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무엇인가?]
돈과 관련해서 우리는 두 가지 커다란 착각 속에 빠져 있습니다. 하나는 '근원적 착각'이고, 다른 하나는 '이기적 착각'이 있습니다. 근원적 착각(無明)이 '노예적 삶'이 되는 것이라면, 이기적 착각은 '돈의 노예'가 되어간다는 것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ㅡ> no mercy!
"내가 죽은 다음에는" ㅡ> non my business!
"내가" 대신에, "우리가" 되어야 옳은 해답이 나올 수 있지만 "내가"에 머물면 답은 없고 무간지옥(無間地獄)만이 있을 뿐입니다.
돈이 무엇인가를 알려면 우선 돈의 친구를 알아야 합니다. 흔히 그 사람을 알려면 그의 친구들을 보라는 말이 있듯이, 돈의 '관계'를 주목해봐야 합니다.
가령, 부자유친(父子有親)에서는 '친함'이 경제적으론 돈의 '상속'으로 나타납니다. 상속 관계를 포함한 교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 기능을 하는 게 바로 돈입니다. 국제 무역 관계에서는 교환 대신 '결제'로, 그리고 은행에는 저장(저축)으로, 주식 등에는 투자로, 모두 묶어서 '교환 수단'이라고 보면 됩니다.
돈의 교환 관계에서 주목할 것은 '돈의 크기'(비싸다/싸다)와 '돈의 양'(많다/적다)입니다. 즉, 돈의 '가격' 결정과 돈의 '유동성"입니다.
경제학에서 수요-공급 곡선은 왜 만들어졌습니까? 가격이 결정되는 매커니즘을 알기 위해서입니다. 즉, 가격(돈의 크기, 값, 가치)를 결정하는 구조에 대한 설명입니다.
'물가'라는 것은 돈의 크기(가치) 변화를 나타내는 것으로, 물가가 오르면 돈의 크기가 작아지고, 물가가 내리면 커지는데,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가리킵니다. 즉, 돈과 물건의 거래(교환)에서 나타나는 돈의 크기 변화입니다.
2008년(11월), 짐바브웨에서는 돈의 가치(크기)가 79,600,000,000%까지 떨어졌었던(작아졌던) 예가 있습니다.("하이퍼인플레이션")
우리의 경우, 지난 50년간 짜장면 값이 500배나 올랐습니다.(15원 ㅡ> 7,000원) 즉, 돈의 가치 혹은 돈의 크기가 그만큼 줄어든 것이며, 동시에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돈(money)과 통화(currency)는 다릅니다. 돈은 양적으로 고정이지만, 통화는 늘거나 줄거나 변동이 있습니다. 1달러와 교환하는 데, 지난달엔 1,300원을 주어야 했지만, 이달엔 1,340원을 주어야 교환(환전)되니까요.
돈의 크기를 말할 때는 통화의 크기로 이해하고, 크기를 재는 기준으로는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key currency)가 있습니다.
돈은 시중(시장)에 유통되는데 이를 통화의 '유동성'이라 합니다. 즉, 돈이 움직이는 양(量)을 가리킵니다. 흔히 말하는 '양적 완화'(easy money, QE)란 말은 통화의 양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M0 - M1 - M2 - Lf]로 표현되는 통화지표(currency index)란 게 있는데,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양을 나타내는 척도(기준)로서, 유동성 정도에 따라 통화(M1), 총통화(M2), 총유동성( M3)의 세 지표로 구분합니다.
M0 :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통화
M1 : 실제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통화
M2 : M1에 예금과 적금을 합한 것
M3 : M2에 주식과 채권을 더한 것 (=Lf)
ㆍLf : liquidity aggregates of finance institutions (금융기관 유동성)
ㆍM3라 부르지 않고, Lf로 부르는 이유는,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비상상황이 아니라, 위기상황이기 때문.
