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세번째 얘기는 "일본 냄새 비즈니스의 열쇄, 무취 + 알파" 입니다.
냄새에 민감한 일본사람들을 잘 분석 해 놨습니다.
일본의 유행어 중에 ‘스메하라(スメハラ)’라는 단어가 있다. 영어 ‘스멜 해러스먼트(Smell Harassment)’의 일본식 줄임말로, ‘악취로 타인에게 불쾌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스메하라’는 ‘세쿠하라’(セク·ハラ, sexual harassment, 성적인 발언이나 행위로 직장 동료를 괴롭히는 행위)나 ‘파워하라’(パワハラ, Power harassment, 권력을 이용해 사내 동료를 괴롭히는 경우)처럼 최근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단어다. 다만, 악취를 풍기는 사람은 자신이 악취를 풍긴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악의적이라고 말하기에 좀 애매한 면이 있다.
구강청정제 등을 판매하는 회사로 인지도가 높은 일본 기업 브라시나(ブラッナ)가 도시에 거주하는 일본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스메하라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27%로, 단어 자체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회사나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체취 때문에 신경 쓰인다고 대답한 사람은 80%나 됐다. 구체적으로 불쾌한 냄새로 꼽은 것은 구취, 땀 냄새, 사람의 체취 등이었다.
일반적으로 일본인들은 냄새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도시대 말기 일본에 온 미국 총영사관 타운젠트 해리스(Townsend Harris)가 자신의 부임지인 시모다 지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에 대해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일본의 가정집은 항상 청결함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서술했을 정도로, 일본인은 옛날부터 ‘몸을 단정히 하는 것, 냄새 나지 않게 주의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이렇게 냄새에 민감한 일본인, 일본 사회이기 때문에 향수 관련 비즈니스나 제품 시장의 규모가 굉장히 클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구미 향수 제조업체 사이에서 일본은 향수가 잘 팔리지 않는 시장으로 유명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생산 동태 통계에 의하면, 일본 시장에서 화장품 판매액은 2013년 1조 4,270억 2,800만 엔을 기록했다. 이 중 향수 및 오 데 콜론의 판매액은 40억 751만 엔으로 0.3%의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전년 대비 증가율을 봐도 화장품 자체는 큰 변동이 없지만, 향수나 오 데 콜론은 2010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인의 향수 소비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면 향수에 관한 일본인들의 인식은 어떨까? 인터넷 전문조사업체인 마시(マーシュ, Marsh)가 최근 실시한 향수에 관한 설문 결과에 의하면, ‘타인이 뿌린 향수가 신경이 쓰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5.6%의 일본인이 ‘자주 혹은 가끔 있다’고 답했다. ‘극히 드물게 있다’라는 대답까지 포함하면 타인의 향수 냄새에 신경이 쓰인다는 의견은 전체의 90%를 넘는다. 타인의 향수 냄새에 신경이 쓰인다고 대답한 사람 중 타인의 향수 냄새에 대한 인상을 조사한 결과,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대답한 사람은 8.2%에 불과했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향기의 강도나 종류, 상황에 따라 다르다)’라는 응답이 64.8%로 전체의 과반수를 넘겼으며, 4명 중 1명꼴인 23.3%가 ‘전반적으로 싫다(또는 불쾌하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3.7%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일본인은 다른 사람의 향수 냄새에 신경을 쓰며, 심지어 불쾌하게 여길 정도로 향수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향기 그 자체를 거부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일본의 슈퍼마켓이나 일용품 판매점 등의 상품 진열대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향기 관련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방향제, 섬유유연제, 청소용품 등 상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향수 판매는 저조한 반면 향기가 포함된 상품은 매우 다양한 일본의 시장. 대체 두 제품군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일본 냄새 시장의 대표 상품 루시도 데오도란트. <자료원: www.mandom.co.jp.>
첫 번째 키워드는 ‘무취’다.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일본인은 냄새에 민감하다. 일본인들은 몸의 청결을 유지해 냄새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이런 일본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바로 ‘무취’다. 일본의 냄새 관련 상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상품 기능이 무취 상태를 유지하는 데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의류용 세제나 화장실 방향제, 속옷이나 구두 등에 사용하는 방향제 상품에는 대부분 냄새 제거, 냄새 방지 기능이 들어 있다. 이 외에도 염색약이나 스킨케어 로션 제품 등에서도 ‘무無향료’라는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4년 상반기 히트 상품인 ‘루시도(Lucido) 데오도란트’는 일본 맨담(Mandom)이 출시한 남성용 제품으로, 30~40세 남성의 후두부에서 나는 땀 때문에 발생하는 불쾌한 냄새의 원인인 디아세틸 성분을 분석, 그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남성의 체취, 그 원인을 제거한다는 발상으로 개발된 이 제품은 아직 중년이라 부르기에는 이른 30~40대 일본 남성의 몸 냄새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으며, 목표 매출액의 1.3배가 판매됐다고 맨담은 밝혔다.
