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일간의 짧은 일정으로 몽골을 다녀 왔습니다
울란바타르와 테를지 국립공원만 보기는 뭣해서 울란바타르에서 700km가량 떨어진 홉스골호수까지 날라가서 둘러 보았는데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는지 아니면 비행기+차량으로 주마간산격으로 바삐 둘러 보아서 그랬는지 관광지로서의 몽골은 그리 큰 감동을 주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유라시아 대륙의 중부를 관통하는 거대한 스텝지역의 초원과, 눈이 시릴 정도의 푸른 하늘과 구름, 그리고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은 과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몽골은 자연보다도 한 위대한 인물, 칭기스칸으로 더 유명합니다
12세기 중반 홀연히 몽골초원에서 일어나 흩어져 있던 몽골족을 일거에 규합, 거란(요), 여진(금), 탕구트, 호라즘 등 모든 주변국가를 파죽지세로 짓밟더니 그의 아들(주치, 차가타이, 우구데이, 톨루이), 손자(바투, 구육, 뭉케, 쿠빌라이, 홀레구 등)들은 서진을 계속하여 동유럽(폴란드,체코,헝가리), 러시아(키에프) 그리고 서남쪽의 이슬람세계(이란,이라크, 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등)도 모두 접수하였는데 만약 당시의 왕인 3대칸 뭉케가 죽지 않았다면 이집트를 포함한 북아프리카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4대칸인 쿠빌라이 시대에 들어서는 南宋까지 완파하여 거대한 중국은 유목민 출신의 황제를 모시는 원(元)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칭기스칸은 당대 약 40개의 국가를 정복했고 약 1만 2,000개의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었는데 정복과정에서 적이 항복하지 않거나 이미 정복한 도시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일말의 연민도 없이 남녀노소, 군인, 민간인 구분 없이 무차별로 처단하고 그들이 키우는 가축이나 개까지 깨끗하게 도륙을 하는가 하면 가옥, 논밭 등 모든 생산시설도 철저히 불태우고 파괴하여 서양에서는 인류역사상 가장 야만적이고 잔인한 정복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역사상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최대의 영토를 가진 제국을 성립시켜 “팍스 몽골리카(PAX MONGLICA)” 체제하에서 동서양의 문물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한동안 국가, 민족간 전쟁이 없는 평화스럽고 진취적인 시대를 열어 나간 점은 서양史家들로 부터도 높이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태리의 마르코 폴로가 쿠빌라이의 元을 방문한 후 동방견문록을 쓰고 이에 자극을 받은 스페인, 포르투갈이 ‘대항해의 시대’를 열어 미대륙을 발견하고 영국, 네델란드 등 북유럽 등도 뒤따라 나서서 지구의 곳곳을 탐험하고 개척해 나간 것도 결국은 몽골제국이 유라시아를 통폐합한 결과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이 위대한 시대를 살았던, 실질적으로 세계사를 처음으로 열었던 몽골족의 현재는 너무 답답해 보입니다
원나라의 황실이 점점 한족화 되어 가더니 유목민족의 기상을 잃어 버리고 결국은 몽골로 쫒겨 간 이후 부터는 계속 내리막길.. 청나라의 지배를 받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공산국가로서 새출발을 했으나 내몽골은 계속 중국의 영토로 남아 버리고 진작 근대적 문물을 습득치 못한 유목민족은 바뀐 세상에 적응을 못해 아직도 가난하게 살아 가고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칭기스칸의 웅혼함을 체감코자 몽골의 초원과 울란바타르 시내 곳곳을 다녀 보았으나 그의 자취는 여러 상품(예컨데 보드카의 상표, 상점이름, 음식이름 등등)의 상표에서만 살아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의 무덤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그의 궁전도 없습니다. 다만 새파란 하늘과 아름다운 뭉게구름, 그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 위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양, 염소, 말, 야크와 목동들만이 눈에 보일 뿐..
문화적 기반이 빈약한 떠돌이 유목민족의 한계라고나 할까..
