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1. 05.
아스널이 바이에른 뮌헨 원정에서 1-5 대패를 당하며 무너졌다.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을 아쉬워해야 했다. 반면 바이에른은 측면 공격에서 완승을 거두며 대승과 함께 지난 런던에서의 3차전 패배를 설욕하는 데 성공했다.
아스널이 바이에른과의 챔피언스 리그 32강 조별 리그 4차전에서 1-5 완패를 당했다. 이와 함께 아스널은 1승 3패에 그치며 16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아스널은 최근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5연승을 달리며 파죽지세를 이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2주 전에 열린 바이에른과의 챔피언스 리그 3차전 홈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작은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번엔 무기력하게 당했다. 이렇다할 힘조차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점유율에선 35대65로 밀렸고, 슈팅 숫자에선 7대23으로 바이에른의 1/3 밖에 시도하지 못했다. 심지어 유효 슈팅에선 2대13으로, 그리고 코너킥에선 1대9로 바이에른에 압도 당한 아스널이다.
그러면 지난 3차전과 이번 4차전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론 바이에른이 펩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후 유난히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 홈-원정 성적에서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부분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지난 시즌부터 바이에른은 챔피언스 리그 홈에서 7전 전승 행진을 달리고 있으나 정작 원정에선 2승 1무 4패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3차전 바이에른전 승리의 키를 잡고 있었던 두 선수 티오 월콧과 엑토르 벨레린, 두 총알 탄 사나이들의 부재가 크게 작용했다는 데에 있다.
사실 3차전에서도 아스널은 점유율에서 바이에른에 30대70으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도리어 점유율만 놓고 보면 4차전(35대65)이 조금은 더 선방했다고 볼 수 있겠다. 3차전에서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평소 자신의 축구 철학인 공격 축구를 배제한 채 수비 위주의 역습 축구를 구사했다. 아스널 선수들은 경기 대부분의 시간을 페널티 박스 안에 위치하면서 수비에 주력하는 한편 역습시 메수트 외질의 패스를 중심으로 월콧과 알렉시스 산체스, 벨레린이 빠르게 공격에 가담하면서 효과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이것이 바로 아스널이 점유율에서 밀리면서도 슈팅 숫자에서는 13대20으로 선방했고, 심지어 유효 슈팅에선 8대6으로 아스널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이번 4차전에선 월콧과 벨레린은 물론 심지어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 마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발빠른 선수들이 부재했다. 이로 인해 효과적으로 바이에른의 높은 수비 라인을 공략할 수 없었다. 산체스가 7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켰고, 외질이 간헐적으로 양질의 패스를 전방에 공급했으나 이들을 도와줄 선수가 현저히 부족했다. 말 그대로 코너에 몰린 채 두들겨 맞는 장면을 연출한 아스널이다.
이래저래 아스널 입장에선 다소 불운했던 경기였다. 아스널은 바이에른 원정을 앞두고 무려 10명의 선수들이 부상으로 결장했다. 게다가 결장한 선수들이 지난 3차전 2-0 승리의 키플레이어였다는 사실이 한층 더 아쉬운 일이었다.
지난 경기에서 벨레린은 비록 코스타에게 일대일 돌파를 수차례 허용했으나(당시 코스타는 무려 10회의 드리블 돌파를 기록했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위험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경기 종료 직전 빠른 순간 스피드를 외질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아론 램지는 적극적인 몸싸움을 통해 외질을 보조했고, 벨레린의 오버래핑시 커버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로랑 코시엘니 역시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무실점에 기여했다.
이들을 대신해 4차전에 선발 출전한 조엘 캄벨과 마띠유 드뷔시, 그리고 가브리엘 파울리스타로는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역부족이었다. 특히 캄벨과 드뷔시로 구성된 아스널 오른쪽 측면 라인은 킹슬리 코망과 다비드 알라바의 바이에른 왼쪽 측면 라인에 완패하며 패인으로 작용했다.
