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바라보기만 하던 차귀도를 걷기 위해 유람선을 탄다.
미리 예약해서 1인당 3천원, 합 만팔천원을 절약하는 알뜰함은 필수.
10시 30분 예약이었으나 빨리 도착해 10시 배를 타기로 한다.
하지만 아뿔사, 관광버스가 오더니 단체 손님이 우르르 배에 오른다.
차분히 다녀오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약 5분 정도 배를 타고 가면 차귀도 선착장.
배를 접안하고 탐방로를 따라 걷는다.
주어진 시간은 겨우 1시간.
한 사람만 갈 수 있는 좁은 오솔길인지라 길게 줄지어 갈 수 밖에 없다.
중간중간 구경하러 멈춘 사람들을 뒤로 하고 부지런히 걷는다.
하지만 여전히 단체객의 꼬리는 길다.
차귀도는 대나무가 많아 죽도라고 불리웠단다.
1970년대 말까지 7가구가 살았는데 탐방로 초입에 그 당시 집터가 남아 있다.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 속 지옥의 훈련장이기도 했단다.
주변 풍광은 시원스럽다.
갈대처럼 길게 자란 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춘다.
녹색의 물결이 섬을 휘감고 있다.
일차 목적지 등대를 향해 쉬지 않고 걷는다.
차귀도의 랜드마크 하얀 등대.
차귀도 등대는 고산리 주민들이 손수 만든 무인 등대로 지금까지 자동적으로 어둠을 감지하고 불을 밝히고 있단다.
등대가 위치한 동산의 이름은 볼래기 동산인데 주민들이 숨을 볼락볼락 가쁘게 쉬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이곳은 사람들의 포토존이다.
일행을 기다리며 여기저기서 찰칵찰칵.
간간히 주홍빛 나리꽃이 파란 하늘과 초록 풀 사이에서 선명한 빛을 뽐내고 있다.
등대 앞에 딱 하나 놓여있는 벤치.
쉬는 곳이라기 보다 줄지어 기다리며 사진 찍는 곳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어느새 시간이 절반 가까이 흘렀다.
단체객을 인솔하던 가이드가 정상에 오르긴 힘들거라며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선착장으로 가란다.
이런, 정상까지 가고 싶었는데...
겨우 1시간 밖에 허락하지 않다니.
패키지 여행에서 느끼는 촉박함을 여기서도 고스란히 느낀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수밖에.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하긴, 정상이라고 해봤자 등대와 비슷한 높이이긴 하지만 뭔가 마무리하지 못한 듯한 아쉬움이 자꾸 덜미를 잡는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10여분이 남아 있다.
등대에서 서둘러 정상을 향했더라면 다녀올 수도 있었겠구나.
차귀도를 방문할 때는 여유있게 천천히 주변 구경하며 등대까지만 목표를 하고 걷거나, 부지런히 걸어서 정상까지 오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유람선 약속 시간이 90분이어서 섬을 한 바퀴 돌아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파도 너울이 세다며 그냥 출발지를 향해 가버린다.
에구 속상해.
그럼 정상에 다녀올 수 있게 10분이라도 더 머물게 해줘야지.
그저 연락선이었구만 칫.
아쉬움이 가득 남은 차귀도 유람선이다.
첫댓글 지금 서울은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요.
창밖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를 고정시켜 봅니다.
오늘 행복하세요.
폭우가 내리는 곳이 많더라구요.
중부지방에 비구름이 걸쳐 있던데 비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제주는 내내 흐리다 소나기가 쏟아지네요.
바람은 역시 제주답게 거세게 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