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끊기보다 채널을 조정하며 살아간다⑫
《①나는 101살》
by여유시간
Jun 23. 2026
살다 보면 "손절해야 한다", "단절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물론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관계는 완전한 단절이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살아왔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가까이 두지는 않는다.
오랜 친구라도 반복되는 행동을 보며 "이 사람과는 결이 다르구나" 싶으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둔다.
그렇다고 모든 관계를 끊어버리지는 않는다.
내게는 사람마다 여러 개의 채널이 있다. 함께 일하는 채널, 정보를 나누는 채널, 취미를 공유하는 채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채널, 그리고 마음을 나누는 채널.
어떤 채널은 닫힐 수 있다. 하지만 하나가 닫혔다고 나머지까지 폐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관계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역할의 묶음에 가깝다.
어떤 사람은 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마음의 영역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정보만 공유되는 관계로 남기도 한다. 그 구분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어릴 때부터 같은 방법에 반복해서 당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한 번은 모르고 당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방식에 계속 넘어가는 것은 경험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미워서 거리를 두기보다, 반복되는 패턴을 보고 관계의 위치를 다시 조정한다.
SNS와 취미 공간에서는 이 방식이 더 분명해진다.
SNS에서는 사람을 연구하지 않는다. 깊이 있는 이해보다 반복되는 패턴이면 충분하다.
어떤 행동이 지속적으로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분류가 가능하다.
SNS에서의 관계는 다층적이지 않다. 각 사람은 하나의 채널처럼 드러난다.
배경도 맥락도 제한된 상태에서 보이는 것은 결국 반복되는 행동뿐이다.
그래서 SNS에서는 사람 전체를 해석하려 하기보다, 그 채널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를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취미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SNS와 카페는 내 취미를 즐기기 위한 곳이지,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결이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느라 내 즐거움까지 잃고 싶지는 않다.
온라인에서의 채널은 현실과 다르다. 일, 가족, 생계처럼 반드시 유지해야 할 구조적 관계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단순하게, 더 빠르게 정리된다.
누군가는 단절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관계를 유지한다. 나는 그 중간쯤에 서 있다.
사람을 끊기보다 채널을 조정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오랫동안 선택해 온 방식이다.
- 브런치 작가 여유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