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구법(灸法)을 논(論)하다
왕해장(王海藏)이 이르기를 "창양(瘡瘍)이 외(外)에서 입(入)하면 구(灸)는 불의(不宜)하다. 내(內)에서 출(出)하면 마땅히 구(灸)하여야 한다. 외(外)에서 입(入)하면 탁(托)하여 내(內)하지 않게 하여야 하고 내(內)에서 출(出)하면 접(接)하여 외(外)하게 하여야 한다.
따라서 경(經)에 이르기를 '함(陷)하면 구(灸)하여야 한다.' 하였다.
구(灸)하여도 불통(不痛)하면 통(痛)한 후에라야 그 구(灸)를 그친다. 구(灸)하여도 불통(不痛)하다는 것은 먼저 그 궤(潰)에 이른 것이므로 불통(不痛)하는 것이고, 그 후에 양육(良肉)에 이르게 되면 통(痛)하게 되는 것이다.
구(灸)하여도 통(痛)하면 불통(不痛)한 후에라야 그 구(灸)를 그친다. 구(灸)하여도 통(痛)하다는 것은 먼저 궤(潰)하지 않은 곳에 이른 것이므로 통(痛)하는 것이고 그 후에 궤(潰)한 것에 이르게 되면 통(痛)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하였다.
이씨(李氏)가 이르기를 "저(疽)를 치(治)하는 법(法)은 애(艾)를 작(灼)하는 공(功)이 약(藥)을 쓰는 것보다 나으니, 독기(毒氣)가 외설(外泄)하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도(盜)가 인가(人家)에 들어오면 당연히 문(門)을 개(開)하여 축(逐)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室)에 들어가므로 해(害)가 된다.
창(瘡)이 초발(初發)한 1~2일에는 반드시 대과(大顆)의 독산(獨蒜)을 절편(切片)하여 3분(分) 두께가 되게 하고 저(疽)의 정(頂)에 붙이고(:貼) 애(艾)로 격산구(隔蒜灸)를 한다. 매 3장(壯)마다 산(蒜)을 바꾸고 창(瘡)이 궤(潰)하면 신이고(神異膏)를 붙인다(:貼). 이와 같이 하면 창(瘡)이 크게 개(開)하지 않고 육(肉)이 괴(壞)하지 않으며 창구(瘡口)가 쉽게 수렴(:斂)되니, 일거삼득(一擧三得)이다. 이는 묘(妙)한 법(法))이지만, 사람들이 아는 바가 드물다.
만약 두정(頭頂)에 저(疽)가 보이면 이 법(法)을 쓰면 안 된다." 하였다.
(오부극관비([五府極觀碑])에 기록되어 있다.)
또 이르기를 "배저(背疽)를 환(患)하여 만종(漫腫) 무두(無頭)하면 습지(濕紙)를 종(腫)한 곳에 붙이니(:貼), 단지 일점(一點)이 먼저 건(乾)하는 곳이 곧 창(瘡)의 두(頭)이다. 대산(大蒜) 10과(顆) 담두시(淡豆豉) 반합(合) 유향(乳香) 1전(錢) 정도를 난(爛)하게 갈아서 창(瘡) 위에 두고 애(艾)를 펴서(:鋪) 구(灸)한다. 통(痛)하는지 안 하는지를 모두 앞의 법(法)으로 헤아린다." 하였다.
진씨(陳氏)가 이르기를 "뇌(腦)는 제양(諸陽)의 회(會)이고, 경항(頸項)은 인후(咽喉)에 근(近)하며, 신수(腎兪)는 치명(致命)하는 장소이니, 모두 애(艾)를 작(灼)하면 안 된다." 하였다.
오씨(伍氏)가 이르기를 "산(蒜)의 병(餠)으로 구(灸)할 때 산(蒜)은 그 미(味)가 신온(辛溫)하고 유독(有毒)하여 옹저(癰疽)의 산(散)을 주(主)한다. 그 화세(火勢)를 빌려 약력(藥力)을 행(行)하게 한다.
단지 애주(艾炷)로만 구(灸)하는 것은 완저(頑疽) 고발(痼發)의 종류(類)에만 시(施)할 수 있다. 적종(赤腫) 자흑(紫黑) 독심(毒甚)하면 반드시 산(蒜)과 애(艾)를 같이 구(灸)하여야 묘(妙)하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저(疽) 옹(癰) 발배(發背) 정창(疔瘡)를 치(治)할 때 만약 초(初)에 구(灸)하고는 바로 통(痛)하면 독기(毒氣)가 경천(輕淺)하기 때문이다.
