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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19일부터 10월 10일까지 읽은 내용 중 일부분
아동문학과 서민성 : 열등의식의 극복
우리 어린이문학의 큰 문제점은 어린이가 읽지 않는 어린이 문학이 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보지 않고 있는 어린이 문학 작가다. 동시고 동화고 대체로 시인과 작가의 자기만족으로 쓰고, 어린이는 2차 독자로 밀려 나가고 있거나 애당초 독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예 어린이란 머리말까지도 문학의 명칭에서 떼어버리자는 주장까지 있다. 어린이 문학이 어린이에서 유리되어 있고 그러한 상태에서 어린이 문학은 시련을 겪고 있다.
어린이 문학 작가들의 어린이 소외 내지 기피 태도와 어린이 문학 불신감, 일반 문학에 대한 선망과 모방 경향은 어린이 문학 작가들의 열등의식에 기인한다. 이 열등의식은 우리 민족의 대부분이 공통으로 갖는 일반적인 것도 있지만, 일반 문학에 대한 차등 의식이 겹친 두 겹의 열등의식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면, 서울에 가서 공부하는 학생이 시골 고향에서 꾀죄죄한 모습의 어머니를 가리켜 우리 집 식모라고 친구에게 말하는 예에서 가난하고 약한 자신을 부끄러워하여 덮어 감추기에 정신을 잃고 있다. 이 정신 상태는 봉건시대 이후 우리 민족의 삶의 방식이 되어 오늘날 우리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외국 세력의 위협과 봉건 왕조의 학정과 그 뒤를 이은 군국주의자들의 총칼 앞에서 불합리한 생활을 함으로써, 그 열등의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그 속에서 불합리한 생활을 함으로써 그 열등의식을 더욱 심각한 상태가 되도록 조장한 노예근성이 우리 문화에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불건전한 방법으로 겉치레 생활을 하고 남의 겉모양을 흉내 내는 것이 모든 일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오히려 정상으로 알 만큼 되었다. 영국이나 미국 같은 부유한 나라보다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큰 집을 지어 살려고 하는 현상은 가난한 사람이 부유한 척하고, 약한 사람이 강한 척하여 열등한 자기를 우월한 사람으로 보이면서 스스로 그렇게 착각하고 살아가려는 것이다.
어느 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1학년 여자 아이가 날마다 등에 아이들의 책 보퉁이를 지고 재를 넘어 3km를 날라다 주었던 일을 알게 된 아이의 어머님이 학교에 와서 눈물로 호소하여 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여자아이의 아버지가 그 마을 어느 집에서 머슴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놀라운 일은 그 아이가 자진해서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다. 자신한 아이도 남에게 책 보퉁이를 맡기는 아이들도 모두 봉건시대부터 물려받은 노예의 습성이다. 씻어 버리지 못하는 열등감 속에 살아가는 슬픈 민족의 특성으로 강자 앞에서 굴복하지만, 약자 앞에서 강자로 군림하는 것이다.
어린이 문학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정신을 좀 먹고 있는 열등의식을 소멸시켜 주는 해독제 노릇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가정과 사회와 학교의 교육이 이룰 수 없었던 막중한 임무를 효과 있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근대 어린이문학이 출발하던 때. 곧 방정환, 마해송, 이주홍, 이원수, 이들이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적어도 어린이 문학에서 어린이가 주인이 되어 있었고 작가도 민족과 어린이를 위한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었으나 8.15를 지나고 6.25를 거친 오늘날에 와서 그러한 이념은 대부분의 작가들에게서 찾기 힘들게 되었다. 이런 신념을 확립하지 못하는 작가들이 어린이의 열등의식을 없애 줄 수 있는 문학을 창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 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쓰는 원동력은 사라진 이념의 자리에 물질적 이익과 입신 양명에 대한 관심 그리고 오락적 취미 같은 것이다. 특수한 개성과 정신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작가들도 이런 물질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열등의식으로 살아간다. 거기다 어린이 문학 작가들은 다른 일반 작가들과 비교해서 물질적 대우가 박약하다는데 또 하나의 열등의식을 안고 있다. 출판업자들은 아이들이 사주지 않는 책을 출판해 달라고 하지 말고 자비로 내든지 아니면 좀 더 재미있는 작품을 써서 아이들이 읽도록 해 보라고 한다. 어린이들을 버려두고 작자 자신의 장난감으로, 오락감으로 즐기면서 쓰거나 어린이문학 작품만 쓰는 사람보다 다른 일반 문학 작품도 겸해서 쓰는 사람이 더 유능한 작가라고 하는 말 또한 신념 대신 우월감 자체로 열등감을 뒤집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어린이문학이란 장르를 뚜렷이 인정하고 또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쓰는 유능한 작가가 많이 나와 주기를 바라는데 어린이문학 이외의 작품은 안 쓰고 쓰더라도 덜 쓰고 작가의 힘을 어린이 문학에 더욱 많이 바치기를 바라지만 유능한 작가일수록 그렇게 해 주면 좋겠는데 무능한 작가는 무능하기 때문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른 문학 쪽으로 가 버리지도 못하고 어린이들에게 열등감만을 안겨준다. 그래서 열등의식을 극복해야 할 작가의 창작 태도로 7가지를 제시했다.
1. 돈과 물질적 겉모양으로 모든 가치를 매겨지는 사회와는 전혀 다른 정신적 질서의 세계를 창조해 보여주기
2. 민족과 어린이의 현실을 바로 보고 인간다은 양심을 가지고 문학을 창조하기
3. 어린이 세계에 침투되어 있는 힘의 숭배 태도를 바로잡고 참된 민주 정신을 심어주기
4. 가난하고 약한 자에게 위안과 희망, 용기를 주기. 이것은 인도적 책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기
5. 거짓스럽고 비뚤어진 것을 그대로 눈감아 버리지 말고 그것을 비판하고 바로잡는 양심과 정의감을 뭄에 붙이도록 하기
6. 꾀부리고 약빠른 처세술이 어린이의 세계에서 경멸되고, 솔빅 소박하고 순진한 동심이 옹호되도록 하기
7. 열등의식을 불식시켜 주는 적극적인 주제와 내용이 아니라도, 모든 어린이가 실감할 수 있는 참된 세계를 보여주기. 이는 어린이를 문학의 주체로 파악하고 그들의 정신을 충만하게 하여 주는 길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열등의식을 조장하는 문학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가를 보여 준다.
1.우리 민족의 처지에서 당치도 않은 사치한 생활과 감정의 표현
2.입신출세식 사고와 생활 모습을 긍정적으로 그린 작품. .
3.현실을 기피한 폐쇄 심리 속에서 그리는 백일몽을 문학적 상상으로 알고 있는 작품
4.어른 중심의 취미 오락 관심을 그린 것. 어린이를 완구나 도구로 보는 태도의 작품.
5.어른 문학을 모방하는 상태에 빠진 것. 내용이 없는 장식 문장으로 된 것. 감가적 기교주의 작품.
6.세상 모든 것이 어린이를 위해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안이한 사고 위에 이뤄진 작품. 인간의 삶을 왜곡시켜 표현한 것. 현실성이 없는 것
7.어린이의 생활과 감정을 이탈한 작품을 비호하는 비뚤어진 문학 이론. 어린이를 멸시하고 어린이와 어린이문학에 대한 신념을 동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불성실한 발언
8. 일반 문학작품에서 작가들이 열등의식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를 참고로 살펴본다.
첫댓글 <시정신 유희정신> 읽을수록 이오덕 선생님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한국아동문학에 대한 안타까움들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