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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인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집단 따돌림과 인권침해에 대하여
- 1945년생 김갑기 군의 사례와 모듬살이연대 침뜸봉사자들 사례를 중심으로 -
침구사! 침이나 뜸으로 병을 고치는 사람. 하지만 침구사에 대한 집요한 비하와 왜곡과 억측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침술사는 마을에서 침쟁이라고 불리더라도 침통을 차고 왕진 다니던 때가 호시절이었습니다. 면허를 가진 침구사는 거의 사라지 있고, 침구사라는 말도 국민들 사이에서 잊혀 가고 있습니다. 제도권으로 들어갈 길이 없어 재야(在野)에 남게 된 침구사에 대해서는 무면허 돌팔이 범법자로 불도장을 찍어 처벌받게 하려고 듭니다.
정부에 의한 특정 직역에 대한 차별이 만들어 낸 편견은 또다시 더 심한 차별을 만들어 내며 해당 직역을 우리 사회에서 소외시켜 왔습니다. 제도권에서 밀려나고 사법적으로도 소외되어왔던 것입니다.
침구사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요구는 묵살되고, 이익집단의 무수한 ‘공작’으로 제도권 내에서는 점차 아무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게 되어 갑니다. 그리고 제도적으로 이들은 법률적 약자가 되어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고, 아무리 훌륭한 역할을 해도 불법행위자로 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가를 믿고 기다린 ‘소년의 꿈’ 침구사
과거 마을이나 지역사회에서 '명의'로 병을 고쳐주던 침구인들이 있었고, 그들의 의술은 자식들이나 후배 세대들을 통해 전승되어오면서 심화 발전되어온 것이 우리 침뜸의 역사입니다. 침과 뜸은 전통민간의술로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 오래 전승되어온 민족의 자산입니다.
대대로 침구의원을 해 오던 집안에서 자란 김갑기 군은 196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가업을 이어라'는 집안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대학을 가지 않고 침구사가 되고자 관인침구학원을 다녔습니다.
당시는 4.19 직후. 연기를 거듭하던 의료유사업자의 부령이 공포되었습니다. 1960년 11월 비로소 의료유사업자령과 자격시험규정이 제정된 것입니다. 침사나 구사 등의 자격시험은 보건사회부장관의 지시에 의하여 매년 1회씩 서울특별시장 또는 도지사가 시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문교당국이 인가한 11개의 침구사 양성기관에서 소정의 교육을 마친 5천여 명의 졸업생들이 있었습니다. 주무부령이 제정됨에 따라 이들 졸업생은 침구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듯했습니다.
김갑기 군도 국가를 믿고 열심히 침뜸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시험준비를 하며 침구사의 꿈을 키워갔습니다.
그러나 침구사 자격시험은 단 한 차례도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5·16 직후인 1962년 3월20일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국민의료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한 의료법을 만들면서 의료유사업자에 관한 조항을 삭제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는 침구 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국가가 일방적으로 소외를 시켜버린 것입니다.
주민등록상 45년 생 김갑기 군은 5.16군사정부가 의료법에 침구사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바람에 단 한 차례의 침구사 시험도 보지 못한 채 평생을 무면허침구사로 살아왔습니다. 침구사가 되고자 했던 ‘소년의 꿈’을 대한민국에서는 의료법을 위반하는 ‘범죄자’로 몰아갔습니다. 그는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여러차례 사법적 처벌을 받게 되었고, 왕진을 못하게 거주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보호관찰 처분까지 받았습니다.
2010년 의료법 관련 조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5(위헌):4(합헌)의 판결을 할 때 합헌의견을 낸 재판관 1인까지 유사의료 관련 법률을 별도로 제정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권고를 붙여 사실상 입법촉구 결정을 내리는 것을 보고 백발이 된 김갑기 군은 다시 한번 기대했습니다.
한이라도 풀 수 있을까 하여 그해 겨울 보건복지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삭발까지 하며 침구사 시험시행을 요구했으나 대한민국은 그가 평생에 걸쳐 입은 상처조차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습니다.
