退溪-文集 卷之一

[숨은향기]

 

ㅁ

退溪-文集 卷之一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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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吉先生閭 <癸巳> 退一 1
과길선생여/길재 정려각을 지나며

朝行過洛水 洛水何漫漫 午憩望鰲山 鰲山鬱盤盤 淸流徹厚坤 
조행과락수 낙수하만만 오게망오산 오산울반반 청류철후곤
아침에 걸어서 낙동강을 지나니
강물은 어찌 그리도 유유히 흐르는가
낮에 쉬어가며 금오산 바라보니
금오산은 울창하게 서리어 있어라
맑은 물은 땅속 깊이 스미고
峭壁凌高寒 有村名鳳溪 乃在山水間 先生晦其中 表閭朝命頒
초벽능고한 유촌명봉계 내재산수간 선생회기중 표려조명반
깎은 듯한 절벽은 높이 솟아 차가워라
동네하나 있어 봉계동이라 하니
바로 산과 물 사이에 자리 잡았어라
선생께서 이곳에 숨어사셨는데
정문을 세우라는 나라 명령 내렸어라
大義不可撓 豈曰辭塵寰 千載釣臺風 再使激東韓 扶持已無及 
대의불가요 기왈사진환 천재조대풍 재사격동한 부지이무급
대의를 위해서야 흔들림이 있을까
어찌 세상을 등졌다고 말을 하리오
천여 년을 불어온 조대의 바람
다시 우리나라 선비들 감격하게 했어라
나라를 붙들기엔 이미 어쩔 수 없지만
植立永堅完 丈夫貴大節 平生知者難 嗟爾世上人 愼勿愛高官

식립영견완 장부귀대절 평생지자난 차이세상인 신물애고관 
충절을 세웠으니 영원히 굳건하여라
대장부는 대의를 소중하게 여겼으나
평생에 알아 본 사람 누구 있었던가
아 이 세상 사람들이여
신중히 생각하여 높은 벼슬만 좋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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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滉(이황, 1501~1570)
조선중기의 문신·학자, 경북 안동 출생, 본관은 眞寶(진보). 자는 景浩(경호),
호는 退溪(퇴계)·退陶(퇴도)·陶叟(도수),
주요저서로 심경후론, 역학계몽전의, 성학십도, 주자서절요, 자성록, 송원이학통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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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影臺 월영대  退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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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樹奇巖碧海堧 孤雲遊跡總成烟 只今唯有高臺月 留得精神向我傳
노수기암벽해연 고운유적총성연 지금유유고대월 류보정신향아전
고목과 기암이 드리운 푸른 바닷가
孤雲(고운)이 놀던 자취 모두 연기되어 간데 없고
오로지 높은 대각 위에 달만이 떠서
청명한 빛과 그의 정신을 나에게 비추어 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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矗石樓. 촉석루/李滉...退一3
落魄江湖知幾日 行吟時復上高樓 橫空飛雨一時變 入眼長江萬古流 退一3

낙백강호지기일 행음시부상고루 횡공비우일시변 입안장강만고류
落魄江湖知幾日  (낙백강호지기일) : 강호에 떨어져 산 지 며칠이나 되었던고
行吟時復上高樓  (행음시부상고루) : 거닐며 시를 읊다 높은 누에 올라 보네
橫空飛雨一時變  (횡공비우일시변) : 공중에 비끼는 비 한 때의 변화라면
入眼長江萬古流  (입안장강만고류) : 눈에 드는 긴 강은 만고의 흐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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往事蒼茫巢鶴老 羇懷搖蕩野雲浮 繁華不屬詩人料 一笑無言俯碧洲 退一3

왕사창망소학노 기회요탕야운부 번화불촉시인료 일소무언부벽주
往事蒼茫巢鶴老  (왕사창망소학노) : 지난 일 아득해라 둥우리의 학은 늙고
羇懷搖蕩野雲浮  (기회요탕야운부) : 나그네 회포 일렁여라 들 구름이 떠가네
繁華不屬詩人料  (번화불촉시인료) : 번화한 것 시상에 들어오지 않나니
一笑無言俯碧洲  (일소무언부벽주) : 한 번 웃고 말없이 푸른 물을 굽어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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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驪州牧李公純訓導李畬遊神勒寺 <乙未> 退一3

(여주목사 이공순, 훈도 이 여와 함께 신륵사에 노닐다 을미) = 3 

京洛風塵一夢悠 從公聊作靜中遊 江山曉作雙眸畫 樓閣晴生六月秋
경락풍진일몽유 종공료작정중유 강산효작쌍모화 누각청생육월추 
서울의 풍진이야 꿈같은 근심인데
그대들 덕분에 잠깐 청류를 즐기고 있네
강산의 새벽 경치는 두 눈의 그림이요
누각의 시원한 바람은 유월에도 가을이네
問數可能探理窟 談仙直欲謝時流 歸來穩放輕舟下 自喜猶能近白鷗
문삭가능탐리굴 담선직욕사시류 귀래온방경주하 자희유능근백구
수리로 찾으면 이치의 근본을 알 것 같고
신선을 말하자니 시류는 말하기도 싫어지네
가벼운 배로 조용히 돌아오는 길에 

<公嘗註皇極示篇 積功二十餘年而始就 是日 論示篇及異同契修鍊之法> 
 공상주황극내편 적공이십여년이시취 시일,논내편급참동계수동지법
공께서 일찌기 황극내편에 주석을 달고 공부를 쌓은지 이십여년에야 비로소 나아갔다.
이날 내편과 참동계의 수련하는 법을 논하였다. 

臨風樓 <七夕>  退一4
임풍루/칠석
勝事由來天所慳 臨風樓上且偸閒 樹遮午熱風生檻 雲破秋陰日映山 
승사유래천소간 임풍루상차투한 수차오열풍생함 운파추음일영산
뛰어난 사적의 유래는 하늘이 아끼는 바
또다시 틈을 내어 임풍루에 오르네
한 낮의 열기 나무가 가리니 난간에 바람 일고
산에 햇살이 비추니 가을 그늘과 구름을 흩트리네
老鶴飮多如酒渴 寒蟬吟苦欲詩斑 萬竿脩竹臨池岸 塵土城中自不關 
노학음다여주할 한선음고욕시반 만간수죽임지안 진토성중자불관
늙은 학이 많이 마시듯 급히 술을 마시며
스르라미 애써 노래하듯 시를 나누고자 하네
많은 그루의 가는 대가 언덕에서 연못을 내려다보니
도시속 티끌과 흙은 몸소 관계하지 않으리라 

 
嶺南樓     退一4 

樓觀危臨嶺海天 客來佳節菊花前 雲收湘岸靑楓外 水落衡陽白雁邊 
루관위임영해천 객래가절국화전 운수상안청풍외 수락형양백안변
누각은 영해 하늘 우뚝이 솟아 있고
좋은 시절 국화 앞에 객은 찾아왔도다
소상강 언덕인가 푸른 숲에 구름 걷히고
형산 남쪽 흰 기러기 물은 떨어지누나
錦帳圍將廣寒月 玉簫吹入太淸烟 平生儘有騷人興 猶向尊前踏綺筵 
금장위장광한월 옥소취입태청연 평생진유소인흥 유향존전답기연
광한전의 달님일랑 비단 휘장 둘러 두고
태청 내 끼인 곳에 옥소 소리 들려온다
한평생 나에게도 시인의 멋 상기 있어
술항아리 앞을 향해서 꽃방석에 춤추었노라

感春 <丙申>     退一5 
봄에 느끼어
淸晨無一事 披衣坐西軒 家僮掃庭戶 寂寥還掩門 細草生幽砌 
청신무일사 피의좌서헌 가동소정호 적료환엄문 세초생유체
맑은마침 다른 일 없어
옷을 입고 서헌에 앉았다
어린 종은 뜰을 슬고
심심하여 도로 문을 닫는다
가는 풀들 섬돌에 돋아나고
佳樹散芳園 杏花雨前稀 桃花夜來繁 紅櫻香雪飄 縞李銀海飜 
가수산방원 행화우전희 도화야래번 홍앵향설표 호리은해번
나무는 향기로운 정원에 흩어져 있다
살구꽃은 비에 떨어져 드물고
복사꽃은 밤사이 활짝 피었구나
붉은 벚꽃 눈처럼 휘날리고
흰 오얏꽃은 은빛 바다인 듯 뒤척인다
好鳥如自矜 間關哢朝暄 時光忽不留 幽懷悵難言 三年京洛春 
호조여자긍 한관롱조훤 시광홀불류 유회창난언 삼년경낙춘
새들은 뽐내고
한가로운 문빗장에서 아침을 지저귄다
세월은 잠시도 머물지 않고
가슴속 그윽한 회포는 서글퍼 말하기 어렵구나
삼년동안의 서울 봄은
局促駒在轅 悠悠竟何益 日夕愧國恩 我家淸洛上 熙熙樂閒村 
국촉구재원 유유경하익 일석괴국은 아가청락상 희희락한촌
멍에 맨 망아지처럼 움츠렸도다
아득한 세월 끝내 무슨 보탬이 되었는지
아침저녁으로 나라의 은혜에 부끄럽기만 하다
나의 집은 맑은 낙동강 상류에 있어
한가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라네
鄰里事東作 雞犬護籬垣 圖書靜几席 烟霞映川原 溪中魚與鳥 
인이사동작 계견호리원 도서정궤석 연하영천원 계중어여조
이웃 고을에서 봄 농사일 하면
닭과 개가 울타리를 지켜준다
책 놓인 깨끗한 상에 있으려니
강과 언덕은 봄 안개와 노을에 빛난다
냇가에는 고기와 새들이 있고
松下鶴與猿 樂哉山中人 言歸謀酒尊 
송하학여원 락재산중인 언귀모주전
소나무 아래에는 학과 원숭이가 노는구나
좋아라 산속 사람들이여
나도 사직을 청하여 고향 돌아가 술잔이나 나누리라

◉ 安東愛蓮堂 幷序 退= 6

. 안동애련당
堂舊爲亭. 在蓮池中. 叔父松齋府君莅官日. 嘗有詩曰. 琴韻泠泠雜雨聲.
당구위정  재연지중  숙부송제부군리관일  상유시왈  금운영영잡우성
이 애련당은 옛날에는 정자로 연못 가운데 있었다
숙부이신 송재부군께서 이 고을에 오셨을때 일찍이 시를지으셨는데
그 시에 이르기를
거문고소리 시원시원하게 빗소리에 섞여있고
敗荷無藕尙含淸. 移葵間竹西牆下. 紅綠分明各自旌. 後. 聾巖李先生繼爲府。
패하무우상함청  이규간죽서장하  홍록분명각자정  후  롱암이선생계위부
찢어진 연잎 처량하나 여전히 맑은 기상지니고 있네
촉규화 내나무 사이로 옮겨 심으니
붉고 푸름 분명하게 제각기 드러내네]라고 하였다
그뒤에
농앙 이선생께서 이어 이고을에 원이되자 정자를 당으로 고쳐 짓고
改構爲堂. 仍掛松齋詩于壁. 竹移于北牆. 而葵無處矣.

개구위당  잉괘송재시우벽  죽이우북장  이규무처의
여전히 송재 시를 벽에 걸어 두었는데
대나무는 북쪽담장 밑으로 옮겼으나
촉규화는 간곳이 없어지고 말았다
竹因風細笑無聲. 荷爲秋凉韻更淸. 不見西牆紅間綠. 空餘珠玉映簾旌.
죽인풍세소무성  하위추량운갱청  부견서장홍간록  공여주옥영염정
대숲에 가는 바람 웃어도 소리가 없고
가을연잎 싸늘하여 운치가 더욱 맑구나
서쪽 담밑 푸른 대나무 사이 붉은 꽃은 보이지 않고
부질없이 시구만 남아 주렴 사이에 비치도다

安東愛蓮堂/안동애련당

竹因風細笑無聲 荷爲秋涼韻更淸 不見西牆紅間綠 空餘珠玉映簾旌
죽인풍세소무성 하위추량운경청 불견서장홍간록 공여주옥영렴정
대숲에 가는 바람 웃는데도 소리 하나 들리지 않고
가을 연잎 서늘하여 운치 더욱 맑구나
서쪽 담밑 푸른 대나무 사이 붉은 꽃은 뵈지 않고
부질없이 시구만 남아 주렴 사이로 비치누나

◉ 雨留新蕃縣(우유신번현) (비에 막혀 신번현에 머물면서)  退= 7
비 만나 신번현에서 묵으며
已見中秋月欲虧. 南州行客尙逶遲.  紅雲北闕三千里. 白髮高堂十二時.
이견중추월욕휴  남주행객상위지   홍운북궐삼천리  백발고당십이시
중추의 달을 바라보니 기울어가고
남녘 고을로 떠난 나그네 머뭇거린다
붉은 구름 대궐에서 삼천리나 되고
백발의 어머님 밤낮으로 못 잊겠다
醉別故人風挽袖. 愁吟孤館雨催詩. 徒令倦僕知飢渴. 屈指歸程倂日期.
취별고인풍만수  수음고관우최시  도령권복지기갈  굴지귀정병일기
옛 벗과 이별하니 바람이 소매를 잡고
객관에서 시 읊으니 비는 시를 재촉한다
부질없이 마부가 기갈 느끼게 했으니
손꼽아 돌아갈 길 이틀을 하루로 잡는다

歲季.得鄕書.書懷 退= 8
세밑에 고향 편지를 얻어 보고 소회를 쓰다 

鄕書十數紙. 字字親舊筆. 晨興忽滿眼. 讀盡更一一. 豈不喜平安. 喜多情轉鬱.
향서십수지  자자친구필  신흥홀만안  독진갱일일  기불희평안  희다정전울
고향에서 보내온 편지 열장남짓
글자마다 넘치는 친구 사연
새벽에 일어나 이내 펼쳐보며
읽고 또 읽고 되풀이 해본다
고향 어른 편안하다 함이 어찌 기쁘지 않으리요만
이것 나의 심정은 더욱 우울해지네
憶我辭北堂. 霜風菊花節. 西來何所爲. 悶黙繫袍笏. 但知趁公務. 不暇憂病骨.

억아사북당  상풍국화절  서래하소위  민묵계포홀  단지진공무  불가우병골
돌이켜 보니 내 어머님 곁을 떠나
객지에서 찬바람 부는 중앙절도 보냈노라
한양에 와서 한 일도 없이
답답한 마음으로 조복 입고 홀 잡으며
오직 공부에 쫓기는 몸
고향에 계신 어머님 병환 걱정할 틈도 없었네
馳光忽不淹. 逼此歲除日. 客枕多憂思. 魂夢輒飛越. 撫躬良自愧. 報國亦云缺.
달리는 세월 홀연 지나가고
벌서 석달 그믐 날이 닥쳐오는데
객지 베갯머리에는 근심만 많고
넋과 꿈은 멀리 고향으로 날아 달린다
내몸 돌이켜 보면 재주없이 부끄럽기만 하고
또한 나라에 보답도 못하거늘
胡不早收愚. 歸安在蓬蓽. 力耕給公上. 甘旨奉怡悅. 玆誠分所宜. 久矣不自決.
어찌 어리석음 일찍 거두어
마음 편하게 가난한 고향집으로 돌아가지 않는고
내힘으로 농사지어 어른께 올리어 어머님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
바로 내 분수에 맞거늘
오래 두고 망설이며 결단을 못하고는
뻔뻔하게 명리 덤불속에 얽히어
强顔名利藪. 掩抑徒自失. 猶能得酒狂. 無計學眞訣. 敝衣屢欲典. 甁粟行告竭.
헛되게 넋을 잃고 있는고
차라리 謫仙 따라 酒狂이라도 되고 싶으나
이 또한 비결을 배울 도리가 없노라
살림 군색하여 떨어진 옷도 전당포에 잡혀야 하며
쌀독에는 양식이 떨어질 지경이니
宦情易成歇. 鄕心不可遏. 感此遠餉意. 珍重不在物. 兒童豈知此. 呼叫索梨栗.
벼슬살이 몇번이고 사직하고서
고향에 가고픈 맘 끝이 없어라
이렇듯 녹의 뜻은 멀고
아이들은 내 뜻 알 까닭없이
과일 달라고 졸라만 대네
床前有筆硯. 長吟聊自述.
책상앞에 읊조리며
이렇게 자술해 쓰네

*,병신년에 지은시이다,그해 7월에 고향에 가서 어머니를 뵙고 돌아와 호조좌랑에 임명되었다
  어머니 돌아가시기 한해 전에 지은 시로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 잘 나타나 있다

長吟聊自述  退=9

義州雜題十二絶 <辛丑>  退=10 

鴨綠天塹  退=10 
압록천참
압록강은 천연의 해수라네
日暮邊城獨倚闌 一聲羌笛戍樓間 憑君欲識中原界 笑指長江西岸山 
일모변성독의란 일성강적수루간 빙군욕식중원계 소지장강서안산
저물어 변방 성 난간에 홀로 기대니
한줄기 오랑케 피리소리 수루에 들려온다
그대에게 장안의 소식을 부탁하니
웃으며 긴 강의 서쪽 언덕을 가리킨다