ㆍQE(quantative easing, 양적완화) : 시장에 돈을 푸는 것 (채권을 사주는 것)
ㆍTapering(테이퍼링) : 돈을 푸는 속도와 양을 줄이는 것
ㆍQT (quantative tightening, 양적긴축) : 시장의 돈을 거둬들이는 것 (채권을 되파는 것)
한편, 피케티는 돈의 양을 유량(流量 flow)과 용량(容量 capacity, volume)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돈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이 바로 '부채'(빚)인데, 돈은 팽창하려는 성질이 있고 따라서 부채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20세기 철학자들 중 한 사람(실존주의자)인 칼 야스퍼스는 인간의 한계상황을 죽음, 싸움, 고통, 죄라는 '네 가지 한계상황'을 적시했는데, 2024년 현재의 21세기에는 여기에 부채(빚)를 더해 다섯 가지가 되어야겠습니다. (기후위기를 더하면 여섯 가지 한계상황)
돈을 찍어내는 곳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국가가 중앙은행에서 발행합니다. 이것이 다시 시중은행으로 흘러들어가고, 은행들은 예금과 대출을 통해서 국가가 공인하는 독점적 돈놀이를 합니다.
찍어내는 돈이 처음엔 금화였지만, 점차 은화에서 다시 종이조각에 불과한 지폐로 바뀝니다. 일종의 '보관증'과 같은 겁니다. 듣기 좋은 말로 "신용사회"로 표현되지만, 돈을 은행에 가져가면 금으로 바꿔주는 대신, '신용보관증'으로 대체한 것입니다. 오늘날 신용은 부채(빚)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신용은 '지불약속'인 셈이고, "신용이 곧 돈이다"라는 말이 그 뜻입니다.
우리가 은행에 100원을 예금하면, 은행은 10원만 남겨두고 90원은 대출해줍니다. 그 10원이 '은행의 지급준비율 10%'라고 불리우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은 3.5%라고 합니다. 그리고 은행과 비은행의 지급준비율은 대개 7%에서 15% 사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예금한 돈을 "한꺼번에" 그리고 "동시에" 찾으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때때로 "한꺼번에" "동시에" 찾으러 오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른바 '뱅크런' 사태가 일어나는 경우이며, 그 원인은 '신용붕괴' 때문입니다.
신용붕괴가 언제 어느때든 얼마든지 가능한 이유는, 돈이 '신용창조'로 만들어진 '신용화폐'가 되었고, 은행에 5천억 원을 예금하면 대출에 대출을 거듭해 6조 원이 되어 시중에 돈이 돌아다니게 되었으니까요. 따라서 돈이 은행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돈은 계속 늘어납니다. 늘어날 줄만 알았지 줄어드는 것을 모르는 돈입니다.
이자 장사를 하는 은행, 이자를 갚는 유일한 방법은 돈을 또 찍어내는 것 뿐입니다. 즉, 통화팽창은 돈의 숙명인 셈입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필연입니다.
최근 보듯이,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생겨난 2030 부동산 영끌세대의 몰락에 대한 대처란 것이 영끌 투(제2 영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즉,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셈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돈을 마음대로 찍어내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므로.
"이자를 갚으려면 누군가의 대출을 가져와야 한다." [자본주의]
ㅡ 즉, 결국 누군가는 파산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ㅡ 물리학에 '에너지 보존법칙'이 있다면, 경제학에는 '빚 보존법칙'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은행시스템은, 어린이들의 '의자뺏기놀이'와도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경쟁'은 필수입니다.
그러다가 돈이 줄어들게 되면, 기업부도와 개인파산 및 대량실업이 일어납니다. 생산, 투자, 소비가 줄고 실업자가 되고 디플레이션(경기침체)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디플레이션은 누구나 싫어합니다.
경기 호황은 결국 '빚으로 쌓아올린 것'입니다.
'금융위기'가 언제 닥칠 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금융시스템의 위기'가 닥친다는 것은 예측이 가능합니다. 금융시스템위기는 곧 '신용위기'이기 때문입니다.
1944년 브레튼우즈협정으로 금태환 달러를 기축통화로 삼다가, 베트남전쟁 이후 의심을 받다가, 1971년 닉슨에 의해 금태환제를 폐기하면서부터, 위기(금융위기, 경제위기)는 이미 태동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교환을, 금에서 돈으로 그리고 다시 신용으로 발전(?)시키면서, 안전 보다는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봅니다.
돈의 원리를 모르면 돈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나라를 정복해서 예속시키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칼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빚으로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 참조 : EBS커넥션 사이언스 [자본주의]
kjm / 2024.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