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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암자순례, 그 장엄함에 취하다
1. 일자: 2023. 1. 12 (목)
2. 장소: 통도사
3. 행로와 시간
[통도사 매표소(11:40) ~ (무풍한솔길) ~ 통도사(12:05~12:55) ~ 안양암(13:17) ~ 수도암(13:30) ~ 염불암(13:45) ~ 비로암(14:19) ~ 극락암(14:35) ~ 서축암(14:55) ~ 자장암(15:05) ~ 서운암(15:30~50) ~ 취운암(16:02) ~ 보타암(16:07) ~ 매표소(16:35) ~ 관음암(16:45) / 18.5km]
< 통도사 산사 트레킹을 준비하며 >
오래 전 영남알프스 영축산을 내려서며 마주친 통도사는 시간이 없어 경내에 들르지 못했고, 이는 마음 속에 늘 숙제로 남았다. 신라 승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모셔온 부처의 사리를 봉안한 5대 적멸보궁 중 통도사 만이 가 보고 않은 곳이기에 조바심은 커져만 갔다.
좋은사람들에서 신불산+영축산 산행을 안내하면서 통도사 암자 트레킹을 B코스로 제시한다. 두말 없이 신청을 했다.
양산 통도사에는 600만평이 이르는 거대한 터에 19개의 암자가 산재해 있다. 이 암자들을 둘러보는 데는 영축산을 포함하면 20km, 빼도 15km는 족히 넘는다. 가장 위쪽에 위치한 백운암의 고도는 700m 어름이다. 놀랍다. 한 사찰의 반경이 이리 넓다니 말이다.
내게 사찰을 주제로 쓴 책 중 으뜸은 [바람이 지은 집]이다. 책의 첫머리에 ‘세상 모든 절집은 바람(願)이 지었다’라고 써 있다. 멋진 문구다. ‘노송이 바람되어 춤추는 적멸의 땅’ 통도사 편을 다시 읽었다. ‘통도사 가는 길은 무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도로 통하는 길이니까요.’ 라는 맺음말을 되새긴다.
TV에서 본 서운암과 자장암을 꼭 들려야지 마음 먹는다. 10km 5시간의 암자 순례를 예상한다.
< 희망사항 >
지도를 살피며 19 암자의 위치를 확인해 본다. 여유 있게 걸으면 11개 정도를 둘러 볼 수 있을 것 같다. 멀리 있는 백운암 등 4개 암자와, 방향이 다른 축서암 등은 다음을 기약한다. 욕심을 내자면 1~2개는 더 가능한 것이나, 많이 보는 것 보다 자세히 보는 것이 우선이라 여긴다.
이번 통도사 여행은 암자 순례인 동시에, 대웅전 / 관음전, 원통전 / 약사전 / 나한전 / 극락전 / 대명광전 / 조사전 등 사찰 건물의 특징을 탐사하는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 각기 다르게 모셔진 불상과 탱화를 보고 그 같음과 다름을 살펴보고 싶다. 또한, 유니스코 문화유산에 빛나는 우리 산사의 매력에 빠져야겠다.
(여기까지는 트레킹을 준비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실제는 많이 달랐다.)
< 통도사 가는 길에 >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사당역 주차장을 찾는다. 남들 출근하는 시간에 산에 가니 기분이 묘하다.
8시 충주, 동녘 하늘에 주홍빛 기운이 느껴지더니 이내 겨울 산과 들 너머로 거대한 불덩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의 태양이 용트림을 한다. 장관이다.
언양 땅에 들어선다. 영남알프스의 거대한 산줄기가 벽처럼 도시를 둘러 싸고 있다, 매번 컴컴한 밤에 산에만 올랐지 낮에 시내에서 산을 올려다 보긴 처음이다. 평일 낮 산행의 주는 여유가 느껴진다.
산에 가는 일행들은 배내고개에서 내리고, 남은 자들은 11시 30분 무렵 통도사 앞에 선다. 자, 본격적인 암자 트레킹을 시작하자.
< 통도사 >
무풍교를 건너자 아름다운 무풍한송 솔숲길에서 노송들이 춤사위를 펼친다. 며칠 전 찾은 융건릉 소나무 숲 그 이상이다.
이곳이 세계문화유산에 빛나는 곳임을 알리는 비석을 지나자 본격적으로 통도사 경내에 들어선다. 영축총림을 알리는 단청이 화려한 문 앞에 선다. 볕이 참 좋다.
