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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흑.. 아저씨.. 한번 만 용서해 주세요.. 너무 배가 고파서 그만..
다음부터는 절대 안 그럴게요.. "
"시끄럽다 이년아.. 내가 일찍부터 네년이 가게 주변에서 어슬렁거릴 때
부터 알아봤었다. 사정해도 소용없으니까 만두 값을 내놓던지 아니면
오늘 죽도록 한번 맞아봐라. "
"흑흑.. 아저씨 돈이 없어서 그런 건데.. 만두 값을 내라니요.. 나중에라도
꼭 갚을 테니까 이번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
"이 거지같은 년이 어떻게 도둑질을 하고서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는 거
야? 오늘 단단히 버릇을 고쳐놓지 않으면 안 되겠군..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 흐흐 오래간만에 몸 좀 풀어볼까나. "
"아악. 아.. 저씨! 악~ "
말을 마친 만두집 주인은 가게에서 몽둥이를 들고 나와 거지소녀를 사정
없이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저렇게 맞다가는 정말 죽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주위
에 몰려서 구경만 하고 있을뿐 누구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들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긴 했지만 누구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
었고 구경만 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강운은 너무 화가 나서 당장 모두 때려
죽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지만 화를 꾹꾹 눌러 참고 일단은 거지소녀의
몸 주변에 바람으로 보호막을 만들어 줘서 몽둥이로부터 거지소녀의
몸을 보호해 주었다.
한참 신나게 두들기고 있던 만두집 주인은 거지소녀를 때릴 때 좀전까지
는 느끼지 못했던 이상한 반탄력을 느끼고 의아해 했지만 개의치 않고
좀 전보다 더 세게 거지소녀를 두들겨 팼다.
팔에 있는 힘이 다 빠질 때 까지 거지소녀를 두들겨 패던 만두집 주인은
거지소녀에게 가래침을 퉤 뱉더니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주위에
모여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도 제각기 갈 길을 향해 걸어갔다.
거지소녀가 길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무심한 눈길
로 한번 쓱 쳐다보고는 지나쳐 갔다.
강운은 사람들이 이처럼 인정이 너무 메말라 있는 것에 대해서 화가 났지
만 일단은 거지소녀를 치료해 주는 일이 급했기 때문에 길바닥에 버려져
있는 거지소녀에게 다가가서 소녀를 안아 들어올렸다.
얼마나 못 먹었는지 안아들었는데도 무게가 별로 느껴 지지 않았다.
이렇게 가냘프고 약한 소녀를 만두집 주인은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때렸
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화가 난 강운은 이번에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지 매서운 눈길로 만두집을 쳐다봤다.
생각 같아서는 아예 폭삭 무너지게 만들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렇게 되면
만두집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다치게 될까봐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안에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살펴보던 강운은 다행히 지금 시간이 손님
이 별로 없을 시간이였던지 만두집 안에는 주인장하고 종업원 몇 명밖에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는 사람들이 없는 쪽을 기억해 두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강운이 방향을 바꿔 객점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만두집 주인은 정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아버렸다.
재수 없게 거지소녀가 도둑질을 하긴 했지만 오래간만에 몸을 풀었다는
생각에 흐뭇하게 웃고 있던 만두집 주인은 갑자기 하늘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번개가 치더니 그 번개가 자신의 가게에 정통으로 맞아서
가게의 반 이상이 완전히 초토화 되어 버린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다행히 자신이나 종업원들 중 누구도 다친 사람이 없었지만 이 가게가
어떤 가게였던가.. 20년 동안 피땀 흘려가며 일구어낸 세상 어느 것보다
도 소중한 곳이 아니던가..
만두가게 안에 있던 종업원들도 반쯤은 얼이 빠진 상태로 멍하게 주저앉
아 있었고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도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만두집 주인은 멍한 눈빛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객점의 앞에 도착한 강운은 키득거리며 한쪽 방향을 쳐다봤다.
