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 김포신문 230922)
바닥의 힘/ 김승필
아파트 주차장에 새겨진
생의 기척
작디작은 몸 사이사이
아직 태어나지 못한 저녁
젖은 발목
땅의 피부
정지선 바깥에 무춤하게 서 있는
똬리 튼 지렁이
한 자 한 자 생을 복기 중이다
모든 통점은 바닥의 힘이다
(시감상)
세상의 모든 것은 한 점에서 시작되었다. 세상의 모든 성체는 하나의 작은 세포에서 발아되었다. 세상을 경영하거나 운행하는 모든 힘은 먼지보다 작은 미세한 입자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 모든 출발점을 바닥이라고 부른다. 땅바닥, 강바닥, 물체의 평평한 밑면이라는 의미보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지점, 혹은 모든 것이 시작되는 지점을 시인은 바닥이라고 부른다. 지렁이 한 마리가 기어간다. 생을 복기 중이라고 한다. 바닥은 힘의 원천이 된다. 바닥을 경험한 사람만이 바닥을 안다. 여전히 우리는 생을 복기 중이다. 아주 천천히.(글/ 김부회 시인, 문학평론가)
(김승필프로필)
2019년 계간《시와정신》등단. 시집『옆구리를 수거하다』(황금알, 2021.),청소년 고전『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청소년 문학『국어 선생님의 시 배달』에 참여.,2021년 광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