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해 페북글
‘앗! 저 양반’
오늘 아침 7시 아산을 가기 위해 서울역에 갔다가 아는 얼굴을 봤다. 내 기억으론 직접 만나본 적은 없기에 인사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얼굴을 내건 그의 기명 칼럼과 행동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 역시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그는 경북대 토목공학과 한00 교수로서 MB정권부터 수자원학회 부회장, 학회장 등 국내외 여러 학회 중요 직책을 맡았다.
윤석열 정권에서 정년 퇴임 후 경북대 명예교수이자 현재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과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한00 교수는 2009년 6월 16일 기명 칼럼을 통해 “4대강 살리기사업으로 획기적이고 근원적으로 수질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수생태계를 건전하게 복원하는 전기로 삼아야 하겠다.”라고 했다. 전형적인 ‘MB어천가’이자 ‘4대강 찬가’였다.
2009년 7월 1일 자 칼럼에선 “4대 강 사업은 하천이 가지는 기본 기능인 이수, 치수, 환경 생태가 확보된 상태에서 위락 친수 및 역사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낙동강에 물이 풍부해지고 수질이 개선되면 생태계가 복원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많은 주민들이 하천 주변으로 모여들게 된다. 주민들의 쾌적한 하천 생활도 가능해져 하천변에서 수상 레저, 생태 투어 등을 통해 다양한 친수 활동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도 했다.
4대강사업이 성공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낙동강은 15년째 ‘녹조 공장’이란 오명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또 대규모 녹조 창궐이 이산화탄소의 28배 온실효과를 지닌 메탄 발생과 연결되면서 ‘메탄 공장’이란 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수 활동이라고?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녹조가 올라오는 곳에서 물놀이는 상상도 못 할 짓이 됐다.
반 백년 이상 낙동강 어부로 살아온 이들은 망가진 강 때문에 피눈물을 토한다. 강이 막혀버리면서 토종, 치어 등 상관없이 모든 걸 먹어 치우는 강준치만 득세한다. 겨우 물고기를 잡아도 녹조 때문에 판매는커녕 자기 자식들에게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4대강사업을 그렇게 예찬한 한00 교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 토목공학과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국 4대강 공사 현장을 두 번 방문했다. 2019년 5월엔 독일에서 베른하르트 교수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는 “한국 방문 전 4대강사업 단면도를 구해서 확인하고 ‘이건 운하다’라고 확신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독일에선 80년 전 포기한 (운하) 사업을 한국에서 왜 추진하려 하나?”라며 “4대강사업은 자연에 대한 폭력(rape)”이라 비판했다.
독일에서 RMD(라인마인도나우) 운하는 한 시간에 화물선 1대 운행할 정도로 경제성이 없다(독일 임혜지 박사 증언). 그래도 내륙의 다른 국가와 연결됐기에 없앨 수 없는, 그야말로 애물단지 같은 존재로 연명할 뿐이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내륙으로 운하를 하겠다니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는 건 당연했다.
사실 4대강사업이 한반도 대운하라는 건 모를 수 없었다. 일반인들도 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을 이 분야 전공 토목공학 교수들이 몰랐을까? 불행히도 국내 주류 학술단체 임원급 등은 ‘4대강사업은 운하가 아니며, 이 사업을 통해 수질·수생태계 개선, 경기 활성화, 국격 향상 등 모든 걸 이룰 수 있다’고 했다. MB는 전지전능했고, 4대강사업은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다는 식으로 국민을 현혹하려 했다.
그들은 앞다퉈 기명으로 4대강 예찬 칼럼을 써댔다. 그들에게 학문적·사회적 진실은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 같다. 4대강사업 이후 자신들 발언의 책임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권력과 자본에 친화적이고자 했다. 그래야 높은 자리, 즉 국가 귀족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4대강에서 끔찍한 잔혹사가 벌어지면서 사회적·생태적 약자가 피해를 받는 동안 그들은 승승장구했다. 학술적 양심을 외면하고 권력과 자본에 종속된 대가로 훈·포장을 받았고 공공기관장과 학술단체장에 올랐다. 누구처럼 정년 퇴임 후 ‘명예교수’ 타이틀을 달았다. 그들은 그걸 자신의 화려한 경력으로 뽐내고 있다.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4대강 자연성 회복 공약을 밝히자, 그때 그들이 다시 나서고 있다. 박석순 전 이화여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엊그제 문화일보 기명 칼럼에서 그는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전 국립환경과학원장’이란 직책을 앞세웠다. 박 전 교수는 여전히 ‘4대강사업은 잘된 사업이며, 문재인 정부의 재자연화 정책은 실패했다. 보는 문명’이라는 식으로 주장했다.
박석순 전 교수의 4대강사업 관련 후안무치 언행은 이미 4대강 전도사 열전으로 기록 해뒀다. https://blog.naver.com/ecocinema/120185608913
그는 4대강 녹조를 ‘바이오 에너지’, ‘화장품’으로 활용하자고 했다가, MB정부 청와대에서도 퇴짜 맞기도 했다. ‘보가 문명’이란 주장에 대해 베른하르트 교수는 “4대강 보가 문명이라고? 문명이란 이름의 범죄”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https://blog.naver.com/ecocinema/221580126899
헛소리(bullshit)에 현혹당하면 세상은 혼탁해진다. 4대강찬동 세력이 4대강사업 관련해 ‘효과가 있다, 성공했다’는 식으로 여전히 몽니를 부리지만, 4대강사업은 실패했다. 그 실패에 따른 피해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2018년 감사원은 4대강사업 비용편익(b/c)을 0.21로 분석했다. 1,000원 투입하면 210원 건지는 사업이란 의미로, 향후 50년 동안 25.4조 원 낭비를 전망했다.
그뿐만 아니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가 4대강사업에 대해 “우리 사회가 22조 원을 쓰고 확인한 것은 ‘고인물은 썩는다는 상식’”이라고 했듯이, 우리 사회의 이성과 상식을 마비시켰다. 대규모 녹조 창궐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위태롭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은 그래서 중요하고 시급하다.
소설가 이외수 선생이 <보복전문대행주식회사>에서 묘사했듯이, 어쩌면 헛소리를 내뱉는 4대강찬동 세력에겐 녹조라떼 원샷과 녹조 샤워가 적격이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헛소리에 현혹되지 말자. 그리고 흐르는 강물을 상상하자. 강은 흘러야 아름답다. 그래야 더 많은 생명을 품을 수 있다. 그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미래다.
퍼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