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내가 되었다.
내 나이 열아홉,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대학과 학업에 대한 고민이 많을거라 생각해 걱정과 위로를 해주고 있지만 글쎄, 나는 별 생각이 없다. 가끔은 이런 내가 나도 걱정된다. 주변에서 꿈을 정했냐 물어볼 때마다 원하는 학과는 정했다고 말하면, 잘했다고 다른 친구들은 아직 걱정이 많을 텐데 너는 빨리 정해서 다행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오히려 불안하다. 이 꿈을 포기하면 앞으로의 계획들이 다 사라지는 것인데,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지 이 길이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지 생각하게 된다. 때로는 그저 밖으로 나가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또한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잠들기 전 책을 읽어주어서 그런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을 법한 내용을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여태 있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행복했던 일들보다 힘들고, 부끄러웠던 내용이 많다. 매일 밤바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절로 웃음이 지어지는 일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단 하나의 힘든 일이 있다면 그 날 하루에 있었던 행복한 것들은 다 사라지고 순식간에 불행한 하루로 바뀌어버린다.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내가 가끔은 너무 싫다. 하지만 이대로 나를 싫어하는 것은 더 싫다.
인생에 목표도 없으면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매일 후회하는 일을 생각하며 잠드는 내가 싫으면서도 싫어하지 않으려는 나는 모순적이다.
나를 위해, 나는 나를 반성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 자신을 반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내가 했던 말들과 행동들을 스스로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늘 내가 좋은 사람이길 바란다. 때문에 나는 스스로가 좋은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고, 그걸 부정하기 싫었다. 진정으로 그 사람을 생각해서가 아닌 그저 내 겉모습을 좋게 보이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에게 예쁨을 받기 위해 한 거짓된 행동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가식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나를 볼 때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엄격하고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마지 못 해 하는 일이라며 결국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같아지는 나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주변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 대학에 다니지 않아도,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해도 이러한 나를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나태한 삶을 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을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힘들 텐데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사랑에 익숙해져 소중함을 잊어가는 나를 반성한다. 그 사람들의 사랑에 감사하여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은커녕 나태해 지고 있는 나 자신을 어떻게 하여 바꿀 수 있을까.
우선 남을 비판하는 시선을 바꾸기로 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단점이 보인다고 해서 한순간에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는 나의 시선을 바꾸기로 했다. 예민하다는 말은 주로 부정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세심하다는 것이다.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도 바뀐다고 생각한다. 내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순간 나는 좀 더 나은 세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어야겠다. 책은 작가의 생각과 삶이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유원’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그 책을 읽고 난 후 정작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위로는 오히려 또 다른 가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적이 있다. 책이란 그런 것이다. 모르고 있던 것을 스스로 알게 하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스스로에 결정에 의문이 든다면 책 속에 있는 인생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야겠다.
이 글을 쓰면서 들었던 생각은 나는 나를 잘 알지만 정작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간 성찰하며 극복하겠다는 다짐을 한 나는 과거의 나보다 한층 좋은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