이 경기에서 캄벨은 58분을 뛰는 동안 볼 터치 23회에 그친 채 측면 수비수인 키어런 깁스로 교체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게다가 드뷔시와 캄벨은 60%대에 불과한 끔찍한 패스 성공률(캄벨 66.7%, 드뷔시 61.9%)에 그치며 위기를 자초하는 우를 범했다. 파울리스타 역시 오프사이드 트랩 실수를 저질러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게 선제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 바이에른 뮌헨의 다비드 알라바 / 연합뉴스
반면 바이에른 왼쪽 측면 수비수 알라바는 자주 오버래핑을 올라와 코망과 연계플레이를 통해 아스널의 측면을 파괴해 나갔다. 알라바가 공격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니 중앙에서도 왼쪽을 맡은 미드필더 티아구 알칸타라도 한결 수월하게 찬스 메이킹에 주력할 수 있었다. 지난 3차전에선 후안 베르낫의 공격적인 지원이 부족했기에 코스타가 측면에서 고립됐고, 알칸타라가 중원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것과는 사뭇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실제 이 경기에서 알라바는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43분경 중앙으로 올라온 알라바는 뛰어난 키핑 능력을 바탕으로 아스널 수비수 두 명과의 볼 경합에서 이겨낸 후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팀의 3번째 골을 넣었다. 그리고 55분경 빠른 침투에 이은 날카로운 크로스로 아르옌 로벤의 4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하단 사진 참조). 패스 성공률은 90.7%였고, 볼 터치도 팀내에서 3번째로 많은 95회였다.
코망은 출전 선수들 중 가장 많은 4회의 드리블 돌파를 성공시켰고, 키 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도 3회를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 역시 92.6%에 달했다. 토마스 뮐러의 2번째 골을 어시스트한 선수도 다름 아닌 코망이었다.
마지막으로 알칸타라는 키 패스 4회와 볼 터치 145회를 기록하며 양 부문에서 출전 선수들 중 최다 수치를 올렸다. 패스 성공률도 90.4%였다. 10분경 환상적인 로빙 패스로 레반도프스키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선수가 바로 알칸타라였다(하단 사진 참조). 이른 시간의 선제골 덕에 바이에른이 한결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알칸타라의 로빙 패스는 승부의 분수령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록 왼쪽 측면에 비해 덜 활발했으나 필립 람과 더글라스 코스타의 오른쪽 측면도 위협적인 공격을 여러 차례 구사하며 아스널 수비를 좌우로 크게 흔들어 나갔다. 바이에른의 2번째 골은 람의 크로스가 기점으로 작용했고(하단 사진 참조), 뮐러의 마지막 골은 코스타의 어시스트였다. 바이에른의 이 경기 5골 중 3골이 측면 공격을 통해 나온 것이었다.
물론 아스널이 최정예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바이에른 원정에서 승리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부상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가동됐더라면 적어도 이렇게 무기력하게 대패를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래저래 아스널 입장에선 부상 선수들의 공백이 아쉽게 느껴졌을 한 판이다. 아스널이 챔피언스 리그 무대에서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선 부상 관리가 절실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아스널은 EPL에서 매 시즌 가장 많은 부상자를 배출하는 구단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심지어 네덜란드 출신 피트니스 전문가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 피지컬 트레이너로도 활동했던 레이몬드 베르하이엔은 지난 주 SNS 계정을 통해 "또 시작이다! 램지, 월콧, 체임벌린이 또 부상으로 빠졌다. 몇 명인지도 모르겠다. 이 패턴이 이미 5-6시즌 동안 반복되고 있다"라며 벵거의 선수 관리에 일침을 놓은 바 있다.
반면 바이에른은 아스널전 대승과 함께 우승 후보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게다가 부상 복귀한 에이스 로벤마저 교체 투입되자마자 골을 넣으며 바이에른 측면에 한층 무게를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현민 기자
자료출처 : 골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