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필 목사의 일본선교 비망록 - 12 - 전도지 배포 시작
주일이 되어 예배를 드리고자 하니 성도 수는 예전보다 훨씬 줄어 이제 여 집사님 두 분만 앉아 계신다. 성전은 넓고 방음처리는 되어있지 않아 쩌렁쩌렁 울리니 스피커에서 나오는 설교 목소리도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이곳 지역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파악이 어려웠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교회 건물은 군마현 중에서도 상당히 외진 곳에 위치한다.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건물을 인수하신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일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정식 종교비자가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일본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더구나 아직 전도사 신분이었으니 본격적인 선교활동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전도를 시작하자. 한국인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모르기에 우선 전도지를 만들어 주변 주택가를 돌리기로 마음 먹었다.
인터넷을 통해 주변을 살펴보자 대다수가 논밭이며 간혹 주택단지가 있고 그 외에는 띄엄띄엄 집들이 있을 뿐이다. 우선 교회 주변 몇몇 단지들을 공략하기로 했다. 한국어 전도지 도안을 인터넷에서 구한 다음 일본어로 번역하여 출력한다. 그리고 대상 단지 지도를 손에 들고 경로를 확인하며 걷는다.
교회 위치를 알려주며 이번에 새로 부임하게 되었기에 인사를 드린다면서 한 집 한 집 초인종을 누르며 방문한다. 실제로 돌아보니 대부분이 60대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리 젊게 보아도 70대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고백하자면 워낙 우상들이 가득한 곳이기에 물이라도 끼얹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각오까지 했었으나 다행히 그와 같은 험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며칠 동안 돌아보니 교회에서 왔다고 하자 아예 전도지 자체도 받아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일일이 대면을 하게 되니 시간도 많이 소요되어 배포할 수 있는 전도지의 절대량도 적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그 다음부터는 오직 각자 우체통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전도지를 손에 들고 돌아다니다 보면 예상치 않는 일을 겪기도 한다. 어느 골목에 들어가니 담벼락 위에 놓인 마네킹 머리를 보고 기겁을 하기도 하고, 대걸레를 뒤집어 놓은 것이 마치 사탄 얼굴처럼 보인 적이 있어 소스라치기도 했다.
바깥에서 마당 손질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말을 걸어본다. 어떤 분은 기독교 교회에서 왔다고 하자 대뜸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일본인이니까 종교는 불교. 정치는 자민당이야”
불교는 그렇다고 치고 일본인이기 때문에 자민당이라고 하는 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으나, 더 이상 드릴 수 있는 말씀을 찾지 못한 채 어색한 미소를 띄며 발길을 돌렸다.
일본은 동네에서 묘지들이 눈에 많이 띈다. 사찰에서는 주수입원 중 하나가 묘지관리이기에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불교사찰 뒤편에는 어김없이 묘지들이 조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주택가에도 버젓이 크고 작은 묘지들을 볼 수 있다. 공공자료에 의하면 일본은 현재 화장율이 99.97%라고 하며, 공동묘지는 대부분이 가족묘이다.
전도지를 돌리다가 그와 같은 묘지를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마태복음 8장 22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죽은 자들이 그들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나를 따르라 하시니라”
복음은 지금 죽은 사람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저기 묻혀 있는 사람들은 내가 전하는 복음을 들을 수가 없겠구나. 더 늦기 전에 부지런히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