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껍데기와 콩알 사이 외 1편
장 욱
햇빛을 부수어 태양의 눈부신 결박을 풀고서야 콩알이 쏟아져 나온다 가열한 흐느낌이 투명하다 콩꼬투리와 콩알 사이 존재와 존재 둥근 관계가 벗겨지면 알알이 맴도는 알몸들 태어날 때 한 몸이었던 탯줄은 말라 비틀어져 흔적도 없고 뿔뿔이 흩어져 타작마당 따가운 도리깨질 앞에서 버티다가 튀어오르다가
맑고 단단한 뼈와 뼈들의 푸른 숨소리
눈동자
조약돌은
깨질 것 다 깨지고 닳아질 것 다 닳아지고 그 맑은 눈물 다 흘리고 눈동자만 남았다
눈을 뜨고는 하늘을 본다 노을 너머 침잠하는 하루 삶의 무게 빈 손을 본다
눈을 감고는 저를 본다 부딛히고 깨진 상처 깨끗이 씻어 내려놓는 맑은 힘을 본다
시인 장 욱
장욱 시인은 아버지의 꽹과리 소리로부터 전통 농악의 정서를 물려받아, 이를 시조로 풀어내는 '거리-놀이-가락 환타지'를 꿈꾸고 있습니다. 농악을 민중의 언어이자 원형문자인 '소리'로 인식하며 삶의 뿌리인 흙과 땅의 기억을 시로 되살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문학은 정통과 현대, 민중성과 예술성을 잇는 시적 굿판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는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88년 [월간문학](시조), 1992년 [문학사상]9시)로 등단했고 전주 기전중학교 교장을 역임했습니다. 시집으로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겨울 십자가], [조선 상사화], [두방리에는 꽃꼬리 새가 산다], [민살풀이춤], [분꽃 상처 한 잎], [태양의 눈 기억함을 던져라], 등과 디카시집 [맑음], 논저 [최승범 시조시 연구] 가 있습니다. 풍남문학상, 한국예총회장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