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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 방법론
(Korean Cultural Biblical Criticism)
박신배(그리스도대구약학조교수)
기독교가 한국 풍토와 문화에 맞는 종교가 되었는가. 서구 문화화 된 교회와 신앙이 아닌, 한국적 기독교, 한국 문화로 토착화된 교회와 기독교인이 되었는가. 한국 신학에 한국적 성서 해석 방법은 있는가. 그리고 그 방법으로 신학 연구가 활발하여 한국 기독교 문화가 심화 발전되었는가. 그동안 민중 신학, 토착화 신학에 대한 논의는 있어왔다. 하지만 한국 문화적 성서 방법론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 논문에서는 한국 문화와 성서에 대한 관계를 질문하고, 한국 신학자들이 한국 문화에 바탕을 둔 성서 연구를 그동안 어떻게 하였는지 연구하고자 한다. 또한 성서 연구 방법론으로 한국 문화라는 범주를 염두에 두고, 한국인으로서 한국적 성서 이해를 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자 한다. 성서를 이해하는데 각 문화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개념으로 이해할 것은 자명하기에 한국적 풍토에서 성서의 개념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정확히 규명하는 작업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러한 관점에서 성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거나, 방법론으로서 계발되어 체계화 된 이론을 갖지 못했다. 한국 문화 신학자들이나 민중․토착화 신학자들이 성서를 인용하고 언급한 정도에 불과하고 피상적인 연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형편이다. 이러한 사정을 검토하고 그동안 연구된 결과들을 살펴보며, 이 논문에서는 새로운 성서 해석 방법으로 한국 문화적 성서 연구 방법론이 가능한지 타진하고자 한다.
1. 한국 문화적 성서학이 있는가
한국학과 성서학이 결합된 형태가 있는가. 한국 성서학자들의 성서 연구에 있어서 한국의 고유문화의 관점에서 성서를 들여다보는 작업이 있었지만 일정한 방법론으로 거론 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적 성서학’, ‘한국학과 성서학의 만남’, ‘한국 문화적 성서해석’이라는 차원을 생각해볼 수 있다. 곽노순은 「한국 성서학의 민족 신학적 조명」이라는 글에서 한국의 성서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한국의 성서학이란 이 나라의 장구한 정신적 유산과 우리들의 특유한 감성, 고유한 사고방식을 성서 본문에 투영할 때 새로운 깊이를 더하자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인 학자들이 성서학을 가르쳐 왔지만 서구인들의 방식을 배워서 한 것이고 우리의 정신적 문화유산을 가지고 연구하지 못하였다고 지적한다. 성서는 히브리(고대 이스라엘) 문화의 산물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과 그들의 문화를 선택하여 그의 역사를 보여 주었다. 구약은 바로 히브리 문화가 용해된 것이고, 신약 성서는 로마와 헬라, 유대 문화가 혼합된 것이다. 이 문화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한국 사람들이 한국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성서의 문화를 바라볼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을까. 여기에 한국 문화적 성서학의 자리가 있고, 한국 성서학의 미래가 보인다.
곽노순은 심청전 이야기에서 예수의 이야기를 읽어낸다. 심청이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바친 이야기는 예수가 인류를 위해 몸을 바친 이야기가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아브라함과 단군 이야기, 고조선 시대 부루왕, 아슬 임금의 이야기를 언급한다. 그는 더 나아가 한국 문화의 신약과 같은 이야기로 강일순(증산)을 언급하기도 한다. 그는 한국의 정신적 유산에 대한 강조를 하며 성서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한국이라는 변화표를 대입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성서적 신앙에 대한 것보다는 한국 문화에 대한 강조점을 더 둔 것을 볼 수 있다. 성서 이야기와 한국 이야기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안목을 열어 준 것은 그의 큰 기여이다. 하지만 신앙적 강조와 해석에 차원에서는 미흡한 면이 있다. 두 문화를 보는데 있어서 구약의 여호와 신앙과 신약의 그리스도 신앙으로 하나의 메시야적 관점에서 두 경전의 맥을 연결하는 신학과 그 신학의 중심을 유지한 채로 우리 문화에 대한 토착화 신학 연구가 진행될 때 의미 있는 우리 신학이 될 것이다.
한국에 성서가 들어 온 때, 우리 민족의 광명이 비추는 시간이다. 성서가 주어진 것이 한반도에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김교신은 한국에 유일하게 선물하라고 하면 그것이 성서라고 말한다.
