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중의 횡재
올림픽이 열리기 몇해 전 이니까 80년대 중반쯤 되었나보다. 잘 어울리는 친구 둘이랑 홍콩과 마카오를 들려 일본을 여행한적이 있다 . 나의 첫해외 여행이였으며, 이때 외국돈과 우리돈의 환율때문에 본의 아니게 횡재를 한 재미있는 사건이 있어 소개해 본다.
먼저 홍콩으루 갔다.
시내 구경 겸 쇼핑을 나갔는데, 지금이야 사고싶은 물건이 별루 없지만 그때만 해두 홍콩가면 진귀한 쇼핑거리가 꽤 많았다. 우선 손목시계가 쇼핑1호 물품이다.
그래서 해외여행 갈땐 차구 다니던 손목시계두 집에 두구 간다구 했다. 돌아올 때 손목에 찬 시계까지 세금을 물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시계를 차지 않아서 시계를 사고싶은 마음이 별루 없었으나 친구 시계 사는곳을 따라 갔다가 아주 예쁜 손 시계를 보았다. 시계 보 는 눈이 있는 것두 아닌데 그 시계가 왜그리 갖고 싶었는지 몰랐다.
당시 브랜드가 있는 시계였는데 가격표를 보니 3,000 달러가 조금 넘었다.해외 여행이 처음인 나는 환율개념을 몰랐다. 비쌀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국돈 얼만지는 알고 싶어서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속으로 환율계산을 하더니 삼만원쯤 될거라 했다.
"아니 머 그리 시계가 싸냐. 거저배기 아냐?"
생각하구 자시구 없이 지갑에서 카드를 빼내 긁으라구 내밀었다.
"와 ... 홍콩이란 나라 시계값 무지싸네. 그러니 대가리 터져라 밀수를 하는구나."
그러나 만약에 현금으루 샀다면 그 시계를 사지 못했을거다. 카드로 사서 금액을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텔에 돌아와서 카드전표를 자세히 확인하여 환율을 계산해 보니 삼십만원이 조금 안되였다. 친구가 홍콩달러 환율을 계산하면서 "0"자리 한개를 빼먹구 계산했던거다. 이런 낭패가..... 하지만 어쩌겠어 큰맘먹구, 그까이꺼 할 수 밖에.....
그렇게 해서 갖고 싶은 시계는 샀지만, 쓸데없이 비싼시계를 샀다는 생각에 뒷맛이 디게 짠했다. 근데 이게 전화위복이 되여 뜻하지않게 횡재를 할 줄이야....ㅎㅎ
그 횡재는 일본에서 이루어 진다.
홍콩과 마카오의 3일간 구경을 마친 우리는 일본 오사카루 왔다.
홍콩과 달리 일본에 오니 포근한 맘이들었다. 아마 그건 한국과 다르지 않는 사람들의 생김새 에서 나오는 안도감 같은 것이겠지.
저녁이 되자 그런 안도감에 긴장이 풀린 우리는 술 생각이 간절했다. 30대 중반의 팔팔한 나이는 여자들의 분 내음두 못내 그리웠을테구....(나 말구 두친구...ㅎㅎ)
당시 일본엔 가라오케라는 술집들이 성행하고 있었다. 그때 한국엔 아직 노래방이 유행하기 한참 전이다. 이때 이미 일본은 한국의 유행가요 전부를 레이져 디스크에담아 우리 동포들을 상대로 가라오케 영업을 하구 있었다. 이 기계를 수입해 영업하게된게 우리나라 가라오케의 효시다.
일본을 먼저 다녀본 친구를 앞장세워 동포 아가씨두 더러 있다는 가라오케 술집으루 갔다. 그곳에서 아릿따운 고국 아가씨를 만나서 술마시며 떠들구 마이크잡구 노래두 부르며 신나게 놀았다.
한참을 놀구 있는데 이 술집의 마담이라는 일본 여자가 인사차 우리 테이블로 왔다. 물론 동포 아가씨가 통역을 하구 ....