州城地利   退=10 
주성지리

雉堞峩峩地勢雄 分疆遼左壓山戎 國門鎖鑰如天設 長得平安報夕烽
치첩아아지세웅 분강료좌압산융 국문쇄약여천설 장득평안보석봉
성가퀴는 높이 솟고 지세도 웅장한데
요동 왼편 경계 막아 산융을 눌렸다
나라 관문 자물쇠를 하늘이 마련한듯
언제나 평화로운 변방 소식 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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雉..꿩치/堞..성가퀴 첩/峩..산높을 아/峩..산높을 아
雉堞(치첩)...몸을 숨겨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성 위에 낮게 덧쌓은 담

山川形勝   退=11
산천형승
形勝(형승)...지세나 풍경이 뛰어남
龍淵雲氣曉凄淒 鶻岫摩空白日低 坐待山城門欲閉 角聲吹度大江西 
용연운기효처처 골수마공백일저 좌대산성문욕폐 각성취도대강서
용연 못 구름 기운에 새벽이 쓸쓸하고
작서봉 높이 솟아 밝은 해가 낮아 보인다
산성에 앉아 보니 성문은 닫히려 하는데
피리소리 불리어 큰강 서쪽을 건너간다

義順館  退=11
의순관
옛 이름은 망화루인데
중국 조정의 사신을 맞이하던 곳이다
조선조 세조 때에 누를 철거하고 관을 설치하였다
華館凌雲鴨水濱 吾東盡禮爲王人 來迎鳳詔歡聲溢 去送龍章別恨新 
강기슭 영빈관이 구름 위에 높이 솟아
중국사람 위해서 우리 예절 다한다
국서를 받을 때는 기쁜 소리 넘치고
우리 사신 보낼때는 이별 마음 새롭다

威化島  退=12
위화도

麗季狂謀敢逆天 飛龍景會尙田淵 自從神勸回旌後 東海春融萬萬年
여계광모감역천 비룡경회상전언 자종신권회정후 동해춘융만만년
고려말에 무모하게 역천을 꾀했으나
비룡의 맑은 빛이 모여 오히려 못처럼 깊도다
천신의 도움으로 군사를 되돌린 후로
동해나라 봄의 어울림 억만년을 이어가리  

三島禁耕  退=12
삼도금경

삼도에 농사를 금함 

江分沃土勢漫漫 上國邊民雜此間 已被皇恩疆界別 可無平日戒圖難 

강분옥토세만만 상국변민잡차간 이피황은강계별 가무평일계도난

강이 옥토를 나눠 세력은 만만한데
중국 변방의 백성들이 그 사이에 잡아하네
이미 황은을 입어 국토의 경계를 나눴는데
평일에도 대책없이 꾸짖어 타이르기 어렵네 

聚勝亭-취승정  退=13  

城中那得盡風流 水遠山長各自由 試問東亭收勝處 一尊堪勸故人留 

성중나득진풍류 수원산장각자유 시문동정수승처 일존감권고인류
성안에서 어찌해야 모든 풍류를 다 얻을까
물도 많고 산도 많아 제각기 자율로운데
동정에서 뛰어난 경치를 얻을 수 있는가를 시험 삼아 물었더니
술 한통 서로 권하는 고인이 머물고 계시는구나

統軍亭-통군정   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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統軍亭上望江流 天際微茫入海洲 正使變成春酒綠 古今難盡別離愁
통군정상망강류 천제미망입해주 정사변성춘주록 고금난진별리수 
통군정 위에서 흐르는 강을 바라보니
하늘의 끝자락이 아득하게 해안 물가에 들어가 있네
정사는 바꿔지고 춘주는 푸른데
예나 지금이나 별리 근심은 다할 수가 없구나

禁銀-금은-  退=13 

은의 수입을 금함
一自南人蟻壞防 中朝嗤我等行商 何能痛洗吾君恥 議法前時動廟堂

일자남인의괴방 중조치아등행상 하능통세오군치 의법전시동묘당
한번은 남쪽 지방 사람들이 의양을 막았는데
중종조에는 우리나라를 비웃으며 모두들 장사를 했었지
어찌 능히 우리 임금님의 수치와 통한을 씻을까 하고
지난날에는 법을 의논하기 위하여 묘당이 움직였거늘 

斷渡  退=14 

<近朝議欲寬銀法>근조의욕관은법 

나루를 끊다<최근 조정에서 금은법에 대하여 좀 풀어주자는 의논이 있음>
懷璧貪夫欲剖身 謾將舟楫斷通津 微姦百計欺疏網 國是猶寬鼠輩人

회벽탐부욕부신 만장주즙단통진 미간백계기소망 국시유관서배인
보석을 탐해 가지려는 놈은 몸을 베어버리고 싶다
이제부터(관청을)속이고 배를 띄우려고 하면 드나드는 나루를 끊으리라
자질구렐 간사하게 배계롤 그물을 넓혀 속이는구나
나라에서는 이것을 오히려 관용하는구나 쥐새씨 같은 놈을

淸心堂-청심당  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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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檻疎欞愛此堂 病夫安臥洗塵忙 那堪主帥挑人醉 不分紅粧笑客涼

허함소령애차당 병부안신세진망 나감주수도인취 불분홍장소객량 
빈헌함 성긴 기둥 이 집을 좋아하여
병든 나그네 편안히 누워 여행에 고달픈 몸을 풀고자 하네
어찌 감당하겠는가 고을 원님 사람을 취하게 만듦을
난감하구나 단장한 기생들이 손님 마음 녹이려고 웃음을 자아냄이

閱馬-열마  退=14  
말을 기리며
揀閱龍孫入帝閑 江頭齊出錦雲斑 玉書寫就傳朝使 邊月多情照我還

간열용손입제한 강두제출금운반 옥서사취전조사 변월다정조아환 
천자의 마굿간으로 들여보낼 용손을 가리자니
강머리에 가득한 말들 비단 구름 아롱진듯
천자께 올릴 글 지어 사신에게 넘겨주니
다정한 변방의 달은 내 돌아갈 길을 비춰주는듯

聚勝亭韻奉別洪公-취승정운봉별홍공 <春卿以聖節使赴京> 退=15
홍춘경 공이 지은 ‘취승정’이라는 시를 받아
즉석에서 그 시의 운을 따서 압운을 하여 홍춘경 공을 받들어 전송하는 시를 짓다.

徙倚西山欲揜曛 平看鴉背閃餘紛 虛簷夜納胡笳月 碧瓦晴連海戍雲
사의서산욕엄훈 평간아배섬여분
헤어지는 때 서쪽 산은 석양빛을 가리려 하고
들판에 보이는 갈까마귀 뒤로 남은 석양빛 분분하네
빈 처마지붕에는 달빛이 풀잎피리 소리처럼 밤을 뚫고 스며들고
푸른 기와지붕에는 구름이 바다를 지키려는 듯 연달아 개이네
漸近別懷如水遠 無邊詩興與公分 但令日日參高座 淸暑冰漿不要勳 
점점 가까워지는 이별의 회한은 물처럼 멀고
가없는 시흥을 공과 함께 나누세
다만 매일 영을 내려 높은 자리에 앉으시고
더위 잊으라고 시원하게 얼음물 미숫가루 한 그릇에 대한 감사는 필요없다네  

平壤練光亭陪監司尙公 <震> 夜讌  退=16

평양 연광정에서

縹緲城頭翼瓦齊 登臨唯覺遠山低 殘雲返照迎初席 玉笛瑤琴送早雞 

檻外長江橫似練 空中明月近堪梯 唐公此意眞先得 恰把亭名二字題 

<亭名唐公皐所命且書額> 

早秋夜坐  退=17
조추야좌
이른 가을 밤에 앉아서=17
僦屋近西城 空庭翳樹木 羣蟬得佳蔭 日夕如相促 須臾入黃昏 
추옥근서성 공정예수목 군선득가음 일석여상조 수유입황혼
서쪽 성 근처에 집을 빌리니
빈뜰에는 수목들이 그늘져있네
매미 무리들 좋아하는 그늘을 얻으니
날 저물기를 서로 재촉하는것 같구려
마침내 잠깐사이에 황혼이 드니
窓戶失炎溽 新月出海來 皎皎臨牆曲 蟲鳴在四壁 草露飜似沐 
창호실염옥 신월출해래 교교림장곡 충명재사벽 초로번사목
창과 집에는 찌는 듯한 더위가 물러나네
달이 새로이 바다에서 나온 후
밝은 달빛이 굽이진 담장에 비추네
사방 벽에 있는 벌레들이 울어대고
이슬이 풀을 적시니 넘쳐 흐르는것 같구나
感時忽興嘆 徂年水流速 舊學苦已晩 新知良可恧 沈痾喜負心 
감시홀흥탄 조년수류속 구학고이만 신지량가뉵 침아희부심
계절을 느끼니 문득 한숨이 일어나
지나간 해는 물이 흐르듯 빠르구나
구학문에 힘쓰려니 이미 늦었고
새로운 지식을 들으려니 참으로 부끄럽구려
즐겁던 마음은 숙병이 오래되니 탄식하고
謬筭難諧俗 小人思獻愚 君子貴知足 悠悠不成寐 耿耿照書燭 
류산난해속 소인사헌우 군자귀지족 유유불성매 경경조서촉
그릇된 지혜로 속인과 화합하려니 어렵구나
소인의 생각으로 어리석게 표현하려니
군자를 공경하며 만족함을 알겠네
오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깜빡이는 촛불에 글을 비춰보네

書堂次金應霖秋懷 退=18
서당차김응림추회
서당에서 김응림의 秋懷(가을 느낌)에 차운하여
秋入梧桐撼一年 飜思宿債負山川 病中猶憶聖呼酒 貧裏寧甘兄事錢 
추입오동감일년 번사숙채부산천 병중유억성호주 빈리녕감형사전
오동나무에 가을이 드니 한 해가 흔들리고
묵은 빛 뒤집어 생각하며 산천에 탄식하네
아 맑은 술 자리를 오히려 병중에 생각하고
돈 늘리는 재능 모자란 속에 편안히 만족하네
紫氣仙人函谷外 黃冠道士鑑湖邊 平生謬厠金閨彦 不及渠家養寸田
자기선인함곡외 황관도사감호변 평생류측김규언 불급거가양촌전
보라빛 기운의 선인이 함곡관 밖에서
누런 갓 쓴 도사가 호수의 가를 살펴보네
평생 잘못 섞인 귀한 안방 선비라
그 지체를 따르지 못하니 작은 밭이나 가꾸리라
.
金應霖(김응림)김주 1512~1563)의 자 응림 호는 우암
문장이 뛰어나고 초서를 잘 썼으며 퇴계이황,하서 김인후 ,금호 임형수,
등과 우의가 두터웠다 저서 우암유집

讀東國史用應霖韻  退= 19 
독동국사용응림운

동국사를 읽고서 응림의 운에 따라 짓다
蠻觸乾坤計未良 孰爲猛獸孰羣羊 爭疆爛沸雖從漢 開國神明實自唐
좋은 꾀도 없었네라 적이 쳐와도
그 뉘라 이리떼며 양떼이던가 

但有名存離復合 不隨形滅臭兼香 秋風白日書窓下 獨對遺編永憤傷
헤어졌다 또 합치니 이름남아라
형상마저 꺼지 않는 냄새와 향기.
가을바람 햇볕쬐는 창가에 앉아
옛 사기를 읽으니까 가슴 아파라

夕霽舟上示應霖景說  退一20 
석제주상시응림경세

저녁 비가 개자 배 위에서 응림·경열에게 보여주다
不堪盡日羣書擁 難負高秋積雨晴 暮色漸迎山色暝 霞光時倒水光明 
愁連海上孤査遠 興遶江東一雁橫 暫出瀛洲弄烟艇 何如耕釣赴初盟 

◉ 夕霽舟上. 示應霖景說(석제주상.시응림경설)/ = 20

함께 배에탄 김응림에게 좋은경치를 보여주면서
不堪盡日群書擁. 難負高秋積雨晴. 暮色漸迎山色暝. 霞光時倒水光明.
愁連海上孤柦遠. 興遶江東一雁橫. 暫出瀛洲弄烟艇. 何如耕釣赴初盟.

◉ 南樓壁上. 有六言四韻. 次韻. 示二君. 退一21

(남루벽상.유륙언사운.차운.시이군)

남루 벽상에 육언으로 된 사운이 있으므로 차운하여 양군(兩君)에게 보이다

古意時時撫琴. 幽愁日日關心. 澗底風生欲暮. 天邊霞散輕陰.

須知糟粕非粗. 及到淵源又深. 與子方欣麗澤. 都忘衰病侵尋.

◉ 九月七日. 午憩臨津亭. 災傷 御史 退一22

(구월칠일.오게임진정.재상.어사)

구월 칠일 낮에 임진정에서 휴진하다 재상어사(災傷御史)로 다닐 때임
臨津渡上秋空碧. 斜日淸江映石壁. 潮來潮去幾今古. 大海西連數峯隔. 盤遊狡童厭法宮. 輕薄詞臣昧釁積.

轟天簫鼓愁魚龍. 軼霧優倡鬧鈿寫. 豈知眼中强跋扈. 遊魂已似浮烟釋. 皺巖明鏡足垂後. 驪山禍胎謬傳昔.

楓林霜葉爛猩紅. 沙岸蘆花袞雪白. 舟人只知爭渡急. 鷗鷺無情事高格. 鵠山隱翳暮雲頭. 憑闌客子偏傷激.

◉玉堂春雪. 用歐公韻. 壬寅○二月十四日內直. 賦示閔叔道.  退一24
 옥당춘설    용구공운 
옥당에서 봄 눈을 보고 구공의 운을 달아 짓다 임인
○이월 십 사일 대궐에 당직이 되어 이를 지어서 민숙도에게 보이다
令節春將半. 今朝雪候臻. 氣爭方晩合. 雲積忽窮垠.
入眼瓊花亂. 飜空玉海新. 聽窓憐屑窣. 看地愛輕勻.
鼇禁稀鳴索. 天街絶響輪. 苦篁撐一節. 高柏抗千鈞.
爲瑞將騰賀. 迎豊且解顰. 霏微看到暮. 浩蕩想連晨.
病憶重裘襲. 恩慙內醞陳. 瑤城渾合沓. 銀屋鬱盤囷.
地自同仙府. 詩難語俗人. 沈吟倚闌處. 疑是入長春.

※,泰安曉行 (태안효행) /새벽에 태안으로 가다  退一25
◉ 泰安曉行. 憶景明兄. 時兄賑恤 敬差在嶺南. 滉以救荒摘奸 御史往湖西.
  태안효행  억경명형
태안현 새벽길에 경명 형을 생각하다.
이때에 형은 진휼(賑恤)의 일로 경차관(敬差官)이 되어 영남에 있었고 나는 구황
(救荒)과 적간(摘奸)을 맡은 어사(御使)로서 호서에 가다
郡城吹角夜開門. 祇爲王途急馹奔. 殘夢續鞍身兀兀. 游光連海月痕痕.
군성취각야개문  기위왕도급일분  잔몽속안신올올  유광련해월흔흔
태안성에는 태평소 소리로 밤에 성문이 열렸더라
삼가 왕의 명령을 받고 급히 말을 달렸네
잠이 덜 깨어 안장 위에 앉은 몸을 흔들리며 위태롭고
달빛이 계속 이어져 부드러운 밤이더라
驚人別鶴投孤嶼. 趁雨耕夫出遠村. 湖嶺相望隔千里. 不知何處戒征轅.
경인별학두고서  진우경부출원촌  호령상망격천리  불지하처계정원
사람을 놀라게 하는 학 한 마리가 외로운 섬에 나타나 있으며
비에 머뭇거리고 있는 농부가 먼 마을에 보이고 있네
호서와 영남을 서로 바라보니 멀게 떨어져 있구나.
모르겠노라. 타고 가는 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 지를.

※
賑恤(진휼) : 흉년에 곤궁한 사람을 구원해 주는 일.
敬差(경차) : 지방에 임시로 보내던 벼슬.
摘奸(적간) : 부정이 있나 없나를 캐어서 살핌
馹奔(일분) 말을 타고 달리는 일
兀兀(올올) 흔들리어 위태로운 것

※,宿淸風寒碧樓(숙청풍한벽루)-이황(李滉)/청풍 한벽루에 묵으며-이황(李滉) 退一26

半生堪愧北山靈 (반생감괴북산령) : 반평생 지난 일이 북산의 령에 부끄럽고
一枕邯鄲久未醒 (일침감단구미성) : 베개 속 청운의 꿈은 아직도 못 깨었어라.
薄暮客程催馹騎 (박모객정최일기) : 황혼의 타향 길에 역말을 달리는데
淸宵仙館對雲屛 (청소선관대운병) : 맑은 밤 선관에서 구름 병풍 마주했어라.

 
重遊勝地如乘鶴 (중유승지여승학) : 경치 좋은 땅에 다시 노니 학 탄 것 같아
欲和佳篇類點螢 (욕화가편류점형) : 좋은 시에 화답하려니 반딧불 켜진 듯 하여라.
杜宇聲聲何所訴 (두우성성하소소) : 두견의 슬픈 울음, 무슨 하소인지
梨花如雪暗空庭 (리화여설암공정) : 눈 빛 같은 배꽃이 빈 뜰에 몰래 피었어라.