“성서 조선아 너는 우선 이스라엘 집집으로 가라
소위 기성 신자의 손을 거치지 말라
그리스도 보다 외인을 예배하고 성서보다 회당을 중시하는 자의 집에는
그 발의 먼지를 털지어다.
성서 조선아 너는 소위 기독교신자보다도 조선 혼을 가진
조선 사람에게 가라, 산촌으로 가라,
거기에 나뭇군 한 사람을 위로함으로 너의 사명을 삼으라.
성서 조선아 네가 만일 그처럼 인내력을 가졌거든
너의 창간일자 이후에 출생하는 조선 사람을 기다려 면담하라,
상론하라. (1927.7)”
김교신이 성서 조선이라는 잡지를 창간하면서 조선 혼을 가진 사람, 새 세대의 사람을 대상으로 복음 전도와 선교 대상을 삼았다. 이것은 김교신이 암울한 한국 역사에서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유일하게 성서라는 것을 말한다. 그 성서를 조선에 주면서 한국적 성서 해석에 대한 언급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조선) 기독교 신자에 앞서 조선 혼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한국적 성서 해석은 당연한 그의 성서 해석 방식이었다. 그는 성서 연구에 있어서 한국적 상황을 언급하며 강해하고 성서 해석에 있어도 한국 문화적으로 해석한다.
한국 문화와 기독교 문화(성서)가 만나는 자리에 어떤 역학 관계가 있다. 이에 대해서 니버는 복음과 문화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다. 니버는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적으로 체계화한 신학자이다. 그는 「그리스도와 문화」에서 기독교와 문화와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규명하여 다음 5개의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1) 문화에 대립하는 그리스도(Christ against culture): 여기에는 터툴리안과 톨스토이가 해당된다고 하였다. 소종파 운동이나 자본주의, 공산주의, 산업주의, 국가주의, 카톨릭과 프로테스탄 등이 진정한 기독교 신앙과 대립된다고 말한다. 이 유형은 지상에 있는 세계는 부정하고 한계가 있는 세계라 그것과 대립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 문화의 그리스도(Christ of culture): 여기에는 서구의 신학자 리츨(Ritschl)과 자유주의 신학을 포함시켰다. 그리스도와 문화 사이에 근본적인 일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유형이다. 기독교와 서양 문명, 그리스도와 마르크스 사회의 정신과의 일치를 강조하는 사람들이다. 세상 문화 속에 그리스도가 있다고 보고, 문화와 일치된 그리스도를 만들려는 세계관이다.
(3) 문화 위에 있는 그리스도(Christ above culture): 중세의 기독교와 세속 문화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리스도는 진실로 문화의 그리스도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문화 위에 있는 그리스도이다. 이 종합은 토마스 아퀴나스와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가장 잘 대표되고 있다. 그리스도의 문화로 세상 문화를 통합하려는 문화관이다.
(4) 역설적인 관계를 가진 그리스도와 문화(Christ and culture in paradox): 마르시온(Marcion)과 루터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였다. 그리스도와 문화, 두 권위를 동시에 복종하며 두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기독교인은 항상 긴장 속에서 두 세계를 살아가는 차안에 발을 딛고 피안(彼岸)을 살아가는 존재이다.
(5) 문화의 변혁자 그리스도(Christ the transformer of culture): 그 예로 어거스틴을 들었다. 그리스도가 각자의 문화와 사회 안에 있는 인간을 개변시키는 분이다.
니버의 다섯 가지 관계 유형을 개별적인 성격으로 이해하고 더 나아가 통합적으로 이해 할 때 새로운 문화의 지평이 열릴 것이다. 즉, 그것은 세속화된 문화에 대립하여 진정한 그리스도 복음을 유지하면서, 문화와 일치된 그리스도 진리를 추구하고, 세속 문화를 종합하는, 문화위에 있는 기독교 세계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며,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천국은 저 세상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역설적인 관계가 있는 그리스도와 문화를 이해한다. 기독교 진리가 세상 문화를 변혁시킬 수 있는 동력임을 아는 문화의 변혁자 그리스도를 인식하는 것이다. 한국 문화와 성서, 기독교 문화는 통합적 이해의 기초해서 대립하면서 일치하고, 종합하면서 역설적인 관계가 있고, 복음으로 변혁하여 한국 문화적 성서 이해를 통하여 한국 문화와 성서 세계가 잘 조화를 이룬, 성서를 잘 이해하고 그 정신세계를 잘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두 문화를 잘 이해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여 비교연구, 창조적 해석까지 선행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 그 동안 성서 연구와 기독교 이해 작업은 많았지만 성서 연구에서 한국 문화 연구는 미진하였다. ‘문화에 대립하는 그리스도’의 입장으로 인해 한국 문화 연구가 적었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인의 성서 이해 작업이 활발하기를 기대한다.
