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우주항공의 날은 평화를 위한 것인가?
한국은 2025년 5월 27일을 첫 ‘우주항공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이 경상남도 사천에서 열립니다. 이날은 우주항공청 개청을 기념하고 첨단 기술과 미래 산업을 홍보하는 국가 주도의 대대적인 행사로 기획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날과 우주항공주간이 기리는 기술과 산업의 실체는 ‘우주를 둘러싼 외교·국방·산업적 목표의 통합’과 산업 체제의 군사화입니다. 또한 우주산업은 환경, 안전, 노동, 건강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주는 전쟁을 위해 있습니까?
2022년 한국 국방부는 첫 ‘국방우주전략서’를 마련하고, 우주를 새로운 군사작전 영역으로 규정했습니다. 국방우주전략서는 2030년과 2050년을 목표로 한 중·장기 우주전략을 담은 것으로 2023년에 창설된 대한민국 항공우주작전본부는 한미연합군사 작전의 핵심 지휘 통제소로 미국 우주군과 함께 우주작전 계획 및 훈련을 수행 중입니다. 이는 우주를 공동의 삶의 공간이 아닌, 국가 방위와 공격력 강화를 위한 군사적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2025년 한국 공군은 미국 우주군과의 합동 우주훈련에 참가했습니다. 이는 한국이 미 패권을 위한 우주 군사동맹 체계에 편입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주기술은 ‘민군겸용’이라는 이름의 무기산업
‘누리호’와 같은 한국형 발사체 기술은 정부와 언론에 의해 민간 우주탐사의 상징으로 포장되고 있지만, 실상은 고체연료 로켓, 감시위성, 레이더 통제체계 등과 연결된 이중용도 기술입니다. 이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쎄트렉아이 — 는 모두 국방과학연구소(ADD) 및 방위사업청과 협력하며, 로켓과 위성을 전쟁을 위한 산업적 도구로 만들고 있습니다.
2025년 4월 15일에는 한미 민간우주대화가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민간기업 간 협력과 우주 상업화를 주제로 삼았지만, 이는 결국 한미 협력과 군사동맹이라는 프레임워크 속에서 논의된 것입니다. 작년 9월 우주항공청, 산업통상자원부, 방위사업청의 ‘우주산업 표준·인증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은 우주항공청이 육성하는 우주산업과 군대의 결합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하늘 위의 무기 체계
최근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Iron Dome)' 기술을 한국과 공유해 안보 협력을 강화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체계는 고도화된 탐지·요격 기술을 바탕으로 하며, 우주에 떠 있는 감시 위성과 지상의 요격 시스템을 통합하는 장치입니다. 이스라엘은 현재 국제적 비난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2024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조차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과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불법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언돔 기술의 공유는, 이스라엘 무기 기업과의 협력을 계속해 온 한국을 무기 판매의 타겟이자 학살의 공모자로 더 깊이 연루되게 합니다. 한편 최근 트럼프 미 정부 또한 아이언돔을 흉내낸 ‘골든 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우주 점유를 통해 제국주의적 지배를 구상하고 실행해나가려는 시도입니다.
‘공중 방어’의 논리는 결국 전 지구적 감시망과 논리로 확장됩니다. 이는 단순한 ‘방어’가 아닌, 전면적인 군사기술적 통제 체계의 구축이며, 우주 공간을 신냉전 군사적 경쟁의 무대로 바꾸는 일입니다. 우주의 군사화는 평화와 환경을 위협하며, 기후 붕괴를 가속화하고 전쟁의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또한 우주 군사화를 견인하는 우주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 확대는 가난하고 평범한 시민들의 삶을 지탱하도록 하는 공공시설 및 복지를 위한 재정을 빈약하게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이득을 얻는 것은 무기체계를 제작하는 한화 등 일부 기업들뿐입니다. 시민들의 삶은 더욱 위태로워집니다.
규제자유특구,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2025년 3월, 대전광역시는 ‘대전 우주기술 연구·활용 특구’가 제15차 규제자유특구로 공식 선정되었음을 발표했습니다. 유성구와 대덕구 일대 약 515만㎡ 면적에서 고압가스 기반 우주추진 부품의 실증시험, 제작, 인증 등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게 됩니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 등으로 제한되었던 위험한 실험 행위들이 “규제자유”라는 이름 아래, 시민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규제가 해제되고 있습니다.
우주추진용 고압가스는 폭발성과 인체 유해성이 높은 위험물이며, 사고 발생 시 지역 주민과 노동자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힙니다. 그러나 현재 이 기술은 ‘규제자유특구’라는 틀 속에서 현실적인 영향평가나 안전대책도 없이 실험될 예정입니다. 게다가 특구 사업은 대전시가 ‘2030 우주산업 종합계획’과 연계하여, 향후 1조 3천억 원 규모의 파급효과와 389명의 신규 일자리를 예측한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이는 정량화된 수치로 포장된 미래담론일 뿐입니다. 사실상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이나 장시간 비정규직 고용 구조, 환경영향평가 등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생명과 안전을 무너뜨리는 우주개발 방식
이렇듯 우주의 군사화, 우주 무기산업, 그리고 이를 육성하기 위한 규제 면제 속에서 지역 주민의 삶, 자연 생태 환경, 노동자의 안전과 모두의 평화는 무시되고 있습니다. 왜 우리의 땅과 하늘은 군사적 실험장이 되었습니까? 왜 그 기술의 실험은 노동자의 생명, 시민의 건강을 담보로 강행되는 것입니까? 그리고 왜 이 모든 것들이 평화와 미래라는 이름으로 포장됩니까?
대선 후보들에게 요구합니다
현재 주요 여·야당 대선 후보들은 모두 AI 3대 강국과 우주항공, K-방산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첨단 기술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포장되는 이 부문들은 산업 체계의 군사화를 암시합니다. 팔레스타인을 AI 무기의 실험실로 사용하는 이스라엘의 반인륜적 행보가 머잖아 한국의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겨울, 민중이 계엄과 내란에 맞서 싸웠던 것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주항공의 날이 진정 평화적인 미래를 기리는 것이 되려면, 이날은 기업의 이윤과 군사력의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전쟁과 학살 없이,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 없이, 지구와 우주 환경의 파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지구와 우주를 위한 상상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한 민중의 염원과 광장의 시간을 기억한다면, 대선 후보들은 지금 당장 AI 및 AI를 위한 원전 육성, 우주항공 산업, K-방산에 대한 공약을 철회하십시오. 우주 군사화와 군사동맹을 경계하고, 땅과 하늘의 평화, 생명 안전, 생태 수호를 위한 체제와 정책을 강구하십시오.
2025년 5월 26일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
http://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52617214614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