※, 鎭川東軒(진천동헌)   退一 27
菲才直道詎追前. 懦性從來合佩弦. 民病欲蘇時雨後. 春光都盡客愁邊.
비재직도거추전  나성종래합패현  민병욕소시우후  춘광도진객추변
변변치 못한 재주로 어찌 미칠수 있으리오
백성들의 병은 시우뒤에 소생하고  民病欲蘇時雨後
當軒翠樹圍靑幄. 照眼紅花羃紫烟. 荒政儘由賢守宰. 莫令幷棄艾三年.

※, 蓮亭小集(연정소집) 退一 28
淸池虛檻逗微凉. 高樹風生送夕陽. 紅燭不須催騕褭. 待看新月滿華堂.
청지허함두미량  고수풍생송석양

※,吾鄕李參判先生假歸(오향이참판선생가귀)  退一 28
將因以乞身. 鄕人在朝者. 會餞於先生仲子寓舍.
奉呈近體一首. 時金子裕氏及家兄爲承旨. 先生仲子架虛爲參奉.
公幹爲京畿都事. 滉忝舍人. 南伯仁爲成均學正. 又安大寶爲刑郞. 以豊基鄕人同參.
引退非緣忘  主恩. 高年自合愛丘園. 一鄕會餞簪纓簇. 二品辭歸齒德尊.
天爲宵歡收積雨. 月因離恨照芳罇. 憑風寄與詩僧道. 林下如今可共論.

우리 고을 이참판 선생이 휴가를 얻어 귀향하여 눌러 퇴직할 모양이므로
조정에 있는 고향사람들이 선생의 둘째 아들 우사에서 모여 전별주를 올리는데
이 자리에서 근체시 한 수를 바치다 이 때에 김자유(金子裕)씨 및 가형이 승지로 있었고
선생의 둘째 아들 가허(架虛)는 참봉이었고 공간(公幹)은 경기도사였으며 황(滉)은
사인(舍人)이었고 남백인(南伯仁)은 성균학정(成均學正)이었다.
또 안대보(安大寶)는 형조랑(刑曹郞)인데 풍기(豊基)고을 사람으로서
함께 참예하게 되었다.

◉ 秋日. 南樓晩霽./가을날 남루에 비가 늦어서 개이다 退一 29
蕭蕭晩雨霽. 決決小溪響. 湖雲薄未歸. 天日淡猶朗.
小樓地勢高. 孤座几席爽. 騷情喜曠蕩. 病眼怯莽蒼.
소소한 빗소리는 늦어서 개이고
그 곁에 작은 시내 잔잔히 흐르도다
호수에 나는 구름 얇은채 머무르고
외로이 앚았으니 방안이 상쾌토다

싯귀를 읊으려니 생각이 밝아지고
병든 몸 눈을 뜨니 먼 들판이 아득하이
숲 우거진 시냇길엔 낙엽이 가득하고
아늑한 책장속엔 서늘바람 흔들린다

落葉滿林蹊. 凉風撼書幌. 萬物各歸根. 龍蛇思蟄養.
邃古民大朴. 末路世密網. 幽鳥亦何意. 下啄還飛上.
온갖 물건제 각기 뿌리로 돌아갈제
미리와 배암들도 옛 구멍을 생각한다
아득한 옛 백성은 그대토록 천진터니
마세가 되고 보니 그물도 빽빽하다

한가로운 저 새들도 무슨 뜻을 지녔는지
내려와 무얼 먹고 또 다시금 나는고

 

南樓壁上有六言四韻次韻示二君  退一 30
남루벽상유륙언사운차운시이군
남루벽위의 시에 차운하여

古意時時撫琴 幽愁日日關心 澗底風生欲暮 天邊霞散輕陰 
고의시시무금 유추일일관심 간저풍생욕모 천변하산경음
시내 아래 바람이 일 제, 해는 이미 저물고
하늘 끝자락 엷은 구름 속으로 노을 사라지니
須知糟粕非粗 及到淵源又深 與子方欣麗澤 都忘衰病侵尋 
수지조박비조 급도연원우심 여자방흔려택 도망쇠병침심

九月七日午憩臨津亭 <災傷御使> 退一 31.
구월칠일오게임진정  재상어사
임진정에서 쉬며

臨津渡上秋空碧 斜日淸江映石壁 潮來潮去幾今古 大海西連數峯隔
임진도상추공벽 사일청강영석벽 조래조거기금고 대해서련수봉격
임진강 건널목에 가을하늘 푸르르고
맑은 강 비낀 해는 석벽에 비치네
밀물이 오간지 몇천년이 되었던고
큰바다 서쪽으로 뻗어 두어 봉우리 가려있네
盤遊狡童厭法宮 輕薄詞臣昧釁積 轟天簫鼓愁魚龍 軼霧優倡鬧鈿舃 
반유교동염법관 경박사신매흔적 굉천소고추어룡 일무우창뇨전석
감돌아 든 놀이꾼은 법당을 싫어하고
경박한 문신들은 쌓은 재앙 모르는채
공중에는 풍류소리 어룡이 시름하고
나풀나풀 광대 춤에 좌석이 어지러웠네
豈知眼中强跋扈 遊魂已似浮烟釋 皺巖明鏡足垂後 驪山禍胎謬傳昔 
눈앞에 무사들이 제멋대로 날뛰던 일
연기처럼 사라질 줄 그 뉘가 알았으랴
추암의 맑은 거울 뒷세상에 전할 지니
여산을 화태라 함도 옛일이 그릇되었네
楓林霜葉爛猩紅 沙岸蘆花袞雪白 舟人只知爭渡急 鷗鷺無情事高格
단풍나무 숲 서리맞은 잎은 문드러지게 붉은데
모래언덕 갈꽃 피어 흰 눈인양 녹아지네
뱃사공은 바삐 저어 건너기에 다투는 듯
해오라기 하염없이 높은 격만 일삼누나 
鵠山隱翳暮雲頭 憑闌客子偏傷激 
저문 구름 가린 곳에 곡령이 솟았는데
난간에 기댄 객이 홀로 슬퍼하노라

玉堂春雪用歐公韻  退一25
<壬寅 ○ 二月十四日內直賦示閔叔道> 
 임인    이월십사일내직부시민숙도
令節春將半 今朝雪候臻 氣爭方晩合 雲積忽窮垠 入眼瓊花亂 
영절춘장반 금조설후진 기쟁방만합 운적홀궁은 입안경화란
아름다운 봄날이 반쯤이나 지나간
오늘 아침 눈발이 뿌리려 하고 있네
음기 양기 다투다가 늦게야 엉기더니
하늘 가득 먹구름이 아득하게 몰려오네
눈앞에는 어지러이함박꽃이 흩날리고
飜空玉海新 聽窓憐屑窣 看地愛輕勻 鼇禁稀鳴索 天街絶響輪
번공옥해신 청창련설솔 간지애경균 오금희명삭 천가절향륜
공중에는구슬바다 소용돌이치는구나
창문에는사각사각 그 소리 아리땁고
땅위에는가지런히곱게도 깔려있네
옥당에는경호소리 드문드문 들려오고
서울의 거리에는수레 왕래 끊어졌네
苦篁橕一節 高柏抗千鈞 爲瑞將騰賀 迎豐且解顰 霏微看到暮 
고황탱일절 고백항천균 위서장등하 영풍차해빈 비미간도모
마른 대는 끝마디를버티고 서서 있고
높이 솟은 잣나무는 수천근을 견뎌내네
상서라고 달려와서 하례를 드리리니
풍년을 맞이해서주름살펴리로다
부슬부슬 내리면서저물도록 안 그치니
浩蕩想連晨 病憶重裘襲 恩慙內醞陳 瑤城渾合沓 銀屋鬱盤囷 
호탕상련신 병억중구습 은참내온진 요성혼합답 은옥울반균
새벽이 될 때까지하염없이내리리라
병든 몸은 두터운털옷 생각 간절하고
임금님 은혜롭게 술까지 내리시네
아름다운 구슬 성은 눈으로 덮여 있고
은백색 흰 집들은동글동글늘어섰네
地自同仙府 詩難語俗人 沈吟倚闌處 疑是入長春
지자동선부 시난어속인 침음의란처 의시입장춘
이곳은 그야말로 신선들이 사시는곳
시를 지어 속인에게 말하기는 어려워라
난간에 의지해서 시상에 잠겼으니
아마도장춘궁에 들어온 것 같구려

泰安曉行憶景明兄 退一25
태안에서 새벽에 말을 달려가면서 경명형님을 생각하노라
<時兄賑恤敬差在嶺南  滉以救荒摘奸御史  往湖西> 

郡城吹角夜開門 秖爲王途急馹奔 殘夢續鞍身兀兀 游光連海月痕痕 

驚人別鶴投孤嶼 趁雨耕夫出遠村 湖嶺相望隔千里 不知何處戒征轅 

宿淸風寒碧樓  . 退一26
숙청풍한벽루
청풍 한벽루에 묵으며
半生堪愧北山靈 一枕邯鄲久未醒 薄暮客程催馹騎 淸宵仙館對雲屛
반생감괴북산령 일침감단구미성 박모객정최일기 청소선관대운병
반평생 지난 일이 북산의 령에 부끄럽고
베개 속 청운의 꿈은 아직도 못 깨었어라
황혼의 타향 길에 역말을 달리는데
맑은 밤 선관에서 구름 병풍 마주했어라
重遊勝地如乘鶴 欲和佳篇類點螢 杜宇聲聲何所訴 梨花如雪暗空庭
중유승지여승학 욕화가편류점형 두우성성하소소 리화여설암공정
경치 좋은 땅에 다시 노니 학 탄것 같아
좋은 시에 화답하려니 반딧불 켜진듯 하여라
두견의 슬픈 울음 무슨 하소인지
눈빛같은 배꽃이 빈뜰에 몰래 피었어라  

鎭川東軒  退一27

菲才直道詎追前 懦性從來合佩弦 民病欲蘇時雨後 春光都盡客愁邊 
변변치 못한 재주로 어찌 미칠수 있으리오 菲才直道詎追前
나약한 성질 예로부터 활줄을 찼다오  懦性從來合佩弦
백성들의 병은 시우 뒤에 소생하고   民病欲蘇時雨後
봄빛은 나그네 근심 속에 모두 사라졌구나 春光都盡客愁邊

當軒翠樹圍靑幄 照眼紅花羃紫烟 荒政儘由賢守宰 莫令幷棄艾三年 

현자는 푸른 장막속에 드리웠고 當軒翠樹圍靑幄
눈에 어리는 아름다운 꽃은 연기속에 잠기었네 照眼紅花羃紫烟
어지러운 일도 모두 어진 수령님 주재에 달렸나니 荒政儘由賢守宰
선정으로 고만삼년을 버리지 말기를  莫令幷棄艾三年

蓮亭小集/연정소집 退一28
.
淸池虛檻逗微涼 高樹風生送夕陽 紅燭不須催騕褭 待看新月滿華堂 
청지허함두미량 고수풍생송석양 홍촉불수최요뇨 대간신월만화당
맑은 연못 빈 난간에 조금 서늘함이 머무니
높은 나무에서 나온 바람이 저녁 해를 보내네
날씬한 말 재촉하니 붉은 등불 필요치 않고
화려함 가득한 집에 초승달 기다려 보리라
.

吾鄕李參判先生假歸 將因以乞身 鄕人在朝者會餞於先生仲子寓舍  退一28 
奉呈近體一首
우리 마을(곧 예안)의 이참판 선생(李參判先生)께서 임시로 귀향7)하는데
장차 이를 바탕으로 벼슬에서 완전히 물러나려 하신다.
우리 고장 사람으로 서울에서 벼슬하는 사람들이 선생의 둘째 아들(李希樑임) 집에 모여
전별연을 열었는데 근체시(近體詩) 한 수를 지어서 선생에게 바친다
<時金子裕氏及家兄爲承旨 先生仲子架虛爲參奉  公幹爲京畿都事
滉忝舍人 南伯仁爲成均學正 又安大寶爲刑郎  以豐基鄕人同參> 

引退非緣忘主恩 高年自合愛丘園 一鄕會餞簪纓簇 二品辭歸齒德尊  退一29
인퇴비록망주은 고년자합애구원 일향회전잠영족 이품사귀치언존 
사직함은 임금의 은혜를 잊었기 때문이 아니라
노년이 되어 절로 고향이 그리워졌기 때문이지
동향(同鄕)의 벼슬아치들 모여 전송하니
사직한 이품(二品)관리는 연치와 덕도 높다네
天爲宵歡收積雨 月因離恨照芳罇 憑風寄與詩僧道 林下如今可共論 
천위소환수적우 월인리한조방준 빙풍기여시승도 임하여금가공론
하늘은 이 밤의 즐거움을 위하여 오래 내리던 비를 거두었고
달은 이별의 한 때문에 향기로운 술 단지를 비추누나
바람에게 부탁하여 시승(詩僧)에게 말을 부치노니
이제는 수풀아래서 함께 얘기할 수 있겠네

秋日南樓睌霽   退一29
가을날 남쪽 누각에 늦게야 비가 개이다
蕭蕭晩雨霽 決決小溪響 湖雲薄未歸 天日淡猶朗
소소만우제 결혈소계향 호운박미귀 천일담유랑
쓸쓸히 떨어지다 늦게야 비가 그치니
빠르게 흐르며 작은 산골짜기 울리네
호수의 구름 얍가하게 돌아가지 않아도
하늘의 해는 오히려 담백하게 환하구나
小樓地勢高 孤座几席爽 騷情喜曠蕩 病眼怯莽蒼 
소루지세고 고좌궤석상 소정희광탕 병안겁망창
작은 다락의 땅의 형세는 높아서
떨어진 자리의 안석과 돗자리 상쾌하네
시부의 멋을 즐기며 헛되이 방종하고
병든 눈은 푸른 시골의 경치가 두렵구나
落葉滿林蹊 涼風撼書幌 萬物各歸根 龍蛇思蟄養 
낙엽만림혜 량풍감서황 만물각귀근 용사사칩양
떨어진 잎이 숲의 좁은길에 가득하고
서늘한 바람에 휘장의 글씨가 흔들리네
세상 모든것 각각 근본으로 돌아가니
용과 뱀도 겨울잠을 즐기려 생각하네
邃古民大朴 末路世密網 幽鳥亦何意 下啄還飛上
수고민대박 말로세밀망 유조역하의 하탁환비상
아득한 옛날의 나는 지나치게 소박했는데
막바지 한평생은 그물처럼 빽빽하구나
먼곳의 새들은 모두 무슨 뜻으로
아래를 두드리고 또 다시 위로 오르는가

湖上園亭偶出效康節體  退一 30

호숫가 원정에 우연히 나가 강절(康節)의 체를 본받다

何限名園漢水頭 閒來無處不堪遊 白魚切玉家家興 黃菊排金院院秋 
하한명원한수두 한래무처불감유 백어절옥가가흥 황국배금원원추
어찌 한강 근처의 이름난 정원만 할까
한가히 와서 아무곳이나 즐겨 놀기 못하리오
옥으로 벤 깨끗한 고기에 집집마다 흥겹고
금빛 둑의 노오란 국화 뜰과 정원엔 가을이구나
酌酒喜臨高榭豁 題詩愛向曲闌幽 更知易厭紅裙醉 要學沙鷗浩蕩游 
작주희림고사활 제시애향곡란유 갱지이염홍군취 요학사구호탕유
높고 넓은 정자에 임하여 즐거이 술을 마시며
고요히 굽은 난간 보니 아까워 시를 적네
미인에게 쉬이 취했다가 싫어함 어찌알리오
호탕하게 노니는 모래의 갈매기 배우길 원하네

與諸君同登狎鷗亭後岡  退一 31

제군과 함께 압구정 뒷뫼에 오르다

斷阜瀕江勢欲騫 與君登眺暢形魂 浮雲遶堞齊神嶽 落日低空近海門 

萬世經營槐穴夢 一時感慨菊花罇 沙禽豈管人間事 浩蕩風流無語言 

原州憑虛樓有懷州敎金質夫次樓韻留贈 <災傷御史>  退一 31

원주 빙허루에서 본주 교수 김질부를 그리며 누운자에 차운하여 유증하다 재상어사로 갔을 때

此地乖逢又此行 紛紛離合況平生 頭因別久欲添雪 愁爲秋深更築城 

鳥過豪英多偉蹟 龍蟠形勢稱雄名 思君坐數同襟樂 秖在山中耦舌耕 

酒泉縣酒泉石姜晉山韻   退一 32

주천현 주천석을 보고 강진산의 운에 따라 짓다

神槽雷劈已上天 至今以酒名其泉 人言土俗信荒怪 繼之好事非眞傳 

我疑造物本難測 厥初安知有由然 當時仙釀非世法 糟牀日注靈波堧 

幔亭虹橋降眞侶 瀛尊嶽豆無論錢 瓊漿如流樂且湛 官府久廢玉皇前 

上界有謫一念差 赫然下命六丁遷 區區反爲龍所貪 一片誤落金沙淵 

復留一片豈無意 天戒衆飮官途邊 世人不曉靈眞跡 渴喉但覺流饞涎 

謂神之怒坐一吏 謾說相誇今幾年 徵奇詰異竟誰是 我欲就問騎鯨仙 

錦江亭  /금강정 退一 34

鵑啼山裂豈窮年 蜀水名同非偶然 明滅曉簷迎海旭 飄蕭晩瓦掃秋烟 
견제산렬기궁년 촉수명동비우연 명멸효첨영해욱 표소만와소추연
두견이는 어찌 한평생 산이 찢어져라 우는지
촉나라의 강 이름도 한가지라 우연이 아니구나
큰 아침해를 맞으니 가물거리던 처마가 밝아오고
낡은 기와를 칠하듯 가을 안개 쓸쓸히 나부끼네
碧潭楓動魚游錦 靑壁雲生鶴踏氈 更約道人攜鐵笛 爲來吹破老龍眠
벽심풍동어유금 청벽운생학답전 경약도인휴철적 위래취파노룡면
단풍나무 흔들리는 푸른 물가엔 아름다운 물고기 노닐고
구름이 이는 푸른 절벽엔 학이 융단을 밟고 있네
도인과의 약속을 바꿔서 날라리를 들고서
남김없이 다 불어 잠자는 늙은 용을 돌아오게 하리라  