'이 뚱땡이 아저씨야! 그러길래 사람이 마음을 곱게 쓰라고 그랬잖아?
생각 같아서는 그냥 확 보내버리고 싶지만 오늘만 특별히 참는다..
한번만 더 눈에 띠면 확 쥐도 새도 모르게.. 조심해야 될 거야.. 히히 '
거지소녀를 안고 객점 안으로 들어오는 강운을 본 칠성이의 얼굴이 일그
러 졌다.
"이봐요! 거지는 우리 객점에 출입을 할 수 없으니 바깥에 두고 들어오시
기 바랍니다."
만두집 주인에게 복수를 해줘서 기분이 좋아서 키득거리고 있던 강운은
칠성의 말을 듣고 웃는 걸 멈추고 엄청 살벌한 표정으로 칠성을
쳐다봤다.
"지금.. 뭐라고 했어?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밖에 두고 들어오라고?
만약 밖에 이 소녀를 두고 왔다가 죽기라도 하면 어떡할 거지? "
강운의 말을 들은 칠성은 등꼴이 오싹해졌다. 힘으로는 자신이 강운을
간단히 제압할 수 있을거라고 믿고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강운이
두렵게 보였다.
"쳇! 맘대로 하슈. 대신 나는 모르는 일이고 당신이 마음대로 데려온
거니까 알아서 처신해야 될 거요. "
퉁명스런 말을 던진 칠성은 곧바로 강운을 피해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칠성이 툴툴거리며 주방으로 가고 있는 걸 보고 있던 강운은 세상
인심이 너무 없어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방으로 올라갔다.
한참 검술을 수련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추남은 갑자기 강운이 웬 거지를
안고 들어오는걸 보고 어리둥절해졌다.
"운아.. 어떻게 된 일이야? 그 사람은 또 누구야? "
"몰라. 그냥 쓰러져 있길래 데려왔어. 일단은 목욕부터 시켜줘야 될 것 같
으니까 형은 하던 일 마저해. 아니! 그러지 말고 밖에 나가서 여자 옷이나
좀 사다줘. 여기 주머니에 돈 많이 있으니까 알아서 사와. 나는 얘 목욕좀
시켜줘야 되겠다. "
말을 마친 강운은 주머니를 추남에게 건네며 거지 소녀를 안고 그대로 욕
실로 들어갔고 추남은 강운이 준 돈 주머니와 욕실을 번갈아 보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거지 소녀를 안고 곧장 욕실 안으로 들어온 강운은 소녀의 옷을 벗기고
보기만 해도 질릴 것 같은 때를 밀고 있었다.
"어흑! 이거정말 장난이 아니네.. 뭐가 이렇게 더럽냐? 도대체 얼마나 안
씻었길래.. 으윽! 끝도 없이 나오네. "
강운의 손이 움직일 때 마다 소녀의 몸에서 시커먼 때 칼국수 면발이 끝
도 없이 밀려 나왔다.
한편 강운이 건네준 주머니를 열어본 추남은 주머니 안에 가득 들어있는
금덩어리들을 보고 입이 벌어졌다.
이 정도의 금액이면 추남과 같이 평범한 서민들은 평생을 벌어도 만져볼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거금이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강운이 들어간 욕실과 돈주머니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던 추남
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밖으로 나갔다.
옷집을 찾던 추남의 눈에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옷집이 보였
다. 추남이 옷집에 들어서자 옷집 주인이 웃으면서 추남을 반겼다.
안 그래도 추남은 너덜너덜 해진 옷 때문에 떠나기 전에 옷을 좀 사야
겠다고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자신과 강운의 옷을 먼저 구입하고
나중에 주인에게 넌지시 여자 옷을 달라고 했다.
옷집 주인이 여자 옷을 달라는 추남의 말을 듣고 실실 웃으면서 추남을
툭툭 건드렸다.
"부인 드리시게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
부인이라는 말을 들은 추남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으헉.. 이 아줌마가 누구 앞길을 막으려고.. '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