2. 한국 문화적 신학-토착화 신학, 민중 신학
문화 신학 또는 문화 선교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말하기 시작한 신학자는 폴 틸리히였다. 그는 1920년대에 문화 신학의 이념과 과제를 신학적으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말하기를, 종교란 인간 정신적 삶의 특수 기능에 관련된 삶의 일부가 아니라, 그것의 모든 “깊이의 차원”이며 “종교란 문화의 실체(substance)이고, 문화는 종교의 표현된 형식(form)이다”는 말을 남겼다.
문화신학이란 문화 속에 내포되고, 문화 현상으로 표현되는 인간 공동체의 궁극적 관심을 복음 진리의 빛으로 분석하고, 복음의 생명력으로 새롭게 변화시켜, 문화의 형태와 형식 속에 거룩한 것을 육화시켜 담지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삶이 성속일여(聖俗一如)한 형태 속에서 자유, 정의, 사랑, 아름다움, 조화, 충만, 숭고함, 창조적 새로움 등이 넘치는 문화적 삶이 되도록 돕는 선교적 노력이다.
김경재는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한국의 문화신학과 문화 선교에 대하여 몰이해와 도외시하고 있는 현상을 지적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문화 선교의 과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문화영역을 우리 시대의 중요한 선교과제라고 자각하지 않고 전통적인 좁은 개념의 선교 이해에 머무르고 있다.”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지키게 하라” 예수의 지상 대명령(마28:19-20)을 평면적으로 단색적으로 이해하는 잘못을 범했다고 지적한다. 지리적 공간 개념으로 그리스도교의 교세를 확장해 가는 것, 가시적인 교회건물을 더 많이 세워가는 것, 비 그리스도인들을 그리스도인으로 개종시키는 것 일이 선교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했다고 한다. “땅 끝까지 이르러서 내 증인이 되라”는 “땅 끝”은 지도상에 나타나는 공간적, 지리적 평면 개념으로 파악하지 말고 입체적 개념, 즉 이 세상의 현실적 생의 영역 모든 차원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이 문화 선교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신학의 구체적인 한 형태라고 말한다.
김경재는 한국 개신교가 아직 한국 문화와 전통 속에 화육한 종교로 느껴지지 아니하고, 외래 종교, 서구 종교, 종교 문화적으로 옮겨 심어 놓아서 아직 “신토불이”(身土不異)를 이루지 못한 종교라는 인상을 갖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 문화의 개념이 광범위하고 다양하여 그것을 포괄하는 문화 선교를 주장한다. 음악, 미술, 연극 등을 중심으로 하는 예술 문화 선교, 정치, 경제, 법률, 과학기술 등 생활 문화 선교, 그리고 윤리, 철학, 종교 등 인간의 삶의 의미와 궁극적 목적을 추구하는 종교 문화 선교 등으로 분류한다.
기독교와 한국 문화, 이 두 가지는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으로는 불완전한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그 동안 한국 교회는 한 가지 이야기에만 충실하려고 하였다. 그리스도의 한 가지 이야기만 영원하며 불변하기 때문에 여기에 충성하고 복종하고 따르는 길이 참된 믿음의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독실한 기독교인을 만들어 내었는지 모른다. 반면, 그 만큼 문화의 몰이해로 인해 문화적 희생을 치루게 된다. 초기에는 선교사 중심의 신학과 서구 신학 중심의 신학을 한국 신학과 교회가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한국 신학에 있어서 또 하나의 이야기, 즉 한국 사람이 전통적으로 물려받은 기나긴 이야기인 한국 문화는 이단시되어 왔던 것이다. 한국 문화와 종교는 타파되고 파괴해야 하고 정복하거나 개종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하며, 그러한 입장이 정통신앙이라고 고집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초부터 토착화론이 제기되면서 성서에 기록된 이야기와 우리가 물려받은 한국의 전통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서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두 이야기가 만나야 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유동식 교수는 한국 무교를 연구하여 한국인의 심성을 이해하려는 토착화 신학을 말하였고, 윤성범 교수는 유교를 연구하여 한국인의 사상의 근거로서 성(誠)의 신학을 주장하였다. 변선환 교수는 불교를 연구하여 한국인의 신앙의 뿌리를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비롯하여, 타종교와의 대화의 문제를 들고 나왔다. 우리의 전통 문화의 배경이 유불선의 종교에 있다는 인식 하에 기독교와 문화의 문제가 자연 종교 간의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한국 기독교의 정체성의 문제에 대하여 심도 깊은 논의를 불러 일으켰고, 심화된 이해와 문화 선교에 기여하게 되었다.
