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신순보 지제 의 시에 차운하다〔次邑主申順夫 之悌〕
비바람에 추당이 저물려고 할 때에 風雨秋堂欲暮時 풍우추당욕모시
보내온 죽통에는 종이 가득 명편이네 滿牋奎璧一筒持 만전규벽일통지
* 牋 : 종이 전 奎 : 별 규, 문장(글) 규 璧 : 구슬 벽 筒 : 대통 통 持 : 가질 지
기복을 질탕하게 둔 글이 매우 씩씩하고 波瀾起伏詞何壯
* 波 : 물결 파 瀾 : 물결 란 伏 : 엎드릴 복 詞 : 말 사 何 : 어찌하 壯 : 장할 장
순수하고 충성된 마음은 귀신도 슬퍼하네 肝膽精忠鬼亦悲 간담정충혼역비
* 肝 : 간 간 膽 : 쓸개 담
예로부터 흉포한 자들은 끝내 죽었으니 自古强梁終殄滅 자고강량종진멸
* 梁 : 들보 량 殄 : 다할 진 滅 : 다할 멸
지금의 계책은 모두 웅대하고 기이하네 只今籌策儘雄奇 지금주책진웅기
* 籌 : 살 주 策 : 대쪽 책 儘 : 다할 진
천심이 바뀌지 않아 사람들이 한나라를 생각하니 天心不改人思漢 천심불개인사한
옛 궁궐에서 조정 의례를 다시 보리라 重覩朝儀舊殿螭 중도조의구전리
* 覩 : 볼도 朝 : 조정 조 儀 : 거동 의 舊 : 예 구 殿 : 전각 전 螭 : 교룡 리
의병을 규합하여 왜적을 토벌하려 한다는 거사를 들었기 때문에 웅대하고 기이하다는 말을 하였다.
[주1] 신순보(申順夫) : 신지제(申之悌, 1562~1624)로, 순보는 그의 자이다. 본관은 아주(鵝州), 호는 오봉(梧峰)ㆍ오재(梧齋)이다. 예안 현감 재직할 때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군대를 모집하여 적을 토벌하였다. 참고로 1590년 7월에 예안 현감으로 부임하여 1596년 9월에 이임하였다.
[주2] 추당(秋堂) : 보통 서생(書生)이 독서하는 곳을 가리킨다.
[주3] 명편(名篇) : 원문의 규벽(奎璧)은 본래 28수(宿) 가운데 규수(奎宿)와 벽수(璧宿)를 가리킨다. 두 별이 모두 문운(文運)을 주관하기 때문에 전하여 화려한 문장을 가리킨다.
[주4] 기복(起伏)을 …… 씩씩하고 : 원문의 파란(波瀾)은 문장의 기복이 많은 것이 마치 물결과 같음을 이른다. 여기서는 신지제가 1592년 5월에 왜적이 안동에서 예안으로 쳐들어오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병사를 규합하여 왜군을 토벌하기 위하여 보낸 글이 매우 씩씩하였다는 뜻이다.
[주5] 예로부터 …… 죽었으니 : 원문의 강량(强梁)은 흉포함을 가리킨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이르기를 “흉포한 자는 제대로 죽지 못하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강한 적을 만난다.[强梁者不得其死, 好勝者必遇其敵.]”라고 하였다. 《孔子集語 卷上 六藝》
[주6] 한(漢)나라를 생각하니 : 원문의 사한(思漢)은 전한(前漢)이 왕망(王莽)에 의하여 멸망한 뒤에도 한나라 유민들이 여전히 한나라의 치세를 생각하였기 때문에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가 후한(後漢)을 건국하게 된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왜적에 의하여 종묘사직이 위태롭게 되었으나 백성들이 조선 왕실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조선이 중흥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