두 번째 키워드는 ‘미향(微香)’, 즉 희미한 향기다. 스메하라에 속하는 냄새에는 불쾌한 체취, 구취 외에 훨씬 더 많은 냄새가 포함되어 있다. 향수 또는 섬유유연제, 화장품 향기, 냄새 제거 스프레이의 향 등에 대해서도 불쾌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역설적이지만 나쁜 냄새를 없애기 위한 향기 역시 스메하라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다.
일본인들 사이에서 강렬한 냄새는 불쾌한 냄새와 동일시된다. 일례로 서양인과 일본인이 향수를 뿌리는 방법만 봐도 일본인의 강한 냄새에 대한 거부감을 알 수 있다. 서양인들은 향수를 뿌릴 때 자신의 체취와 섞이도록 뿌리는데, 일본인들은 체취와 섞이도록 향수를 뿌리는 일이 거의 없다. 그림 그리는 방법에 비유하면 더욱 알기 쉽다. 그림에서 연한 푸른색을 표현할 때, 서양인들은 하얀색과 푸른색을 섞지만, 일본인들은 푸른색에 다른 색깔을 섞지 않는다. 다른 푸른색보다 적은 양을 쓰거나 물을 타서 연하게 표현하는 것이 일본인의 방법이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무취 상태에 극소량의 향을 첨가해 은은하고 희미하게 퍼지는 미향. 이러한 미향이 일본인이 선호하는 이상적인 향이다.
세 번째 키워드는 ‘프티프레(プチプレ)’다. 이 말은 ‘프티 프리미엄(Petite Premium)’의 약어로, ‘작은 고급품’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의 회복을 도모하는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2013년 일본에선 부유층을 중심으로 고가 제품이 잘 팔리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일반 소비자층에까지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누구든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작은 사치품인 프티프레가 일반 저가상품에 비해 비싼 가격에도 차별화된 부가가치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히트한 냄새 상품들은 이런 키워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14년 상반기 일본 일용품 시장 히트 상품 중 하나인 ‘반(Ban) 땀 블록 롤온’은 데오도란트 제품으로 살균 효과를 내서 불쾌한 냄새를 억제해줄 뿐만 아니라, 겨드랑이 땀 억제와 피부의 기미 방지 효과까지 갖췄다. 이러한 부가 기능으로 일본 여성 소비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2개월 만에 100만 개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고바야시제약(小林製薬)의 방향탈취제 ‘사와데이 핑크핑크(Sawaday PINKPINK)’는 은은한 향기는 물론 방향제답지 않은 세련되고 호화로운 용기로 일본 여성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었다. 제품의 겉모양에도 신경을 쓰는 일본의 젊은 여성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하여 네 종류의 분홍색으로 상품을 출시해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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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 땀 블록 롤온. <자료원: lion.co.jp>
2 사와데이 핑크핑크. <자료원: www.kobayashi.co.jp> |
이들 제품은 기존 유사제품에 비해 대부분 소비자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으며, 제품 각각에 부가가치, 즉 무취 플러스알파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일본의 향기, 냄새 비즈니스에서는 기본 기능 이외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부각시켜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무취에 가깝지만 은은하고 희미하게 나는 기분좋은 향, 이것이 일본인의 성향에 가장 적합한 냄새다. 거기에 더해 획기적인 기능, 편리성, 새로운 솔루션 및 사용 만족감 등의 부가가치가 바로 무취에 붙는 플러스알파다. 이 같은 플러스알파를 가지고 있는 제품만이 까다로운 일본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