한국 기독교 문화가 겉으로 보기에는 서구식 교회건축 양식과 서구 기독교의 음악과 언어를 도입하여 서구적이라 할 수 있지만 심층적인 차원에 보면 다분히 무속적 신앙 형태와 토착적 문화의식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기독교 문화는 무속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한국 교회 급성장의 배경에는 무속 신앙의 뿌리를 둔 성령 운동이 자리 잡고 있다. 병 고침 은사와 방언과 손뼉 치는 찬송 등은 한국 특유의 무속적인 신앙 형태를 보여준다. 한국의 무교적 기독교가 과연 한국적 기독교 문화를 대변하는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다시 말해 유교적, 불교적 기독교의 형태는 없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만약에 있다면 한국 문화와 기독교의 만남에서 바람직한 기독교 문화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 한국 문화의 선교적 차원에서 계속 연구하고 그리스도의 본질과 원형을 찾는 과제가 요구된다.
다음으로 민중 신학에서 한국 문화를 찾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작업의 하나로 한국 문학과 예술사에 있어서 그 양식이 변형과정을 살펴본다는 것은 아마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생산 수단․재산 소유의 형태가 변화해가듯이 예술의 스타일도 변해가면서 인간화․인간 해방의 과정을 밟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작자나 관중이나 내용(소재, 지향, 표현등)이나 보급 등 모든 면에 있어서 그 과정은 귀족에서 평민으로, 다시 민중에로의 저변 확대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 말로의 미술사론의 ‘신들의 변형’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 스타일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도식화 해본다. 향가-경기체가-별곡-고려 가요-장가-속요-시조-가사-풍요-국문소설(고소설)-판소리-탈춤-(개화가사)-(신시). 이것이 민중화의 일반과정인바, 민중화의 극치를 일단 탈춤․판소리의 예술 양식으로 볼 수 있다.”
민중 신학에서 말하는 민족 문학은 민중의 관점에서 한국 문학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민중의 관점으로 민중 해방과 민주주의 실현의 목표를 실현하려한다. 민중 신학에서 연구한 선택된 본문이 민중과 관련하여 해석하여 편향적 성향을 가진다. 서남동은 민담에 관한 탈신학적 고찰이라는 글에서 쇠똥에 미끄러진 범, 은진 미륵과 쥐, 에밀레종, 봉산 탈춤, 홍길동전, 춘향전, 금관의 예수, 몽실 언니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안동 신랑, 지성스님, 장님 눈뜬 이야기에서 민중 신학에서 한(恨)의 주제를 문제 삼는다. 이 한은 한국 문화 정서의 모티브가 된다. 서남동 교수가 제시하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김경숙의 한, 오원춘의 한, ‘석문의 전설’, 「장마」, 「서편제」, 「소리의 내력」, 「신궁」, 「말뚝」, 「장일담」의 이야기 등 한국 민담에서 민중 신학의 한을 포착한다. 서남동의 두 이야기의 합류, 성서의 진정한 해방의 이야기와 오랜 전통을 가진 민중의 사회적인 투쟁이 1970년에 의미있게 합류되었다는 것은 신학의 새로운 지평, 방법론이 사회학적 해석학으로 겹합점이 이루어 졌다고 본다.
민중 신학에서는 민중의 신학적 근거를 성서에서 찾는다. 구약성서의 히브리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야웨의 고난 받는 종의 전승 등이 그것이다. 민중 신학은 하나님의 구원역사의 주체가 되는 민중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찾는다. 김정준은 민중신학의 근거를 암하레츠(땅의 백성)라는 용어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고대 신앙 고백문인 신26:1-11절을 분석하여 히브리의 신앙 고백을 통한 출애굽 사건을 이야기한다. 또 사르밧 땅 과부의 이야기(왕상17:12-16)와 나봇의 포도원 이야기(왕상21:1-9, 11-20)를 통하여 왕조 전승에 저항하는 예언자 전승이 있음을 말한다. 아모스는 정의의 예언자로서 가난한 민중을 대변하는 예언자임을 거론한다. 시편도 탄식하는 시인이 가난한 자임을 말하며 민중 신학을 잘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한국적 구약학의 방법과 길을 연 문익환, 예언자의 삶을 몸소 살고 실천한 한국 구약학의 아버지이다. 김재준, 김찬국이 이 전통을 이어서 한국 구약학의 방향과 이정표를 보여주었다.
