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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종교·철학 아우른 종교학자 길희성 교수 별세
송고시간2023-09-08 21:01
김예나 기자기자 페이지
고(故)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동서양 종교와 철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구를 펼쳐온 종교학자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8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고인은 기독교 신자이면서 불교학을 전공한 학자로 잘 알려졌다.
대한민국학술원에 따르면 그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에서 신학으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철학과 교수,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등을 지냈으며 2009년 학술원 회원이 됐다.
고인은 한국종교학회장,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 등을 역임했고, 2011년부터 인천 강화 고려산 자락에 '심도학사-공부와 명상의 집'을 열어 연구와 수련을 해왔다.
고인은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은 연구로 주목 받아왔다.
탈종교 시대의 그리스도교 신앙을 다룬 '아직도 교회 다니십니까'를 비롯해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 '지눌의 선(禪) 사상',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영성 사상' 등 다양한 저서를 펴냈다.
특히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에 초점을 맞춘 책 '보살예수'에서는 두 종교의 창조적 만남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사상을 심화시켜 평화적 공존을 꿈꿀 수 있다고 봤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종교 간 경계를 넘나드는 영성을 추구하는 일에 매진해왔다.
그는 2021년 쓴 '영적 휴머니즘' 책에서 탈종교 시대에 종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논하며 '영성이란 신을 향한 갈망이며 신과의 일치를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국 불교사와 개혁 운동', '한국 불교 정체성의 탐구: 조계종의 역사와 사상을 중심으로 하여' 등의 논문으로 종교학 연구에 큰 역할을 했다.
이런 공로로 1984년 열암학술상, 2011년 경암학술상 인문ㆍ사회 부문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박남미 씨와 딸 재은·영은 씨 등이 있다.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추모 예배는 10일 오후 6시 심도학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문은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받는다.
ye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3/09/08 21: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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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화 보살님의 마지막 생의 기록 -1
125,907 views Sep 21, 2023 #성북동 #법정스님 #유언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 길상사 창건 공덕주 길상화 보살, 故 김영한 여사는 1916년 민족사의 암흑기에 태어나 16세의 나이로 뜻한바 있어 금하(琴下) 하규일 문하의 기생 진향(眞香)으로 입문하여, 1953년 만학의 나이로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생전에 [백석, 내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이름], [내 사랑 백석], [선가 하규일 선생 약전]등의 저술을 남겼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 발전의 동량들을 키워달라며 KAIST에 큰 후원을 하였고, 창작과 비평사에 기금을 쾌척하여 시인 백석을 기리는 ‘백석문학상’을 이끌어내기도 하였습니다. 김영한(金英韓)으로 태어나 진향(眞香)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한 남자의 자야(子夜)로, 그리고 여성 사업가에서 생의 끝에는 길상화(吉祥華)라는 이름으로 질곡의 한 생애를 살았지만, 평생을 모은 재산을 우리 사회로 환원하고 7,000평의 대지와 건물을 아낌없이 맑고 향기로운 부처님 도량으로 만들어 달라고 내놓았던 길상화 보살은 “나 죽으면 화장해서 눈이 많이 내리는 날 길상헌 뒤뜰에 뿌려 주시오”라는 유언을 남기고 1999년 11월 14일 육신의 옷을 벗었습니다. 이에 길상사는 매년 음력 10월 7일 길상화 보살을 추모하는 기재를 지내며, 고인의 공덕을 잇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 맑고 고결한 영혼은 영원히 빛바래지 않는 진주처럼 고귀하게 남을 것입니다. KBS 이것이 인생이다 - 1999년 11월 방송 김영한 여사의 생의 마지막 기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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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칼럼] 보름달과 영적 휴머니즘
