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천계곡 옆에 끼고 약수터까지
작은 폭포 아래 명당바위 곳곳 자리
한파를 겪어내는 것과 무더위를 이겨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렵고 쉬운지 내기를 한다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올해처럼 더운 적이 없었다고 다들 야단이다. 살을 찌르는 햇빛, 숨 막히게 하는 공기, 참으로 수고로움이 많은 2018년 공포스러운 여름이다.
여름산행이 덜컥 겁이 나서 물이 함께 흐르는 곳, 북면 외감리에 있는 천주산 자락에 있는 달천계곡을 찾았다. 이른 아침부터 주차된 차량이 빼곡이 보인다. 역시 더울 때는 집을 떠나 시원한 자연이든, 인공놀이터든 어딘가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계곡 입구에는 조선중기 대학자 미수 허목선생의 유적비가 여전히 이곳을 유유자적 지키고 있고, 아래쪽 물이 흐르는 곳에 ‘達川洞(달천동)’이라고 선생이 새겨둔 귀한 암반에는 벌써 누군가 자리를 펴고 있어 구경도 하지 못했다. 워낙 더운 날씨이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터,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사적 글귀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여름시즌에 맞춰 오토캠핑장이 개방되어 있는데 카라반, 텐트, 그늘막, 테이블, 코펠까지 모두 대여 가능해 준비가 부족해도 하룻밤 묵는데 안심이다. 캠핑장을 지나 산길로 들어서면 공기부터 다르다. 오른편으로는 계곡물이 촬촬 흐르고 곳곳에 명당바위를 찾아 피서객들이 앉아 신선놀음을 즐긴다. 15분정도를 걷다보니 갈림길이 나온다. 자갈돌을 밟으며 산으로 평평히 올라가는 길과 계곡물을 따라 울퉁불퉁 올라가는 길, 망설여진다면 약간의 오르는 산길이 있더라도 물의 근원지인 약수터까지 가기 위해 계곡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물소리도 시원하거니와 올라갈수록 그 시원함이 배가 된다. 달천계곡은 1년 내내 수량이 비슷하다고 하니 한결같은 인심에 고맙고, 한 번씩 살랑이며 부는 산바람은 어찌 그리도 은혜로운지...
어질어질 현기증을 느낄 때쯤 약수터에 도착해서 마시는 물 한 모금은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어디서부터 따라왔는지 수고했다고 흰나비들이 인사를 건넨다. 약수터 바로 아래에는 보라색의 칡꽃잎들이 땅에 떨어져 있어 칡들의 무성함이 보인다. 껍질이 일어나 속이 들여다보이지만 매끈하게 뻗은 노각나무를 보니 풍성하게 핀 흰색의 노각꽃도 상상이 간다.
약수터를 내려와 계곡 주위에 자리잡고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면 그때서야 천국이 보인다. 계곡 아래쪽에서 놀면 물이 얕아서 어린아이에게 안심일 수는 있지만, 조금만 걸어올라가 위쪽 계곡물에 자리한다면 훨씬 시원하고 깊은 물맛에 빠져들 것이다. 나름 ‘폭포’라 칭해지는 곳에서 시원한 음료 한 잔 한다면 이 날 만큼은 용광로 같은 여름이라도 두렵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