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16화 솔직함이라는 이름의 무례함
《⑥물색없는 것들》#260713 정해진 틀에 맞추지 못하고 겉도는 존재들
by여유시간
10시간전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나는 원래 솔직한 사람이야."
이 말은 때로 좋은 의미로 쓰인다.
가식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상대에게 진심을 전한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모든 솔직함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솔직함에는 반드시 함께 따라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배려다.
배려 없는 솔직함은 진심이라기보다, 상처를 정당화하는 말이 되기 쉽다.
자신은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했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오래 남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뒤끝이 없어."
"나는 할 말은 하는 성격이야."
이런 말 뒤에는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태도가 숨어 있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것과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화가 난다고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고, 기분이 나쁘다고 거친 말을 하는 것을 솔직함이라 부르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솔직함이라기보다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익숙하지 않은 상태일 수도 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어린아이가 자신의 시점과 다른 사람의 시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피아제의 '세 산 모형실험'이 대표적인 예다.
아이들은 자신이 보는 풍경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 타인의 시점을 충분히 이해하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관점만이 기준인 사람이 있다.
내가 기분 나쁘면 상대도 잘못한 것이고,
내가 괜찮으면 상대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성인의 자기 중심성은 어린아이의 미숙함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어린아이의 미숙함은 성장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이 자신의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면서도 타인의 감정을 살피지 않는다면, 그것은 관계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된다.
말에는 무게가 있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그 무게는 더 커진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오랫동안 기억으로 남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진짜 성숙한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는 사람이 아니다.
말할 수 있어도 한 번 더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어도 상대의 마음까지 함께 살피는 사람이다.
나는 이것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능력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하지만 상대의 마음까지 함께 생각하는 것은 의식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배려는 타고나는 성격이라기보다, 살아가며 조금씩 익혀 가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진짜 어른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다룰 줄 알고, 그 감정이 타인에게 어떤 무게로 닿는지 아는 사람이다.
- 브런치 작가 여유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