한국 민담과 성서와의 비교 연구는 박정세 교수가 시도하였다. 그는 우주와 인간의 기원과 홍수 이야기, 악인에 대한 처벌, 인신 희생 제의, 구원(자)에 관한 예언, 아기 구주의 탄생과 부모, 희생자와 부활, 종교 체험, 마지막 심판에 대하여 살핀다. 그는 3개의 이야기-성서와 한국 민담과 외국 민담-를 소개하며 상호간의 관계와 공통점을 소개한다. 이것은 성서 연구에 양식 비평(Form Criticism)에서 말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양식 비평은 성서에 나타난 문학 양식과 비슷한 고대 근동의 문학을 찾아내서 연구하며, 그 이야기가 배태된 삶의 자리(Sitz-Im Leben)를 묻는다. 이 방법은 한국 고대 문화, 고대 문서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방법론으로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에 기본적인 도구가 된다.
박종수는 요셉 이야기와 두 형제 이야기, 한국 민담의 문무왕과 신라56대 왕(경순왕, 주후927-935년) 김부 이야기를 비교 연구하였다. 방석종은 신화와 역사라는 책에서 단군 신화, 천상 어전회의와 소명설화에 대하여, 역사 비평적 해석을 한다.
성서와 한국 민담의 비교 연구는 가치 있는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 연구해야 할 분야이다. 한국 민담과 성서와 비교할 때 한국 민담이야기가 열등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시적 세계관과 사고의 문화 체계를 이해하여 한국인 의식 구조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심도 있게 할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하여 성서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비교 문학 방법론을 통하여 두 세계 이야기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3. 한국 문화 신학과 성서 해석
한국 문화 신학이 1950년대 후반부터 「기독교 사상」을 통하여 소개하게 되었다.성서가 증언하는 복음 진리가 한국의 전통 문화나 종교와 접촉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한국 문화 속에 어떻게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고 뿌리 내릴 수 있는지, 토착화 신학과 종교 간의 대화에 대한 신학적 문제가 제기 되었다. 1960대부터 한국의 신학자들이 한국 문화 신학의 가능성과 토착화 신학을 전개하였다. 1970-80년대는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민중 신학이 태동하고, 어려운 정치․경제적 상황에서도 계속하여 한국 문화 신학이 형성 전개되었다. 불교․유교․도교가 한국 문화 속에서 어떻게 한국 종교로 자리 잡았는지, 한국 문화 신학이 아시아․동양적 종교 상황에서 해석하고 그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 연구하였다.
지금까지 한국 문화 신학을 전개한 학자들이 있다. 한국 신학을 한 학자들의 신학은, 유동식의 풍류 신학, 윤성범의 성(誠)의 신학, 김광식의 언행일치의 신학, 허호익의 천지인의 신학, 서남동, 김재준, 안병무의 민중 신학, 강원돈의 물(物)의 신학, 박종천의 상생의 신학, 변선환의 불교적 기독교 신학, 유영모, 김흥호의 유교적 기독교 신학 등이다.
곽노순은 “동양 신학의 토대와 골격”이라는 글을 통하여 동양의 풍요로운 종교 체험과 지평 융합하는 ‘해석학적 접근’을 시도한다. 이러한 신학적 작업은 한국의 많은 학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체험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독특한 한국 문화 신학이 된 것이다.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이라는 방법론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한국 문화의 본문과 성서의 비교 연구는 있었다. 곽노순은 「삼국유사와 성서」라는 글에서 한국인의 정신적 풍토를 담고 있는 문헌들을 상고하면서 성서의 이야기를 음미할 때 더 잘 성서를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려 충렬왕때 국존 김경명과 그의 제자들이 저술한 책에서 이스라엘 역사의 자료들의 배경을 알 수 있다고 하고, 선덕 여왕과 솔로몬의 지혜를 비교하기도 하고,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 이야기에서 모세의 이집트 재앙 이야기와 비교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성서와 삼국 유사를 비교 연구한다. 그는 맺는말에서 두 책의 비교 연구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서는 중동 아시아 문화권에서 생긴 일들을 적어 놓은 고서(古書)요, 삼국 유사는 극동 아시아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들을 수집해 놓은 책이다.(중략) 여러 민족들이 그 동안 농사 지어 온 다양한 체험들을 추수할 때가 가까이 왔음을 예감케 된다. 이런 하느님의 흩으심과 모으심의 경륜을 피부로 느껴, 다양한 표현들을 나란히 놓고 음미할 때 성서의 이야기들을 보다 심도 있게 체질화할 수 있는 것이다.”
