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파일에 비가 오다[四月初八日雨]
일 년 농사에 귀밑머리는 쑥대강이 되었는데 一年春事鬢刁騷 일년춘사빈조소
청개구리 다퉈 울고 땅에는 풀이 다 나왔네 螻蟈爭鳴土盡毛 누괵쟁명토진모
짓궂은 바람은 붉은 꽃 만 떨기를 불어 헤치고 僝僽風披紅萬簇 잔추풍피홍만족
죽죽 내린 빗물은 상앗대의 세 배나 불었도다 滂沱雨漲綠三篙 방타우창록삼고
절집에는 욕불1)하느라 시끄러이 모여들고 山家浴佛喧喧集 산가욕불훤훤집
농가에는 소를 모느라 열심히 노력하누나 田里驅牛暋暋勞 전리구우민민로
다행히도 관솔을 관청에서 금하지 않아 幸有松明官不禁 행유송명관불금
빈민들이 밤새도록 난고2)에 대신하네 貧民終夜代蘭膏 빈민종야대난고
군수(郡守)가 백성들에게 모두 등을 밝히게 하고 이를 어기는 자는 처벌하도록 하였으므로, 기름이 없는 백성들은 긴 간대 위에 관솔불을 매달아서 밤을 새웠다. 郡守令民皆張燈。違者有罰。民無由者。縛松明炬於長竿上達夜
[주1] 욕불 : 불교(佛敎)에서 석가(釋迦)가 탄생한 음력 4월 초파일에 석가의 상(像)에 향수(香水)를 뿌리는 행사를 말한다.
[주2] 난고 : 좋은 향기가 나는 기름을 말한다.
* 김종직(金宗直, 1431~1492)
조선 전기의 병조참판, 홍문관제학, 공조참판 등을 역임한 문신으로. 자는 효관(孝盥) 계온(季昷), 호는 점필재(佔畢齋). 문장과 경술(經術)에 뛰어난 영남학파의 종조(宗祖)였다. 생전에 지은 조의제문이 사후에 무오사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어 부관참시를 당했으며 중종 때 신원(伸寃)되고 숙종 때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첫댓글 김종직 그 고고하신 어르신께서
어찌 이런 시어를 찾으셨을가?
빈조소? 누괵? 찬추풍? ...
지금 내 이런 단어를 억지로 해석하는 데
.
훤훤 민민 이런 형용사를 평소에도 쓰시는가?
옛선비님들의 언어생활에 감탄한다.
어제 석탄일이라 옛 시를 한 번 찾아 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