재미있게 깔깔대며 놀던중 그 마담이 내 시계에 관심을 보였다.
"그 시계 참 이쁘네요. 새건가요? 얼마주구요? " 이런 말들을 일본말루 연달아 물어왔다. 기분이 으쓱해진 나는 허풍을 반쯤 섞어서 시계자랑을 해댔다..가격은 말하지 않고 홍콩에서 새로 산것이며,비싼 시계라는둥, 친구들이 맞장구두 쳤다.
본의 아니게 비싸게 산 시계를 맘으루라두 보상 받고 싶어서.... ㅎㅎ
그런데 마담의 이야기를 계속들으니 내 시계가 탐이 나는 모양이다.
설마 사기야 할려구 하는 마음에 쬐끔 붙여서 이야기 해줬다. 아마두 뒷맛이 짠하게 산 시계를 물리구 싶었던 마음이 있었나보다.
"4,000 불 주구 샀는데 ....."
마담이 한참 통박을 굴리더니 자기한테 팔으라는거다. 많이는 아니여두 조금은 더생각해 주겠다구두 했다. 이 말을 듣구 친구들이 마구 바람을 잡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라. 이거 한국가면 세곱은 받는다"
"평생 찰려구 모처럼 산건데 팔긴 왜파냐? 그 시계 사러 홍콩 또 갈수 없잖으냐?..."
그러자 마담이 애원하듯 이야기했다.
"내가 꼭 선물 할데가 있어서 그렇다. 1,000불을 더해서 5,000 불을 줄테니 제발 팔아라" 이젠 내가 조바심이 났다.더 튕기다 안사면 어쩌나 싶기두 했구.....
친구들두 내 눈치를 보구서 못 이기는체 큰 양보를 하는양 물러서구 말았다.
그래서 거래는 이루어지구 5,000 불을 일본돈으루 환산하니 70만엔 정도가 되였다.
핸드백에 있는 마담돈이 모자라 카운타에 있는 그날 매상을 몽땅 보태구 그래두 모자라 옆가게에서 꾸어온 돈까지 해서 시계값을 맟추어 계산을했다.
70만엔이면 우리나라돈 얼마인가? 지금 10:1로 잡으면 700만원이지만 그댄6:1쯤됐으니 420 만원쯤 된다.
자, 어찌하여 30만원쯤 주고산 시계가 420만원이 됐는가? 여기엔 환율의 착오가 숨어있다. 당시 우리돈과 홍콩달러는 100:1 이였다. 그래서 3,000 불은 30 만원이 된다.
또 우리돈과 미국달러는 800:1 이였다. 그래서 5,000불은 400 만원쯤 된거다.
결국은 홍콩달러로 받아야 하는 돈을 미국 달러루 받으니 그렇게 많은 이익을 남길수 밖에....
그런데 해외를 자주 다녔던 친구들이야 잘못 계산되는 줄 알고 받았겠지만 난 몰랐다. 한국돈으루 받았다면 금방 알았겠지만 일본돈으루 받는데 좀 많다 라는 생각은있었지만 얼마나 많은지는 호텔에 가서 친구들의 설명을 듣구서야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근데 시계값은 그게 다가 아니였다. 시계를 사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마담은 다른테블의 손님이 다 나가자 더 이상 손님을 안받구 샷다를 내려 버리구 우리와 함께 밤새도록 술마시며 진탕 놀아댔다. 물론 술값은 고마움의 표시루 말이다.
무역을 하던 친구들이야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구 재수좋아서 엄청 많이 남는 시계장사를 했다구 하지만, 난 일본 여행내내 가슴을 조렸다. 오사카에서 신깐센을 타구 동경으루 돌아 오는 동안 별별 생각이 다들었다.
"이거 혹시 딴 나라와서 사기치는거 아닌가?" 이런 생각두 들구...
"혹시 다음날 시계방가서 알아보구 사기꾼 잡아달라 공항에 신고하지 않았을까" 하며 겁을 내기두 했다.
동경 일정을 마치구 나리따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서야 비로서 안도에 한숨을 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