입력 : 2023-09-25 00:25:55 수정 : 2023-09-25 00: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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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신의 형상이 있다는
믿음서 출발한 학자의 이론처럼
고통도 당당히 맞서면 신성해져
환한 달빛에 마음이 정화되기를
추석이 다가온다. 둥글고 둥근 보름달이 뜰 것이다. 추석은 농경사회의 산물, 농경사회의 꽃이다. 추수를 끝내고 여유가 생긴 조상들은 오늘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수확한 것 중에 최초의 것, 최고의 것을 골라 제물로 삼고, 달빛 따라 다른 세상으로 가버린 이를 추억했을 것이다. 어제 살았던 것처럼 오늘 우리가 살고, 오늘 우리가 살았던 것처럼 내일 우리의 아이들이 살던 시간엔, 계절이 돌고 돌 듯 삶의 방식도 돌고 돌았다. 그때는 덧없이 사라지는 존재들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영원회귀의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처럼, 아버지처럼 살다 가는 인생, 또 계절이 돌아오듯 돌고 도는 인생, 자연스럽게 돌아가기를! 그 인생관에선 산 자와 죽은 자를 차별하지 않고, 살 수 있는 힘과 죽을 수 있는 힘을 차별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가을의 ‘추수’가 중요한 농경사회가 아니다. 우리는 더 이상 조상들이 살았던 방식으로 살지 않는다. 당연히 우리가 살았던 방식으로 자녀들이 살기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보름달은 회귀한다. 이번 추석에도 보름달이 뜨기를, 둥글게 빛나기를 기원해 본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살아볼수록 인생은 여행이다.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 갈까, 알 수는 없어도 분명한 것은 재벌에서 노숙자까지 그 누구도 이 지구별이 종착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영적 휴머니즘’으로 자신의 학문을 정리한 종교학자 길희성 교수가 세상을 떴다. 그는 모든 종교가 궁극에선 만난다고 믿은 종교다원주의자였다.
철학자 정대현 교수는 그를 추모하며 그의 사유를 신인합일(神人合一)로 요약했다. 기독교의 본질은 하나님이 인간이 된 성육신 사건인데, 길희성은 예수를 공부하며 ‘예수에 대한 신앙’이 아니라 ‘예수의 신앙’으로 종교 사이의 벽을 해체하는 방법론적 열쇠를 찾았다는 것이다. 영적 휴머니즘은 우리 안에 신의 형상이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 신성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휴머니즘의 핵이다. 그 신성을 ‘하느님’이라 하든, ‘불성’이라 하든, ‘태극’이라 하든, ‘아트만’이라 하든, 그건 단지 언어적 차이일 뿐 궁극의 차이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를 묻기 위해 파둔 한줌의 공간을 보았을 때 나는 똑똑히 보았다. 인생, 덧없다는 것을. 이 땅은 정착지가 아니라 배움터라는 것을. 고인이 소개될 때마다 종종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하버드 출신의 종교학자, 그렇게 요약된 것은 그에게 기대된 사회적 역할이지만, 그러나 한 줄로 요약되어 유통되는 것이 어찌 그 사람의 인생일 수 있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대통령으로 살든 거지로 살든, 학자로 살든 농부로 살든 그것은 껍질이다. 중요한 것은 그대 자유로운가, 하는 것이다. 고인은 불교의 ‘무상(無常)’을 자유의 표상으로 보았다. “존재는 슬픔을 가진다. 왜냐하면 무상한 것을 영원한 것으로 집착하기 때문이다.” 집착한 것에서 무상을 보고 툭, 놓을 수 있을 때 자유가 찾아든다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데 집착하는 순간 고통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고통은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가르침일 수 있다. 고통이 회피되어야 할 부정적인 상황이 아니라 마주쳐 스승으로 삼아야 할 몽학선생이 되면 고통까지도 신성한 것이 된다. 당당히 고통을 마주하고, 거기에 실체가 없음을 봐야 지나간 것을 불러내 온갖 망상을 만들어내지 않고, 다가올 것에 불안해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 머물 수 있게 된다.