洪川三馬峴用景明兄竹嶺途中韻 <幷序>  退一 35

홍천 삼마현에서 경명 형의 「죽령도중」시의 운자를 쓰다 병서

昔從家兄自京還鄕到竹嶺時秋景爛熳兄於馬上占一絶云 

楓林翠壁彩屛開中有淸溪抱石臺誤近忙途知不幸 了無遊遊跡到蒼苔 

余今每遇丹楓碧澗 輒誦此詩 聊和以遣懷  兄今在銀臺 

澗水楓林相映開 彩屛麗句憶銀臺 我今正作忙途客 佳處何緣步石苔 

過淸平山有感 <幷序>  退一 36

청평산을 지나가자 감회가 있어서 병서

春川之淸平山 卽古之慶雲山也  前朝李資玄棄官歸隱于此山 

山有普賢院 資玄就而居之 號曰文殊寺  慶雲之改號淸平 

亦由資玄而得之也 資玄生長閥閱  風流文雅冠絶當時 

亦嘗筮仕而登顯要矣 其於求富貴取靑紫  不啻如拾地芥 

然乃能辭榮避位 高蹈遠引 蟬蛻於濁穢之中  鴻冥於萬物之表 

住此山蓋至於三十七年之久  雖卑辭厚禮不足以屈其節 

千駟萬鍾不足以動其心 非有所樂於胸中者  安能如是哉 

余讀東國通鑑 嘗怪史臣論資玄之事 深加貶剝  至指爲貪鄙吝嗇 

噫何其甚也  自古高人逸士如資玄比者豈少哉 

然類多出於畎畝之中草澤之遠 其與木石居鹿豕遊  而飯糗茹草 

乃其素所積習而其心安焉 其於長往而不返  固亦無難矣 

至若脫屣於聲利之場 抽身於紈綺之叢  不怨不悔終始不變如資玄者 

蓋絶無而僅有之 斯不亦可尙哉  或謂資玄之去 

其跡涉於爲名 以是爲可貶 吾又不知其說也  夫枕流漱石枯死巖穴之名 

孰與於紆靑拖紫銘彝鼎被絃歌之名哉 

自世俗之見言之 斯二者均謂之名而苦樂則懸絶  資玄於彼則望望然去之 

若將浼焉 於此則昧昧然就之  以是終其身而不顧 

若是而稱曰爲名而然  此豈近於人情之論歟 

貪鄙吝嗇 其亦尙論之當乎  余以是知其胸中必有所自樂者 

而非世俗之云云者 余所以惓惓於資玄者也  史稱資玄置田業爲一方農民所苦 

夫隱居者  豈皆能上食槁壤下飮黃泉 

如蚯蚓然哉 不爲賣藥與賣卜 則耕田以食其力  亦何足病焉而必以是爲詬罵耶 

此無乃當時士夫之貪榮嗜利  役役於世途者 

自見資玄之與己相去 不啻黃鵠之與壤蟲  於其心蓋亦有所不平焉 

竊竊然伺其所爲而摘之  以爲隱者之無求於世也 

亦以置田業爲事乎 相與造爲不根之謗者未必無之 

則所謂爲農民所苦者 安知非此輩所誣耶 昔种明逸之晩節 

亦有置田産之謗 然而尙論之士 不過曰盛名難副而已  曰淸議惜之而已 

安有如今史氏刻害過甚之論耶  前史不闕而甚傳之 

後史輕信而驟論之 人之好議論  不樂成人之美如是哉 

余觀資玄辭就徵表 有曰 以鳥養鳥庶免鐘鼓之憂  觀魚知魚俾遂江海之樂 

噫 此其爲人之胸次  豈世俗譊譊者所能窺其萬一哉 

余之奉使而來也 過淸平山下  問驛吏知山中有曰淸平寺者 

疑卽古所謂普賢院也 限於嚴程  不得叩山門訪幽蹟 

聊書此以發其嘗讀史而有感於胸中者如右 

而繼以詩云 

峽束江盤棧道傾 忽逢雲外出溪淸 至今人說廬山社 是處君爲谷口耕 

白月滿空餘素抱 晴嵐無跡遣浮榮 東韓隱逸誰修傳 莫指微疵屛白珩 

奉酬聾巖李先生靈芝精舍詩 <幷序 癸卯>  退一 44

 농암 이 선생의 영지정사 시를 봉수하다 병서 계묘

吾鄕靈芝山有佛舍 滉舊嘗往來讀書 而山後亦有小築  宦游思歸而未得 

因自號靈芝山人 先生旣歸愛是庵  就而重新之 

名曰精舍 時杖屨逍遙其中 詩寄滉  且曰足下舊卜山麓自稱山人 

而今我先之 無乃呼賓作主耶  早晩當訟而辨之云 

滉感先生之高義 叨承詩札以爲笑謔  不勝欣幸之至 

謹次詩呈上 惶恐再拜 

山北蝸廬是假容 久纏繮鎖病仍攻 願將美號輸眞隱 不獨山南第一峯 

精廬高架白雲巓 藥竈逍遙葛稚川 莫把高臺名杜妄 聞風俗駕自回鞭 

<有小臺名杜妄> 

題林士遂關西行錄後二首  退一 45

임 사수의 관서행록 후면에 시 두 수를 쓰다

捭闔奇謀漢子房 當年曾受石公方 未飜巢窟龍庭界 先作干城鰈海疆 
패합의 꾀를 지닌 한 나라 자방은 / 捭闔奇謀漢子房
황석공의 방법을 일찍이 받았도다 / 當年曾受石公方
미처 용정의 소굴을 쓸어내기 전에 / 未飜巢窟龍庭界
먼처 접해의 장성을 만들었구려 / 先作長城鰈海疆
絶域病攻天拂亂 荒城雷鬪鬼驚忙 豪吟百首凌雲氣 妙句何妨鐵石腸 
이역에 병든 것은 하늘의 불란이라 / 絶域病攻天拂亂
황성의 벼락소리 귀신 놀래 달아나리 / 荒城雷鬪鬼驚忙
백 편의 읊은 시는 능운의 기상이라 / 豪吟百首凌雲氣
묘한 글귀 철석장에 무엇이 방해되랴 / 妙句何妨鐵石膓
狂胡射月遼東塞 壯士搜兵樂浪墟 指顧威靈驅虎豹 風流談笑發詩書 
요동이라 변방에선 되놈이 달을 쏘고 / 狂胡射月遼東塞
낙랑의 옛터에선 장사는 병을 찾네 / 壯士搜兵樂浪墟
지휘하는 위령은 호표를 몰아내고 / 指顧威靈驅虎豹
풍류에 겨운 담소는 시서로 발산되네 / 風流談笑發詩書
海航病得龍王藥 江閣吟窺帝子居 唾手功名歸燕頷 太平容我老樵漁 
바다에서 병이 들자 용왕이 약 보내고 / 海航病得龍王藥
강각의 읊은 시는 제자의 구거를 알레 / 江閣吟窺帝子居
단정코 공명이 연함에게 돌아가서 / 唾手功名歸燕頷
태평을 노래하며, 나는 어초에 늙으리 / 太平容我老樵漁
<時國家將以朝命出兵助討胡 士遂以元帥從事官點兵關西 入薪島驅馬
得病幾死乃甦 還抵黃州 遇大風雨有詩 極道其壯觀>

當軒綠叢花 <四季>  退一 48

머름을 마주한 녹총화 사계화

門前老槐樹 日暮飢鳶蹲 赤葉間翠林 凉風動西園 返照斂城頭 
창 앞 늙은 홰나무 가지에
날 저물자 솔개 한 마리 날아와 앉네
푸른 잎새 간간이 붉은 이팔들
뒤뜰에는 벌써 찬 바람 이네
성 머리에 차츰 석양빛 걷히고
悲蟲號草根 深巷斷人來 寥寥獨閉門 當軒綠叢花 色映丹霞痕 
풀섶에 자욱한 풀벌레 울음
깊은 산골에 인적 끊어져
사립짝만 외로이 닫혔어라
머름에 닿은 녹총하에
빨갛게 어리비친 저녁놀 빛
寂寞向晩意 凄凉結芳魂 畸人厲孤操 靜女守舊恩 脈脈如有懷 
쓸쓸히 날이 저물어
꽃다운 넋만 처량히 맺혔구려
외로운 사람은 절조를 가다듬는 법
안존한 여인은 옛사랑을 그린다오
간절한 회포가 있는 듯도 하다만
迢迢竟不言 荏苒迫霜露 幽貞信乾坤 感此堂上客 歲晏思彌敦 
끝끝내 초초하여 말이 없고나
어느덧 서릿발 다가드니
정갈한 몸을 천지간에 맡길 뿐
아 당위에 앉은 이 사람도
한 해가 저무니 생각이 더욱 많다

舟上示宋台叟  退一 49

배 위에서 송태수에게 보이다

泝洄同上木蘭船 往事茫茫知幾年 暮雀競栖雲渚樹 殘霞倒影玉湖天 

仲由自可輕千乘 程尉何曾直一錢 笑罷歸來風浪帖 蛟龍應亦讋雄篇 

九日獨登書堂後翠微寄林士遂四首 退一 50

중구날에 호올로 서당 뒤 산기슭에 올라 네 수를 지어 임 사수에게 부치다

野菊猶多思  尊前小摘枝 杯盤眞偶設 歌管豈曾隨 退一50 
望遠愁腸斷  登高病脚危 陶然成一醉 短舞爲誰垂 

聖主開東觀  將期瑞世文 愧添樗櫟散 欣覩鳳螭紛
樂事淸時得  幽香小坐聞 故鄕千岫外 醉眼送歸雲 

思君那得暫時寬 醉把黃花誰共歡 新月媚人還入手 長風欺客且吹冠 

千重眉黛依依列 一道冰紈湛湛寒 景物隨緣易陳跡 急須摹取與君看 

今古茫茫似逝川 登臨佳景故依然 同牀不識寧非貴 擧世相疪亦有傳 

語穽豈容罇俎裏 愁城難著菊花前 歸鴉落日都成畫 臥看東湖玉鏡天

送金厚之修撰乞假歸覲仍請外補養親 恩許之行  退一 52

김후지 수찬이 휴가를 빌어 근친하고

인하여 외임의 보직으로 어버이 봉양하기를 청하여
은혜를 입어 떠나므로 그를 보내면서

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鯤魚化作垂天翼 九萬摶風竟奚適 下有區區斥鷃輩  搶楡控地皆眞樂 
곤어가 하늘에 날개를 드리운 붕새로 바뀌어
구만리 창공에 바람을 치며 마침내 어디론가 나 아가는 것을
아래로는 구구히 쪼아대는 메추라기 새들 있어
느릅나무에 부딪혀 땅에 떨어져도 모두 참으로 즐거워만 하는 것을
又不見
또 보지 못하였는가?
魏瓠種成實五石 不願爲瓢憂濩落 何況作尊浮江湖 卻笑莊生未甚達 
魏임금이 준 박씨로 五石이나 들어갈 큰 열매가 열리어
원치도 않게 너무 커져버린 표주박을 근심하고 있는 것을
하물며 큰 술통으로 만들어 강호에 띄우니
도리어 장자가 그다지 통달하지 않았음을  웃고 있음을
我昔與子遊泮宮 一言道合欣相得  君知處世如虛舟 我信散材同樗櫟
내 지난 날 그대와 함께 성균관에서 공부할 적에
한마디에 도가 일치하여 서로 흔연히 함께 했었지
그대는 처세가 빈 배와 같아야 함을 알았고
나는 쓸모없는 재주는 가죽나무나 상수리나무와 같음을 믿었지
富貴於我等浮雲 偶然得之非吾求 風雲感激偶一時 
부귀는 나에게 뜬 구름과 같아
우연히 얻어도 내가 구하던 바가 아닌 것을
玉堂
부귀한 집

金馬接跡追時流 恩榮合沓謬所當
歲月紛綸閱江浪 道山同讀未見書 
我齒已衰君方壯 抽玄關發奧藏

經世
세상을 다스림
謀猷兮賁國文章  旨賜宮醞塵飛鞚 
珍分御廚廩繼倉  昔人已云不敢當
矧余焉能不愧顔  秋風蕭蕭吹漢水 

我夢
夜夜白石靑雲間 靑雲白石我尙阻
海山千里君先去 君言欲作反哺烏
乞得
專城有蟹無監處 人生至樂君有之 
具慶堂前舞綵衣 此外萬事何足道
儻來軒冕如塵微 不羨圖凌雲  不須擁旌麾 

子眞巖耕名已振 原憲蓬居道非吝
須知王式本不來 莫怪邴曼終 

難進 
送君歸搔我首 爲君歌薄薄酒 相思莫惜寄玉音 我詩聊贈千金帚
그대를 위하여 <薄薄酒>노래를 부르나니
그리움에 편지 한 통 아끼지 말게나
애오라지 천금의 빗자루와 같은 나의 시를 바치 리니

次韻答金應霖林士遂在東湖見寄二首  <甲辰 ○ 余癸卯冬下鄕未還朝  春兩君寄詩來> 退一 56

김응림·임사수가 동호에서 시 두 수를 보내주므로 차운하여 답하다 갑진
○나는 계묘년 겨울에 고향으로 내려와서 병이 들어 조정에 돌아가지 못했는데
봄에 양 군(兩君)이 시를 부쳐오다

雪盡花開病臥村 消磨未盡只詩魂 榮枯輾轉回雙轂 倚伏冥茫隔九閽 

芝朮養生顔益古 烟霞入骨語無煩 山中氣味君知否 世事都無一句論 

金君韶奏鳳來儀 林子兼將百步威 故國春風留病客 神交書札到柴扉 

半成山屋謀曾拙 全落湖梅事太違 知我不材君最甚 可無容得會稽歸 

<時應霖爲銓郎 故屬以外補> 

湖堂梅花暮春始開用東坡韻二首 <春赴召後> 退一 58

호당 매화가 늦은 봄에야 비로소 피므로

동파시 운자를 써서 두 수를 짓다
봄에 부소(赴召)한 뒤임

我昔南遊訪梅村 風烟日日銷吟魂 天涯獨對歎國艶 驛路折寄悲塵昏 
아석남유방매촌 풍연일일소음혼 천애독대탄국염 역로절기비애혼
내가 옛날 남방에서 매화촌을 찾았더니
아지랑이 매일같이 시혼을 녹이었네
땅끝에서 홀로 맞아 경국색을 찬탄하고
역로에서 부치매 어둔 세상 슬퍼했네
邇來京輦苦相憶 淸夢夜夜飛丘園 那知此境是西湖 邂逅相看一笑溫 
이래경련고상억 청몽야야비구원 나지차경시서호 해후상간일소온
서울에 온 이래로 간절히도 그리워서
맑은 꿈은 밤마다 전원으로 날아갔네
여기가 서호일줄 어떻게 알았으랴
우연히 서로 만나 한번 웃음 정다워라
芳心寂寞殿殘春 玉貌婥約迎初暾 伴鶴高人不出山 辭輦貞姬常掩門 
방심적막전잔춘 옥모작약영초돈 반학고인불출산 사련정희상엄문
꽃다운 맘 고즈넉이 늦은 봄에 피어설랑
옥빛 자태 아름답게 돋는 해를 맞이하네
학을 짝한 높은 선비 산에서 나오지 않고
연 사양한 정숙한 여인 항상 문을 닫고 있네
天敎晩發壓桃杏 妙處不盡騷人言 媚嫵何妨鐵石腸 莫辭病裏攜甖罇 
천교만발압도행 묘처부진소인언 미무하방철석장 막사병리휴앵준
늦게 피어 복사 살구 누르게 한 하늘의 뜻
묘한 의미 시인인들 다 말하지 못하리니
아름다운 그 모습 철석간장 무슨 소용
병든 몸이 술병 들고 찾아감을 사양말라
藐姑山人臘雪村 鍊形化作寒梅魂 風吹雪洗見本眞 玉色天然超世昏
막고산인납설촌 동형화작한매혼 풍취설세견본진 옥색천연초세혼
막고산의 신선이 눈 내리는 마을에서
수련으로 변화하여 겨울에 피는 매화의 혼이 되었다오
바람 불고 눈에 씻겨 본 모습을
高情不入衆芳騷 千載一笑孤山園 世人不識嘆類沈 今我獨得欣逢溫 
고정불입중방소 천제일소고산원 세인불식탄류침 금아목격흔봉온
고상한 정취는 뭇 꽃 소란에도 들지않고
고산 동산에서 천년만에 한번 웃어보네
세상사람 다 몰라 심저량과 같음을 탄식하니
지금 내가 목격하니 온백설자 만난듯 기쁘네
神淸骨凜物自悟 至道不假餐霞暾 昨夜夢見縞衣仙 同跨白鳳飛天門 
신청골름물자오 지도불가손하돈 작야몽견호의선 동과백봉비천문
정신 맑고 뼈가 차매 스스로 깨닫나니
지극한 도 거짓없이 노을 햇빛 먹는다네
어젯밤 꿈속에서 흰옷 입은 선인 만나
하얀 봉새 함께 타고 하늘문에 날아가서
蟾宮要授玉杵藥 織女前導姮娥言 覺來異香滿懷袖 月下攀條傾一罇 
섬궁요수옥저약 직녀전도항아언 각래이향만회수 월하반조경일준
섬궁에서 옥절구로 찧은 약을 달랬더니
직녀가 인도하여 항아에게 말하더라
깨어나매 그 향기가 옷소매에 가득하여
달 아래서 가지 잡고 술병을 기울인다

