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다드의 서, 제8장 일곱 동행자가 독수리 둥지로 미르다드를 찾아가다
그날 미카욘과 나는 아침기도를 하지 않았다. 우리가 결석한 것을 눈치챈 샤마담은 우리가 밤에 미르다드를 찾아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몹시 기분 나빠했다.
그러나 그는 또다른 기회를 엿보느라고 그곳에서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다른 동행자들은 우리의 행동에 대단한 흥미를 느끼고 아침 기도에 결석한 이유를 알고 싶어했다.
스승이 기도에 반대하라고 우리를 선동했다고 생각한 자도 있었다. 스승의 정체에 관해 호기심 가득한 추측을 하는 자도 있었다. 누구 한 사람 그를 밀항자로 믿는 자가 없었다. 그러나 누구나 그에게 많은 것을 묻고 싶어 했다.
스승은 방주의 일에서 해방되자, 늘 '검은 구덩이'에 접해 있는 조그만 동굴에서 지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 동굴을 '독수리 둥지'라고 불렀다. 샤마담을 제외한 우리 일곱 사람은 그날 오후 미르다드를 찾아가 깊이 명상중인 그를 보았다.
그의 얼굴은 빛나고 있었다. 그가 눈을 들어 우리를 보았을 때 그 빛은 더욱 빛났다.
미르다드가 말했다.
"참으로 날쌔게 그대들은 자신들의 둥지를 발견했다. 미르다드는 그대들로 인해 기쁘다."
아비말이 말했다.
"방주가 우리들의 둥지입니다. 어째서 이 동굴을 우리들의 둥지라고 말하는 겁니까?"
미르다드가 말했다.
"방주는 예전엔 독수리 둥지였다."
아비말이 물었다.
"그럼 지금은 무엇입니까?"
미르다드가 말했다.
"두더지 굴이다. 아아!"
아비말이 말했다.
"여덟마리 두더지가 아홉 마리째인 미르다드와 함께 있나니!"
미르다드가 말했다.
"비웃기는 쉽다. 그러나 이해하기는 어렵다. 비웃음은 늘 비웃는 자를 비웃어 왔다. 왜 혀를 쓸데없이 움직이는가?"
아비말이 말했다.
"우리를 두더지라 부르면서 비웃은 건 당신입니다. 왜 우리가 그런 놀림을 받아야 합니까? 우리는 노아의 불꽃을 계속 붙여 오지 않았습니까? 예전엔 거지 몇 명만 살던 황폐한 이 방주를 풍요로운 궁전보다 더 풍요롭게 하지 않았습니까? 방주의 지배권이 강대한 왕국이 될 때까지 계속 넓혀오지 않았습니까? 만약 우리가 두더지라면 실제 우리들은 굴파기의 왕이 되는 것입니다."
미르다드가 말했다.
"노아의 불꽃을 태우고 있는 것은 제단뿐이다. 그대들 자신이 제단이 아니라면, 그리고 그대들의 마음이 땔감과 기름이 아니라면, 제단에 불꽃을 태운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방주는 지금 금과 은이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그 때문에 방주는 삐걱거리면서 몹시 기울었으며, 이제는 엎어질 정도다. 하지만 어머니 방주는 '생명'으로 가득 차 있었지. 죽어 버린 무거운 돌을 싣지 않았다. 홍수가 방주에 대해 무력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나의 동행자들이여, 죽어버린 무거운 돌에 주의하라.
자신의 신성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진 자에겐 모든 것이 죽어버린 무거운 돌이 된다. 그는 세계를 자기 안에 간직하지만, 그 무게는 실어나르지 못한다.
내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금 은을 내버리지 않으면, 그 금 은으로 인해 밑바닥까지 몰락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소유하는 것에 소유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물에 사로잡히고 싶지 않다면 사물을 잡은 손을 놓아버려라.
어떤 것에도 값을 매기를 것을 중지하라. 아무리 평범한 것이라도 값을 매길 수는 없으니까. 그대들은 한 조각 빵에도 값을 매긴다. 그렇다면 왜 태앙, 공기, 대지, 인간의 땀과 기술에는 값을 매기지 않는가?
그것 없이는 한 조각 빵도 있을 수 없으련만.... 자신의 생명에 값을 매기고 싶지 않다면, 사물에 값을 매기는 짓을 그만두라. 인간의 생명은 인간이 중시하는 그 어떤 것보다도 존귀하다.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자기 생명을 돈과 같은 차원에 두지 않도록 주의하라.