그대, 요리할 때는 요리에 몰두하고, 산책할 때는 발걸음에 집중하고, 사랑할 때는 사랑만 하고, 일을 할 때는 일만 할 수 있는가. 외로울 때는 외로움을 만져보고, 맨발걷기를 할 때는 맨발의 촉감을 섬세하게 느껴봐야겠다. 많이 웃고 일용할 양식에 감사해야겠다. 해바라기가 해를 바라고 달맞이꽃이 달빛을 충분히 느끼듯 그렇게. 그러면 요리가, 산책이, 사랑이 신성한 일이 된다. 이번 추석엔 달맞이꽃이 달의 정기를 모으듯 우리의 호흡이 달빛 따라 달에 닿기를. 그 달빛에 정화되기를!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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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종교·철학 아우른 종교학자 길희성 교수 별세…향년 80세
중앙일보
입력 2023.09.10 14:47
김지혜 기자 구독
고(故)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 사진 대한민국학술원
동서양 종교와 철학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구를 펼쳐온 종교학자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지난 8일 8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기독교 신자이면서 불교학을 전공한 학자로 잘 알려졌다.
10일 대한민국학술원에 따르면 그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에서 신학으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철학과 교수,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등을 지냈으며 2009년 학술원 회원이 됐다. 고인은 한국종교학회장,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 인천 강화 고려산 자락에 '심도학사-공부와 명상의 집'을 열어 연구와 수련을 해왔다.
고인은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은 연구로 주목 받았다. 탈종교 시대의 그리스도교 신앙을 다룬 『아직도 교회 다니십니까』를 비롯해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 『지눌의 선(禪) 사상』,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영성 사상』 등 다양한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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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에 초점을 맞춘 책 『보살예수』에서는 두 종교의 창조적 만남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사상을 심화시켜 평화적 공존을 꿈꿀 수 있다고 봤다.
고인은 최근까지도 종교 간 경계를 넘나드는 영성을 추구하는 일에 매진해왔다. 그는 2021년 쓴 『영적 휴머니즘』 책에서 탈종교 시대에 종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논하며 '영성이란 신을 향한 갈망이며 신과의 일치를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국 불교사와 개혁 운동', '한국 불교 정체성의 탐구: 조계종의 역사와 사상을 중심으로 하여' 등의 논문으로 종교학 연구에 큰 역할을 했다.
이런 공로로 1984년 열암학술상, 2011년 경암학술상 인문·사회 부문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박남미 씨와 딸 재은·영은 씨 등이 있다.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추모 예배는 이날 오후 6시 심도학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문도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받는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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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불교 회통한 종교학자 길희성 별세
등록 2023-09-08 12:30수정 2023-09-11 08:34
조현 기자 사진
길희성 교수.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강화도 고려산의 ‘심도학사-공부와 명상의 집’ 설립자인 종교학자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8일 노환으로 인천 강화도비에스종합병원에서 소천했다. 향년 80.길 교수는 크리스찬이면서도 불교를 전공해,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인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시도한 종교학자였다. 고인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신학으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철학과 교수와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를 거쳐 학술원 회원을 지낸 고인은 대학에서 정년퇴직한 뒤 2011년부터 사재를 털어 지은 강화도 고려산 자락 ‘심도학사’에서 영성적 고전공부를 이끌어왔다.고인은 목사였던 외조부를 비롯해 목사와 장로들이 많은 집에서 태어난 크리스찬으로, 1987년엔 한완상 교수 등과 함께 평신도공동체인 새길교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고려시대 대표적인 고승인 보조국사 지눌의 선사상을 연구했다. 서강대 교수를 하던 1980년대엔 보조국사의 본찰이던 전남 송광사에서 법정 스님, 김지견 박사 등 당대 최고의 승려 및 불교학자들과 함께 ‘보조국사전집 편찬위원회’에 참여했다.‘보살예수’나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 같은 다원주의적 저서를 남겼다. 고인은 개인적으로는 부드러운 성품이었으나, 독선적인 기독교에 대해서는 예언자처럼 매섭게 비판하며 ‘아직도 교회 다니십니까’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고인은 청년시절 영락교회에 다니며 한경직 목사의 설교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으나 전혀 감동이 없어 기성교회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 개신교 주류를 복음주의라고 하는데, 말로는 죄인 죄인 하지만, 실제로는 죄의식이라는 게 없고 다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고 승리주의에 젖어 타종교를 무시하고 미국을 할아버지쯤으로 여겨 역사의식이라는 게 없어서 기본적 이성과 상식을 무시해 세속적 휴머니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하곤 했다. 고인은 또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을 만큼 신학적 상식조차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곤 했다. 성경에서 하느님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상징이어서, ‘저 친구는 곰이다’는 말은 ‘인간이 아니고 진짜 곰’이라는 게 아닌데도, 한국 개신교 목사와 신자들은 문자주의와 근본주의에 빠져 성서에 그렇게 쓰여있다고 ‘진짜 곰’이라고 우긴다는 것이다.