구(灸)하여도 불통(不痛)하면 곧 독기(毒氣)가 심중(深重)한 것이니, 모두 마땅히 내(內)로 추독(追毒) 배농(排膿)하는 약(藥)을 복용하여야 하고, 외(外)로 소독(消毒)하는 약(藥)을 부(敷)하여야 한다.
대체로 옹저(癰疽)는 통(痛)하지 않을 수 없지만 또 대통(大痛) 민란(悶亂)하면 안 된다. 통(痛)을 모르면 난치(難治)이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격산구(隔蒜灸)는 장수(壯數)를 막론(:不論)하고 사기(邪)는 용납(:容)할 수 없으면서 진기(眞氣)는 손(損)하지 않는다.
다만 두항(頭項)에 창(瘡)이 보이면 마땅히 기죽마법(騎竹馬法)을 쓰고 족삼리(足三里)에 구(灸)하여야 한다." 하였다.
천금([千金]: 천금방)에 이르기를 "옹저(癰疽)가 시작(始作)되어 대통(大痛)하거나, 소통(小痛)하거나, 발(發)하여 미립(米粒)과 같으면서 곧 바로 출농(出膿)하면 마땅히 급히 구미(口味)를 단(斷)하고 그 독(毒)을 이거(利去)하여야 한다.
기죽마구법(騎竹馬灸法)을 쓰거나 환처(患處)에 애(艾)로 작(灼)한다. 중(重)하면 사면(四面) 중앙(中央)에 총(總) 100~200장(壯)을 구(灸)하고 다시 부(敷)하는 약(藥)을 쓰면 그 효(效)가 심(甚)히 속(速)하다." 하였다.
입재(立齋)가 이르기를 "창양(瘡瘍)의 증(證)은 중(中)에 있는 것이 반드시 외(外)로 형(形)하게 된다. 외(外)에 있으면 인(引)하여 발(拔)하고 내(內)에 있으면 소(疏)하여 하(下)한다.
애(艾)를 작(灼)하는 공(功)은 심(甚)히 대(大)하다.
만약 독기(毒氣)가 울결(鬱結)하여 어혈(瘀血)이 응체(凝滯)하면 경(輕)하면 약(藥)으로 산(散)할 수도 있지만, 중(重)하면 약(藥)으로는 전혀 공(功)이 없다.
동원(東垣)이 이르기를 '만약 침(針)으로 락(烙)하지 않으면 독기(毒氣)가 따라서 풀릴 곳이 없다. 독(毒)을 잘 치(治)하는 자는 반드시 격산구(隔蒜灸)를 써야 한다. 이를 버리고 고한(苦寒)하여 패독(敗毒)하는 등의 제(劑)를 쓰면 장실(壯實)하고 내열(內熱)한 자는 혹 되겠지만, 겁약(怯弱)하고 기허(氣虛)한 자는 패(敗)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하였다.
또 독기(毒氣)가 침복(沈伏)하거나 연고(年高) 기약(氣弱)하거나, 극벌(剋伐)하는 제(劑)를 복용하여 기(氣)가 더욱 허(虛)하고 농(膿)이 이로 인하여 궤(潰)하지 않으면, 반드시 화력(火力)를 가하여야만 공(功)을 이룬다. 대체로 증(蒸)이나 구(灸)할 때 만약 궤(潰)하지 않으면 울독(鬱毒)을 발인(拔引)하여야 하고, 이미 궤(潰)하였으면 양기(陽氣)를 접보(接補)하고 한사(寒邪)를 거산(祛散)하여야 한다. 이로 창구(瘡口)가 저절로 합(合)하게 되니, 그 공(功)이 심(甚)히 대(大)하다.
예전에 내가 사지(四肢)의 창양(瘡瘍)으로 기혈(氣血)이 부족(不足)한 자를 치(治)하였다.
단지 앞의 법(法)으로 구(灸)하였더니 모두 나았다.
정독(疔毒)이 심(甚)하면 특히 마땅히 구(灸)하여야 한다. 열독(熱毒)의 중격(中隔)으로 내외(內外)가 불통(不通)하면 발설(發泄)하지 않으면 해산(解散)되지 않는다.
