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농・축협 조합장에 진출하신 여러분들께!
배종렬(전남서남부채소농협 초~3대 조합장)
지면을 통해 뵙게 된 것 기쁘네요. 제가 일했던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은 여러분이 일할 농협과 너무 생소한 조합이어서 나의 권고가 와닿을 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길은 하나입니다.
우리 조합은 조합원도, 사무실도, 사무직원도, 기본자산도 없는 무에서 시작해서 15년 후 농림축산식품부 평가 유통부문 제1위를 2년 연속 지정받는 농협으로 성장했습니다.
무안군농민회가 대정부 투쟁에 한계를 느껴 투쟁만이 아닌 양파, 마늘 생산자조직이 필요하다는 결의가 있었고, 무안군농민회 전·현직 임원들의 합의와 함께 몇몇 임원들이 10만원씩 출자한 돈으로 생산자조직에 착수했으나 주위는 장벽에 쌓여 있었습니다. 지자체, 주위 농협, 유통상인들이 모두 우리를 적대시 해왔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급선무가 조합원 확보, 사무실과 사업장 확보, 양파·마늘 유통정보 습득, 직원 확보와 급료와 경영비 확보였습니다. 경영비 확보를 위한 사업잉여 만들어내는 일도 마찬가지 일이었습니다
조합원 조직을 위해 마을을 순방하여 마을 마다 영농법인을 만들고 이를 법인 등기하고 일부는 미처 등기를 못한 상태로 연합조직을 만들어 등기법인 11, 미등기 법인 7 등 18법인이 연합하여 <무안군양념채소유통사업영농법인>이란 이름으로 등기하여 출범했습니다. 산 넘고 강 건너면 대해가 앞을 가리고 폭풍우도 몰려왔습니다. 내우외환이란 말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 삶 전체를 바쳐 도전해가기로 다짐했습니다.
몇가지 권하고 싶은 것은,
첫째, 배워야 합니다
“알이야 면장도 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농협장은 알아야 할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협동조합원론, 회계재정, 농산물유통, 농산물저장·가공·포장시설에 대한 지식, 농산물시장정보,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보, 각종 농자재에 대한 정보 등등 다 열거하기 어렵네요.
나는 조합원들의 양파·마늘을 잘 팔아주기 위해 시장정보를 파악하려 가락시장을 비롯 구리, 영등포, 청량리, 인천, 안양, 수원 대전, 천안, 대구, 부산, 광주 등의 국내 도매시장과 일본 도쿄, 오사카, 고베, 후쿠오카, 중국 상하이, 호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LA의 외국농산물시장, 마늘·양파가공센터, 마늘축제 등을 방문하며 벤치마킹했습니다,
우리농협은 양파·마늘의 저장·가공·포장시설의 설비가 필요했으므로 전문가와 전문업체를 방문하여 조언을 구하고 배웠습니다, 국내의 주요 시설들 중 무안군내 많은 시설들, 해남의 참다래유통센터, 문경의 신미네 유통시설, 국외로는 일본 홋카이도 이와미자와(岩見澤) 농협유통센터, 아와지시마(淡路島) 다마나농협, 독일 프랑크프르트 근교의 농산물유통센터, 스페인 농산물유통센터(김호산 상무 파견)를 방문했습니다. 국내 농협으로는 서울우유농협, 도드람양돈축협, 경북성주의 수륜농협, 참외농협, 상주원협, 제주원협, 광주원협, 나주원협, 대전원협, 군산원협 등 많은 농협을 방문해 벤치마킹했습니다.
또한 대학교와 연구기관 교수와 연구관 등 전문가들도 수없이 방문해 배웠습니다.
