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楚)나라 28대 군주는 平王이었습니다. 평왕에게는 건(建)이라는 태자가 있었고 그 태자의 태부(스승) 오사(伍奢)가 있었으며 그 밑에 부태부로 비무기(費無忌)가 있었습니다.
오사는 태자를 가르칠 수 있는 지식과 품성이 충분하였으나 비무기는 간사한 사람으로 스승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평왕은 태자 建이 성장하여 결혼 상대로 진(秦)나라 공주를 맞이하기로 하고 비무기를 사자로 파견하였습니다.
비무기는 진나라 공주가 너무 예쁜 것을 보고 돌아와서 평왕에게 "정말 빼어난 미인입니다. 이런 미인은 왕께서 차지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태자는 대신 다른 여자를 물색하여 결혼을 시키면 문제가 없겠습니다."라는 엉뚱한 보고를 하였습니다.
멍청한 평왕은 비무기의 감언이설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진나라 공주를 비(妃)로 맞아들였습니다. 그 사이에 진(軫)이라는 사내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비무기는 태자의 수발을 들다가 평왕에게 아부하여 평왕의 측근인 비서로 자리로 옮겼습니다.
비무기는 타고난 간신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평왕의 사후(死後)에 태자 건(建)이 왕이 되면 자신은 죽는다는 것을 계산하고 평왕에게 "전하! 태자 建이 공부도 게을리 하고 주색잡기에 빠져 노는데 정신이 없습니다. 그럴바에는 변방의 수비대장으로 보내 정신을 차리도록 함이 좋을 듯 합니다."라고 건의를 하니, 멍청한 평왕은 또 그대로 승인하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잘 지내던 비무기는 진(秦)나라 공주의 소생인 진(軫)을 태자로 삼아 자기의 출세길을 열어놓기 위해 변방의 태자 建이 군사를 동원하여 반란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허위보고를 하였습니다.
어리석은 평왕은 장군 분양(奮揚)에게 명하여 변방의 태자를 죽이도록 하였습니다.
명을 받은 장군 분양(奮揚)은 태자에게 비밀리에 파발마를 띄워 "태자께서는 빨리 피하십시오. 목숨이 위험합니다."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태자 建은 송나라로 도망쳤습니다.
비무기는 표적을 바꾸어 이번에는 항상 자기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자기가 하는 일에 방해가 되는 오사를 제거하기로 하였습니다.
태부 오사가 태자 建과 공모하여 반란을 일으키려 했다고 평왕에게 허위보고를 하여 오사를 옥에 가두었습니다.
비무기는 오사에게 두 아들이 있는데 두 아들을 불러서 다 죽여야 한다고 건의하였습니다.
또 멍청한 평왕은 그 말을 곧이 듣고 두 아들을 불렀으나 큰아들 상(尙)은 왔으나 작은 아들 자서(子胥)는 송나라로 도망쳐 버렸습니다.
할수없이 평왕은 오사와 오상 두 父子만 처형하였습니다.
비무기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하자 평왕을 완전히 자기 손 안에 쥐고 온갖 횡포를 저질렀으며, 그런 비무기를 처단하자니, 비무기의 권세가 너무 커져 처단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습니다.
평왕은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병들어 죽고 밀았습니다.
한편 송나라로 도망쳤던 오자서는 그곳에서 먼저 도망간 태자 建을 만나 같이 있다가 鄭나라로 갔으나. 태자 建은 거기서 죽고 오자서는 다시 오(吳)나라로 건너가 오왕(吳王) 합려(闔閭)에게 식객으로 들어갔다가 공을 세워 일약 대장군이 되었습니다.
그 때 마침 제(齊)나라에서 병법의 대가 손자(孫子)가 망명해 왔습니다.
그래서 오왕 합려는 그 두 인재를 이용하여 초(楚)나라를 침략하였습니다.
사실 吳나라가 楚나라를 침략하게 된 것은 오자서의 복수심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자서는 대병력을 지휘하여 초나라 궁중까지 처들어가 작살을 내고 자신의 아버지와 형을 무참히 살해한 평왕이 이미 죽은 뒤였으므로 그의 묘를 파헤쳐 관을 쪼개고 채찍으로 300대를 쳐서 복수를 하였습니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부관참시(剖棺斬屍) 즉 관을 쪼개서 시체의 목을 잘랐다는 말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친구 신포서는 "아무리 복수라지만 시체 훼손은 인간으로서 차마 못할 짓이 아닌가!"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이에 오자서는 "날은 저물고 갈길은 먼데 이렇게라도 복수를 하지않으면 언제하겠는가. 나를 밉다고 하지 말고 나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보게"라고 답하였습니다.
여기서 나온 고사가 일모도원(日暮途遠)입니다. 즉 해는 저물어 가는데 갈길이 멀다는 뜻입니다. 아마 오자서는세월이 흘러 늙어가는데 복수할 날이 그리 많지않다는 뜻으로 친구 신포서에게 했던 말 같습니다.
여하간 어느 시대건 나라를 부흥시키는 명군(名君)과 충신(忠臣)이 있는가 하면 나라를 망치는 암군(暗君)과 간신(奸臣)이 있습니다.
지도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간신들입니다. 지금 이나라에도 나라를 망치려는 간신 모리배들이 득실거리고 있습니다.
이 간신 모리배들을 빨리 처단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외부의 적(敵)보다 내부의 敵에 의해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안전사고는 예방이 최선의 방법이듯 亡國도 예방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모든 일에는 시기가 있습니다. 시기를 놓치면 敵으로부터 역습을 당한다는 것은 아동상식입니다.
고대 중국의 군왕들이 역성혁명으로 나라와 권세를 잃은 것은 간신들의 횡포를 알면서도 우물쭈물 하다 시기를 놓친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명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