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후의 경제적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안정적인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공무원이나 교사, 군인 등 특수직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은퇴자들은 안정적인 노후생활 자금 마련에 고민하고 있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에 가입한 사람조차도 은퇴가구 평균 필요자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길어진 노후는 인생 자체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12월 만 40~59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났다. 이미 상당수 퇴직한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절반가량은 퇴직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베이비부머 다섯 중 넷은 여전히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을 해도 은퇴를 미룬 채 기회만 오면 재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일터로 나가는 ‘반퇴(半退)시대’가 열렸다.
퇴직이 거의 완료된 55~59년생 가운데 상당수는 생활이 빠듯하거나 어렵다고 응답했다. 재취업이나 창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 바늘구멍이다. 한국인의 수명은 반세기도 안 되는 사이에 무려 20년 늘어났다. 2013년 생명표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여명은 평균 81.9세에 이른다. 남자는 78.5세, 여자는 85.1세다. 전문가들은 사고나 중대 질병을 겪지 않으면 이제 누구나 9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장수는 ‘두 얼굴의 축복(mixed blessing)’이라고 불린다. 준비 안 된 노후는 오히려 불행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의 노인 빈곤율이 4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바늘구멍만한 재취업에 실패한 사람은 할수 없이 자영업 대열에 뛰어들지만 이또한 녹록치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영업자 진입 퇴출 추계와 특징’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 58만명이 새로 자영업자로 진입하고 66만명은 자영업을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2011년과 2012년에는 자영업을 새로 시작한 사람이 접는 사람보다 많았지만 2013년에는 접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1차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된 2011년과 2012년에 자영업자가 너무 많이 늘어나 과다경쟁이 발생해 2013년에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이 되고 있는 결과로 보인다”며 “자영업 구조조정은 경기 충격이 심각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고 설명했다.
앞선 글에서 고령화가 진행된 선진국에서 어떤 산업이 성장했는지를 소개했는데 재취업 대신 창업을 하려는 은퇴자들은 우리나라의 산업변화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양산업에 뛰어든다면 성공확률은 그만큼 낮아지고 성장산업에 진출하면 성공확률은 훨씬 높아진다.
NH투자증권의 ‘100세시대연구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고령화라는 큰 방향성은 같이 하고 있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그들이 겪었던 여러환경들이 우리와는 다른 점들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은퇴 후 고령자들이 가지고 있는 부의 규모다. 선진국은 고령자들의 소득이 전체 인구 소득의 80%를 상회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노인인구 소득은 전체인구 소득의 60%를 겨우 넘고 있다. 또 소득의 질도 매우 낮아 여전히 노동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베이비부머 세대는 기존 노령세대보다는 교육수준과 경제력이 확연히 다르다. 이같은 사실을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선진 고령국가들이 겪었던 산업별 구조변화는 기본적으로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부침의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분명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보건 등 건강 관련 업종의 성장은 분명해 보인다. 보건업종은 고령화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고령화와의 인과관계가 가장 명확한 산업이다. 보건산업 내에서도 치료와 수술중심의 의료행위가 아닌 인생 후반 고령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양과 간병관련 산업이 상대적으로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보건 및 건강 관련 지출비용은 선진 고령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우리나라가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이후 2012년까지 보건 및 사회서비스 업종은 253%가 성장해 같은 기간 경제가 119%성장한 것과 비교해 두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다. 보건산업을 비롯해 교육 금융 부동산임대 업종은 고령화의 빠른 진전과 함께 향후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분야는 나이가 들면서 좀 더 편리한 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측면과 고령화로 인해 새로운 소비층이 감소한다는 측면에서 산업 내에서도 특정 업종을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고령화가 진전되면 기존 아무런 장애가 없는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된 집들은 반드시 그들 입장에 맞게 재설계돼야 한다. 고령자가 사용하기 편하면 모든 사람들이 편하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해진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고령화와 관련된 주택 리모델링 시장의 규모는 전체 주택 리모델링 시장의 약 10%에 달하고 있다. 또 다른 인구사회학적 특징은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서 사별하는경우가 많아지고, 젊은층마저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면서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소형 주택이나 임대사업 역시 여타 업종에 비해 유리하다. 고령자들이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은 대부분 여행과 문화 스포츠 건강관리 등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된 여가산업이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밖에 없다.
선진국 사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연금과 보험 같은 업종은 성장이 예상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시니어가 도전할만한 유망직업은 무엇일까?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의 김진웅 수석연구원의 분석한 시니어가 도전할만한 유망직업 베스트 5를 소개한다.
1) 친절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홈케어기버(재택간병인)’
케어기버는 보통 아픈 사람을 돌보는 간병인의 개념에서 좀 더 확장된 개념이다. 핵 가족 사회에서 가족이 자신의 일상생활을 배제한 채 고령가족의 돌봄에만 몰두하기는 어렵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령자에게 익숙한 공간인 자신들의 집에서 독립적으로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가족의 손길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홈케어기버의 역할이다.