곽노순의 작업은 한국 문화적 성서해석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이 작업은 구약 연구에 있어서 양식 비평적 방법과 유사하다. 고대 근동의 문학 양식에서 구약의 본문과 유사한 본문을 찾고, 구약 본문의 삶의 자리(Sitz Im-Leben)를 묻는다. 그리고 그 본문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연구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은 한국의 문화를 담지하고 있는 고대 문헌들과 성서를 비교하고 이해하는 양식 비평적 방법(Form Criticism)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성서 연구 방법 중에 양식 비평적 방법을 차용하여 한국 문화를 가진 본문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 두 본문을 비교 연구하여 한국인의 문화와 역사, 한국인의 심성을 이해하고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국인의 문화를 해석하며, 그를 통하여 성서의 깊은 이해를 도모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 비교 작업을 통하여 성서의 본문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선행된다. 또한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 문화를 보존하고 발굴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연구를 위해선 인류학적 방법과 기호학, 구조주의 등의 방법들이 필요하다. 한 문화, 이스라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또 다른 문화인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고대의 문화를 읽어내기 작업으로서 인류학적 방법이 사용해야 한다. 인류학에서는 고대의 문화와 풍속, 제의와 인종, 타 문화의 비교와 유사점을 연구하기 때문이다. 구조주의도 문화 인류학과 인접 학문으로 고대인의 문화의 상징이나 의미 등을 연구한다. 오늘날 기호학에서는 이러한 연구 방법의 결과들을 통하여 본문의 의미를 찾아낸다. 따라서 구조주의와 기호학 방법들은 문화의 구조와 의미를 찾아내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된다.
그 다음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 방법론의 일차 문헌으로서 한국 문화적 문헌들을 살피는 작업이 요구된다. 한국학에 대한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 문화와 사상에 대한 연구도 뒤따르게 된다. 한국의 사상은 불교와 유교(성리학), 실학에서 찾을 수 있다. 김환철은 우리 역사 속에 기독교와 실학의 만남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윤사순은 『한국의 사상』이라는 책에서 원효 사상의 화쟁적 성격, 원측의 유식사상, 의상의 법화도, 대현의 대승계율사상, 도선의 도식사상, 균여의 성상융회사상, 의천의 천대사상, 보조선의 정혜결사, 일연의 사상 등을 소개하고 있고, 이 외에도 35개의 사상을 소개하고 있다. 한태동은 동서양의 사유의 구조를 분석하고 인식론적인 측면에서 퇴계와 율곡, 의상과 원효에 인식구조를 파악하고 있다.
윤성범은 1961년,「한국 신학의 방법서설」에서 한국 전통 문화 속의 「단군 신화」, 「정감록」, 「율곡의 사상」과 같은 한국의 재래 문화적 자료들을 소개하였다. 그 외 우리나라 고대사의 자료로 「한단고기」가 좋은 역사 자료가 될 수 있다. 한국 역사를 기독교 사관으로 풀어낸 함석헌의 연구는 역사 연구의 좋은 효시가 되었다. 이렇듯 유교․불교․도교․동학의 대표적 문헌들과 한국의 신화들이 기본 문헌이 되고 자료로 유용하게 연구할 수 있다. 이러한 문헌들과 성서 이야기와 비교하는 작업을 통하여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의 기초 작업을 하게 된다. 이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인의 관점에서 성서를 보는 체계적 방법론이 요구되고, 그 결과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 방법론이 형성될 수 있다. 한국의 고유한 것이 무엇인가. 그것과 성서의 관계는 무엇이며, 그 차이점과 유사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하여 이스라엘 신앙과 기독교 신앙의 독특성을 찾을 수 있고, 그 속에서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신앙 이해와 한국인의 신학이 형성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서양 신학을 소개하는 수준에 있던 한국 신학이 한 단계 나아가 한국적 신학을 연구하여 발표하고 세계무대에 많이 내놓고 중심에 서는 날, 세계 신학에 동양의 신학으로서 한국 신학이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되고, 서구 신학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많이 해결하여 성서학과 신학의 지평이 넓어질 것이다. 이 작업은 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공간인 한국 땅에서 가능한 것으로서, 통일 신학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신학은 동양 신학과 서양 신학이 융합된 신학으로서 통일 신학이 되고 창조적 신학 작업이 되어 앞으로의 신학은 한국에서 새로운 기원을 가지고 발전될 수 있는 지평이 열리게 될 것이다.
