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김희정 |
퇴색되어가는 도시는 사람의 발자취가 멈추면서 시작된다. 화려했던 시절은 거리에서 찾을 수 없고 늦가을 낙엽이 뒹구는 모습만 도심의 거리를 증거하고 있다. 그곳에서 생계를 지켰던 사람들은 무너져가는 상권을 보며 가슴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무너진 시장이나 도심이 한둘이 아니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지켜만 보아야 하는 상인들 마음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거대자본에 밀리고 쇼핑의 편리성에 밀리다보니 젊은 층은 시장이나 구도심보다는 대형마트나 신도시를 찾아 사람을 만나고 물건을 산다.
몇몇 시나 시장 상인들이 여러 자구책을 세워 다시 끊어졌던 발길을 돌리는 시장도 생겨나고 구도심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젋은이들의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는 사례도 소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월의 뒤안길로 밀려나는 시장이나 도심을 더 이상 어떻게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손을 놓는 일도 많다.
대전 원도심도 한 때 시청이 있고 도청이 있고 법원이 있었는데 이사를 가는 바람에 공동화 현상에 빠져들었다. 원도심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대전문화재단에서 원도심 활성화 사업을 공모했다. 여러 단체에서 기획안을 내고 그중 몇몇 단체가 사업을 따내 일을 했다. 각 단체는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 문예진흥기금으로 이런 저런 원도심 활성화 사업을 진행중이거나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단체도 올해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 기획안을 올려 통과가 되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한 꼭지를 담당하다보니 원도심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러 단체에서 하는 사업이다보니 각자 자신의 기획안을 가지고 충실히 실천하고 있을 테지만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세 단체(대전문화재단, 원도심사업 참가단체, 상인들)가 하나가 되어 이 문제를 고민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대전문화재단의 역할이 있고 다음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의 역할, 마지막으로 원도심에서 가게를 하는 상인들의 역할이다. 음악으로 보면 삼 박자가 잘 맞아야 하는데 어느 한 쪽은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대전문화재단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어떤 단체가 더 잘하고 좋은 기획안을 내놓아 사업을 충실하게 할 수 있는가를 찾아 그런 단체에 문예진흥기금을 지원하면 될 것이다. 문화재단의 역할에 대한 긴 이야기는 지면이 다시 할애 된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싶다. 먼저 이번 글은 원도심에서 살고 있는 상인들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단체가 하고 있는 사업은 원도심 활성화 자료조사 사업이다. 원도심에서 살았던 작고 문인들이나 생존해 있는 문인들의 발자취를 찾아보고 그것을 자료화 해서 문화상품화를 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다. 문인들이 살았던 건물에 표지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려 공동화되고 있는 원도심에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목적도 담고 있지만 한 발 더 나아가서는 대전 원도심에서 살았던 문인들의 삶의 거리를 문학자료로 남기는 일도 포함하고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는 그 지역에 유명한 문인이 단 몇 달만 묵었어도 그의 이름을 딴 거리를 만들고 심지어 그 예술가가 어느 카페에서 차를 마신 자리를 알려 명사의 집이 되게끔 상품화를 한다. 상품화를 한다는 것이 꼭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 원도심의 활성화를 생각해 본다면 이런 일도 중요한 방법임에는 틀림 없다.
이번 사업을 위해 작가가 머문 건물을 찾아갔다. 가게 주인들에게 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는데 반색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귀찮다는 얼굴을 하거나 관심 없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표지석을 가게에 설치해주고 지도를 만들어 이 건물을 알리겠다고 해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내가 원도심 활성화 사업에 대한 취지를 잘 못 설명해서 가게 주인들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또 그런 사업을 해보았자 가게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거나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번 사업을 맡은 단체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가게 주인들의 사고도 좀 더 적극적으로 바뀌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도심에 관한 일은 누구 하나 열심히 뛴다고 해서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니다. 대전문화재단이나, 원도심 활성화 사업을 하는 단체 그리고 원도심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가게 주인들이 한 몸이 되어 똘똘 뭉쳐서 해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나가는 사람을 무조건 납치해서 잡아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사업의 주체인 상인들이 가장 적극성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누가 뭐라고 해도 주체는 상인들이다. 상인들이 먼저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해야 한다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