湖堂曉起用東坡定惠院月夜偶出韻  退一 61

호당에서 새벽에 일어나

동파의「정혜원 달밤에 우연히 밖을 나와서」라는 시
운자를 사용하여 짓다

雞鳴水村月掛簷 一枕歸夢驚殘夜 窓櫳寂蓬觀裏 曙色蔥瓏花樹下 
닭이 우는 물가 마을 달은 처마에 걸려있고
홀로 자며 귀향꿈을 새벽녘에 놀라깨니
신선절간 속인듯이 창틀난간 조용하고
꽃나무의 아래에는 동트는 빛 영롱하며
庭梅半落香更吹 石澗新疏響轉瀉 欲知仙境定何如 聞說瑤臺此其亞 
뜨락 매화 반쯤져도 향긴 다시 풍겨나고
돌 시냇물 새로 뚤려 소리 차츰 쏟아내니
알고 싶네 신선경지 정말로 어떠한가
듣자하니 신선정원 여기보다 다음이라
綺饌常繼太官供 蘭燭時容漁店借 病來酒伴已全疎 老去詩情渾未謝 
귀한음식 항상 궁중 요리사가 되어주고
향 촛불은 때로 생선 가게에도 빌려주네
병이 들자 술친구들 벌써 전부 멀어지고
늙어가도 시 감정은 전혀 식지 않은채로
靑春欲暮鳳城塵 白雲空憶芝山舍 年多老松棲怨鶴 雨荒幽圃抛寒蔗 
이 서울의 먼지속에 한 봄은 가려하여
흰구름의 괜히 지산 옛집이 그립건만
세월 만이 늙은 솔은 깃들 학을 원망하고
비에 묵은 숨은 채전 사탕풀도 비렸겠지
榮辱如雲本來無 富貴逼人眞堪怕 朝來百囀林下鳥 似與詩僧助嘲罵 
영화 치욕 구름같아 본래 없는건데
부와 귀는 사람 핍박정말 걱정될만하니
아침되면 온통 우는 숲 아래의 저 새들은
시 스님과 조롱 매도 부추기는듯 하는구나

七月望日狎鷗亭卽事四首 <時書堂有故 稟啓移寓於此>退一 63 

칠월 보름날 압구정 즉사 네 수
이 때 서당(書堂)이 사고가 있어 품계(稟啓)하고 이곳으로 옮겨 있었음 

奔雲陣陣度簷楹 雨過長江一半明 隱几笑看爭渡客 漢江樓下雪山傾 
분운진진도첨영 우과장강일반명 은궤소간쟁도객 한강루하설산경
처마 기둥 넘어 내닫던 구름이 한바탕 진을치니
비가 자나간 긴 강은 한 쪽반이 밝아지네
다투며 건너는 사람들 안석에 기대어 웃으며 바라보니
한강의 망루 아래에 흰 산이 기울어지네
歸舟搰搰上前灘 忽掛風帆萬里閒 總把向來牽挽力 一時酣寢浪花間 
귀주골골상전탄 홍괘풍범만리한 총파향래견만력 일시감침랑화간
돌아가는 배가 여울 위로 힘을써서 나아가는데
갑자기 바람불어 돛을 다니 만리에 한가롭구려
모두 잡고 힘써 당기어 이끌어 나아간 뒤에
아름다운 물결 사이에 잠시 때맞춰 술을 즐기며 쉬어보네
江中風起雨冥冥 葉上靑蛙止復鳴 兩兩漁舟依別岸 晩來收釣入柴荊 
강중풍기우명명 엽상청와지부명 양량어주의별안 만래수조입시형
강가운데 바람 일더니 어두어지며 비오는데
잎파리 위의 청개구리 그쳤다가 다시우네
쌍쌍의 고기잡이 배는 언덕을 의지해 따로 떨어지고
해 저물자 낚시 거두어 사립문으로 들어가네
望中奇變忽無蹤 日照西雲淡夕容 未露四圍靑黛色 唯看千頃白銀鎔 
망중기변홀무종 일조서운담석용 미로사위청대색 유간천경백은용
보름 사이에 기이하게 변하여 갑자기 자취가 없어지고
서쪽 구름에 해가 비치니 맑은 저녁을 꾸미는구려
푸르고 검푸른 빛을 아직 적시지 못하고 사방을 에워싸니
오직은을 녹인듯 하이얀 아름다운 이랑을 바라보네

晩步 <明陽正賢孫嘗有此詩 偶讀而愛之用其韻> 退一 64

늦은 녘에 거닐면서 명양정(明陽正) 현손(賢孫)이 일찍이
이 시를 남기어 우연히 읽고서 사랑한 나머지에 그 운자를 쓰다

苦忘亂抽書 散漫還復整 曜靈忽西頹 江光搖林影
고망난추서 산만환복정 요령홀서퇴 강광요림영
잊음 많아 이책 저책 뽑아 놓고서
흩어진 걸 도로 다 정리하자니
해가 문득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가람엔 숲 그림자 흔들리누나
扶筇下中庭 矯首望雲嶺 漠漠炊烟生 蕭蕭原野冷
부공하중정 교수망운령 막막취연생 소소원야랭
막대 짚고 뜨락으로 내려들 가서
고개들고 구름재를 바라다보니
아득아득 밥짓는 연기가 일고
으스스 산과 벌은 싸늘하구나
田家近秋穫 喜色動臼井 鴉還天機熟 鷺立風標逈
전가근추확 희색동구정 아환천기숙 로입풍표동
농삿집 가을걷이 가까워지니
방앗간 우물터에 기쁜 빛 돌아
갈가마귀 날아드니 절기 익었고
해오라비 우뚝 서니 모습 훤칠해
我生獨何爲 宿願久相梗 無人語此懷 瑤琴彈夜靜
아생독하위 숙원구상경 무인어차회 요금탄야정
내 인생은 홀로 무얼 하는 건지 원
숙원이 오래도록 풀리질 않네
이 회포를 뉘에게 얘기할거나
거문고만 둥둥탄다 고요한 밤에

登狎鷗亭後岡憶應霖士遂吉元四首  退一 64

압구정 뒷산에 올라 응림·사수·길원을 사억하여 네 수를 짓다

遠近峯巒揷彼蒼 水光橫帶暮天長 無人共說年前事 日日孤吟上翠岡 

<去年與三君共登此> 

去年燈火伴書牀 欲讀思君卻置傍 彌勒形模江海量 城中咫尺阻音光 

右應霖 <時持服在城中> 

萬里星奔蜀道難 柳生中道不能鞍 裁書欲寄關河阻 安得如雲生羽翰 

右士遂 <使關北中途病臥> 

趨庭西海路漫漫 約在中秋月正團 爲洗東湖雙玉盞 看君豪句瀉驚湍 

右吉元 <時覲親海州>

狎鷗亭(압구정) 

夜起有感  退一 66

밤에 일어나 느낌을 쓰다

缺月懸空窓夜明 壁間絡緯響機鳴 凄凄切切如相促 不惟懶婦壯士驚 
결월현공창야명 벽간락위향기명 처처절절여상촉 불유라부장사경
이지러진 달이 하늘에 매달려 침실의 창을 밝히니
벽 사이의 베짱이 기교있는 소리로 울어대네
차고 싸늘함이 절절하여 서로 함께 재촉하는데
젊은 사내는 두려워 게으른 아낙을 생각치 못하네
鄰雞不歌更漏遲 櫪馬齕草風雨聲 攬衣呼童睡不應 牀頭暗蘂垂短檠 
인계불가경루지 역마흘초풍우성 남의호동수불응 상두암예수단경
물시계 더디 지나가니 이웃의 닭들도 노래하지 않고
바람 불고 비오는 소리에 말은 말구유의 풀을 씹는구나
옷을 잡아당겨 아이를 부르니 자느라 화답하지 못하고
평상 앞의 꽃술이 보이지 않아 작은 등불을 기울이네
挑燈照我簡編讀 口角瀾飜銀河傾 古人去我不待我 芻豢悅口同性情 
도등조아간편독 구각난번은하경 고인거아부대아 추환열구동성정
지은 편지 읽으려 등불 돋우어 나를 비추니
입아귀는 은하수가 기운듯이 드물이 넘친것 같네
옛 사람은 나를 떠나고 나를 기다리지 않으니
잘 차린 음식이 입에 맞듯 성품과 욕망은 한가지라네
安得平生金石友 重玄玉匙開鍵扃 十年國恩重於山 一生多病終無成 
안득평생금석우 중현옥시개건경 십년국운중어산 일생다병종무성
평생에 변함 없는 친구를 어찌 얻을까
옥 열쇠로 빗장과 자물쇠를 열듯 소중하고 신묘하구나
십여년 나라의 은혜는 산처럼 무거운데도
한 평생 병이 많아 끝내 이루지 못하였다네
去年霜髮映黑絲 今年瘦骨仍崢嶸 拓窓看月月未斜 白練一道澄江平 
거년상발영흑사 금년수골잉쟁영 척창간월월미사 백련일도징강평
작년에는 흰머리가 검은 머리를 감추더니
금년에는 야윈 뼈가 한 껏 높아졌구나
창을 열고 달을 보니 달은 아직 기울지 못하고
하나의 이치를 명백히 익히듯 평평한 강처럼 맑구나

大雷雨行 <以上幷在狎鷗亭作> 退一 67

대뇌우행 이상은 모두 압구정에서 지었음 

江亭曉起推月戶 遠近蒼茫靜林塢 忽然江海色悽慘 礮車雲起初如縷 
강정효기추월호 원근창망정림오 홀연강해색처참 포차운기초여루
강 정자에서 새벽에 일어나 달빛 비친 집에서 받드니
멀고 가까운 게 망망하고 숲과 둑이 고요하네
불현 듯 강바다 색이 참흑하게 슬프더니
쇠뇌거 같은 구름이 일어 처음으로 명주실과 같구나.
望中紫電掣金蛇 怪氣颯沓相呑吐 西來黑風撼山岳 龍捲湖波半空舞 
망중자전체금이 괴기삽답상탄토 서래흑풍감산악 용권호파반공무
바라보는 중에 자줏빛 번개가 전광(電光)같이 끌어 당겨
괴이한 기운과 바람이 서로 삼키고 토하며 겹치네.
서쪽에서 오는 광풍이 산악을 흔들고
용의 기세로 호수의 물결 절반 공중에서 춤추네
太陰崩騰鬼神惡 銀河屈注傾天府 鯨鯢駕浪馳前陣 虎豹爭鋒嚴後鼓 
태음붕등귀신악 은하굴주경천부 겨예가랑치전진 호표쟁봉엄후고
태음(太陰)이 도약하다가 무너지니 혼백과 신령이 악하고
은하수는 굽어져 기울어진 천부[별의 혈자리]로 흘러드네.
암수고래는 물결을 타며 대열 앞에서 달리고
범과 표범은 엄한 칼날과 뒷북 소리를 다투네.
穿城半夜縱千牛 斫樹黃昏飛萬弩 阿香贔屭踏狂車 劃破乾坤壯神斧 
천성반야종천우 작수황혼비만노 아향비희답광차 획파건곤장신부
재를 꿰뚫는 한밤중에 천마리 소가 바쁜데
나무를 베니 황혼이 만개의 쇠뇌로 날으네.
아향[우뢰를 다스리는 뇌신]은 사나운 수레를 힘써 밟으니
하늘과 땅을 째는 신령스런 도끼가 장하네.
頗疑勢觸天柱折 鍊石區區憂莫補 又恐龍門未疏鑿 洪流湯湯漂下土 
파의세촉천주절 연석구구우막보 우공용문미소착 홍류상상표하토
자못 의심스런 형세가 닿아 천주(天柱)가 꺾이고
연마한 돌이 구차하지 않을지 쓸데없이 걱정하네.
또한 용문이 뚫려 소통되지 않을지 두렵고
넓게 흐르며 세차게 떠다니는 아래가 토(土)이네.
農夫投鍤失畎澮 賈客飄帆迷漵浦 堂上書生亦何爲 斂袵低徊上天怒 
농부투삽실견회 고객표범미서포 당상서생역하위 렴임저회상천노
농부가 가래를 던지고 밭도랑을 잃어
장사꾼의 나부끼는 돛에 갯가가 어지럽네.
대청 위[벼슬하는] 유학자가 또 어찌 하였기에
옷자락을 숨기고 머리 숙여 사색하는 위로 하늘이 성내는가? 
杜牧豪吟憶壯觀 夏侯談經猶倚柱 斯須一眼盡如掃 萬里晴光曬秋宇 
두목호음억장관 하후담경유의주 사수일안진여소 만리청광쇄추우
두목의 빼어난 시로 뛰어난 경치를 생각하고
하나라 제후의 말씀 경전을 오히려 기둥으로 의지하네
이것은 모름지기 한 눈을 모두 버리는 것과 같지만
만리의 맑은 빛이 가을 집을 쪼이네
太虛幽幽本無物 孰居無事爲之主 一闔一闢恣披拂 變化神功誰敢侮 
태허유유본무물 숙거무사위지주 일합일벽자피불 변화신공수감모
태허(太虛)는 심원하여 본래 형체가 없으니
무엇이 있기에 아무 일 없도록 주재하는가?
한 문짝에 한개씩 열리도록 마음대로 선동하는
변화하는 신령한 공덕을 누가 감히 조롱하겠는가?
天公號令不虛出 摧殘震動皆仁煦 向來所見付幻境 一笑臨風大江滸 
천공호령불허출 최잔진동개인조 향래소견촌환경 일소임풍대강호
하늘은 공평하게 호령하여 헛되지 않게 나오고
잔악한 우레를 꺾어 모두 어질고 따뜻하게 하네.
본래부터 보는 바 미혹한 상태를 맡겼으니
한번 웃어 큰 강물의 가르침을 대하네.

