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할 일을 미뤘다, 아니 어쩌면 오늘.
할 일을 미루는 나.
나는 급하게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뒤이어 소리를 내며 모니터가 켜졌고 프로그램 하나를 실행했다. 실행한 프로그램은 파워포인트로, 학교 등에서 발표 과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것을 생각할 시간 따위는 지금의 내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급한 상태이다. 열심히 손을 움직여 PPT 발표자료를 만들기 시작하는 나였다.
날을 일구던 해는 이미 자러 간 지 오래였고, 이곳은 오직 달빛과 인공조명의 빛들만이 내 시야들 책임져 주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은 어느새 주말의 끝인 일요일을 넘어선 월요일로, 학생들의 시작의 요일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학교를 가는 날이 돌아온 것이다.
시계를 보던 눈을 뒤로 하고, 눈은 모니터로 손은 키보드와 마우스에 올려둔 상태로 발표를 위한 피피티를 이어서 만들기 시작했다. 급하게 만드는 중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학교에서 하는 발표에 대한 완성도는 보장을 못하겠다. 어쩌겠는가 일단 지금은 완성을 하는 것이 나에게 우선적인 목표이다.
시계는 어느덧 시침이 떨리면서 2를 간신히 넘어가고 있었다. 현재 PPT는 한 절반 정도 만들어진 것 같다. 그리고 내 눈꺼풀은 중력을 이기지 못한 것처럼 힘 없이 감기기 시작했지만,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온 후 정신을 가다듬고 컴퓨터 앞에서 발표 자료를 계속해서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이 고통스러운 상황을 탓한다면 아마 내 잘못이 매우 클 것이다. 그날부터 준비했었다면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나는 손을 들었다. 이어서 칠판에 무언가가 적히기 시작했다. 탄산칼슘의 끼익하는 소리가 멈추었고 그곳에는 하얀색으로 된 나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나는 4단원을 도맡아서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게 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지금부터 발표일까지 남은 기한은 14일이다. 즉, 2주 뒤에 나의 발표 시간이 된다. 그렇게 나는 시간은 많으니 다음에 발표 자료를 만들기로 결정을 지었다. 다음날 과제는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뇌에서 휘발된 지 오래였다. 그렇다, 잊어버린 것이다.
나는 발표 일주일 전에 수행평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발표물을 만들었을까? 정답은 만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주일이면 7일이다. 해가 지고 뜨고를 7번 반복하고, 시계의 시침이 84번 돌아가고, 초침이 604800번 움직이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매우 긴 시간으로 느껴졌기 때문에 만들지 않았다. 다음에 만들면 되는거니까.
과거의 나를 불러서 왜 그랬냐고 묻고 싶었지만, 솔직히 그때의 나를 불러와도 했을 것 같지 않았기에 나는 생각을 멈추고 만들고 있던 PPT를 계속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왜 할 일을 미루는 것일까. 하루하루마다 자신이 맡은 일을 해치워 나가고 다음의 목표를 향해가는 사람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기에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문득 화살처럼 날아온 의문이 내 머릿속의 경종을 울렸다.
창문에는 조심스레 얼굴은 내민 태양이 이쪽을 바라보며 의문만 지을 뿐이었다.
짝짝짝, 불규칙한 손바닥에서 생겨난 파동들의 행렬이 나의 고막을 울렸다. 급하게 새벽부터 준비했던 발표는 무사히 끝마치게 되었다. 자리로 돌아가니 그동안 못 잤던 몸이 재워달라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이었기에 피곤함에 찌든 눈꺼풀에 한껏 힘을 준 채로 잠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내 미루는 습관에 대해 말이다. 내가 잠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그냥 아무런 말이나 하는 게 아니고, 만약 이런 습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수행 평가가 미뤄지는 양이 증가하여 시간의 압박이 계속 커져 잠을 오래 못 잔 채로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등 나에게 많은 불편을 가져다줄 것이 분명했다.
이처럼 무언가를 미루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귀찮음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달콤한 독이다.
한번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해보았다. 그저 숨 쉬는 것처럼 간단하게 고쳐지진 않을 것이다. 천천히 적응시켜나가야 하는 일이다. 우선 필통 속에 작은 종이를 넣고 다니는 작은 행동으로 시작해 보았다. 작은 종이는 크기와는 달리 큰 역할을 맡았다. 시간 순서대로, 급한 것은 맨 위에 적어서 정리하여 내가 해야 할 일을 종이 하나에 모두 적은 것이다.
종이 하나에 앞으로 할 일이 모두 눈에 들어오니 압박감도 조금 들고, 무엇보다도 내가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체적으로 적혔으니, 점차 내가 과제 같은 것으로 밤을 지새워 보내는 일이 줄어들게 되었다.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있듯이, 습관이 고정되어 버린다면 바꾸기에는 노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 좋은 습관은 그대로, 좋지 않은 습관은 점차 바꾸어 나간다면 우리들은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제목을 소설 이방인의 첫 문장을 활용해 잘 만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