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짓기
“아, 잠깐만요.” 내 출근길을 배웅하러 현관까지 따라 나오던 아내가 황급하게 되돌아 들어가더니 뭔가를 들고 다시나온다.
책갈피에 끼워 말려서 곱게 코팅한 네잎클로버였다. “이거, 행운의 네잎클로버잖아."
나의 웃는 얼굴에 아내가 등을 떠밀며 말했다. “당신 말고 이 부장한테 보내는 선물이에요.” 이 부장은 내가 가장 아끼는 후배다.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서 지점장으로 나간 지 3년도 안되어 본점 부장으로 발탁되어 며칠 전 부임하였다. 오늘 이부장과 그 부서 간부들이랑 점심 식사하는 약속이 잡힌 날이다. 아내도 그를 잘 아는 터라 그에게 더욱 큰 행운이 오기를 기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싱긋 웃으며 “나는 왜 안 주나?”하며 딴죽을 걸어본다. “영감쟁이가 다 돼가지고 무슨 행운을 바래요? 그냥 몸 안 아프면 되지. 젊은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데, 행운까지 겹치면 참 좋을꺼예요”한다. “나이 들어 철 드네” 하며 이 부장에게 전할 네잎클로버를, 소중하게 수첩 갈피에 끼워 넣고 집을 나섰다.
20여 년 전 젊은 이부장이 결혼하던 날, 그때 내가 그 결혼식의 주례를 섰다. 집사람은 내빈으로 박수를 치며 축하했던 정다운 관계다. 집사람은 네잎클로버를 참 잘 찾는다. 나는 30대 젊을 때 한번 찾고는 그만이다. 집사람에게 네잎클로버를 어떻 게 그리 잘 찾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무엇보다 끈기가 있어야 해요. 보통의 경우 5분쯤 찾다가 못 찾으면 포기 하고 마는데, 그 고비를 넘어 10분만 집중하여 찾으면 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 행운을 주는 귀한 것인데 그 정도는 투자해야 되지 않겠어요?” 그러고 나서 한 마디 덧붙였다. “한 줄기를 찾 으면 주변에 또 네잎클로버가 있을 테니 잘 찾아 보세요. 운이 좋으면 다섯 잎 클로버도 찾을 수가 있을 거예요. “아내는 다섯 잎 클로버를 딱 한번 찾았는데 우리 큰 사위한테 선물했단다. 끈기, 끈기라... 중학교 학창시절에 클로버를 토끼풀이라 하며 들로 산으로 뜯으려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 집에는 황소랑 돼지를 기르며, 토끼랑 닭도 몇 마리 키웠는데 토끼풀은 토끼가 참 맛있게 먹던 식물이었다. 그렇게 먹여 토끼와 닭을 살찌워 놓으면 누나들의 신랑 될 사람이 집에 오면 어머니는 손님 접대용으로 그놈들을 요긴하게 썼다. 그 당시 나는 풀베기에 바빠 네잎클로버 찾을 생각은 할 겨를이 없었다.
점심 회식 자리에서 이 부장에게 네잎클로버를 불쑥 내밀었 다. 같이한 간부직원들이 몹시 부러워하는 것 같았고, 이 부장은 아주 기분이 좋은지 “고맙습니다!”를 연발하였다. 네잎클로버 꽃 말이 ‘행운’이다 보니 ‘나에게 행운이 올 거야.’하며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장군이 전쟁 중에 네잎클로버가 보여서 그걸 꺽으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총알이 머리 위를 비 껴가서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전해져 오는 네잎클로버. 그래 서 행운이란 꽃말이 붙여졌을까. 나는 행운의 의미를 곰곰이 생 각해 보았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중에 뜻밖의 행운을 간혹 만나기도 한다. 주변에서 “저사람! 참 운이 좋은 사람이야.”라며 부러워 할 때가 있다. 그런 행운이 오는 사람은 운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행운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네잎 클로버도 가지각색이다. 한 두 잎이 벌레에 상처가 나있는 것도 있고, 네 잎 모두에 흰줄이 예쁘게 가지런히 그려져 있어 네 잎 을 모으면 흰 색의 둥글고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내는 것도 있 다. 또 네 잎 중에 한 잎이 아주 크거나 작은 모양을 띠기도 한 다. 사람이 천태만상이듯이 네잎클로버도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네잎클로버의 행운을 선물할 때에는 네 잎 모두가 둥글게 원이 그려져 있는 예쁜 모습의 것을 주고 싶다. 네잎클로버가 어떻게 행운을 가져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도 요즈음 네잎클로버 찾는 재미에 빠져있다. 아내가 얘기하던 ‘끈기’를 발 휘해 보는 것이다. 아침 체조를 하고나서 쉬엄쉬엄 풀 속에 앉 아서 초록색 잎을 본다는 게 참 좋다. 우리처럼 안경을 쓴 사람은 눈에도 참 좋다. 찾으면 남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행복을 덤 으로 받는다. 그러나 네잎클로버를 찾으려고 할 때 옆에 지천으 로 깔려있는 세 잎 클로버를 어쩔 수 없이 밟게 된다.