狎鷗亭(압구정)

剪開檻外樹作  退一 70

난간 밖의 나무를 잘라 없애며 짓다

머무름 밖의 숲을 처내면서 짓다

南樓意不愜 檻前樹蓊蓊 那聞竽籟響 秖見螻蟻孔
남루의불협 함전수옹옹 나문우뢰향 기견루의공
남쪽 누각의 풍정은 쾌하지 못하고
난간 앞의 나무들만 아주 무성하구나
피리와 퉁소의 소리를 어찌 들으며
다만 땅강아지와 개미 굴만 보이는구나
勃然難恕宥 腰斧奚奴勇 丁丁落遠揚 豁豁去蔽壅
발연난서유 요부계노용 정정락원양 활활거폐옹
왈칵 성이나 너그러이 용서하기 어려워
과감하게 하인 놈에게 도끼를 차라하고
쩍쩍 찍어 떨어뜨리니 먼 곳까지 드러나
가리고 막힌것 덜어 없애니 넓게 뚫렸네
川原忽紛披 宴坐不移踵 遠山入簾鉤 愁髻樊姬擁
천원홀분피 연좌불이종 원산입렴구 수계번희옹
내와 언덕에 갑자기 꽃이 만발하여도
고요히 앉아 뒤따르며 옮기지 않고
주렴을 끌어당겨 먼데 산을 들이고
상투의 근심은 번희가 막는구나
平胡熨冰紈 几席天光動 怳如學變化 臺殿雲間聳
평호울빙환 궤석천광동 황여학변화 대전운강용
투명한 비단을 다림질한듯 호수는 평평하고
안석과 자리에는 맑게 갠 하늘빛이 나타나네
잠시 비슷하게 흉내내어 고치고 제거하니
대와 큰집이 구름 사이에 솟아 있네
向來墻面界 萬象爭獻捧 飛鴻渺天末 世事等蠛蠓 
향래장면계 만상쟁헌봉 비홍묘천말 세사등멸몽
담장 쪽 경계를 향하여 오니
많은 형상이 다투어 섬기듯 보이네
기러기 날아 하늘 끝에 아득하고
세상의 일이란 하루살이와 같구나
人心辟邪蠱 國政去微尰 較我開林功 無分輕與重
인심피사고 국정거미종 교아개림공 무분경여중
사람의 마음은 사악한 일에서 벗어나려하고
나라의 정사는 작은 붓기를 덜어 없앰이라네
조금 고집을 부린 보람에 숲이 열리니
소중함과 더불어 천함을 분간하지 않으리라 

奉贈圭庵宋眉叟以冬至副使赴京  退一 72

규암 송미수가 동지부사로서 명나라에 가므로 봉증하다

廣平先生鐵作腸 湖南今歲留甘棠 歸來受命賀天朝 星槎迢迢上銀潢 

海東精英大雅資 不怨賢勞馳四方 湖陰筆力扛九鼎 中華感動傳文章 

參卿使事豈天意 夜占奎壁騰光芒 入海手探驪龍珠 登天耳閱鈞音張 

豈但壯遊增氣義 樂哉酬唱如宮商 風雲隨處落咳唾 誰復按劍投夜光 

我似醯雞守塵甕 大方之家嗟望洋 蓬山日月轉秋序 坐覺別恨添鬢霜 

高風逸軌不可攀 西望萬里關河長 謬蒙索贈一篇詩 幾日重躋君子堂 

送林士遂以迎詔使從事赴義州三首 <乙巳> 退一 74

임사수가 조사를 영접하는 종사관이 되어 의주에 가므로 시 세 수를 지어 전송하다 을사 

詩老西迎詔使行 一時從事盡豪英 漳濱獨荷天恩重 日夕空多感慨情 

<滉亦忝是行 恩許病免> 

仡仡騷壇兩老臣 繞朝贈策可無人 料知擒縱如神處 一笑先衝萬馬塵 

不數林間喚雨鳩 海東雙鳥起千秋 爭看月斧揮神匠 血指應難據一頭 

望海堂尋梅 <丙午仲春將歸嶺南>  退一 76

망호당에서 매화를 심방하다 병오년 이월에 영남으로 돌아가려면서

望海堂下一株梅 幾度尋春走馬來 千里歸程難汝負 敲門更作玉山頹
망호당 뜰 안에 한 그루 매화꽃
몇 번이나 봄을 찾아 말을 달려 왔던가
천리길 가는 길에 그대 저버리기 어려워
문열고 벗 불러 옥산이 무너지듯 취하리

再用前韻答景說  退一 76

두 번째 앞 시의 운자를 써서 경열에게 답하다

聞道湖邊已放梅 銀鞍豪客不曾來 獨憐憔悴南行子 一醉同君抵日頹
듣자하니 저 호숫가에 매화 이미 피었으나
흰안장 호방한 객이 아직 오지 않았다오
가엾어라 초라한 이몸 남으로 가는 길이니
임과 함께 한번 취해 저무는 것도 모르련다

兜觀院溪上奉懷家兄話別於東郊二首  退一 77

두관원 시내 위에서 가형과의 동교의 이별을 봉회한 두 수

怊悵迷塗始可追 踏靑中路尙逶遲 秖應此去相思夢 長在東郊細雨時 
애초에 잘못된 길 따라가서 슬프다
답청절 밟는 길이 한결 같이 더디구나
그리는 이 마음은 꿈이 되어 달려가
보슬비 오던 곳에 오래오래 머물리라
細雨東郊酒一罇 悲歎萬事不堪論 何時石室雲巖裏 共對淸宵月滿軒 
동쪽거리 보슬비에 술 항아리 기울이며
슬프구나 세상만사 어이 다 말을 할까
운암속 돌집에서 언제 서로 만나서
헌함 가득 밝은 달에 맑은 밤을 함께할꼬
<兄家在木覓山麓 扁小齋曰雲巖石室>
鼎鼎光陰不可追。그 많은 시간을 쫓아가지 못하고
功名那敢恨衰遲。공명으로 늙었으니 어찌 한 없으랴

寓月瀾僧舍書懷二首  退一 78

월란암 절에 우거하면서 소회를 쓴 두 수

十五年前此讀書 紅塵奔走竟何如 只今病骨迷丹訣 依舊灘聲上碧虛 
십오년 전에 이곳에서 글을 읽었지
세상일에 바쁘다가 그 뜻이 같을까
지금 병이 깊어 그때의 결단을 유혹해도
오랫동안 흐르는 물소리 공중에서 들리네
居士忘家爲老伴 胡僧結約刱幽廬 不堪每累君恩重 非爲高名向釣漁 
살던 선비는 집을 잊고 늙어 있고
스님과 약속하여 그윽한 집을 세웠네
더해지는 님의 은혜 자주 쌓여 견딜수 없고
은둔을 하고자 함은 높은 이름 위함이 아니네
紫陌休騎沙苑馬 靑山來伴月瀾僧 靜中自得安心法 不用人間更折肱 
번화한 거리에서 사원말을 타지 않고
푸른 산을 찾아와서 월란암 스님과 벗하리
고요한 곳 얻으니 마음이 편한 법이니
다시 인간에게 팔 꺾음이 없으리라
<時以司僕正來 故使沙苑馬> 
이때 司僕正으로 왔으므로 沙苑馬의 告辭를 썼다 

以事當還都至榮川病發輟行留草谷田舍  退一 79 

일 때문에 당연히 환도해야 되겠으므로 영천에까지 당도하였는데 병이 발작해서 출발을 중지하고 초곡 전사에 머물다

少日書紳服訂頑 至今懵學但慙顔 狂奔幸脫千重險 靜退纔嘗一味閒 
젊을때는 고루함을 고치려 다짐터니
여태껏 학문은 어려서 얼굴이 부끄럽다
벼슬 길에 다행히 위험한 곳 벗어나
고요히 물러나니 한 맛으로 즐기네
羈鳥有時依樹木 野僧隨處著雲山 後園花萼猶爭笑 何必區區病始還 
얽맨 새도 때로는 자기 숲에 앉고 싶고
떠도는 스님들은 구름 산에 몸 붙인다
뒤뜰의 꽃봉오리는 다투어 웃으며
하필이면 병든 뒤에 이제야 오느냐고

孟夏卄五日入龍壽寺馬上寄黃敬甫  退一 80

사월 이십 오일에 용수사로 들어가면서 마상에서 황경보에게 부치다

作意入山尋舊遊 靑雲白石聊散愁 天公爲我捲宿霧 亂山滴翠當馬頭 

節近端陽楝花風 家家喜氣迎麥秋 何須苦讀五車書 此去賣劍當買牛 

晨至溪莊偶記東坡新城途中詩用其韻二首  退一 80

새벽녘 계장에 당도하자 우연히 소동파의 「신성도중」이란 시가 기억나서 그 운자를 사용하여 두 수를 짓다

觸熱朝天病未行 溪莊回轡趁雞聲 雲山正似盟藏券 身世渾如戰退鉦 

雨過洞門林氣爽 風生石竇澗音淸 山翁笑問溪翁事 只要躬耕代舌耕 

朝從溪上傍溪行 纔到溪莊聞雨聲 里社行誇宰分肉 詞壇曾笑將鳴鉦 

寬閒南野麥浪徧 翠密西林禽語淸 聖主洪恩知不棄 只緣多病合歸耕 

聾巖先生愛日堂用李復古先生韻  退一 82

농암선생 애일당에서 이복고 선생 시의 운자를 쓰다

奇巖已得專佳境 至道應難喩俗人 广屋靜深堪讀易 崖臺寥朗可延眞 
기이한 바위만 해도 이미 좋은 경치 독차지라
지극한 도 어려우니 속인이 어이 알리
움집이 고요하여 역경 읽기 좋을 듯하데
벼랑끝 돈대 밝은 기운 신선을 맞으리라
窓前綠水寒開鏡 石上蒼松老蹙鱗 幸我溪莊容地近 陪遊三徑往來頻
창밖의 푸른 물은 거울 보는 듯 차가운데
바위 위의 늙은 푸른 솔은 비늘이 찌푸린 듯하고
다행하게도 내가 사는 계상의 집이 가까우니
세갈래 길 자주 오락가락하여 뵙고 노니리라 

士遂寄詩次韻  退一 82

사수가 시를 부쳐 왔으므로 차운하다

故人在南溟 尺素傳鯉魚 緘封明月珠 贈我無所需 慰我如病鶴 

一言意太足 我今無所用 纏此杯蛇惑 聖恩極天涵 臣質垂蒲彫 

爲農宣城野 呻吟晝連宵 安得忽變化 培風負大翼 見君十洲中 

羣仙導儀飾 閬苑摘蟠桃 扶桑看出日 至道揖松喬 餘事追甫白

東巖言志  退一 84

동암에서 뜻을 말하다

新卜東偏巨麓頭 縱橫巖石總成幽 烟雲杳靄山間老 溪澗彎環野際流 
동편이라 큰 기슭에 새터를 가렸더니
암석이 가로 세로 모두가 그윽하네
구름 연기 아득아득 산 사이서 늙었는데
시냇물은 돌고 돌아 들녘으로 흘러가네
萬卷生涯欣有托 一犂心事歎猶求 丁寧莫向詩僧道 不是眞休是病休 
만권 서적 이 생활 의탁 있어 반가워라
농사짓는 심사도 욕망생겨 한탄일세
행여나 시승에겐 이런말 하지마소
참다운 휴식인가 병으로 휴식이지

獨遊孤山至月明潭因並水循山而下晩抵退溪每得勝境卽賦一絶  凡九首  退一 85

혼자서 고산을 구경하고

월명담에 이르러 물을 끼고 산을 따라 내려와 늦을 무렵 퇴계에 당도하다.
매양 승경을 만나면 곧 절구 한수 씩을 읊었는데 모두 아홉 수였다.

孤山  /고산  退一 85

何年神斧破堅頑 壁立千尋跨玉灣 不有幽人來作主 孤山孤絶更誰攀
하년신부파견완 벽립천심과옥만 불유유인래작주 고산고절갱수반
어느 해에 신이 굳은 암석 도끼로 찍어내어
벽이 천 길이나 우뚝 만에 걸터앉았구나
은자가 찾아와 살지 않으면
높은 산 외로운 산에 다시 누가 올라올까

. 

日洞<洞在月明潭上其稱正與相對氓俗誤呼那乙邑云是 

古邑居之所 非也 故改之 有琴孫兩生田其中>  退一 85

일동 이 동은 월명담 위에 있어 명칭이 그와 더불어 바로 상대가 된다.
민간에서는 나을읍(那乙邑)이라 부르고 옛날 읍터라는 뜻이라 하는데 잘못이라서 고치는 것이다.
금(琴)·손(孫) 두 사람이 이 안에서 밭농사를 짓는다.

日洞佳名配月潭 官居知是謬村談 箇中儘有良田地 欲問琴孫置一庵 

月明潭 <有禱雨壇> 退一 86

월명담 도우단(禱雨壇)이 있음

窈然潭洞秀而淸 陰畜中藏木石靈 十日愁霖今可霽 抱珠歸臥月冥冥 
깊숙한 못과 구멍은 빼어나 맑은데
음산한 그 속에는 목석 신령 간직했네
열흘 동안 시름 비가 이제서야 개이니
용이여 !! 구슬 안고 돌아가 달 못 누워라

寒粟潭  / 한속담 退一 86

瘦馬兢凌越翠岑 俯窺幽壑氣蕭森 淸遊步步皆仙賞 怪石長松滿碧潯 

괴상한 들 키큰소나무 푸른 물가 가득하네
깊은 골짜기 찬 기운 감도네
맑은 놀이 걸음걸음 곳곳이 선경뿐이니
괴상한 들 키큰소나무 푸른 물가 가득하네

부평초

景巖  /경암 退一 86

激水千年詎有窮 中流屹屹勢爭雄 人生蹤跡如浮梗 立脚誰能似此中

뉘라서 이렇게 굳게 서서 견디리오
물결 속 높이 솟아 기세도 웅장하네
인생의 발자취는 물에 뜬 부평초
뉘라서 이렇게 굳게 서서 견디리오

彌川長潭 /미천장담  退一 87

넓고 기나긴 소(강물 중에 깊은 곳)

長憶童時釣此間 卅年風月負塵寰 我來識得溪山面 未心溪山識老顔 

장억도이조차간 삽년풍월부진환 아래식득계산면 미필계산식노안
어릴 때 여기서 낚시하던 걸 생각하니
세상살이 삼십 년에 좋은 경치 저버렸구나
나는 언제나 계산을 사랑하고 있는데
계산도 늙은 나를 사랑하고 있을런지  

白雲洞  <舊呼船乎知乃鄕音之誤也> 退一 87

백운동 예전에는 배호지(船乎知)라 불렀다는데 이는 시골 사투리의 그릇된 것이다

靑山綠水已超氛 更著中間白白雲 爲洗鄕音還本色 地靈應許我知君

청산녹수기초기 갱저중간백백운 위세향음환본색 지령응허아지군
청산녹수 이미 속세를 벗었는데
희고 흰 구름 하늘에 떠있네
사투리를 씻고 본색을 돌리니,
지령이 응당 나를 알아본다고 하리 

丹砂壁  /단사벽 退一 87

下有龍淵上虎巖 藏砂千仞玉爲函 故應此境人多壽 病我何須斸翠巉
아래는 용소, 위에는 범 바위
신선 먹는 단사 옥함에 간직 했으니
이곳 사람들 응당 천수를 누리리라
병든 이 몸 약초 캐어 무엇 하리 

川沙村 /천사촌  退一 88

幽敻川沙李丈居 平田禾熟好林墟 卜隣我亦專西壑 茅屋中藏萬卷書 

길고 먼 내살미에 이씨 어른 계신곳이
넓은 밭에 벼 익으니 숲 마을이 아름답네
나도 역시 이웃 삼아 서쪽 마을 맡아 두고
초가를 짓고 그 가운데 만권책을 지녔다  

後又得二勝  退一 88

뒤에 또 두 곳의 승경을 얻다

<丹砂壁南有王母城山山之西向而北抱處有兩臺  名其一曰 葛仙其一曰高世> 

葛仙臺 

丹砂南壁葛仙臺 百匝雲山一水廻 若使仙翁今可見 願供薪水乞靈來  退一 88

갈선대 단사벽 남쪽에 왕모성상(王母城山)이 있고
산이 서로 향하여 복으로 안은 곳에 두 대(臺)가 있는데
그 하나는 이름이 갈선(葛仙)이요 그 하나는 이름이 고세(高世)라고 한다

高世臺<高世紫芝歌中語 魏鶴山詩 子雲亦號知書者  猶把商山作采榮>  退一 89 

고세대 「고세」는 자지가에서 나온 말임. 위학산(魏鶴山)의 시에
「자운도 글을 안다 일컫는 자이지만 오히려 상산을 채영이라 지었다오」라 하였음.