초원의 폭염과 강추위를 견뎌낸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 목축과 사냥을 통해 어릴 때부터 전투의 기술을 터득하고 말의 속도와 활의 원거리 공격력을 극대화 시킨 그들의 우월한 전쟁수행능력은 오늘날 아무 소용이 없어 보입니다.
시원찮고 불편한 몽골문자는 요즘 러시아의 키릴문자로 대체되었고 인구의 1%은 매년 코리언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나와 돈을 벌고 있습니다. 몽골은 “금을 깔고 앉은 거렁뱅이”라는 우스개가 있듯 무궁무진한 지하자원을 가지고도 어떻게 개발해야 되는지를 잘 모르고 있는 듯 합니다.
한국이 이 참에 그들에게 부족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제공하여 광대한 땅(남한의 17배)을 활용하고 지하자원을 개발해서 두 나라가 같이 번영할 수 있도록 “국가연합” 같은 걸 해 보는 건 어떨지 생각해 봤습니다
그들의 시원찮은 말과 글도 과학적인 한국어로 대체하고, 목축은 과학적인 영농으로 草地를 관리해서 생산력을 높이고… 특정지역에 산업단지를 만들어 몽골자체 공산품도 조달하고.. 한국-만주-내몽골-몽골을 연결하는 철도와 고속도로를 개설하고.. 더 나아가 중국이 약해지면(내분으로) 예전 우리의 땅이었던 만주와 내몽골을 정복하거나 구입(미국이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사 들였듯)하여 퉁구스족을 기반으로 한 위대한 국가를 만든다는 꿈 같은 이야기.. ㅋㅋ
몽골은 어쨌든 가능성, 잠재력이 많은 나라입니다
유목민족 특유의 기질이 근.현대사의 질곡을 거치면서 현대적 질서에 아직 적응치 못하고 있지만 적은 인구(200만미만)로 세계를 제패하고 관리했던 그들의 강인한 정신력과 전략적 사고력, 동서양의 문명과 종교를 아우르는 그들의 포용력, 융합력은 언젠가는 폭발적으로 분출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무릉공항(홉스골호수로 들어가는 하늘의 관문)
무릉마을
몽골의 말. 유럽, 아랍종 보다 덩치는 작지만 지구력이 좋고 추위, 더위에 잘 견딘다. 몽골군들은 전쟁 시 기마병 1명당 3필의 말로 번갈아 타며 진격했다고 한다. 만약 군사가 2만명이면 6만마리의 말들이 움직였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이 6만마리의 질풍노도가 일으키는 거대한 초원의 먼지에 적들은 도망가기 바빴다고 한다. 칭기스칸의 군대는 이러한 심리전에도 능했다고 한다. 점령한 도시를 싹쓸이해서 죽이고 철저히 파괴하는 것도 심리전의 일종.
새파란 하늘과 구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관광객을 위한 호숫가의 게르.
우리 일행은 이 게르에서 2박 3일간 주로 음주로 시간을 보냈다..(ㅋㅋ)
홉스골주변의 토족 "차탄족"의 주거지
차탄족은 순록을 기르며 산다
방목 중인 양
양치는 아이들
마치 바다처럼 보이는 홉스골호
마치 태국 푸켓에 온 느낌 ?
홉스골호수는 "몽골의 푸른 보석" 혹은 "몽골의 알프스"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고 현지몽골인들에게는 "어머니의 바다"라고 불리워 지고 있는 몽골 최대의 호수이다. 전혀 몽골답지 않게 울창한 삼림으로 둘러 싸여 있고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의 보고이다. 크기는 제주도의 면적만큼이고 수심은 240m 정도도 바다보다도 깊다.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물빛.. 전혀 오염되지 않은 태고의 물이다
일명 "하얀산" 바위 위에 서 있는 "어워"(우리나라 서낭당 같은 곳)
풀을 띁고 있는 야크 무리
승마를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무릉공항을 떠나며..
첫댓글 여기도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
1천8백여년전의 일이지만
영웅으로만 알고 있었던 징기스칸, 한 개인의 탐욕과 우매함으로 수천만명의 죽음, 고통을 당했음을 생각하니 너무 열받는다. 지금은 무덤까지도 흔적없이 사라졌고...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가르침이 돠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