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은
장기적 인간 관계의 근본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아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 명 이상의 보호자와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제 2차 세계 대전으로 이후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지만, 그 중에서도 부모를 잃어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었지요. 이로인하여 UN에서는 영국의 정신분석가인 존 볼비(John Bowlby)에게 이 문제에 대해 분석을 요청했고, 애착이론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볼비는 전쟁 후 수용 시설이나 병원에 있는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이후 그는 어린 아이들이 부모와 장기간 떨어져 있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경우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갖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죠.
볼비가 정립한 애착이론에 의하면
아이들은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성인과 애착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기거나 걸어 다닐 수 있게 될 무렵부터 아이들은 친숙한 대상을 애착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의지하게 되죠. 이렇게 애착 대상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 몇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보통은 인지력이 발달달한 6개월 후부터이며, 이때 애착 대상이 되는 부모나 조부모의 반응이 아이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아이의 감정은 물론, 이후의 각종 관계 형성에 있어서도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아이는 애착 대상과 관계가 맺어지면 그 대상을 자신과 가까이 두려고 합니다. 이는 ‘애착 행동’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울거나 웃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애착 대상이 자신의 주변에 머물도록 하기 위한 것이죠. 물론 애착 대상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불안함을 느끼기는 하는데요. 이는 정상적인 반응으로, 진화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해야할 요소 중 하나입니다.
볼비는 애착 형성에 관해 동물학과 인지심리학,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논물을 발표 했습니다. 이후 그는 1969년부터 1982년까지 <애착과 상실>이라는 세 권의 책에 자신의 애착이론 연구 결과를 담았는데요. 그가 밝힌 애착 행동 발달의 4단계를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애착 행동 발단 4단계
1. 전애착(Pre-attachment) 단계
아이는 생후 2개월 동안 울음이나 웃음 같은 ‘애착 신호’를 습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 아이는 이 신호로 애착 대상의 접근을 유도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기울이죠. 즉 애착 대상이 누구인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2. 차별화 애착(Orientation with Discrimination) 단계
생후 7개월 정도가 되면 아이는 사람을 구별해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애착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다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죠. 때문에 부모 같은 낯익은 애착 대상에게 더 활발히 반응을 보이는 단계입니다.
3. 안전 기지 애착(Safe-base Attachment) 단계
아이들은 생후 6개월을 전후해 스스로의 힘으로 기어 다닐 수 있게 됩니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직접 부모 또는 애착 대상에서 다가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며, 부모를 ‘안전 기지’로 삼아 새로운 것들에 호기심을 나타내게 되죠. 하지만 동시에 낯가림도 시작하게 됩니다.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보여지는 불안(Stranger anxiety) 반응도 크게 늘어납니다.
4. 목표-수정 동반자(Goal-corrected Partnerships) 단계
마지막 단계는 3세 이후 나타나는 변화로, 아이들이 애착 대상의 감정 등을 이해할 수 있어 그들의 행동에 따라 자신의 애착 행동 목표를 수정합니다. 만약 아버지가 너무 바빠서 잘 볼 수 없을 경우, 아이는 무작정 울기 보다는 좀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행동을 식으로 말이죠. 이 단계의 애착 관계는 비로소 쌍방향 소통을 하게 됩니다.
성인이 갖는 애착
볼비의 애착 이론 연구는 이후 다른 심리학자들과 학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발달심리학자인 메리 에인스워스(Mary Ainsworth)도 그 중 하나로, 그녀는 볼비의 이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인물입니다.
에인스워스는 아이에게 나타나는 애착 행동에 대한 패턴을 정립했습니다. 그녀는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과 불안정-회피(Insecure-avoidant) 애착, 그리고 불안정-저항(Insecure-ambivalent) 애착으로 애착 행동을 분석했죠.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디 헤이잔(Hazan)과 필립 쉐이버(Shaver)는 이 이론을 어른 사이의 애착 관계로까지 확장시켰습니다. 친구 또는 애인 관계 역시 애착 행동 요소들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죠. 헤이잔과 쉐이버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들에게서는 안정과 불안정-몰입, 거부-회피, 두려움-회피 등 네 가지의 애착 형태를 발견했습니다.
신디 헤이잔과 필립 쉐이버의 ‘성인들의 애착 관계’
-안정적인 애착 관계: 안정적으로 애착 관계를 형성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그리고 둘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관계에서는 서로의 친밀함과 독립적으로 행동하려는 욕구를 잘 조절하게 되죠.
-불안정-몰입 애착 관계: 다소 과한 친밀함을 요구하며 의존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서로에 대해 잘 믿지 못하고, 본인과 상대방 모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데요. 때문에 격하게 감정 표현을 하거나 즉흥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부-회피 애착 관계: 독립심이 강해 자칫 애착 관계 형성을 꺼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혼자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애착 감정을 갖거나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두려움-회피 애착 관계: 가까운 관계에 대해 불분명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 애착 관계 형성에 대한 두려움과 갈망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방은 물론 자신마저도 부정적으로 생각해 보수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려고 합니다.
혹시 혼자일 때가 더 편한가요
혹시 점심을 혼자 드셔본 적 있으신가요? 종종 혼자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드시나요? 그리고 이런 혼자만의 시간들이 친구들 또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보다 더 편안하신가요? 이런 분들은 애착이론에 따르면 ‘거부-회피’ 또는 ‘두려움-회피’ 애착 관계에 해당하는 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유형에 관해 다룬 책도 있습니다. 오카다 다카시가 쓴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라는 책인데요. 이 책에서 저자는 앞서 언급된 유형을 ‘회피형 인간’이라고 명명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피형 인간은 ‘책임이나 귀찮은 일은 피하고 결혼도 하지 않으며 아이 낳기를 꺼리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어 전적으로 애착이론에 따른 분류와 일치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단, 이런 사람들이 자칫 도전과 감정적 상처를 두려워해 자신의 능력보다 질적으로 낮은 삶에 만족해버리는 것은 큰 손실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자신이 혹시 거부-회피나 두려움-회피 애착 관계 유형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