4. 한국 문화적 성서 방법론을 주창하며
한국 문화 신학적 성서 해석 방법론은 무엇인가. 이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가, 있다면 이 방법론은 무엇인가. 한국 문화로 신학화 하는 것, 한국 문화 신학이라는 거시적 담론, 조직신학적 차원을 내포하고 있다. 그 선상에서 성서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거시적 관점에서 성서, 신학전반에 걸쳐 논의하는 과정에서 성서를 인용하거나 성서의 사상을 포괄적으로 사용하여 한국 문화 신학적으로 성서 해석을 하는 작업, 방법론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 방법론은 한국 문화와 성서, 두 차원에서 미시적 관점으로 두 문화의 평행, 차이점을 포착하여 비교 평가하고 새롭게 해석하며 연구하는 방법론이다. 이미 앞에서 언급하며 지적하였지만 ‘한국 문화적 성서 방법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정의해 보자.
1) 개념의 정의
한국 문화적 성서 방법론(비평, Korea cultural Biblical Criticism)이라는 용어에서 보듯이, 한국학과 한국 문화 신학의 한국적 주제들을 연구하고, 성서비평(방법론) 중 양식 비평(Form Criticism)의 방법으로, 신학적 방법론으로 성서 해석학, 조직신학적 해석학, 신학적 방법론 등을 연구하는 복합적 연구이다. 한국 문화라는 상황과 구약 성서의 히브리문화, 신약 성서의 헬라 문화를 동시에 생각하며 문화적 차이를 구별하고, 비슷한 문화 개념을 찾고 다른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작업을 통해 한국 사람들의 문화에 맞게 성서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작업을 한다.
2) 연구의 목적과 특성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은 한국 문화라는 복합적 문화의 폭넓은 특성과 성서 해석 방법이라는 성서적 해석학의 신학적 특성이 결합된다. 한국 문화라는 거대한 문화의 지평, 종교와 문학, 예술의 차원에서 각 시대마다 다른 역사의 지평을 이해하여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신학을 만드는 작업이 요구된다. 구약과 신약의 성서 문화를 이해하여 한국 문화에 맞추어 해석하고 이해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것이다. 성서 해석학과 성서 연구방법론, 특히 양식 비평과 구조주의 비평, 인류 문화적 비평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 성서 연구에 따르면 한국 문화 이해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성서 본문과 한국 문화 이야기 본문이 평행되어야 한다. 두 문화의 비교 연구, 즉 두 평행 본문, 성서 본문과 한국 문화를 나타내는 문헌을 연구함으로써 성서의 정확한 이해를 도모함을 물론, 한국 문화에 대한 바른 이해도 꾀할 수 있다. 이는 양식 비평에서 고대근동 문서와 성서 본문과 비교 연구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그러므로 성서 본문 이해 작업이 선행되고, 그 후에 그와 유사한 한국 문화 본문을 찾아, 비교 연구하여 성서와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하여 한국인에 맞는 한국적 성서 해석, 한국의 신학을 창조함으로 살아있는 성서 해석과 한국 문화의 재발견과 더불어 한국인으로서 주체성 있는 신학 작업을 하게 된다. 이것을 통해 한국 사회 전반에 한국적 이해의 지평을 넓혀 가며 우리 것에 대한 가치와 전통문화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우리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서양 문화의 한계를 동양 문화(한국문화)가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게 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3) 새로운 창조적 해석
한국 문화 이야기와 성서 이야기를 연구한 다음에 실천을 위한 창조적 해석을 한다. 다시 한 번 질문하자.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 방법으로 성서를 연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왜 한국문화로 성서 문화, 성서 본문을 대치하여 살펴보고, 비슷한 이야기를 찾는 작업이 필요한가. 이 작업을 통하여 한국인의 심성과 전통,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파악하여 한국인에 맞는 성서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그 나라에 맞는 성서 해석을 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할 수 있다. 그러면 상황적 성서해석이 되지 않는가. 물론 아시아적 성서 해석이라는 차원과 같이, 불럭화된 제3세계의 성서 해석이 있는 것처럼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 방법이 지역적, 상황적 방법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성격으로 인해 보편적 방법론이 아닌 한계가 드러나더라도 여성 신학과 해방 신학, 민중 신학이 갖고 있는 고유한 신학적 해석의 장점과 기능들은 살아나게 된다.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은 아시아적 성서 해석과 맥을 같이하면서 한국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갖고 있는 동양적 사유와 문화의 배경에서 특수하고 의미 있는 창조적 해석이 가능하다. 