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2007.3.15. 10면 <경제광장>
터지는
꽃망울 국민 곁으로
이
내 수 (사)향토지적재산본부 이사장
여러
차례에 걸친 매운 꽃샘추위도 꽃망울이 터지는 힘을 막을 수는 없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산에서 들에서 자연과 더불어 스스로 피어나는 꽃들도
인간에게 기쁨의 선물을 주지만, 밭이나 온실 속에서 농민의 보살핌으로 피어나는 꽃망울도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정서를 키우기는 마찬가지다.
식용으로
이용되는 대개의 농산물은 1인당 소비량이 제한을 받아 수요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인간의 감성과 관계되는 매개체를 생산하는 화훼농업은 그
한계를 신축성 있게 극복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화훼농업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선 화훼유통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훼 수요 증대에 걸림돌이 되면서,
꽃이 국민 생활 속에 뿌리 내리는 데 저해요인이 되는 비뚤어진 유통관행은 바로 경조사에 사용되는 화환의 사후처리에서 발생하고 있다.
연간
1조원에 달하는 화훼유통량 중 절반은 절화가 차지하며, 이중 70%는 결혼식과 장례식의 경조사용이다. 그런데 이들 화환이 몇 번씩 재사용되면서
꽃을 통해 기쁨과 슬픔을 실어 보내는 사람의 정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화훼유통을 왜곡시키는 부작용마저 낳고 있다.
한번
사용된 결혼축하 화환이 심지어 입찰을 거쳐 재사용되는 사례를 막고 꽃을 국민 곁으로 이끄는 방법은 새로운 개념의 화환틀(받침대)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식장에 고정적으로 비치해 꽃만 갖고 가서 진열하는 단단한 받침대도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꽃병처럼 꽃을
꽂을 수 있는 여러 개의 작은 용기를 조립하는 화환틀 형태의 받침대도 가능하다. 받침대의 모형은 결혼식에 어울리도록 아름답고 화려하게, 그리고
장례식의 경우는 엄숙한 형태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꽃과 함께 예식에 참여하는 방법은 혼례와 장례에서 꽃의 의미가 다르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식의 경우 물에
잠겨 싱싱한 모습으로 결혼식을 장식한 꽃송이들은 식이 끝난 후 하객들이 송이송이 가져 갈 때, 축하의 뜻을 여러 사람이 나누어 갖는 아름다운
의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립식 형태의 받침대는 식이 끝난 후 용기를 해체해 간편하게 화원에서 회수할 수 있는 편리함도 있다.
한편
장례식에서는 문상객들이 꽃을 송이단위로 마련하여 식장까지 지참해서 식장에 마련된 큰 화환틀에 매달린 물이 담긴 꽃병같은 용기에 차례로 꽂아
넣도록 하는 것이다. 싱싱하게 보관된 꽃들은 장례식이 끝나고 장지로 이동할 때는 꽃만 뽑아서 간편하게 옮길 수 있다. 대개는 묘소가 농촌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조위의 역할을 다한 꽃들은 퇴비 제조를 위한 부자재로 재활용될 수 있어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된다.
인생길에서
기쁨과 슬픔의 절정을 이루는 혼례와 장례에 꽃이 생활 속으로 들어서는 유통관행이 정착될 때 우리 화훼농업은 더욱 밝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새봄을 맞이하여 이제 막 터지기 시작한 꽃망울이 국민 곁으로 다가가는 새로운 형태의 화환틀의 보급을 위해선 잘못된 관행의 단속보다는
인센티브의 제공이 더욱 적합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
결혼식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식후에는 하객들이 꽃송이를 쉽게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화환틀이, 그리고 한편에서는 장례식에 어울리면서 식후에는
꽃들만 장지로 간편하게 운반할 수 있는 틀을 고안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긴요하다. 소비자에게 새로운 유통방법의 장점을 홍보하는 시범 예식장의
운영도 효과적일 것이다. 조문객들이 송이단위의 국화꽃을 쉽게 살 수 있는 판매장 확충이 필요하다면 도시지역 곳곳에 위치하면서 화훼농업을 지원하는
농협의 점포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농협의 농산물 판매시설과 일부 금융점포까지 꽃소매점으로 활용될 때 농협점포의 분위기도 살리면서 화훼의
국민생활 밀착화에 기여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