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극 물류기지 만들어
- 쇄빙선 견학시설로 활용
- 뉴질랜드 남극센터처럼
- 기후·동식물 접할 수 있는
- 대규모 체험시설 갖춰
- 박물관·야영장 들어서고
- 극지전문대학원도 세워
(사)극지해양미래포럼이 부산시에 제안해 함께 구상하는 극지타운은 제2 극지연구소, 극지체험관, 극지박물관, 극지훈련캠핑장, 쇄빙연구선 부두 및 물류창고, 극지전문대학원 등으로 이루어진다. 이들 시설이 한곳에 모이면 집적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다. 이들 시설의 각 역할을 살펴봤다.
■제2 극지연구소
해양수산부가 현재 추진 중인 제2 쇄빙연구선 건조(오는 2021년 목표)에 맞춰 인천 극지연구소의 북극연구와 물류 등 일부 연구기능을 부산에 이전해 남북극에 관한 기초과학, 응용과학, 극지공학 같은 연구를 담당한다. 극지연구소와 제2 극지연구소의 역할 분담과 특성화가 이루어지면 극지연구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 극지연구소와 부산 제2 극지연구소가 연구 인력 확충을 통해 상생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쇄빙연구선 부두 및 물류창고
부산이 제2 쇄빙연구선 모항으로 지정받는 것을 전제로 남북극 과학기지의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하고 보급 물자를 공급하는 물류기지 역할을 한다. 부산은 남북극으로 가는 출발항이어서 지정학적으로 인천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 물류창고를 확보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최소 3만3000~6만6000㎡의 넓은 부지가 있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쇄빙연구선이 정박할 때는 견학시설로 활용할 수 있다.
■극지체험관
누구나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극지에 가보고 싶어 하지만, 그런 기회를 잡는 사람은 접근성과 비용적인 제약 탓에 그리 많지 않다. 극지체험관은 이런 문제를 고려해 극지에 가지 않고도 마치 간 것처럼 방한복 차림으로 눈폭풍(블리자드)과 빙하를 체험하고 극지 동식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을 찾은 청소년은 극지에 관해 배우고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기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부산의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남극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국제남극센터'(International Antarctic Centre)에 가면 영하 18도의 남극 기후, 눈폭풍을 체험하고 눈 위를 달리는 스노모빌, 허글랜드를 타보며 펭귄에게 먹이를 주고 4D(차원) 영화관에서 남극에 관한 영화를 볼 수 있다. 입장료는 아동·청소년 기준으로 자유이용권은 29뉴질랜드 달러(한화 2만2000원), 일반이용권은 19뉴질랜드 달러(1만4000원). 민자를 유치해 테마파크 형식으로 꾸미는 것도 방법이다.
■극지박물관
우리나라 극지 진출의 역사를 보여주고 극지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공간이다. 노르웨이 오슬로 '프람(Fram) 박물관'에 전시된 프람호(700t)처럼 1978년 12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수산진흥원(현 국립수산과학원)과 함께 남빙양(남극해) 크릴 시험조업에 나선 남북수산의 남북호(5549t,
1974년 건조)가 퇴역하면 전시할 필요가 있다. 프람호는 1892년 북극해 탐험을 위해 길이 39m, 너비 11m, 700t급으로 건조돼 난센과 아문센이 남북극 탐험에 사용한 배다. 1985년 11월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관측탐험대 대원으로 참가했던 이동화 남경엔지니어링토건 대표(극지해양미래포럼 운영위원)가 국립해양박물관에 기탁한 남극탐험 관련 소장품 1000여 점도 극지박물관이 생기면 전시할 수 있다. 제대로 된 극지박물관을 운영하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극지훈련캠핑장
극지타운 인근 바닷가나 야산을 활용해 극지트레킹 코스, 빙벽등반장을 조성해 도심에서 야영하며 극지의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극지전문대학원
해양수산부가 지난 5월 29일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발표한 '2030 해양수산 미래비전'을 보면 2030년까지 극지 전문인력을 양성할 극지전문대학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한국해양대, 부경대를 비롯한 지역 대학과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오는 2017년 이전 예정), 한국선급(KR)의 교수진과 연구원을 활용하면 내실 있는 운영이 가능한 만큼 부산에 유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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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신문 1977년 1월 1일 자 신년호에 실린 '격랑에의 도전' 기획시리즈. |
# 1978년 한국 첫 남극 도전사 이끈 본지 기획
- 77년 '격랑에의 도전' 기사…크릴 등 새 어장 개척 제안
-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지시로 이듬해 남북호 첫 조업 나서
국제신문 1977년 1월 1일 자 신년호. 국제신문은 '격랑에의 도전'이라는 기획시리즈(총 7회 연재)를 통해 세계 수산강국이 배타적 경제수역을 잇따라 선포하면서 어려움에 부닥친 우리 원양수산업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남빙양(남극해) 크릴을 비롯해 새로운 어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그로부터 1년 11개월 뒤 '응답'이 왔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원양어선 '남북호'를 남극에 보내 크릴을 잡도록 했다. 부산항에서 출발했다. 우리나라 남극 진출사는 크릴 시험조업이라는 수산자원 확보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실마리는 국제신문 정경부 박기선 기자가 쓴 기획기사였다.
지난달 17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6층 국제회의장. 북극 원주민 6명을 포함해 덴마크(그린란드) 캐나다 러시아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미국(알래스카) 등 7개국 북극권 대학생 12명이 모여 전남대 김인설 교수의 '한국 문화와 전통'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듣고 있었다. 이들은 해양수산부와 KMI, 북극대학(U-Arctic)이 우리나라와 북극권의 상호 이해와 협력 증진을 위해 올해 처음 개최한 '제1회 북극 아카데미'에 참석했다. 이 아카데미는 북극이사회 정식옵서버인 북극대학이 북극권이 아닌 국가의 기관과 마련한 최초의 공동프로그램이어서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발상의 전환이 통한 셈이다.
두 사례에서 보듯 극지는 기회의 땅이지만, 준비하고 두드려야 열린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국제신문 부산시 부산시교육청 국립대학 KMI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극지연구소 등으로 이루어진 극지해양미래포럼이 제안한 제2 극지연구소 설립을 포함한 극지타운 구상도 그렇다. '북극 아카데미'를 준비한 KMI 김종덕 미래전략연구본부장은 1일 "극지는 접근하기도 쉽지 않고 당장 열리는 것이 아니다. 멀리 보고 꿈과 상상력을 발휘해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가면 결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이 극지와 인연이 많은 것은 남북극으로 가는 출발항일 뿐 아니라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부산사람의 기질과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