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24/08/24 작은 숲, ‘불광근린공원’이 파헤쳐지고 있다.
은평구 불광동에는 동네 주민들이 아끼는 작은 숲이 있습니다. ‘불광근린공원’입니다. 경사진 곳도 있고 계단이 놓인 곳도 있지만 대체로 경사가 완만해 주민들이 곧잘 산책을 즐기는 곳입니다.
북한산과 가까운 이 작은 숲은 수종이 풍부하고 우거져서 여름 새벽녘에 가면 마치 깊은 산중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가장 큰 산책로로 한 바퀴 돌면 1km 남짓 되고, 초입에서 정상까지 높이가 기껏해야 70~80m밖에는 안 되는 곳이지만, 나무들의 생육만으로 보면 건너편 북한산 숲에 비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새들도 무척 많습니다. 이 작은 숲 안은 여러 새들의 소리로 언제나 시끌시끌합니다. 아물쇠딱다구리와 오색딱다구리, 굴뚝새와 동고비 등을 만나러 이 공원을 찾는 동네 주민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봉산에도 시행하고 있는 “무장애숲길 조성사업”의 1단계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공사를 위한 각종 자재가 숲속에 쌓여 있고, 일부 구간(대암아파트~미성배드민턴장 구간)은 기초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데크 기초 공사를 하는 곳이나 자재를 쌓아놓은 곳에서는 여지없이 잘려 나간 수많은 나무들이 그루터기만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은평민들레당은 봉산에 조성된 무장애숲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왔습니다. 그 문제점이 그대로 불광근린공원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불광근린공원 역시 애초에 공원 입구까지 휠체어가 접근하기조차 어려워 과연 ‘무장애’ 숲길이라 부를 수 있을지 그 실효성도 의문입니다.
한편, 불광근린공원으로 접근하는 인접 지역은 재개발 대상 지역입니다. 조만간 이 작은 숲 주위로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이미 불광근린공원 서쪽에 있는 미성아파트단지와 함께, 남쪽에 거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이 근린공원은 아파트 절벽으로 가로막히게 됩니다.
불광동만의 개성을 가진 작은 숲을 실효성 없는 천편일률적인 사업으로 망가뜨리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데크길 조성 공사에 더해 아파트 단지까지 들어서 생태가 너무 많이 훼손되지는 않을지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