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을 맞아 잠실 롯데 월드 79층 시그니엘 <더 라운지>를 찾았다. 아들이 생일 선물로 이곳을 즐길 수 있는 티켓을 준비하여 모처럼 잠실로 나들이했다. 아들 덕택으로 멋진 시간을 보낸 후 롯데월드 영화관에서 영화 <30일>을 보았다.
영화 <30일>은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혼을 앞두고 동반기억상실증에 걸린다는 클리세가 듬뿍한 이야기로 보여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묘하게 반전의 재미를 주었다. 로코 영화는 대개 두 남녀 주인공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혼법정에서 시작되는 것부터 로코의 기본 전개를 벗어난다.
감독은 로맨스보다는 코미디에 방점을 찍고, 클리셰가 될만한 장면을 영리하게 비틀었다. 빠른 템포로 뻔하지만 뻔하지 않게, 어디서 본 듯하지만 새롭게 다가오게 깔끔하게 연출하였다. 적재적소의 강약조절로 장면 여기저기에서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로코는 남녀 주연배우 캐스팅만 잘해도 손익분기점 관객수의 반은 채운다는 말이 있다. 주연 남자 배우가 누구인가가 특히 중요하다고 한다. 남녀가 극장을 찾을 때, 대체로 여자들이 볼 영화를 정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영화를 첫 순위로 올랐을 때 아내가 고개를 저었고, 결국 로코 영화로 정했다.
강하늘(노정열역)과 정소민(홍나라역)은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부터 이어온 케미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 정소민 엄마역인 조민수, 구수한 사투리로 깨알웃음을 주는 강하늘 엄마역인 김선영과 정소민 동생역을 맡은 황세인의 연기는 영화의 전개를 맛깔나게 했다.
후반 초반에 템포가 다소 늘어져 조금 아쉬웠으나 러닝타임 2시간을 재미있게 따라갔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오르고, 유쾌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극장을 나섰다. 영화 <30일>은 누적 관객수가 170만을 넘어 <범죄도시 3>, <밀수>, <잠>,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이어 금년에 관객수 백만을 넘고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다섯 번째 한국 영화가 됐다.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길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 영화를 극장에 걸었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