성보박물관에 들른다. 여러 사찰을 다녔지만 사찰 박물관 안을 본 건 처음이다. 입구에 커다란 쾌불이 걸려있다. 아쉽게도 사진 촬영은 금지란다. 안쪽으로 이동해 유물들을 찬찬히 둘러 본다. 전시물도 인상 깊지만 이를 둘러싼 인테리어도 하나 같이 화려하고 정성스럽다.
통도사의 가람 배치는 금강계단을 중심으로 상하부 구조로 나뉜다. 일주문에 들어서면 하부구조가 먼저 나오고, 불이문에 들어서면 상부구조와 마주한다.
흥선 대원군의 글씨라 하는 일주문을 넘어선다. 색색의 연등이 그윽한 그늘을 만든다. 그 속을 지나 산문 안으로 들어선다. 극락전부터 둘러본다. 극락의 주인인 아미타불이 사는 집이다. 고목이 만드는 세월의 색감이 곱다. 옛 것이 아름다운 건 세월의 깊이를 품고 있기 때문이리라. 수 많은 당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볼 게 너무 많이 눈이 분주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극락전 맞은편은 약사전이다. 병을 고쳐주는 약사불을 모신 곳이다. 법당 안을 들여다 본다. 무표정하나 옅은 미소가 느껴지는 부처님과 마주한다. 전각에 따라 모셔진 불상의 모습이 다르고 특히 부처님의 손짓을 주목하라 하나, 사실 잘 구분이 안된다. 이곳의 극락전은 지붕 처마 밑 공간에 돌로 된 불상을 따로 모시고 있다. 특이하다.
영산전은 짙은 밤색 건물이 특징이다. 자세히 살피니 이곳 지붕 밑에도 불상이 모셔져 있다.
관음전 옆으로 돌아드니 용화전이 등장한다. 뜰에 위치한 둥글고 덮개까지 있는 비석이 무척 인상적이다. 통도사의 명성은 이 소소한 디테일에도 묻어난다.
마침내 대웅전 앞에 선다. 아쉽게도 금강계단은 담장 뒤에 있었다. 법당 안 불상이 있어야 할 곳 대신 저 멀리에 사리탑이 모셔져 있다. 통도사가 한국 불교의 종가인 건 바로 이 금강계단이 있기 때문이다. 대웅전을 돌아 신령각 위에 서니 사리탑이 한 눈에 들어온다. 탑과 적멸보궁 주변 팔작 지붕의 기와와 장엄함에 아니 반할 수 없다.
걸음을 응진전으로 옮긴다. 번뇌를 떨친 아라한이 사는 곳이다. 너른 뜰 뒤로 영축산이 유유히 흘러간다. 통도사는 영축산을 품고 있는 사찰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응진전 뒤로도 보광전 등 절 집들이 있지만 이곳에서 통도사 순례를 막을 내린다. 통도사는 5대 총림의 하나다. 총림은 선원, 강원, 율원과 염불원을 갖추어야 하니 그 규모가 크다. 통도사를 천천히 둘러보며 그 위엄을 확인한다. 걷기는 느리게 여행하는 최적의 방식이다.
‘바람이 지은 집’에 나오는 문구대로 상주 불멸하는 부처의 진신이 바람의 춤을 추는 곳, 통도사는 그런 절이었다.
< 안양암 ~ 극락암 >
통도사에서 산중 암자로 연결되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 통도사 전체가 한 눈에 조망되는 벤처에 앉는다. 연등이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고, 햇살 받은 겨울 나무는 다가올 봄을 맞이하려는 몸짓으로 분주한다. 집에서 준비한 스콘과 귤을 먹으며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귤의 새콤달콤함이 에너지를 준다.
보광선운 뒤편 탑이 있는 언덕을 올라선다. 지도를 본다. 안양암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받아온 트랙 역방향으로 걷기로 한다. 산길을 한참 걷다 내려서자 안양암 지붕들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영축산이 암자를 품고 있었다. 첫 암자와의 대면은 담담했다. 통도사에서 좋은 걸 너무 많이 봐서 인 것이리라. 내려섰다 다시 올라온다.
다음 목적지는 수도암인데 지도상으로는 지척인데 길 찾기가 용이치 않다. 산죽이 겨울 햇살을 받아 푸르름을 뽐낸다. 한참을 헤맨 끝에 뒷문으로 수도암에 들어선다. 지도가 있으면 뭐하나. 보는 눈이 없는데 말이다. 온갖 얄팍한 꼼수와 지름길을 맞으려는 욕심이 늘 길을 헤매게 한다. 수도암은 고요했다. 크지 않은 암자다.
