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거짓말은 무엇일까?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보고 나도, 사실 답을 찾긴 어렵다. 우아한 거짓말은 관객이 각자 알아서 찾아내야 할 숙제 같은 것이다. 이는 한편, 이한 감독이 영화 속에 펼쳐진 삶의 국면에 대해 굳이 어떤 강요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요도, 설득도 없이 관객들을 조용히 감동의 지점으로 데려다 놓는 일, 그 일을 영화 ‘우아한 거짓말’이 해낸다. 그래서 ‘우아한 거짓말’은 우아한 작품이 되었다.
소재는 뻔하다. 이렇게 중차대한 일을 두고, 뻔하다고 말하기 마음 아프지만 뻔한 건 사실이다. 왕따, 아이의 자살. 신문 헤드라인에서도, 스릴러 영화에서도 심지어 TV 드라마에서도 여러 번 보았던 문제다. 엄마 맘을 들여다보듯 읽어주는 다정한 딸이 정성스럽게 다린 교복을 입고, 엄마가 짜 주었던 목도리에 목을 맸다. 가족 중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기에 슬픔보다 먼저 놀람이 그들을 휩싼다.
딸아이, 동생의 죽음 이후, 남아 있는 두 가족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상실을 극복하려 한다. 동일한 소재를 다룬 여느 작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이다. 상실의 나락에 빠져 끝도 없는 애도를 해야 할 것 같은 그들은 우선 삶을 선택한다. 살아야 한다는 것, 가족의 죽음 역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그 태도는 무척 성숙하다.
하지만, 딸, 동생의 죽음은 아무리 대범하게 받아들이려 해도 쉽사리 무뎌지지 않는 상처임에 분명하다. 남은 가족은 대범한 척하다 결국 죄책감에 시달린다. 혹시나 죽은 딸의 메시지를 무시했던 것은 아닐까, 도움을 주었어야 할 순간을 놓친 것은 아닐까 자책하는 것이다.
영화 속 엄마나 언니는 그들 나름의 수사를 하고 또 복수도 한다. 그런데 그 수사나 복수가 꽤나 사실적이면서도 사려 깊다. 그리고 이 수사의 과정에서 각자 숨겨 두었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들은 모두 조금씩 거짓말을 하면서 지냈다. 세상을 떠난 딸 천지도, 그녀의 주변에 있었던 친구들도, 엄마도, 언니도 말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고아성의 연기이다. 쿨한 언니라는 추상적인 성격을 고아성은 개성적인 구체성으로 완성해낸다. 영화가 무게중심을 잃지 않고 견고한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엔 고아성의 역할이 무척 크다. 각자가 숨겨왔던 비루한 거짓말의 무게감을 전달해주는 것도 배우들 연기력의 힘이 크다. 작은 배역을 맡은 조연들까지 영화의 시너지를 높여 준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존재이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들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가족이 아무런 힘이 되어 주지 못하는 일들이 더 많다. 중학생 아이의 친구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그 무력감에 죄책감을 느낀다. ‘우아한 거짓말’은 상처가 준 무력감을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 상처의 근원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