선대로부터 침뜸을 배우고 또 침구학원을 통해 훈련된 김갑기 같은 훌륭한 침구인들이 무자격자가 되어 이웃에게 인술을 베풀었다는 이유로 고발되고 처벌받는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명의였던 부친의 가업을 잇기 위해 침뜸을 배웠던 소년 김갑기 군은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되었습니다. 그간 그가 침구인이었다는 이유로 핍박받으며 고통받아온 세월은 너무도 억울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침구인에 대한 근거없는 차별과 편견의 재생산 구조
한의사협회는 민간침구인들에 대한 정부의 차별을 등에 업고, 제도적으로 소외된 침구인들의 무료봉사활동 조차도 위법으로 몰며, 널리 민간에서 전수되어온 침뜸에 대해 접근조차 못 하도록 고발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한의사들만 침뜸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는 구조로 고착화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모듬살이연대는 봉사활동단체로서 침뜸을 배운 봉사자들이 무료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익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는 침뜸봉사자에 대해 지난 2011년부터 매년 불법의료행위라며 고발하거나 신고하여 많은 봉사자들이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했고, 그때마다 대표 봉사자 1~2명이 약식기소가 되어 30~1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거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왔습니다. 모들살이연대는 기소가 된 경우는 매번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이에 대해 매번 선고유예를 해왔습니다.
2012년 이상진 => 선고유예
2013년 최화순 => 선고유예
2014년 임종배 => 선고유예
2015년 신풍호, 김 혁 => 기소유예
2016년 조남엽, 김숙희(방조) => 기소유예
2017년 김성용, 류지용, 문영헌, 박태동 => 기소유예
이상진, 김숙희(방조), 김영경(방조), 허임기념사업회 이사장 손중양(방조)
=> 약식명령 100만원 ~ 70만원 벌금형
=> 이상진, 김숙희(방조) 정식재판 => 기각
손중양(방조) => 주범과의 관계 불확정으로 무죄판결.
2018년 이상진은 2017년 건과 병합 기소 => 정식재판 진행 후 1백만 원 추가 벌금.
이같은 대한한의사협회의 반복된 고발로 인한 형사적 조치에 대하여 여러 차례 정식재판을 해 왔으나 정부의 민간침구인들에 대한 차별은 심화되어 가고 있으며, 한의사협회의 민간침구인들에 대한 괴롭힘 또한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의사협회는 2011년 모듬살이연대의 침뜸봉사활동에 대해 고발을 한 후 고발자인 한의사협회가 발행하는 신문인 한의신문에는 대단한 범죄행위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도하였습니다[한의신문 2011년 4월 15일].
당시에는 누구든지 드나들 수 있도록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봉사활동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단속의 눈을 피하기 위해 한옥 1채를 통째로 빌려 사용해온 이들은 출입구에 망을 보는 문지기까지 두는 치밀함까지 보였다.”라고 하면서 “대한한의사협회의 신고와 경찰의 긴밀한 공조 하에 진행된 끈질긴 추적 및 조사로 소재를 파악한 후 수 차례의 잠복근무 끝에 꼬리를 잡히게 됐다.”고 보도하며 침뜸봉사활동을 범죄단체 활동처럼 왜곡 보도하였습니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단체를 ‘허임연구소’라고 적시하며 어려운 가운데서도 민족문화를 계승발전시켜 나가려는 사단법인체에 대한 음해해 왔습니다. 특히 이 기사로 볼 때 한의사협회는 2011년부터 이곳 허임기념사업회를 불법적으로 사찰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허임기념사업회는 조선 최고의 침의인 허임선생을 추모 기념하고 침뜸 관련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해 연구와 교육활동을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016년부터는 전직 경찰관 2명을 고용, 허임기념사업회의 침뜸 교육과정에 프락치로 잠입시켜 불법적으로 사찰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사찰을 바탕으로 한의사협회는 평생교육법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침뜸교육을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이라며 고발하여, 비영리 법인의 사무실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허임기념사업회의 법인 통장과 이사장 개인 통장 5년 치를 다 들여다봐도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불의한 금적전 이득을 취한 흔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사단법인 허임기념사업회의 이사장까지 모듬살이연대의 침뜸봉사자와 공범이라며 의료법위반 방조 혐의로 벌금 70만 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습니다. 이에 정식재판을 신청하여 허임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침뜸 무료봉사를 하였던 이상진 선생은 의료법 위반으로, 김숙희 사무국장은 의료법 위반 방조라며 그대로 벌금형을 적용했습니다.