둘째는 교육입니다
제가 일한 조합에서는 조합원 교육으로 작목반 단위(마을) 교육을 조합장과 지도부장이 실시했고, 전체 조합원 교육은 교육관을 마련하여 연간 3회 실시하는데 강사는 정관계, 학계, 선진농가, 친환경농업인 등 다양한 과제를 교육했습니다. 주산단지의 농작을 배우기 위해 양파·마늘 주산단지인 창령·남해·의성·성주 등지를 견학했고, 일본의 아와지시마와 홋카이도, 중국의 주산단지도 견학시켜주었습니다. 농협 등 생산단체는 서울우유조합, 도드람축협, 문경 신미네유통, 창녕농협과 원협, 동남해농협, 성주의 참외원협과 수륜농협, 제주원협 등을 방문 교육하고 유통정보를 배우기 위해서 가락도매시장, 구리도매시장, 인천도매시장, 신유통시설로는 양재, 성남, 대전, 경북, 천안 등 물류센터를 견학했습니다.
직원 교육은 자체 교육과 전문교육기관에 파송하여 교육하고 각종 자격증 취득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므로 직원들이 다른 조합에 비해 각종 자격증 보유자가 많았습니다. 또 통일농업을 다지기 위해 농협중앙회 무안군지부장과 이사들과 함께 평양도 방문했습니다.
셋째는 인사가 만사입니다
우리 농협들이 유통사업에 전문성을 발휘하고 그 중에서도 판매사업을 잘해야 하는데 뭐니뭐니해도 신념을 갖춘 유능한 판매팀장(상무)을 확보하거나 길러내야 하고 그를 뒷받침할 전무나 상무이사의 체계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또 이렇게 확보한 팀장이 실력을 일정기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외부압력으로부터 지켜주어야 합니다. 유통계의 베테랑이 되려면 많은 연륜이 필요한데 농협은 순환근무제가 내부 조례화되어 있어 2년을 한자리에 근무하면 자리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판매팀장을 자주 교체하다보면 일반 농산물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농협장으로 있는 기간 판매팀장의 장기근속에 대해 중앙회 감사 때마다 지적사항을 받았고 불이익을 받아왔지만 끝까지 지켜주었고 후임조합장도 계속 지켜주었기 때문에 그는 산지양파·마늘 유통계의 왕자가 되었고, 도매시장이나 양파마늘업계가 그를 인정하고 농산물구매업계가 그와 조합을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인사가 다 중요하지만 내가 또 노력한 것은 지도팀장의 확보였습니다, 친환경농업 등 농업기술과 농가경영, 농업정책 등에 이르기까지 전문성을 가춘 지도팀장의 확보는 조합원들의 갈증을 풀어주는데 기여하고 조합장의 조력이 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넷째는 가시적 업적의 유혹에서 벗어나 사람 중시의 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금년은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아 “사람이 다시 하늘이 되다”, 또 요즘 경제에도 사람중심의 경제가 논의됩니다.
조합장은 많은 시간을 마을단위 작목단위를 방문하여 조랍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애환을 같이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지역의 두레문화를 공유해야 합니다. 이런 대화 속에서 두레공동체의 비전을 공유해야 합니다.
조합장은 조합원을 하느님처럼 모시고 섬겨야 합니다. 이것이 동학의 신조입니다. 동학의 최제우, 최시형, 전봉준 등 지도자들이 그렇게 사신 분들입니다. 여기서 동학의 수운 최제우 선생의 인내천사상 ‘사람이 곧 하늘이다’ 더 나아가 해월 최시형 선생의 삼경()사상-경천(), 경인(), 경물()-과 동학의 접과 포는 개벽세상의 모델입니다. 여러분은 인내천, 삼경, 접과 포를 실천하는 조합장들이 되어주세요.
민중의 벗, 고 정광훈 의장은 농민운동가들의 자녀들 이름을 다 외우고 있었습니다. 나는 정의장님의 자녀들 이름을 못 외우고 있었는데 정 의장께선 우리 애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나를 만날 때마다 자녀들 안부를 묻습니다, 이것은 동지애의 극치입니다. 우리 무안군에 이재현 군수님이 계셨는데 250여 마을 이장의 이름과 마을 상황을 소상히 알고 있어서 이장을 만나면 이름을 다정히 불러주고 마을의 숙원사업을 숙지하고 있으면서 미리 어떻게 도와주면 하겠느냐? 고 묻고했다 합니다. 조합장들도 이렇게 하면 성공하는 조합장이 될 것입니다.
