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어디를 가더라도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이 화두에 오르며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의 삶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처럼 기대와 불안감이 팽배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인공지능, 3D 프린터, 로봇, 자율주행차 등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들의 일자리를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전망이 이어졌다. 이런 어두운 전망이 늘어나는 수명과 전 세계 경제의 저성장과 함께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 등 기술의 발전이 꼭 암울한 미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다. 아직 새해의 설렘과 희망이 가득한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 생겨나는, 혹은 앞으로 유망한 직업은 무엇이 있을지 알아보자.
(*이미지 출처: Rawpixel.com/shutterstock.com)
자동 무인화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현재에도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지하철에서 승차권을 판매하는 역무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오는 2030년이면 현재 존재하는 직업 중 약 20억 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고용의 시대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대학이 미국 대표 직업 704개에 대해 컴퓨터 기술로 대체될 확률을 분석했는데 전체의 약 47%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판사, 회계사, 세무사, 의·약사 등 선망 받는 직업이 다수 포함됐다. 인공지능이 단순 반복 노동뿐 아니라 지적 노동자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일자리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감소하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은 210만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9.9%가 ‘4차 산업혁명으로 전체적인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바로 이 점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유망 직종’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8대 유망 직종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3D 프린터, 드론, 무인자동차 관련 직업이 완전히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8대 유망직종을 선정, 발표했다.
스마트기계 자동화(스마트팩토리), 스마트에너지제어(ESS/EMS), 바이오제약, 가상/증강현실 시스템(VR/AR), 드론 제작 관리운영, 스마트 금융시스템(핀테크), 스마프 팜, 스마트 자동차 등이 그것이다. 정부는 이들 8개 유망 직종을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는 안을 검토 중이며, 그 과정 중 하나로 교육체계 개편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공장 내 설비와 기계를 자동화하는 스마트팩토리의 경우 대학 졸업생의 유출이 많고, 지역 내 하이테크(Hi-tech) 산업 단지 조성이 활발한 대구경북 지역이 최우선으로 검토되고 있다. 에너지 저장 및 절감 기술인 스마트에너지는 전주 완주군, 모바일결제 등 핀테크는 금융서비스 산업이 밀집된 서울경기 지역을 꼽았다.
고용노동부는 4차 산업혁명 선도인력 양성사업에 참여할 11개 민간 훈련기관을 선정했는데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멀티캠퍼스, 비트컴퓨터, 한국휴렛팩커드, 대한상공회의소 등이다. 이들 훈련기관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스마트제조 △정보보안 등 4개 분야에서 총 24개 훈련과정을 제공, 626명의 기업 맞춤형 핵심 전문인력을 배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 중에서 ‘공공조달지도사’를 유망 직종으로 1순위로 꼽았다. 공공조달지도사란 조달이나 구매와 관련해서 계획부터 조사, 연구, 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5만 여 개의 공공기관과 33만여개의 조달업체 참여 하에 120조 원 상당의 물품과 공사가 거래되고 있는데, 국가 예산의 약 30%나 되는 큰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조달지도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정부가 꼽은 4차 산업혁명의 유망직종 두 번째는 원격진료 코디네이터이다. 원격의료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행정 지원을 하는 사람인데 여러 상황들 때문에 병원을 찾아가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원격으로 의사를 연결해 주는 일을 한다. 기계가 데이터를 뽑아서 병원과 환자를 연계해줄 수도 있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반영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는 사람이 기계보다 더욱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5년 각광 받을 직업 10가지
소프트웨어의 선두주자 마이크로소프트도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주목해야 할 직종을 발표했다. 영국의 컨설팅 업체인 미래연구소와 함께 2025년도에 각광 받을 직업 10가지를 선정한 것.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 출현하면서 자동차 운전사부터 변호사, 은행원까지 기존에 있던 전통적 직업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전망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직업 가운데 가상공간 디자이너가 눈에 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사람들이 가상현실에서 일하고 놀고 공부하는 등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될 거라고 전망했다. 컴퓨터 사용자가 화면에 나타난 3차원 세계를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처럼 느끼도록 하는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 대비하는 자격증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제4차 산업혁명 대비 국가기술자격 개편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새로운 노동시장 환경에 필요한 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17개 자격을 새로 만들고 올해부터 산업계 주도로 신설이 필요한 자격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현재 527개의 국가기술자격이 운영되고 있는데 4차 산업 관련 핵심 기술 자격으로는 로봇소프트웨어개발기사, 로봇제어기하드웨어개발기사, 로봇기구개발기사, 3D프린터개발산업기사, 의료정보분석사, 3D프린팅전문운용사 등이 신설됐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미래 유망 직종 및 자격증 중에 가장 첫 번째가 ‘로봇’이었다. 세부적으로는 로봇개발, 로봇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로봇제어하드웨어 개발 자격증이 유망할 것으로 꼽혔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및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 자격증도 떠오르고 있다. 연료전지에너지생산기술기사, 풍력에너지생산기술기사, 폐자원에너지생산기술기사, 바이오의약품제조기사 등 9개가 그것이다.
환경 및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자격증도 신설된다. 신설된 자격증으로는 환경위해관리기사, 방재기사 등이다.
미래 일자리 핵심은 기계와 인간의 협업
4차 산업혁명 도래로 많은 직업들이 없어지겠지만 새로운 직업들도 생겨난다. 시장 분석에 따르면, 자동화로 인한 판매원의 직업 대체 위험도는 92%이지만 실제로 컴퓨터가 대체 가능한 인력은 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영 및 금융서비스 분야나 건축, 공학, 컴퓨터, 수학 등의 직군은 4대 산업혁명이 도래해도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 일자리의 핵심은 기계와 인간의 협업을 얼마나 창출해내느냐에 달려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하기 위해 인간의 능력이 필수 조건이다. 따라서 없어지는 일자리를 걱정할 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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