자장암으로 가는 길, 도로로 내려선다. 수도암 인근에 커다란 암자가 보인다. 지도에는 표식이 없다. 무심코 발길이 그리로 향한다. 또 길을 잃어 녹차밭을 가로질러 경내로 들어선다. 최신식 건물이다. 탬플 스테이를 하는 곳 같다. 돌아 나오는 길에 간판을 본다. 염불암이다.
다시 도로에 선다. 길을 잃고 방황한다. 찻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올려다 보는 눈에 영축산 줄기가 선명하다. 구불거리는 능선과 겨울산의 골격이 선명하다. 복 받은 날씨가 풍경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시간이 흐른다. 안 되겠다 싶어 무심코 지나가는 차를 세운다. 어르신이 모는 차다. 가시는 길에 아무 암자나 내려 달라 부탁했더니 타라 한다. 내심 자장암을 예상했는데 차는 산길로 올라간다. 이왕 왔으니 차 아니면 가기 어려운 비로암으로 가자고 한다. 목표한 곳이 아니라 잠시 혼란스러웠으나 내심 좋아라 한다. 여행은 낯선 것/곳과의 만남이 묘미 아니겠는가.
고도 400미터 어름에 비로암이 있었다. 자갈이 곱게 깔리고 기와 지붕이 놓인 낮은 담장 넘어 이름모를 산들이 파노라마 친다. 바라보는 눈 맛이 그만이다. 이 높은 곳에 크고 근사한 암자가 있다니 놀랍다. 천천히 돌아보고 어르신께 인사하고 길을 내려선다.
비로암 삼거리에 백운암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는 이정목이 있다. 백운암까지는 1.2km로 산길이다. 통도사 산문은 5.1km거리에 있다. 다음에 영축산 넘어 백운암으로 하산할 때를 위해 사진을 찍어 둔다. 그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극락암은 그리 멀지 않았다. 무척 큰 암자였다. 큰 연못에 구름다리가 놓여져 있다. 통도사 암자들은 이름이 암자이지 그 규모가 여느 사찰 못지 않게 크다. 다음 암자로 가는 길이 꽤 길다는 걸 알기에 혹시나 해서 내려가는 차를 얻어 타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무작정 걸어간다.
< 서축암 ~ 관음암 >
서축암은 현대식 건물이다. 절 앞마당의 고운 잔디며 줄지어 선 노란 휘장이 고급스럽게 다가온다. 무척 조용하다. 팔작지붕 뒤로 영축산의 암릉들이 도열해 있다. 눈이 확 뜨일 만큼 멋지다. 기가 막히게 좋은 자리에 위치한 암자다. 근데 너무 화려해 왠지 발길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서축암은 큰 건설회사가 지은 절이라 한다.)
서축암을 나와 도로에 선다. 생각해 보니 통도사 암자 순례는 걸어서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너무 넓고 무엇보다 정확한 방향 감각이 없으면 길을 찾기가 용이치 않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본다. 부산에 사는 마음씨 좋은 부부가 선뜻 앞자리를 내어 주신다. 게다가 가고 싶은 암자를 말하라 한다. 그분들도 자장암을 가려는 참이라는 걸 알고 부탁을 했다. 친절한 대화가 이어지고 멀지 않아 자장암 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올려다 보는 산 풍경이 압권이다. 뭐 이런 사찰이 있나 싶다. 가는 곳마다 풍경 명소다.
자장암으로 오르는 108계단에 선다. 인상적인 석축물이 많다. 암자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풍경에는 소나무 뒤로 영축산이 또 등장한다. 풍경이 무척 시원한 암자다. 절 집 마루와 지붕이 연결되는 선이 고와 사진을 찍었다. 명불허전이다.
먼저 암자를 뜬다. 서운암을 향해 발길을 돌리려 하는데 걷다 보니 다시 서축암 가는 길에 서 있다. 트랙을 받고 지도가 있으면 뭐하나, 눈이 까막눈인데…. 할 수 없이 차를 기다린다. 고마운 분들은 나를 위하여 서운암 장경각까지 차를 몰고 올라갔다. 힘겨운 발길에 큰 도움이 되었다. 통도사는 고마운 인심으로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장경각은 동영상으로 본 그대로였다. 일단 들어서면 16만자나 되는 글자를 새긴 도자기로 구운 판경을 따라 미로를 여행한다. 신기한 경험을 한다. 닫혀 있으면서도 길이 있다는 확실이 주는 약간 두려우면서도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이곳을 걸으면 누구라도 신심이 일 것 같다. 장경각을 돌아 나와 마당에 선다. 아주 너른 터에 평지 연못이 있고, 그 안에는 금빛 문양이 새겨져 있다. 화려함의 극치다. 또한 자갈 마당에 벤치가 있고 그 뒤로 이제는 별 감흥이 없으리라 여겼던 영축산이 보인다. 이제껏 본 모습 중 단연 최고다. 먼 아득함과 장쾌함이 비할 데 없이 인상적이다. 빈 공간이 주는 개방감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장경각을 걸어 내려와 그 유명한 서운함 장독대 앞에 선다. 좋은 걸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감흥이 덜하다. 장독 뒤 꽃나무가 필 계절에는 그 풍경이 그만이겠다.