그대들은 방주의 지배권을 몇십 리나 넓혔다. 그러나 설령 그 지배권이 대지 전체를 덮었다 해도, 그대들은 한계가 있는 갇혀진 상태다. 미르다드는 그대들에게 무한을 두르고 덮어 주고 싶다.
바다는 대지가 간직한 물방울에 지나지 않지만 대지를 두르고 덮고 있다. 바다가 인간보다 더 무한하고 광대하겠는가? 인간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측량한 뒤 그 한계를 보았다고 생각할 만큼 유치하게 굴지는 말라.
아비말의 말처럼, 그대들은 굴파기의 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둠 속에서 일하는 두더지로서다. 두더지가 자신의 미궁을 파면 팔수록 그 얼굴은 태양으로부터 멀어진다.
아비말, 나는 그대의 미궁을 알고 있다. 그대의 말처럼 그대들는 소수다. 스스로는 세상의 모든 유혹을 끊고 신에게 자신을 바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대를 세상과 연결하는 길은 어둡고 꼬불꼬불하다. 그대의 정욕이 이 신의 제단위에서 쉬쉬 소리를 내며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 내게 들리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그대의 질투가 꾸불꾸불 돌아서 들어오는 것이 내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인가? 그대들은 소수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소수 속에 너무나 많은 무리가 있도다!
만약 그대들이 실제로 굴파기의 왕이라면, 훨씬 전부터 대지를 뚫는 굴뿐만 아니라, 저 위에 있는 태양을 뚫는 굴, 그리고 하늘을 배회하는 다른 모든 별을 뚫는 굴을 파지 않으면 안 된다.
두더지가 코와 발톱으로 어둠을 뚫는 길을 파도록 내버려 두라. 그대들은 왕도를 발견하기 위해 눈꺼풀조차 움직일 필요가 없다. 이 독수리 둥지에 앉아서'상상력'을 발동시키라.
상상력이야말로 놀랄 만한 보배로 인도하는 신성한 손이다. 놀랄 만한 보배란 그대 자신의 왕국인 전인미답의 존재다. 대담하고 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그 인도를 따라가라.
상상력이 새겨진 발자취가 설사 가장 멀리 떨어진 별에 있다 해도, 그것은 이미 그대가 그곳에 도달해 있다는 징조이자 증거다. 왜냐하면 그대들 속에 있는것, 또는 그대들의 일부인 것말고는 그대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란 없기 때문에.
나무는 그 뿌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는 뻗어나갈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다. 인간은 영원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한계를 두는 짓을 그만두라.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이 없어질 때까지 뻗어나가라. 자신이 우연히 머물고 있은 곳이 그 어디일지라도, 그곳이 전세계가 될 때까지 뻗어나가라.
자기 자신과 만나는 곳이 그 어디일지라도, 그곳이 신과 만나는 곳이 될 때까지 뻗어나가라. 뻗어나가라. 뻗어나가라!
어둠을 꿰뚫어볼 수 없는 덮개라 믿고 어둠 속에서 행동하지는 말라. 어둠 속에서 장님인 인간에 대해 부끄럽지 않다면, 적어도 반딧불이나 박쥐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나의 동행자들이여, 어둠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이 세상 만물의 필요에 따라 단계 지워진 밝기 정도다. 그대들에게 밝은 대낮이 불사조에겐 희미한 빛이다.
그대들에게 한밤중이 개구리에겐 밝은 대낮이다 어둠 자체가 덮개 없이 드러나 있을진대, 그 어둠이 어떻게 무언가를 덮는 덮개가 될 수 있겠는가?
어떤 사물에도 덮개를 씌우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대의 비밀을 폭로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 덮개 자체일 것이다. 마개는 항아리 속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뱀과 벌레로 가득 찬 항아리의 마개가 열릴 때, 그것이 재앙이다.
내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어떤 숨이든 가슴에서 토해낼 때는 반드시 가슴 깊숙이 있는 것을 널리 알려라. 어떤 눈길이든 반드시 그 눈의 전부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정욕과 두려움, 미소와 눈물 같은 것들을 문으로 들어온 온갖 꿈은 반드시 다른 모든 문을 두들인다. 그렇다면 그대들은 꿈을 어떻게 보는 가에 신경써야 한다.
어떤 꿈을 문 안으로 불러들이고, 어떤 꿈을 통과시켜야 할지 배려해야한다. 그러나 그대들이 그러한 배려와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면, 미르다드는 기쁨으로 그 길을 보여 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