만약 가난(:貧)에 처(處)하고 벽지(:僻)에 거(居)하므로 일시(一時)에 약(藥)이 없다면 격산구법(隔蒜灸法)이 더 편한 것이다. 매번 3장(壯)마다 산(蒜)의 편(片)을 한 번 바꾸니, 대개 100장(壯) 정도(:度)로 한다.
대산(大蒜)의 신(辛)을 취하여 산(散)하고, 애주(艾炷)의 화력(火力)을 취하여 투(透)한다. 법(法)과 같이 구(灸)하면 반드시 창(瘡)이 발(發)하고 농(膿)이 궤(潰)하며, 계속하여 신이고(神異膏)를 붙이면(:貼) 하루가 되지 않아 저절로 낫게 된다. 첫째는 창(瘡)을 대(大)하게 개(開)하지 않고 둘째는 내육(內肉)이 괴(壞)하지 않으며 셋째는 창구(瘡口)를 쉽게 합(合)하게 되니, 효(效)를 보는 것이 심(甚)히 신묘(:神)하다.
단계(丹溪)가 이르기를 '오직 두(頭)는 제양(諸陽)이 취(聚)하는 곳이니, 애(艾)의 장(壯)을 마땅히 작게(:小) 하고 적게(:少) 하여야 한다.' 하였다.
조 공부(曹 工部)가 발배(發背)한지 18일(日)이었다. 창두(瘡頭)가 속(粟)과 같고 창(瘡)의 내(內)가 송곳으로(:錐) 찌르듯이 통(痛)이 극(極)하였으며, 시(時)로 민무(悶瞀)가 있었고 음식(飮食)을 불사(不思)하였으니, 기(氣)가 더 허(虛)하게 되었다.
대애(大艾)로 격산구(隔蒜灸)를 10여 장(壯)하여도 효과를 모르고 통(痛)이 감(減)하지 않았다. 결국 명구(明灸: 직접구)를 20여 장(壯)하니 내(內)의 창(瘡)이 모두 거(去)하고 독기(毒氣)가 대발(大發)하며 음식(飮食)을 점차 진(進)하게 되었다. 다시 대보(大補)하는 약(藥)과 상목(桑木)을 태워 구(灸)하니 어육(瘀肉)이 점차 궤(潰)하게 되었다.
유관경(劉貫卿)이 족(足)에 정창(疔瘡)을 앓아 이미 11일이 되었으니, 기(氣)도 약(弱)하였다.
이에 50여 장(壯)을 구(灸)하고 재차 탁리(托裏)하는 약(藥)으로 하였더니, 낫게 되었다.
황군(黃君)이 퇴옹(腿癰)으로 농(膿)이 청(淸)하였고, 맥(脈)은 약(弱)하였다.
어떤 부인(婦人)은 비(臂)에 일괴(一塊)가 결(結)하여 이미 궤(潰)하였다.
모두 수렴(收斂)하지 않았으니, 각 두시병(豆豉餠)으로 구(灸)하고 재차 탁리(托裏)하는 약(藥)을 음(飮)하였더니, 나았다.
어떤 남자(男子)는 흉종(胸腫) 일괴(一塊)가 반년(:半載)이 되어도 소(消)하지 않았다. 명구(明灸)를 100장(壯) 하였더니 비로소 궤(潰)하였고, 대보(大補)하는 약(藥)을 주어도 수렴(斂)되지 않아, 다시 부자병(附子餠)으로 구(灸)하였더니, 나았다.
어떤 남자(男子)가 발배(發背)를 앓았는데, 창두(瘡頭)가 심(甚)히 많고 종경(腫硬)하고 색자(色紫)하며 심(甚)히 통(痛)하지는 않고 부궤(腐潰)하지도 않았다.
환처(患處)에 애(艾)를 펴서(:鋪) 구(灸)하고, 다시 대보(大補)하는 약(藥)을 수일(數日) 사용하였더니, 사(死)한 육(肉)이 탈거(脫去)하면서 나았다.
진 공부(陳 工部)가 발배(發背)를 앓은 지 이미 4~5일(日)이었다. 창두(瘡頭)가 비록 소(小)하여도 근(根)의 경계(:畔)가 다소 대(大)하였다.
격산구(隔蒜灸)를 30여 장(壯)하니 그 근(根)이 내소(內消)하였고, 오직 창두(瘡頭)에만 농(膿)을 작(作)하더니 수일(數日)만에 나았다.