요즘은 PC소프트웨어가 발달해 있으니 조합원 상황표를 만들어 저장해두고 조합원이 찾아왔을 때나 방문했을 때 조합원 자녀들의 학업, 직장문제, 조합원의 꿈을 미리 알고 넌지시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조합원이 천명이건 삼 천명이건 조합 전체가 조합장과 한 가족이 되지 않겠습니까?
다섯째는 농협을 생산협동으로 발전시키고 들녘공동체 활동까지 끌어올려야 합니다.
농협의 전신은 일제 하에서는 금융조합으로 고리대금업을 하던 신용사업 중심이었지요. 다음은 경제사업을 한답시고 대기업의 제품을 팔아주는 비료, 농약, 비닐, 기타 농자재를 취급해왔고, 요즘은 농협들이 좋은 지점을 확보해 대형마트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서비스업의 발전으로 농협마트가 없어도 농민은 편리한 구매처가 즐비합니다.
농민 조합원의 요구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농산물 판매사업입니다,
그런데 농산물 판매협동을 해가다 보면 생산협동이 요청되게 됩니다. 내가 일했던 무안지역이나 전남, 신안, 함펑, 해남 고흥 등과 경남북 제주도 등 양파·마늘 주산단지와 해남의 배추 등은 대부분 농협과 조합원간에 계약재배사업을 하지요.
그런데 수확기에 수확할 노동력이 태부족하다보면 계약 재배한 양파·마늘·배추 등 계약재배농산물을 위약금을 감수하며 밭떼기상인에게 팔아넘기는 일이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우리 농협은 이를 방지하고 조합원의 농작업을 돕기 위해 양파·마늘 이식과 수확작업을 대행하는 작업반을 조성하여 조합원의 작업을 지원합니다.
이와 같이 작업반을 운영할 때 농가 단위로 작업을 실시하다보면 그 농가의 재배지가 이편 끝에 위치해 있고, 다른 재배지는 맞은편 끝에 있어 많은 작업인원을 옮겨가는 낭비시간이 발생하게 되어 인건비 절감이 어렵게 되고, 대형수확기, 이식기 등의 이동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농작업비가 예상을 뛰어넘어 기계화의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됩니다.
또 작업반이나 작목반을 운영하다보면 한 들녘 안에 한마을 경작자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러 마을 분들이 경작하고 있는 상항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생산협동은 마을 단위를 넘어 들녘공동체 활동을 필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들녘공동체는 지질 등 농작환경이 동일하므로 사전 교육을 통해서 품종선택, 파종시기, 이식시기, 수확시기 등 농작업 일시를 들녘공동체에서 기획해서 실시한다면 농작업의 기계화와 농작업의 효율화를 거둘 것입니다. 내가 조합장시절 무안군 해제면 신월리에서 양파 수확 후 운송까지 포장단위도 20kg 포장망이 아닌 500kg 톤백에 담아 이송하는 사례를 창출했던 것입니다.
면관계로 소개하지 못하는데 식량자급의 일환이 될 <벼들녘두레공동체>협동이 우리농협의 긴요한 과제입니다. 사례로는 경북 의성군 단북면 안계평야의 성암리 칠성들녘 「칠성들녘경영체」요, 저의 제안은 저의 회고록 「한반도라는 감옥에서」 p247부터 기술되어 있습니다.
끝으로 덧붙이면 조합장은 도덕성과 헌신성이 요구됩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빌며 여러분이 일하는 조합이 인류사회가 꿈꾸는 알뜰한 협동사회의 모델이 되기를 빕니다.
새로 농축협 조합장에 진출하신 여러분들께(배종렬).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