‘세 잎 클 로버도 꽃말이 있을텐데?’ 궁금한 생각이 들어, 꽃말에 대한 유명사이트를 모두 검색해 보았다. ‘행복이라고?’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모두 표 현되어 있었다. 내가 밟고 있는 세 잎 클로버가 ‘행복’이라는 것 이다. 난 좀 당황스러웠다. 자주 오지도 않고, 쉽게 만날 수도 없는 행운인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오랫동안 이어지는 행복을 그 동안 나는 짓밟고 다녔단 말인가? 세 잎 클로버는 천지에 깔려있는데도 사람들은 거기에 무관심하다. 행복해 지고 싶지 않는 걸까? 꽃말대로 된다면 ‘행복’을 가져다주는 세 잎 클로버 인데 말이다. ‘행복’이란 흐뭇하도록 만족하여 부족함이나 불만이 없는 상태라는데…….행복하다면야 행운은 찾지도 기다리지 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는 모양이다. 행복한데도 또 행운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닐 거야 …….행복해지기가 너무 힘드니까, 행운을 만나서 행복해지려고 그렇게 열심히 찾고 있을 거야!’ 나도 노력하고 남을 배려하는 걸 꾸준히 실천해서 행복을 이루어야겠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잠시 동안 오는 행운을 위하여 오랫동안 이어지는 행복의 잎을 밟고 있을지도 모른다. 행복을 이어갈 여러 요인들은 내팽겨 쳐 놓고 쉽게 오지도 않고, 오래가지도 못할 행운만 찾으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정겨운 나의 이웃들, 사랑하며 평생을 같이 살아갈 나의 형제와 친구들, 은인들, 그리고 모두에게 주고 싶다. 받는 사람 이 행복하고, 행운을 받으라고……. 그리고 그 때 세 잎 클로버 한 잎도 같이 주어야겠다. 위에서 이야기한 행복의 의미를 새겨 보자며……. 그러면서 행운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행운은 자기 가 찾고 원한다고 다 오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행복을 자신이 만들어간다면, 행운은 남들이 만들어주는 것 이 아닐까! 나도 인생을 살아가며 만난 행운이 두어 번 있었는 데, 그건 모두 주변 친지들이 만들어준 것 같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니고 하나가 아닐까! 모두가 하나 된 세상이니 남의 행운이 나의 행운으로 이어지고, 나의 행복이 남의 행복으로 이어질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천으로 널려있는 세 잎 클로버를 보면서 행복을 예찬하는 합창의 의미를 내가 사랑하는 모두가 공감했으면 참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웃에게 <네잎클로버의 행운과 세 잎 클로버의 행복>을 안겨주는 묘안이 있을 것 같기도 하건만... 난 며칠 전에도 친한 고향친구에게 앞면에는 네잎클로버가, 뒷면엔 세 잎 클로버가 코팅된 걸 주며 말했다. “ 친구야. 멀리 있는 행운보다 네 곁에 있는 행복을 놓치지 말게!” (2011년도 노동부 근로문화제 수상작)
첫댓글 오늘도 네잎 클러버를 찾아나서 볼까요?
고등학교 영어 참고서에 토마스 카알라일 글이 있습니다 "행복은 멀리 아득히 있는것이 아니고 바로 손 안에 있다" 무한한 우주 무한한 시간에 마느라와 만나 생을 같이 사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가
네. 그렇기도 하겠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