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년(1557, 명종12) 2월에 서생 김기보와 함께 창락 역원에서 묵으면서〔丁巳二月與金生箕報宿昌樂郵軒〕
이때 단양 군수에 제수되어 서울로 가는 길이었다.
싸늘한 산은 아직 남관의 눈을 끼고 있고 寒山尙擁藍關雪
옛날 관사에는 늘 무협의 바람이 불어오네 古館長吹巫峽風
투숙한 나그네 옷깃 부여잡고 잠 못 이루는데 宿客攬衣眠不得
두견새는 무슨 일로 창 동쪽에서 울어대는지 冤禽何事叫窓東
[주] 김기보(金箕報) : 1531~1588. 본관은 안동(安東), 자는 문경(文卿), 호는 창균(蒼筠) 또는 금산(金山)이다. 사포서 별좌 김생락(金生洛)의 아들로, 퇴계 이황과 청송 성수침의 문인이다. 농암 이현보의 차자 이문량(李文樑)의 사위로서 황준량의 손아래 동서이다. 음보로 회인 현감(懷仁縣監)을 지냈다. 저서로 《창균유고(蒼筠遺稿)》 1책이 있다.
[주2] 창락(昌樂) 역원 : 옛날 풍기군 소백산 밑에 있었던 역원이다. 영남 북부에서 가장 큰 역이었다. 현재 위치는 영주시 풍기읍 창락 1리이다.
[주3] 남관(藍關)의 …… 있고 : 남관은 중국 섬서성(陝西省) 남전현(藍田縣)에 있는 남전관(藍田關)을 말한다. 당(唐)나라 한유(韓愈)가 조주(潮州)로 귀양을 가다가 지은 시인 〈좌천되어 가다가 남관에 이르러 질손 상에게 보여 주다〔左遷至藍關示姪孫湘〕〉에서 “구름이 진령에 비껴 있으니 집은 어디쯤에 있을까? 눈이 남관을 안고 있어 말이 앞으로 가지 못하네.〔雲橫秦嶺家何在 雪擁藍關馬不前〕”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韓昌黎集 卷10》
[주4] 무협(巫峽)의 바람이 불어오네 : 무협은 양자강(揚子江) 상류에 있는 세 협곡 가운데 하나로 험하기로 이름난 곳이다. 두보의 〈모춘(暮春)〉의 “무협에는 언제나 만 리 바람 분다네.〔巫峽長吹萬里風〕”라고 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