이 해석은 그동안 서구 신학 방법론이나 성서 해석 방법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창조적 해석은 본문의 이해와 해석 작업을 통하여 결론부에서 도출할 수 있는 의미론이다. 구조주의 비평, 기호학에서 설화적 구조(통사론)과 술화적 구조(의미론) 두 부분을 연구하고 나서 마지막 기호학적 사각형을 도식을 통하여 마지막에서 의미생성을 하며 창조적 해석으로 결론에 이른다. 한국 문화 이야기와 성서 본문 비교와 상통 본문 이야기들 연구를 통하여 창조적 해석을 위한 단초들을 얻을 수 있고, 현대 문화에서 야기되는 많은 문제점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박정세는 희생자와 부활이라는 주제로 성서에 기록된 예수의 고난과 부활 이야기와 한국의 원혼 설화, 그리고 아메리카 인디언의 유령 춤을 비교 연구한다. 성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하여 보이심은 어떤 세상적인 언어로서도 종교적 신비주의 언어로서도 분류해 낼 수 없는 특별한 것이라고 인용한다. 또한 원혼 이야기를 통하여 고난 받는 민중이 자신들에게 고통을 가져다주는 대상에게 자신들이 당한 고통을 그대로 보복하기를 원하는 심성을 파악한다. 아메리칸 인디언의 유령 춤 연구를 통하여 그들의 현실적 난관에 부딪쳐 극도의 불안감과 분노로 점철되는 삶 속에서, 유령 춤이 자신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효과적인 탈출구임을 밝힌다.
박정세는 희생자와 부활의 세 이야기를 통하여 나름대로의 창조적 해석을 도출한다. “우리 주변의 희생자들에 대해 하나님의 고난 받는 종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하나님의 선교에 매진할 수 있게 한다. 즉, 고난의 종에 대한 해석을 이스라엘이나 예수 그리스도에 국한하지 않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작은 그리스도로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이사야53:4-5). 우리가 희생자를 고난의 종으로 받아들일 때 희생의 악순환을 극복해 낼 수 있다. 고난의 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야말로 정의에 대한 책임을 전제하는 것이다. 고난의 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성취될 때 결코 원혼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억울한 사람의 죽음과 한국인의 원혼 달래기 이야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를 통하여 한국인의 심성에 맞는 해석과 이해를 도모하며 부활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더 나아가 고난 받는 사람들에게 대한 의미 확장을 통한 확대 해석, 창조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화적 창조적 해석 작업은 실천을 강조하는 신학적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의 결론부에서 형성된 창조적 해석은 사람들에게 자신들 나름대로의 의미 있는 창조적 해석과 실천을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나가는 말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하여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 방법론이 가능한지, 그 연구 방법론이 의미 있는지, 어떠한 방법론인지 살펴보았다. 앞으로 이 방법론이 계발되고 깊이 연구하고 적용하는 논문들과 글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앞에서도 살펴본 대로 많은 학자들이 한국 문화와 기독교, 문화와 그리스도, 복음과 한국 문화라는 관계에서 어떻게 복음을 잘 이해할 것인가 라는 문제에 씨름하였다. 이미 연구한 한국 문화 신학의 바탕에서 기독교 경전인 성서를 바탕으로 한 연구 방법이 계발 발전 정착되어, 연결된다면 성서학자(구약)로서 성서 연구 방법론 중에 한 방법론으로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작은 소망을 가진다. 왜 아시아적 성서 해석은 있는데,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은 없는가, 이미 작업을 많이 하였다고 하더라도 아직 방법론이 정립되지 않았다. 이제라도 성서학자들이 더 성서 연구 방법론으로 한국 문화적 성서 해석 방법론을 연구하고 탐구하여 보다 많은 연구 결과를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한국 땅에서 성서 신학을 하는 학자들, 연구자들의 보람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러한 작업이 우리의 사명이 아닌가. 이런 과제는 이제 우리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가치를 깨닫고, 우리 것을 사랑하고 그것을 펼치려할 때 가슴 벅차오르는 감격이 있고, 후대에 남겨줄 유산이 있지 않겠는가. 여기에 한국 문화 신학의 과거 작업과 오늘의 현주소가 있고, 밝은 미래가 있다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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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새로운 창조적 해석이 기대됩니다. 교수님의 적극적 접근법을 알고 싶네요 .
적극적 접근법, 글쎄요. 조언 좀 해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