묶어서 사용했는데 멀티펜의 시초,아닐까요? ㅎㅎㅎ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나의 필기구로 여러 색을 낼 수 있다는건 매력적인 특징이지 싶습니다 :)
계속 님의 문학데스크, 함께 못 한 게 너무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