길희성 교수.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고인은 불교 근본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초기불교의 공(空·실체가 존재하지 않음)사상이 대승불교의 불성(佛性)사상으로 발전한 것은 공사상만으로는 부족해 불성사상이 나온 것인데도, 초기불교를 공부한 이들이 불성사상은 붓다가 말한 게 아니라며 배타하는 것은 학문의 발전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것이다. 그는 또 “기독교적 선악 이분법도 문제지만, 불교가 선악시비를 넘어서는 것을 지향하면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으로 돼 윤리의식이 약해지고, 초월만 중시한 채 불교적 윤리관을 확고히 하지 못해 사회 참여에 뒤쳐진 것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했다.고인은 2021년 최후의 역작인 ‘영적 휴머니즘’을 썼다. 무려 900여쪽의 이 책을 쓰면서 수년간 책상을 떠나지 않아 몸에 무리가 온 것으로 보인다. 고인은 ‘기독교와 종교적 문제점을 주로 비판해오다가 왜 말년에 영적 휴머니즘을 들고 나왔느냐’는 물음에 “목욕물이 더럽다고 목욕물과 함께 아기까지 버릴 수는 없다”며 “전지구적인 문명 위기의 탈출구는 무종교도 아니고 세속주의도 아닌 제3의 길, 영적 휴머니즘에 있다는 것이 종교를 두고 평생을 씨름해온 내가 도착한 종착역”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영적 휴머니즘’에 대해 “인간은 본래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존재로서, 모두 하느님의 고귀한 자녀라는 영적 인간관은 불교, 힌두교, 그리스도교, 유교 등 세계 모든 주요 종교 전통의 공통적인 핵심”이라고 설명했다.고인이 이 책에서 대표적인 영적 휴머니스트로 꼽은 인물은 예수와 중국 선불교의 임제 선사, 독일 수도사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등 4명이다. 그는 “예수는 하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곧 인간에 대한 사랑임을 보여준 참된 인간이었고, 에크하르트는 그리스도교 2000년 역사에서 하느님의 아들 예수와 우리 인간들 사이에 조금의 차이도 없다는 것을 대담하게 가르친 거의 유일한 인물이었으며, 임제는 불교 냄새도 풍기지 않고 어떤 특정한 이념과 관념조차 과감하게 벗어버리고 아무런 사회적 지위도 없이 당당하게 사는 벌거벗은 참사람이었고, 해월 최시형은 경천, 경인에서 나아가 경물까지 가르쳐 슈바이처보다 훨씬 먼저 인간중심주의까지 넘어섰다”고 평가했다.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빈소를 마련하지 않고, 조문은 심도학사에서 10일 오후 3~6시에만 받으며 이어서 오후 6시 추모예배를 갖기로 했다. 유해는 화장 뒤 심도학사 한 켠에 모시기로 했다.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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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늪에서 영성을 캐다
등록 2023-09-18 19:05수정 2023-09-19 02:39
고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세상읽기] 한승훈 | 한국학중앙연구원 종교학전공 교수지난 8일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고인과는 세대가 멀고 소속이 달라 직접 수학하거나 교류할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필자에게는 한창 종교학도로서의 꿈을 키우던 대학 시절 종교에 대한 관점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준 스승 가운데 한분이다. 서울대에서 철학을, 예일대에서 신학을, 하버드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고인은 ‘인도 철학사’ ‘일본의 정토 사상’ ‘지눌의 선 사상’ ‘보살예수’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 사상’ ‘종교에서 영성으로’ 등 수많은 명저를 남겼다. 교직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강화도에 심도학사를 세우고 고전 공부와 명상 교육을 이어나갔다.그의 사상은 일반적으로 종교 간의 회통을 추구하는 “종교다원주의”로 알려져 있으나, 스스로는 “영적 휴머니즘”이라는 표현을 선호했다. 