碧嶂丹崖削玉成 溪流曲曲抱山淸 臺名莫向癡人說 怕認商山作采榮

사호23)가 이름을 따갔다고 할까 두렵다
시내 흐름 굽이굽이 산을 끼고 맑았네
부디 대 이름이랑 어리석은 이에게 말을 마오
사호23)가 이름을 따갔다고 할까 두렵다

踏靑登霞山 <丁未> 退一 89

답청하여 하산에 오르다 정미 

踏靑幽徑草茸茸 來上霞山坐碧峯 萬樹欲花春漠漠 一山將暮翠重重 
답청유경초용용 래상하산좌벽봉 만수욕화춘막막 일산장모취중중
답청 가는 깊은 골짝 길에 풀 무성한데
자하산에 올라아 푸른 봉우리에 앉았다
나무마다 꽃 피려나 봄은 아득한데
온 산이 저물려니 봉마다 푸른빛이다
舊遊京國渾如夢 新卜田園只自農 曲水佳辰當遏密 題詩回首涕霑胸 
구유경국혼여몽 신복전원지자농 곡수가신당알밀 제시회수체점휴
지난날 서울 일들은 아련히 꿈 같고
새로 밭 마련하여 직접 농사지으련다
굽이굽이 물 흐르는 좋은 때에 국상을 당해
시 짓고 돌아다보니 눈물이 가슴을 적신다

淸吟石 <幷序> 退一 90

청음석 병서

溫溪下流有盤石臨溪辛未年中叔父松齋府君以江原監司來 

覲出遊石上滉以童子侍側有紅衣官人來謁乃昌樂丞也 

叔父有詩曰欲得溪山妙松門獨自回淸吟還敗意 誰遣督 

郵來今與諸兄姪會此追念前事感歎久之 因名其石曰淸 

吟石用其韻二絶云 

總角陪游地 吟魂去不回 唯餘溪響石 似欲慰重來 

어린 시절 모시고 놀던 곳
불러 보아도 오시지 않네.
오직 개울가 바위 소리만
다시 찾아옴을 위로 하네 

坡陀巨石在 窈窕一溪回 更待山花發 吾今較早來 

題黃仲擧方丈山遊錄  退一 91

황중거의 방장산유록에 쓰다

方丈仙山非世間 秦皇徒慕漢空憐 不緣變化因丹藥 那得飛昇出紫煙 

感慨躊躇靑鶴洞 逍遙游戲大鵬天 半生未試囊中法 猶幸神遊託巨編 

和西林院詩韻二首 <三月寓月瀾庵> 退一 92

서림원 시운에 화답한 두 수 삼월에 월란암에 우거하면서

似與春山宿契深 今年芒屩又登臨 空懷古寺重來感 詎識林中萬古心 
사여춘산숙계심 금년망교우등림 공회고사중래감 거식림중만고심
봄산과 묵은 약속 깊었던가
올해도 짚신 신고 또 올라본다
쓸쓸히 옛절 떠올리니 감회가 새롭다
숲속 오랜 마음을 어찌 알수 있을까
從師學道寓禪林 壁上題詩感慨深 寂寞海東千載後 自憐山月映孤衾 
종사학도우선림 벽상제시감개심 적막해동천재후 자련산월영고금
스승 따라 도 배우려 선림에 머무니
벽에 붙이 시구에 감개가 깊어진다
적막한 우리나라 천년 세월 지난뒤
산에 솟은 달 이불에 비추면 어여쁘게 여기리

雨晴述懷  退一 93

비가 개어 소회를 쓰다 

孟夏恢台一氣亨 山林百物爭流形 龍公及時霈嘉澤 上天作意蘇疲氓 
초여름 맑은 기운 골고루 퍼지더니
산속의 만물들이 유형을 다투네
용이 때를 맞춰 비 내려 푹 젖으니
하느님이 만든 뜻이 지친백성 살리네
丁壯驅牛出四野 婦姑執筐遵微行 嚶嚶禽鳥自相和 矻矻人生各有營 
장정들은 소를 몰아 들판으로 나가고
아낙은 바구니 끼고 좁은 길 따라가네
노래하는 새들은 스스로 조화롭고
쉬지않은 인생은 제각각 일이 있네
我獨來居古僧舍 家操耒耜非躬耕 不願少林從達摩 不願崆峒師廣成 
내홀로 여기 와서 옛절에 살고 있으나
집에는 쟁기를 잡으나 나는 밭갈이를 않네
소림사의 달마를 따름도 바라지 않고
공동산의 광성자도 배우지 않으리라
天開一片燭幽鑑 篁墩旨訣西山經 一川風月要人看 萬古靑山依舊靑 
한조각의 그윽한 거울 하늘이 열어주니
황돈의 지결이요 서산의 심경이라
시냇가 바람결 달빛에 사람도 보련만
오래도록 푸른 산은 옛과 같이 푸르러라
伐檀之歌畏力纖 莫道傍人聞絶纓 
벌단의 노래는 힘이 없음이 두려우니
갓끈이 끊어졌다고 알리지 마오

戲作七臺三曲詩<月瀾庵近山臨水而斷如臺形者凡七  水繞山成曲者凡三 > 退一 95

칠대 삼곡에 대한 희작시 월란암이 산에 가깝고 물에 다달아서 끊어져
대(臺)의 형상과 같이 된 것이 일곱 군데요 물이 산을 감돌아 구비를 이룬 것이 세 군데니라

招隱臺  / 초은대 退一 95

晨興越淸溪 杖策尋雲壑 幽人在何許 鬱鬱松桂碧
새벽에 일어나 맑은 시내를 건너니
지팡이 짚고 구름같은 골짜기를 찾았네
숨을 사람 있을 곳이 어디인가
울창한 나무들이 푸르구나
山中何所樂  鳥獸悲躑躅 永懷不易見 躊躇長太息 
산중에 즐거운 곳 어디인가
산짐승들이 슬프게 머뭇거리네
임 생각 오래한들 뵙기가 어려워서
주저하면서 긴 탄식만 나오네

月瀾臺  / 월란대 退一 95

高山有紀堂 勝處皆臨水 古庵自寂寞 可矣幽棲人
높은 산에 기당있어
뛰어난 곳 모두 냇물을 내려다보네
옛 암자 있어 고요하고
그윽히 깃드는 이에게 알맞네
長空雲乍惓  碧潭風欲起 願從弄月人 契此觀瀾旨
먼 공중에 구름이 잠깐 걷히고
푸른 소에 바람이 일고자 하네
바라건데 달과 노는 사람을 따라
인연 맺어 물결을 보는 뜻 알고 싶네  

考盤臺  /고반대 退一 96

層臺俯絶壑 下有泉鳴玉 西臨豁而曠 東轉奧且闃　
층대에 올라 끊어진 골짜기를 굽어보니
아래에 샘이 있어 옥소리가 들리네
서쪽은 환하고 넓게 보이고
동쪽은 깊고 고요하게 돌았네
剪蔚得佳境  茅茨行可卜 隱求復何爲 優游歌弗告 
수풀을 헤치고 아름다운 곳 얻으니
이곳에 집을 짓고 띠이엉 덮으리라
숨을 곳을 얻었으니 다시 어찌하랴
노니다가 알리지 않고 고반시를 노래하리

凝思臺 / 응사대 退一 96

褰裳度寒磵 捫葛陟高崖 老松盤巖顚 百霆猶力排
옷자락 걷어 차가운 시내를 건너
칡넝쿨 붙잡고 높은 벼랑 올라보니
넓게 퍼진 노송은 바위 꼭대기에
오히려 천둥이 백번쳐도 힘껏 밀쳤네
刊除舊叢灌  面勢幽且佳 窅然坐終日 無人知我懷 
옛 복잡한 물길을 깎아
그윽하고 아름다운 자리가 되었네
종일토록 앉아서 멀리 바라보니
나의 회포 아는 사람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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朗詠臺  / 낭영대 退一 97

躋攀出風磴 一眼盡山川 不有妙高處 焉知雲水天
바람맞이 비탈길을 나와 매달려 올라가니
모든 산천이 한눈에 보이네
묘하고 높은 곳이 없는데
구름이 하늘의 물인 것을 어찌알겠나
府仰宇宙間  峩洋思古賢 借問擲金聲 何如沂上絃 
우주 사이를 굽어 우러르니
높고 넓으니 옛 성현 생각나네
던지면 금석소리 들리는지 물으니
기수위의 거문고 소리와 어찌 같겠는가

御風臺  /  어풍대 退一 98

至人神變化 出入有無間 冷然馭神馬 旬有五乃還
신성한 변화에 이르니
유무간에 출입하네
신마를 몰아가서 그것을 깨우쳐서
보름 만에 돌아왔네
嗟哉聞百人  夏蟲不知寒 請君登此臺 不用朝霞餐 
아아 백가지 들은 사람이여
여름벌레는 추위를 모른다지
그대들은 이대에 올라
아침노을을 먹지 말것을 부탁하네

凌雲臺  / 능운대 退一 99

下有淸淸水 上有白白雲 斷峯呼作臺 登臨萬象分
아래에는 맑고맑은 물이 흐르고
위에는 희디흰 구름이 떠 있네
끊어진 봉우리를 대라고 부르고
올라보니 온갖 형상이 분명히 보이네
盪胸生浩氣  超然離垢氛 豈但劉天子 飄飄賞奇文 
기슴을 씻은 듯이 호연지기 생겨나고
초연히 더러운 기운 벗어나네
어찌 유천자만이
표표히 기이한 글을 감상하였던고

石潭曲  /석담곡 退一 99

奔流下石灘 一泓湛寒碧 躑躅爛錦崖 莓苔斑釣石
돌 여울 아래로 달려
맑고 차고 푸른 웅덩이를 이루네
비단 같은 절벽이 문드러져 머뭇거리고
낚시터에 낀 이끼 아롱지네
白鷗似我閒  儵魚知爾樂 何時辦小艇 長歌弄明月
흰 해오라기는 나와 같이 한가롭고
발랄한 물고기는 즐거움을 아노라
언제 조그만 배를 마련하여
긴 노래를 부르며 밝은 달을 희롱할까 ? 

川沙曲/ 천사곡  退一100

川流轉山來 玉虹抱村斜 岸上藹綠疇 林邊鋪白沙
흐르는 냇물이 산을 돌아오고
예쁜 무지개는 마을을 안고 도네
언덕 위 밭이랑 푸르게 펼쳐있고
숲가에 흰모래는 넓게 펼쳐있네
石梁堪釣遊  墟谷可經過 西望紫霞塢 亦有幽人家 
돌다리는 낚시하며 놀기 좋고
기슭과 골짜기는 거닐 만 하여라
서녘을 바라보니 붉은 놀 언덕에
그윽한 집이 또 있네

丹砂曲/단사곡   退一 100

靑壁欲生雲 綠水如入畫 人居朱陳村 花發桃園界
푸르는 절벽에 구름이 드리우고
쪽빛 물은 그림속과 같네
사람이 사는 주진촌에는
꽃이 핀 무릉도원인데
安知萬斛砂  中藏天秘戒 嗟我昧眞訣 悵望聊興喟 
누가 알겠는가 많은 모래가
그속에 감춘 것이 하늘의 비밀을 경계하는지
아!나는 참된 비결을 알지 못하고
섭섭한 마음으로 한숨만 쉬네

閒居讀武夷志次九曲櫂歌韻十首  退一 101

한가히 무이지를 읽으면서 구곡의 도가(櫂歌) 운에 차한 열 수

不是仙山詫異靈 滄洲遊跡想餘淸 故能感激前宵夢 一櫂賡歌九曲聲 
仙山은 異靈을 자랑하지 않고
滄洲의 노닐던 자취 맑기만 하다
지난밤 武夷꿈 감동이 새로워
九曲櫂歌를 차운하여 노래부른다

我從一曲覓漁船 天柱依然瞰逝川 一自眞儒吟賞後 同亭無復管風烟 
내가 일곡에서 고깃배에 찾아 오르니
천주봉이 의연하게 서천을 굽어보네
진유가 한 번 음상한 후로부터는
동정에 다시 풍연을 관장함이 없어라

二曲仙娥化碧峯 天姸絶世靚脩容 不應更覬傾城薦 閶闔雲深一萬重 
이곡이라 선녀가 변화한 푸른 봉우리
아름답고 빼어나게 단장한 얼굴이라
다시는 경국지색 엿보지 않노라니
오두막엔 구름이 깊고 깊게 드리우네
三曲懸崖揷巨船 空飛須此怪當年 濟川畢竟如何用 萬劫空煩鬼護憐 
삼곡이라 높은 벼랑에 큰 배가 걸려 있어
공중을 날아와 걸린 그 때가 괴이하다
내를 건넘에 마침내 어떻게 할 것인가
오랜 세월 귀신 보호와 사랑이 부질없네
四曲仙機靜夜巖 金雞唱曉羽毛毿 此間更有風流在 披得羊裘釣月潭
사곡이라 선기암은 밤이 되어 고요한데
금계에 새벽 되니 깃털이 길게 보이네
이 사이에 참으로 풍류가 있으니
양구 벗고 월담에서 낚시를 하리라
<先生在武夷答劉靜春寄羊裘詩 狂奴今夜知何處 月冷風凄未肯歸> 

當年五曲入山深 大隱還須隱藪林 擬把瑤琴彈月夜 山前荷簣肯知心 
當年五曲入山深 그 때 오곡은 산 깊이 들어가니
大隱還須隱藪林 대은이 도리어 수풀 속에 은거하네
擬把瑤琴彈夜月 요금을 빗겨 안고 달밤에 타노라니
山前荷 肯知心 산 앞의 하궤자가 이 마음 알겠는가

六曲回環碧玉灣 靈蹤何許但雲關 落花流水來深處 始覺仙家日月閒 
六曲回環碧玉灣 육곡이라 푸른 옥만이 둘러 있고
靈 何許但雲關 신령한 자취는 어디인가 운관뿐이로다
落花流水來深處 물 위에 꽃잎은 심처에서 오나니
始覺仙家日月閑 비로소 알겠네 선가의 한가로움을

七曲撑篙又一灘 天壺奇勝最堪看 何當喚取流霞酌 醉挾飛仙鶴背寒 
七曲 又一灘 칠곡이라 노를 잡고 또 한 여울 오르니
天壺奇勝最堪看 천호봉의 기이한 풍경 가장 볼 만하네
何當喚取流霞酌 어찌하면 신선 먹는 유하주를 얻어서
醉挾飛仙鶴背寒 취하여 비선을 끼고 학의 등을 타려나
八曲雲屛護水開 飄然一棹任旋洄 樓巖可識天公意 鼓得遊人究竟來 
八曲雲屛護水開 팔곡이라 구름이 걷히니 호수가 열리고
飄然一棹任旋 표연히 노에 맡기고 물 위를 선회하네
樓巖可識天公意 고루암은 조물주의 뜻을 가히 알아서
鼓得遊人究竟來 유인을 불러서 끝까지 찾아오게 하네

九曲山開只曠然 人烟墟落俯長川 勸君莫道斯遊極 妙處猶須別一天 
九曲山開只曠然 구곡이라 산이 열리니 눈 앞이 트이고
人烟墟落俯長川 사람 사는 촌락이 장천을 내려다 보네
勸君莫道斯遊極 그대는 이곳이 유극이라 말하지 말라
妙處猶須別一天 묘처는 오히려 모름지기 별천지가 있어라

古意 <秋赴召後> 退一 105 

고의 가을에 부소(赴召)한 뒤 

溫溫荊山玉 淑氣含精英 夜夜虹貫巖 山鬼自遁驚

抱哭何氏子  三獻不避刑 斲爲萬乘器 雄誇價連城

在此衒國寶 在彼虧天性  君看甓社珠 光彩奪月明

出入有無間 世巧焉得嬰 

玉堂宣醞後出書堂馬上作<景說應霖子用景霖在堂見待> 退一 106

옥당에서 선온이 있은 뒤에 서당으로 나오면서 마상에서 짓다
경열(景說)·응림(應霖)·자용(子用)·경림(景霖)이 서당에서 기다리고 있었음

出城延望海中山 一色山川玉界寒 箇裏羣仙多一念 淸尊終夕待吾還 

次韻景說景霖二首  退一 106

경열·경림에게 차운한 두수

朽拙身多病 繁華意易闌 那知宣札下 復入道山間

自愧荒疎學  人驚醜瘦顔 感君加策勵 獲寶不知還

相見新詩好 相思舊恨闌  三餘蓬觀裏 萬卷碧窓間

病劇無遺力 恩深只厚顔 誠難效犬馬  非是故言還 

雪竹歌  退一 107

설죽가 

漢陽城中三日雪 門巷來人遽隔絶 病臥無心問幾尺 惟覺衾裯冷如鐵 
한양성중삼일설 문항래인거격절 와병무심문기척 유각금주냉여철
한양의 성안에 삼일간 눈이 내리니
거리로 오던 사람들 갑자기 막혀 끊어졌네
별들어 누웠으니 몇 자인가 물어볼 생각도 없고
다만 홑 이부자리가 쇠처럼 차가운걸 깨닫네
幽軒綠竹我所愛 夜夜風鳴如戛玉 兒童驚報導我出 携杖來看久歎息 
유헌록죽아소애 야야풍명여알옥 아동경보도아출 휴장래간구탄식
고요한 집의 푸른 대나무를 나는 사랑하니
밤마다 바람에 내는 소리는 옥을 치는것 같았지
어린 아이 나를 이끌며 나가자 다급히 알리니
지팡이 끌고 와서 보다가 오랫동안 탄식하네
梢梢埋沒太無端 枝枝壓重皆欲折 最憐中有一兩竿 高拔千尋猶抗節 
초초매몰태무단 지지압중개욕절 최련중유일량간 고발천심유항절
나무 끝까지 심하게 묻혀 실마리도 없고
가지마다 무겁게 눌려 모두 부러지려 하네
오로지 두 그루속에 가장 사랑스러움이 있으니
높이 뽑아 매우 높으니 오히려 절개를 겨루네
不愁虛心受凍破 無奈老根迸地裂 杲杲太陽頭上臨 不應彩鳳終無食 
불수허심수동파 무내로근병지렬 고고태챵두상림 불응채봉종무식
추위를 다 받아들이는 빈 마음을 근심하지 않으니
땅을 찢고 솟아나는 늙은 뿌리를 어찌 무시하랴
밝고 밝은 태양이 머리 위로 임하여도
늘 먹이를 무시하던 아름다운 봉황도 응하지 않는구려

冬日甚雨已而大雪喜而有作  退一 108

겨울날에 비가 몹시 내리더니 이윽고 큰 눈이 오므로 기뻐서 짓다

北風怒起萬木號 黝雲四合如飜濤 山蒸礎潤氣鬱沈 雨聲晝夜聞嘈嘈 

북풍노기만목호 유운사합여번도 산증초윤기울침 우성주야문조조

當冬汔可石燕蟄 此日怪見商羊跳 直恐渺漫百川溢 已覺橫流千瀆豪 

당동흘가석연칩 차일괴견상양도 직공묘만백천일 이각횡류천독호 

愆陽發洩龍戰野 冥頊斂縮如藏逃 爾來寒燠苦不常 饑荒疫癘民嗷嗷 

腐儒無策謾多憂 聖上焦思精貫高 曉來風色忽已變 滕六贔屭陰機挑 

初看霰集如撒鹽 頃刻眩眼吹鵝毛 莫嫌潢汚旋消融 漸見高低渾蓋韜 

乾坤浩蕩無際涯 萬境合沓同周遭 豐年作瑞古所云 千尺藏蝗那肆饕 

天民天惠理則然 導迎佳祥宜更勞 豈惟端本弭衆災 中和樂職堪濡毫 

流民流民各歸業 從今聖澤完爾曹 

上聾巖李先生  退一 111

농암 이선생께 올리다

高臺新曲賞深秋 手折黃花對白鷗 仰德至今淸夜夢 月明時復到中洲
고대신곡상심추 수절황화대백구 앙덕지금청야몽 월명시부지중주
높은대에서 새론 곡조 깊은 가을 노래하며
국화꽃 손에 쥐고 백구를 부르도다
덕망을 우러르며 밤들어 맑은 꿈에
때때로 달 밝을젠 강가에 이르렀소