홈케어 서비스는 일상생활에서 말벗이나 동반외출, 취미생활 및 운동보조 등 간단히 정서적 지원을 하는 동반자적 서비스에서부터 목욕도움, 식사 및 거동보조와 같은 신체적 지원을 하는 생활지원 서비스, 치매 등 개호(돌봄)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성질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보는 전문케어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홈케어 서비스를 포함한 요양산업 시장규모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의 경우 고령인구의 80%이상이 요양원과 같은 외부시설보다는 집에서 노년을 보내기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직업은 전문케어까지 가능한 보건 의료업계 종사 경험자에게 경쟁력이 있지만 신체 건강하고 누군가를 챙겨주는데 자질이 있다면 관련 자격증 취득으로 진출이 가능하다. 관련 자격증은 국가공인 자격증인 ‘요양보호사’와 이보다 취득이 쉬운 민간전문자격증인 ‘간병사’가 있다.
2) 고객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금융노년전문가’
일반적인 금융계 종사자들은 나이 들어가는 고객들의 특성과 삶의 우선 순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하기 어렵다.
금융노년전문가는 자신의 미래고객들에게 노년학에 대한 심층적인 지식 제공을 통해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차별화된 역량을 만들어 가는 100세 시대형 금융전문가라고 하겠다. 고령화 추세에서 가장 수혜를 받을 분야가 금융이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한 체계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수요는 물론, 고령자 관련 보험 및 리스크관리에 대한 필요성도 커질 것이다. 금융업종 관련자에게 추천할만한 직종이다.
최근 미국에서 새롭게 들어온 금융노년전문가(RFG) 과정 이수를 추천할만하다. 금융투자협회 생보협회 손보협회 등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3)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시니어용 머천다이저’
머천다이저란 소비자의 구매패턴과 소비유형을 파악해 시장성을 가질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사람을 말한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실버마켓이 커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단순히 상품만을 파는 것이 아닌 시장분석 상품기획 진열 및 판매등에 이르기까지 유통의 전 단계에 걸쳐 업무를 하는 사람을 시니어용 머천다이저라 할 수 있다.
젊은층보다는 같은 공감대를 갖고 있는 시니어가 고령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훨씬 유리하다. 과거 판매 유통분야 종사자에게 유리하지만 특별한 자격은 없기 때문에 진입장벽은 높지 않다. 판매관리전문가 교육등을 통해 필수이론을 습득하고 평소 관심있게 지켜본 분야가 있으면 충분한 시장조사를 통해서 접근해볼만 하다.
4) 유니버셜 인테리어 디자이너
유니버셜 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란 의미로 나이나 개인의 능력, 사용환경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사용하기에 불편없고, 보기만 해도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알 수 있는 객관적인 디자인을 말한다.
유니버셜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기존 인테리어디자이너의 역할에 유니버셜 디자인의 개념을 더한 것이다. 고령자, 장애인 등 사용 대상자를 포괄적으로 고려해 유니버셜 디자인의 개념이 반영된 공간구조 및 가구나 시설배치 등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등에서는 이 직종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건축업계 종사자라면 향후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유니버셜 디자인에 대한 개념과 실무지식을 넓힐 필요가 있다.
해당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실내건축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면 된다. 응시자격은 특별한 제한이 없고 학원 등을 통해 필요한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적정한 실무경력이 쌓이면 실내건축산업기사나 실내건축기사 등 상위 자격에도 도전할 수 있다.

5) 동물애호가에게 추천하는 ‘반려동물 매니저’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고령자들 대부분이 1~2인 가구로 구성돼 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가족의 대안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애호가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관리가 소홀한 경우가 생기는데 반려동물매니저는 반려동물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전문적으로 학습해 소비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반려동물매니저는 동물학대 방지 및 사후관리, 동물보호법 계도, 동물매개치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동물 사양(품종)관리, 반려동물 코디, 용품개발, 사육 및 분양, 반려동물 장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가능한 전문가다. 최근 주인을 대신해 개를 산책시켜 주는 ‘도그워크’와 같은 반려동물 관련 새로운 일거리도 창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반려동물 1000만시대에 접어들었으며 선진국 사례(사육 가구수는 전체가구의 50~70%)를 감안하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확대되면서 가구당 관련 비용이 2000년 이후 급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반려동물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를 도와주는 반려동물매니저 등 관련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수의학이나 사육관련 업종에 종사한 경험이 있으면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진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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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관리사, 반려동물장례지도사 등 민가자격증도 있다. 은퇴후 제 2의 일자리를 갖는 것은 분명, 단순한 노후 소득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100세 시대에는 충분하게 남은 삶의 시간을 얼마만큼 활기차고 보람있게 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은퇴 후 그동안 쌓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 특히 고령사회에서 유망한 새로운 직업에 도전한다는 것은 성공적인 인생 2막을 위한 최고의 투자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