서운암을 지나 다시 긴 도로를 걷는다. 이제껏 통도사와 염불암을 제외하고 7개의 암자를 걸었다. 뿌듯함이 몰려온다. 시간이 4시를 향해 간다. 짧은 겨울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마음이 급해 진다. 걸음에 속도가 붓는다. 거리는 꽤 됐지만 다행히 취운암 가는 길은 선명했다. 취운암은 법당 창호의 문양으로 기억될 것 같다. 색 고운 꽃문양은 정성과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취운암을 돌아 나와 멀지 않은 곳에 보타암이 있었다. 통도사 경내에 있는 마지막 암자다. 암자의 법당 문은 닫혀 있고 인적이 없어 고요하다. 마당을 서성이다 발길을 돌린다.
오전에 걸었던 무풍한솔 길에 선다. 그때와 다르게 조용하다. 명상하며 걷기에 그만이다. 이런 저런 생각이 머물다 흩어진다. 통도사는 국내 사찰 중 여러 면에서 최고이다. 절 이곳 저곳을 살피며 드는 생각은 통도사는 한국 산사의 맏형으로서 그 시설에 들이는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사찰의 모범이 되고자 부단히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멋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디테일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1등이 위대한 건, 최고임에도 더 나음을 위해 늘 새로움에 도전한다는 것이리라.
솔숲은 앞서 가는 노부부는 손을 꼭 잡고 걷는다. 그 모습에 반해 아웃 포커스로 사진을 찍는다. 참 좋다. 아마도 오늘 최고작일 것 같다. 이 역시 최고의 솔숲이 기본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솔숲을 지나 매표소 앞에 선다. 부근에 통도사 가람 배치도가 있어 훗날을 위해 갈무리해 둔다. 5시간 가까운 긴 여정이 끝이 났다. 변변히 쉬지도 않고 내쳐 걷기만 했는데도 시간은 빡빡하다. 게다가 버스가 정차해 있는 지산마을까지 걸어가야 한다. 다행인 건 도중에 관음암에 잠시 들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지산마을 가는 길에 무량암, 보문암, 축서암도 있었다.)
< 에필로그 >
통도사에 어둠이 찾아 든다. 절 부근 음식점에서 근사한 식사를 하려던 계획은 시간 압박에 물거품이 된다. 사찰 기행만도 이리 벅찬데 배내고개에서 신불산과 영축산을 넘어 오는 이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버스가 출발하고 눈을 감는다. 오늘 통도사 순례를 머리로 되새겨 본다. 한마디로 통도사는 참 크고 깊은 절이었다. 모처럼 만에 시간을 잊으며 하염없이 걸었다. 생각해 보니 먼저 걸은 이의 트랙대로 보타암을 시작으로 서운암과 백련암을 걷고 이후 자장암과 서축암을 지나 수도암을 넘어 통도사를 오는 코스가 그나마 길을 덜 헤매게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조금 더 눈썰미가 있었다면 서축암에서 한들못을 지나면 통도사 후문 바로 앞에 지산 만남의 광장이 있음을 알아 차렸을 게다. 준비한다고 했지만 아둔한 머리와 지름길을 찾아 나서는 얄팍한 꾀가 길에서 온갖 잡음을 일으켰다. 전체를 살핀 후 세부를 가늠해야 하는데 늘 마음만 급하다.
긴 버스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향한다. 잠자리에 누워 오늘 여정을 다시 집어본다. 너무 많은 걸 보고 경험했더니 오히려 많은 것들이 비워지는 느낌이다.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비우고 멈추고 내려놓아라. 그리고 너를 돌아보아라. 호기심 가득한 역마살을 품은 눈동자가 동행하고 마음만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으면 부처님은 늘 그곳에서 함께한다. 통도사는 그런 곳이었다.
암자 길을 헤맬 때 고맙게 등장해 따듯한 말과 이동의 편의를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