그의 마지막 저서의 제목이기도 한 영적 휴머니즘은 ‘휴머니즘’이기 때문에 종교적 편견과 독단에 반대하지만, ‘영적’이기 때문에 모든 초월적인 것을 비판하고 배척하는 세속주의와도 대립한다. 영적 휴머니즘은 모든 인간의 존엄과 평등이라는 가치를 ‘세속적’ 휴머니즘과 공유하면서도, 근대적 이성과 오늘날의 세계가 맞닥뜨린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이 되리라는 것이 길희성의 주장이다.이런 관점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와 ‘영성’을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 제도화된 종교는 교리, 의례, 관행, 규율 등이 오랜 역사를 통해 켜켜이 누적된 복잡한 문화적 구성물이다. 그것은 권위를 부여받은 질서로 단단하게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다.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에는 위계가 설정되고, 정치권력과는 쉽게 결탁하고, 차별적이고 불합리한 낡은 체제를 지지하는 경우도 많다. 세속적 휴머니즘은 그런 종교의 굴레로부터 인간과 사회를 상당 부분 해방했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속화’된 지구다.한편 길희성은 영성을 “인간에 내재하는 신의 본성이자 인간의 본성”이라고 표현한다.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져 있는, 영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선험적인 능력이다. 그리고 종교 전통들은 그런 영성에 기반을 둔 영적 휴머니즘을 성령, 불성, 여래장, 범아일여 등 다양한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전승해왔다. 그것은 개체적 자아를 넘어서는 인간의 가능성, 타자를 자신의 몸처럼 진실하게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종교가 많은 부분 지나간 시대의 낡은 제도가 되어버린 오늘날에도 여전히 열성적인 신자들과 가치 있는 지혜들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것이 영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문화적 전통이기 때문이다. 전투적인 세속주의자들은 종교를 무지와 환상으로 가득한 과거의 유물로 취급하며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길희성은 종교 전통에 보전된 영적인 인간관은 여전히 의미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라고 본다.이쯤 되면 영적 휴머니즘이라는 것이 현실의 종교들을 권장하고 있는 것인지 비판하고 있는 것인지 슬슬 혼란스럽다. 영성이 종교의 가장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알맹이라면, 그 겉껍질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제도나 율법들은 중요하지 않거나 심지어 인간의 영적 본성을 억압하는 것이다. 실제로 길희성은 예언자, 신비주의자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종교 내부에서의 종교 비판을 높이 평가한다. 예언자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악행을 신성한 의지로 고발한다. 신비주의자들은 경전의 참뜻 대신 문자적 의미에 집착하며 ‘정통 교리’를 수호하려는 종교지도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바로 이런 지점 때문에 영적 ‘휴머니즘’이 중요해진다. 인간을 소외시키고 억누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종교든 뭐든 타파의 대상이다. 그러나 인간이란 ‘영적’인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에, 해방과 각성을 위한 무기는 역설적이게도 종교 속에서 가장 풍부하게 발견된다. 길희성은 이성과 상식을 무시하는 ‘묻지마’식 신앙생활에 열정을 쏟기보다는 차라리 종교 없이 살라고 권한다. 그는 영적 휴머니즘이라는 결코 포기하기 어려운 인류의 귀중한 유산을 “땅속에 깊이 묻힌” 또는 “깊은 늪에 빠져버린” 상태라 묘사한다. 땅속이니 깊은 늪이니 하는 것은 바로 고리타분한 구닥다리처럼 보이는 종교 전통들을 가리킨다. 연구자로서는 그 땅이나 늪 자체를 분석하는 편이 흥미롭지만, 인간으로서는 영성이라는 보물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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