내가 병자년(丙子年)에 갑자기 오심(惡心)하고 대추(大椎)의 골(骨)이 심(甚)히 양(癢)하고 갑자기 비(臂)를 거(擧)하지 못하며 신사(神思)가 심(甚)히 권(倦)하였다. 이는 요저(夭疽)이었으니 위(危)한 병(病)이었다.
급히 격산구(隔蒜灸)로 하였더니, 양(癢)이 더 심(甚)하게 되었다. 또 명구(明灸)를 50여 장(壯)하였더니, 양(癢)이 갑자기 지(止)하고 10일(日)만에 나았다.
정요([精要])에 이르기를 '구법(灸法)은 회생(回生)의 공(功)이 있다.' 하였으니, 이를 믿게 되었다." 하였다.
(설안(薛按: [설씨의안])에 나온다.)
사씨인증(<史氏引證>: 진자명의 외과정요)에서 이르기를 "양의(瘍醫) 상기지(常器之)가 갑술년(甲戌年)에 태학(太學) 사씨(史氏)의 모친을 진(診)하였다. 그가 이르기를 '내(內)에는 축열(蓄熱)이 있으니 저(疽)를 작(作)하는 것을 예방(防)하여야 한다.' 하였다.
신사년(辛巳年) 6월(月)이 되니, 과연 배갑(背胛)이 미(微)하게 양(癢)하더니 창립(瘡粒)이 서(黍) 크기로 생겼다. 애(艾)로 작(灼)하니 바로 소(消)하였다.
하룻밤을 지나 다시 작(作)하니, 고약(膏藥)으로 복(覆)하니, 그 훈(暈)이 6촌(寸) 정도 개(開)하고 통(痛)을 이길 수 없게 되자, 애(艾)의 탓으로 돌렸다.
마침 어떤 승(僧)을 만났으니, 그가 말하기를 '내가 창(瘡)의 병(病)으로 심(甚)히 위(危)하였는데 일찍이 구(灸)를 800여 장(壯)하였더니 비로소 소생(:甦)하게 되었다.' 하였다.
이에 대애(大艾)의 장(壯)을 은행(銀杏) 크기로 하여 창두(瘡頭) 및 사방(四傍)에 각 여러 장(壯)을 구(灸)하였더니 통(痛)이 지(止)하고, 30여 장(壯) 하니 적훈(赤暈)이 모두 퇴(退)하였다. 또 애(艾)로 단(團)을 작(作)하여, 매(梅)나 행(杏)의 크기로 40장(壯)을 하였더니, 죽(粥)을 식(食)하고 안(安)하게 침(寢)하였다. 창(瘡)이 4촌(寸) 돌(突)하고 소규(小竅)가 100개 정도 생(生)하였는데, 앓던 육(肉)이 모두 괴(壞)하면서 나았다." 하였다.
입재(立齋)가 이르기를 "애(艾)를 작(灼)하는 법(法)은, 반드시 통(痛)한 자는 통(痛)하지 않을 때까지 구(灸)하고 통(痛)하지 않는 자는 통(痛)하기까지 구(灸)하면 독(毒)이 반드시 화(火)를 따라 산(散)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익(無益)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해(害)하게 된다." 하였다.
내가 생각하건대, 옹저(癰疽)의 질환(:患)은 혈기(血氣)의 옹체(壅滯)로 유결(留結)하여 불행(不行)하는 소치(所致)가 아님이 없다. 대결(大結) 대체(大滯)하면 쉽게 산(散)하지 않으니, 반드시 산(散)하려면 화력(火力)를 빌리지 않으면 속(速)할 수 없으므로 구(灸)를 사용하는 것이 극(極)히 마땅하다. 그런데 또한 손도인(孫道人)의 신선훈조방(神仙熏照方)도 있으니, 그 법(法)은 더 정(精)하고 더 묘(妙)한다.
만약 독사(毒邪)가 다소 완(緩)하면서 사기(邪)가 심(深)하고 경(經)이 원(遠)하여 기(氣)가 달(達)하지 않으면 구(灸)하는 것이 좋으니라. 만약 독사(毒邪)가 치성(熾盛)하고 그 세(勢)가 맹질(猛疾)하면서 수위(垂危)하면 마땅히 훈조방(熏照方)을 사용하여야 하니, 구(灸)하는 것보다 더 나으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