한의사협회가 허임기념사업회에 프락치로 침투시켰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홍성의 마을뜸방을 고발함으로써 시작된 ‘반미립대 직접뜸’에 대한 재판은 항소심에서 무죄로 확정되었습니다. 2007년 간접뜸에 대한 무죄판결이 나왔고 2018년 직접뜸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결이 되어 뜸에 대해서는 한의사협회도 더 이상 시비걸기가 어렵게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민간 침구인들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한의사협회의 불법적 사찰과 괴롭힘은 반복될 것입니다.
이렇게 무료로 하는 침뜸봉사에 대해서까지 한의사협회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발을 전국적으로 해 왔습니다.
인술(仁術)을 장려해야 할 한의사협회가 안타깝게도 고발 전문단체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고발을 통해 불법의료를 단속한다고 하지만 침뜸을 독점하기 위한 이권활동에 불과합니다. 한의사협회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돈을 들여 고발하는 행위는 이 나라 민간 침뜸요법의 다종다양한 생태계를 짓밟아 왔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차별정책과 함께 이루어진 한의사협회의 고발 행위는 수천년 혹은 수만년 전해 내려오던 다종다양한 대한민국 전통요법의 맥을 끊고, 현대적으로 계승 발전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에 제출하는 침뜸 관련 모든 정책 제안은 보건복지부의 한의약정책과로 이첩됩니다. 한의약정책과는 한의사의 이익만 대변하며, 민간침구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정책수립 시도마저도 모두 저지시키고 있습니다. 많은 민간침구인 단체와 개인들이 국가의 각급 기관에 침구사제도 시행에 관한 수많은 제안을 하였으나 모든 제안에 대해 한의사 집단의 독점적 이권만을 대변하며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반복합니다.
민간침구인에 대한 보건복지부(한의약정책과)의 차별에 의해 △국가의 침구사 양성화 정책은 저지되고, △민간침구인들에 대한 편견이 조장되고, △제도개선 요구는 끊임없이 묵살됩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인체와 경혈의 원리를 이해하고, 종래 민간에서 널리 전수되고 시행되어 온 침·뜸의 원리와 시술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고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돌보는 것은 그 자체가 주권자로서 국민이 당연히 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는 무료침뜸봉사자들을 일방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하며 형사적 처벌만 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돌보는 것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할 것입니다.
국가는 국민의 자발적이고 선량한 활동이 생명이나 신체상에 위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그와 관련된 분야에 소정의 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침구에 관한 전통이 없었던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침구와 관련한 제도를 만들어 널리 활용해 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침이나 뜸으로 생명과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도 이를 시행하지 않고, 국민이 이러한 능력으로 가족과 이웃의 생명과 건강을 돌볼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을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오히려 침해하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차별은 불평등을 낳고, 불평등은 불공정사회의 원천이 되어 강자와 약자를 낳고 사회정의를 왜곡시킵니다. 그리하여 강자는 이권을 독점하고, 약자는 소외되며 인권침해로 이어지게 됩니다. 민간침구인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가 더 이상 계속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맺으며 -
차별은 평등을 파괴하여 강자와 약자를 만들고, 강자는 이권을 독점하고 약자에게 각종의 인권침해를 하게 됩니다. 이런 잘못된 구조가 침뜸을 둘러싸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침구인에 대한 정부(보건복지부)의 차별은 침뜸을 하는 사람들을 소외시켜 약자로 만들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강자가 된 한의사 집단은 모든 이권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자인 이들 한의사 집단이 하는 행위는 정의롭지 못하더라도 모두 용인이 되고, 권력의 비호를 받게 되고, 약자인 침구인들이 하는 행위는 아무리 훌륭한 일을 해도 불법이 되고 권력의 제재 대상이 되고, 의견이 묵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헌법 전문에 명시된 바와 같이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자신과 가족과 이웃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행하는 자원봉사활동을 처벌만 할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합당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2019년
사단법인 허임기념사업회
한국 침구인 현황 보고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