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묘(先廟)에 대한 고유문 을미년 11월
지금 집(集)의 나이 80이 넘어 근력이 다했으므로 굽히고 펴고 절하고 일어나기를 마음대로 못하여 새벽 참알이나 묘제(墓祭)에는 참배를 못한 지 몇 해가 되었고, 사당의 크고 작은 제사에도 참사하지 못한 때가 많았으니, 비록 살아 있다고는 해도 사람 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70이 되면 집안일을 전하는 예(禮)가 옛날부터 있지만, 집에게는 자식이 없고 또 쉽게 대처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그저 비탄만 할 뿐이랍니다. 이어 생각건대 병으로 참사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으나, 혹시 참사한다 해도 힘이 미치지 못해 절차마다 예대로 할 수 없을 경우에는 형편과 힘을 헤아려 신위 앞에 부복(俯伏)만 한 채 집사자(執事者)를 시켜 대신 행례하게도 했는데, 그리하면 어떠하올지요? 예에는 비록 없는 말이지만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아예 제사에 참례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지금부터는 그러한 방법으로 추원(追遠)의 정성을 조금이나마 펴 볼까 하고 감히 실정과 사세를 따라 이렇게 삼가 고유하나이다.
告先廟文 乙未十一月
云云。孝曾孫崇政大夫判中樞府事集。敢昭告于顯曾祖考某官府君顯曾祖妣某封某氏。顯祖考妣顯考妣竝倣此 今爲集年踰八十。筋力已盡。屈伸拜起。不得任意。晨 謁墓祭。廢而不參者有年。至於廟庭大小祀事。亦多未參之時。雖是生存。無復人道。七十老傳。古有其禮。而集無適嗣。又難容易處之。柢堪悲歎而已。仍念病未參祭。固無奈焉。雖或參祭。而力有不逮。不能逐節盡禮。則隨時量力。只自俯伏於位前。而使執事者代攝行禮。未知如何。禮雖不言。而猶愈於元不與祭者。繼自今欲依此行之。以少伸追遠之誠。敢循情勢。用伸虔告謹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