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안문단/가을문학기행/김옥선

[예림]

가을 문학기행

- 광한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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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파 김옥선

 가을은 벌써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동서남북으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코로나로 뜸했던 여행길은 가을을 놓치지 않으려는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청안문단’의 추계문학기행은 매년 열리는 행사이지만 이런 기회를 놓치고 나면 왠지 혼자만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서 ‘혼자’라는 기억을 떨치기 위해 신청한 여행길이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설렘으로 설친 지난밤도 잊고 빛고운 단풍빛을 찾으러 버스에 몸을 싣고 마음도 가볍게 달리고 있었다.

 처음 도착한 곳이 함양의 학사루, 그곳을 기점으로 상림공원, 일두고택, 남계서원, 지리산 문학관, 오도재, 실상사, 남원 국악 성지, 황산대첩비, 송홍록.박초월 생가를 거쳐 광한루원, 혼불 문학관의 1박 2일의 여정이 빈틈없이 빡빡하게 잡혀 있는 일정이었다. 이 많은 여러 곳을 자세하게 안내하시는 교수님의 기억 능력에 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중의 한 곳인 남원의 광한루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은 목적이 있어 일착으로 신청하게 된 이유가 있었다. 아이들 어려서 다녀온 광한루가 꼭 다시 가보고 싶었던 이유였다. 어떻게 변했는지?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얼마나 잘 보존되어 있는지? 얼마나 발전되었는지가 궁금하기도 하였다. 이런 기회에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었기에 여행길에 올랐다. 경복궁 경회루에 가서 향원정을 보고 있노라면 곧바로 오작교를 떠올리곤 했던 곳이기에 이곳을 택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광한루 원은 우리나라 4대 누각의 하나인 광한루와 더불어 하늘의 옥황상제가 살던 “광한청허부”를 지상에 건설해 신선이 되고픈 인간의 심리를 그려내어 지은 이름이라 한다. 분합문을 달아 건물이 다 보이도록 탁 트이게 열어놓은 것이 광한루의 특징이고 광한루원 앞의 호수는 은하를 상징하여 신선이 사는 곳처럼 꾸며 광한루의 명성을 내다보게 꾸며진 아름다운 정원이라 한다. 비단잉어들의 유희가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아 볼거리를 가득 안겨 주었다.

비단잉어와 뽀뽀를 해보면 부드러운 느낌이 환상적이라고 알려 주는 지인이 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정원은 인공적인 멋을 가리지 않고 토양 구릉을 자연 그대로 살렸으며, 드문드문 자연석 고인돌을 구릉에 그대로 놓아 작은 언덕 공간처럼 하고, 정원 수도 전지를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자라도록 하여 흡사 숲속에 있는 착각이 들게 한다. 나무가 자라 온 곳은 고유의 모습을 지닌 박물관이다. 광한루의 모습은 잊힌 옛 기억을 몽글몽글 피어나게 하는 산소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오작교의 멋은 옛적 그대로였지만 세월의 흔적으로 연륜의 빛바램을 보여주고 있었다. 광한루가 지닌 오랜 역사는 내가 살아온 연륜처럼 지금의 내 모습과도 다를 바가 없었다.

 광한루의 추억을 음미하며 그 외에 돌아본 남계서원 일두고택 등 볼거리와 들을 거리도 많았는데 이제는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중년의 끝자락에 와있어 눈으로 즐길 수밖에 없는 여행길이다. 같은 곳을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고 스며드는 관계가 되어가는 여정이어서 여행은 늘 설레는 마음으로 대중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하는 여행길이었다.

[문암]

김옥선 부회장님
가을 문학기행 쓰시느랴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