病中讀史有感三首 退一 111

병중에 사기를 읽고 느낌이 있어 세 수를 쓰다

史記子貢傳  退一 111

사기자공전

一貫微音契聖神 縱橫那旨自輕身 固知遷史終難信 誰爲靑天洗點塵 

史記張良傳 退一 112

사기장량전 

天授奇謀託異神 秦皇驚倒項分身 可知無欲能超世 不似韓彭一網塵
천수기모탁이신 진황경도항분신 가지무욕능초세 불사한팽일망진
욕심없이 벼슬을 마다하고
세속을 벗은 장량은 한 그물에 싸여 죽임을 당한 한신,팽월과 다르다는 것이다,
장량을 평했다

晉史潘岳傳  退一 112

진사 반악전

自是錢兄絶有神 淸談須與更謀身 潘郎可惜多才思 白壁中藏一斛塵 

樂山南景霖在書堂雪中寄松酒兼詩律次韻郤寄  退一 113

요산 남경림이 서당에 있으면서 눈속에 송주와 아울러 율시를 부쳐 왔으므로 차운하여 바로 부치다

詞含風雪字騰龍 知是騷翁詫釀松 白墮不傳千日法 烏程安得十分濃 

閒開陶隱聽風院 笑灌留侯辟穀胸 直欲騎雲從此去 道山銀闕儻相容 

赴丹山書堂朴仲初 <左通禮> 閔景說 <正> 南景霖 <正>尹士推 退一 114 

<典翰> 餞席留贈 <戊申> 

단산에 부임하자 서당의 박중초좌통례·민경열정·남경림정·윤사추전한의 전석에 유증하다 무신 

十載沈痾愧素餐 洪恩猶得郡符懸 靑松白鶴雖無分 碧水丹山信有緣 
십년을 병에 잠겨 시위소찬 부끄러워
성은으로 오히려 군수 부절 달게 되었네
청송이라 백학은 비록 연분이 없으니
벽수라 단산은 참으로 인연인가 보네
北闕戀懷分燭夜 東湖離懷賞梅天 撫摩凋瘵疲心力 鈴閣飜應憶故田
촛불을 내려 주던 대궐 밤 그리워라
매화를 감상하던 동호를 떠났구나
백성 고충 달래자니 마음과 힘 다 지쳐서
동헌에서 도리어 고향을 생각하네 

<有一斯文老爲靑松府使自號靑松白鶴余嘗求靑松不得而得丹山> 

洛生驛樓次金應霖贈別韻二首  退一 115

낙생역루에서 김응림의 증별시에 차운한 두 수 

郵亭孤坐聽禽啼 物色迎春動澗溪 他日偶同雲出壑 此身那學婦藏閨 

最憐新得丹砂訣 長憶曾聯玉府棲 絶境歸時堪詫異 驪珠雙贈袖中攜 

困倚闌干睡一場 依然夢到五雲鄕 寒花初發去栗里 芳草欲生辭洛陽 

多病不堪承誤寵 一言未可許眞剛 天敎至拙藏深僻 知我眉間彩色黃 

次鄭吉元韻   退一 116

정길원의 시에 차운하다

遊騎城南已踏春 路邊楊柳綠絲新 風流藉甚來相別 知是能詩谷口人 

馬上次閔景說韻  退一 117 

마상에서 민경열의 시에 차운하다

浩浩春泥一望間 行人愁去復愁還 但能乘鶴遊丹峽 何羨騎牛度紫關 

離合正如塵起陌 古今猶似澤藏山 心懸魏闕誠無奈 老病由來合置閒 

二月一日郡齋雨中得洪退之見寄次韻  退一 117

이월 일일 군재 우중에 홍퇴지가 부쳐준 시를 받아보고 차운하다

到郡念民事 經旬不讀書 花朝坐衙後 燕寢得詩餘
도군념민사 경순불독서 화조좌아후 연침득시여
이 고을에 이르자 다스릴 일 생각하느라
열흘이 지나도록 글 읽기를 쉬었노라
꽃피는 그 아침 동헌에 일 마치고
한가히 침상에서 시구얻어 읊조렸네
意愜香凝帳 神淸雨滿虛 珍投無可答 佩服擬璜琚 
의협향응장 신청우만허 진투무가답 패복의황민
뜻이 편안할 때에 꽃향기 방안에 풍기고
정신이 맑아질때 비가 허공에 가득하도다
보배로운 임의 시구 갚을 길이 가히없어
아름다운 구슬인양 길이길이 간직하리

買浦倉賑給暮歸馬上  退一 118

 매포창에서 기민을 주고 저물녘에 돌아오는 마상에서

一麾出守愧疎慵 民困當春意自忡 去傍紫崖殘雪外 歸吟斜景亂山中
일휘출수괴소용 민곤당춘의자충 거방자애잔설외 귀음사경난산중 
한번 임명받아 수령이 되니 못난 성품 부끄럽고
고달픈 백성이 봄을 맞으니 이내 걱정 태산일세
陽噓草茁人還羨 天放鷗閒我未同 十室不堪星在罶 絃歌那得變謠風
양허초줄인환선 천방구한아미동 십실불감성재유 현가나득변요풍

島潭二絶  退一 119

도담을 읊은 두 절구

何年神物動雲雷 絶境中間巨石開 萬古不隨波浪去 巍然如待使君來 
하년신물동운뢰 절경중간거석개 만고불수파랑거 외연여대사군래
어느 해 영묘한 물건이 구름과 우레를 움직여
절경 가운데 사이에 큰 돌을 펼쳐놓았구나
만고에 파도와 물결을 물리쳐 따르지 않고
뛰어나게 우뚝 솟아 그대가 오길 기다리는 듯
一棹扁舟放碧瀾 橫穿三島鏡光寒 泝洄欲盡西崖勝 須傍東邊白玉灣
일도편주방벽란 횡천삼도경광한 소회욕진서애승 수방동변백옥방
작은 배 잠시 노를 저어 푸른 물결에 의지하여
세 섬을 가로질러 지나니 수면의 빛이 차갑구나
거슬러 올라가 서쪽 언덕 경치를 다 욕심내려니
결국 동쪽 곁의 희고 아름다운 물가로 다가서네 

仙巖<俗號佛巖今改>  退一 119

선암 부처바위라 부르는데 지금 고치다

白石層層疊素氈 神工不待巧磨鐫 從敎吼落雲門水 臺下寒開一鑑天
백석층층첩소전 신공부대교마전 종교후락운문수 대하한개일감천
흰돌이 층층이 포개 첩첩쌓인 듯이
신공이 갈고 닦음을 기다리지 않는다
운문사에서 떨어진 물줄기로 하여금
높은데 그 아래에 거울 빛을 열었도다 

馬上  退一 120

마상 

朝行俯聽淸溪響 暮歸遠望靑山影 朝行暮歸山水中 山如蒼屛水明鏡 
아침에 거닐어 맑은 시내 소리를 구부려 듣고
저녁에 돌아와 푸른 산 그림자를 멀리 바라보다
아침 저녁 드나드는 길이 모두 산수 가운데이니        
산은 푸른 병풍 같고 물은 맑은 거울이라
在山願爲棲雲鶴 在水願爲游波鷗 不知符竹誤我事 强顔自謂遊丹丘
산에 있으면 구름에 노니는 학처럼 살고 싶고         在山願爲棲雲鶴
물가에 있으면 물결 위로 나는 갈매기가 되고 싶어라. 在水願爲游波鷗
벼슬살이가 나를 그르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不知符竹誤我事
억지로 일컫노라, 단양 땅에서 노는 신선이라고.      强顔自謂遊丹丘

二樂樓次東坡黃樓詩韻  退一 120

이락루에서 동파의 황루 시에 차운하다

夜臥郡齋淸 夢作遊山詩 晨登溪樓敞 對山吟古詞 赤城山中仙 
야와군재청 몽작유산시 신등계루창 대산음고사 적성산중선
밤에 누우니 단양 관아는 맑구나
꿈에 산을 거니는 시를 지었네
새벽에 일어나 탁 트인 개울가 누대에 올라
산을 바라보며 옛글을 읊네
적성의 산속에 사는 신선이
遊天弄雲旗 貽我黃精草 約我勿差池 萬事一弊屣 胡爲學詭隨 
유천농운기 이아황정초 약아물차지 만사일폐지 호위학궤수
하늘을 거닐며 구름깃발을 가지고 놀면서
내게 황정초(불로장생의 명약)를 주면서
일을 그르치지 말라고 하네
세상 모든 일은 헌신짝 하나인데
어찌 속임수 따르는 것을 배움으로 삼겠는가
已呼祈孔賓 莫訝朱桃椎 我非戀塵土 亦非媚俗姿 淹茲久不決 
이호기공빈 막아주도추 아비연진토 역비미속자 엄자구불결
이미 기공빈(벼슬을 버린 사람)을 불렀거늘
주도추(주지사가 부르자 말없이 나가버린 사람)가 이상하다 마오
나는 티끌세상 그리워하는 이가 아니오
또한 세상의 모양새에 아첨하지도 않소
여기에 몸 담궈 미적미적 결단 못 내리고
我車何時脂 吾聞名敎中 心法謹毫氂 二樂如得樂 此外吾何知 
아차하시지 오문명교중 심법근호리 이요여득요 차외오하지
내 수레에 언제 기름칠할까
내 들으니 인륜도덕 가운데
마음의 법도는 터럭 한 올도 조심하라던데
이요루에서 즐길 것을 얻은 것 같으니
이 밖에 내가 뭘 더 알겠는가

花灘  退一 122

화탄 

峽坼雲霾遇一灘 雷驚電激雪崩湍 斯須脫得垂堂戒 一任仙篷雨打寒
두 골짜기 물 휩쓸려 성난 구름이 빗발치듯 여울목을 이루네
천둥소리에 번쩍 벼락치고 눈사태 일어나는 듯한 형승일세
이는 위태로운 짓 말아야 한다는 경고를 어기는 것과 같으니
신선이 탄 거룻배가 차가운 빗발에 난타 당하는 듯 위태롭구나 

舟中 退一 122

주중 

入眼平湖雨滿空 一盃未盡日穿蓬 水光山色渾如畫 分付詩人較淡濃
넓은 호수를 바라보니 억수로 쏟아지던 비 그치고       入眼平湖雨滿空
술 한 잔으론 부족한지 햇살이 작은 배에 쏟아진다.     一杯未盡日穿篷
물빛과 산색이 그림처럼 섞이었으니                        水光山色渾如畫
시인에게 부탁해 농담을 비교해야겠네.                    分付詩人較淡濃

龜潭  退一 122 

귀담

衆壑趨西出自東 峽門餘怒始橫通 幾爭激浪崩雲上 纔入淸潭拭鏡中 
중학추서출자동 협문여노시횡통 기정철랑부운상 재입청담식경중
여러 갈래 시냇물이 동에서 서로 달리다가
협문에 이르러서 비로소 만나도다
파도와 구름 소용돌이에 몇 차례나 싸우다가
맑은 소 밝은 거울 그 속으로 들었도다
鬼刻千形山露骨 仙遊萬仞鶴盤風 隱巖南畔苔磯石 靈境依然九曲同
귀각천형산영골 선유만인학반풍 은암남반태기석 영경의연구곡동
산 뼈다귀 드러내니 신이 내린 온갖 형태
학의 날개 펼쳤으니 신선이 되어 날도다
숨은 바위 남녘 물가 이끼 끼인 낚시터에
신령한 그 경관이 무이 구곡 완연토다

伏聞重新愛日堂上農巖先生  退一 123

애일당을 증수했다는 말을 듣고 농암선생에게 올리다 

巖帶江聲自作聾 巖居仙伯本眞聰 曾參可不悲三釜 疏廣元非傲萬鍾 
바위는 강물 소리에 스스로 귀가 먹고
바위에 사는 신선은 진실로 총명했네
증삼이 세 가마의 봉록에도 슬퍼하지 않을 건가?
소광이 원래 만종의 봉록을 업신여긴 게 아니네
月色想添新水檻 秋香行發舊霜叢 但令日日陪幽賞 何必題名向此中
새로 꾸민 물가의 난간을 달빛이 비춰줄 것이고
서리 맞은 옛 국화 떨기에서 가을향기 풍기리라
날마다 모시고 그윽한 경치를 감상하면 그만이지
하필이면 글을 짓고 이름 써서 여기에 걸어두리 

<先生令滉作記滉辭之故云> 

白雲洞書院示諸生<己酉 ○ 赴豐邑後>  退一 124 

백운동 서원에서 제생에게 보이다 기유

○풍기 고을에 부임한 뒤

小白南墟古順興 竹溪寒瀉白雲層 生材衛道功何遠 立廟尊賢事匪曾 
소백산 남쪽 옛날 순흥 고을                   小白南墟古順興
죽계 찬 냇물 위에 흰 구름 드리웠네           竹溪寒瀉白雲層
인재 기르고 도를 밝힌 기풍 한없이 우뚝하고   生材衛道風何遠
사당 세워 현자를 높임은 우리나라 효시였네    立廟尊賢事豈曾

景仰自多來俊碩 藏修非爲慕騫騰 古人不見心猶見 月照方塘冷欲氷
우러르고 사모하며 모여드는 저 인재들       景仰自多來俊碩
학문 닦는 것이 출세를 위함이 아니라네      藏修非爲慕騫騰
고인(古人) 볼 수 없어도 그 마음 상상되니   古人不見心猶見
차고 맑은 저 연못에 휘영청 밝은 달빛       月照方塘冷欲氷

答周景遊見寄二首 退一 124

주경유로부터 부쳐온 시에 답한 두 수 

我是踈愚一病人 叨蒙郡寄自前春 換符得遂平生願 來向雲溪謁廟眞 

自闕誰能倡別人 難窺斯道曠千春 竹溪但欲投冠去 硏味遺經得道眞 

石崙寺效周景遊次紫極宮感秋詩韻 <幷序>    退一 125

석륜사에서 주경유의 「자극궁 감추시」차운을 본받다 병서

景遊詩敘云李太白四十九作紫極感秋詩其後蘇黃皆效之 

余夜誦三賢詩多少感慨乃次其韻云云 蓋景遊時年四十九矣 

滉今犬馬之齒亦不多不少適與相値 然則其所感 寧有異於昔之數君子耶 

敢用元韻遣懷云 

鳳鳥去不返 空山無舊竹
<山中舊多苦竹 辛丑結實後盡枯死> 

寒溪空紀名 一源誰挹掬
<竹溪源出於此>
古人不可見 吾生亦云獨 
고인불가견
옛사람들을 볼수가 없네
幽尋遂高陟 感歎梵宮宿 四十九年非 知之莫再卜 世患累牽掣 
                      사십구년비
사십구 년의 잘못을,
알았으면 다시 점칠 것 없어라
時光迭往復 門有打鐵作 羹有捩手覆 寡過胡不勉 夫仁亦在熟

紫蓋峯 退一 127

자개봉 

天嫌吾未趁丹楓 故遣山花發晩紅 正似虹橋連綵幕 羣仙酣宴武夷中
내가 단풍철에 가지 못한 것을 하늘도 의심하였는지
짐짓 산꽃을 보내 늦도록 꽃피웠네
마치 무지개 다리(虹橋)에다 채색 장막을 펴놓은 듯
뭇 신선들 武夷山에 잔치하는 듯 싶구나

國望峯三首  退一 127

국망봉 세 수

漠漠烟雲生晩日 龍門不見況脩門 欲知紫極宸居處 天際遙瞻一抹痕 
막막한 구름 속에 늦은 해 드러나는데              / 漠漠烟雲生晩日
용문산(龍門山)도 보이지 않는데 하물며 대궐문이랴 / 龍門不見況脩門
하늘 위 북극성 있는 곳을 찾아보려 하니           / 欲知紫極宸居處
멀리 하늘가로 일말의 자취 보이네                 / 天際遙瞻一抹痕
烟雲杳靄幾重重 龍首軒昻太白雄 白髮未成歸隱計 憑高回望思無窮 

南望山河許幾彊 雲低祗覺海天長 願從鶴駕招仙子 飛上淸都謁玉皇
眺望하면서 읊은 시에서 역시 남녘을 바라보니 山河가 그 얼마더뇨
단지 바다하늘 멀리 구름 낮은 모양을 보겠구료
원컨대 鶴駕山 神仙 불러내어 
날아 올라 옥황상제를 뵈었으면

答尙牧金季珍  退一 128

상주목사 김계진에게 답하다

我今爲郡子爲牧 豪士空慙百尺樓 若待足時方欲退 溪山何日得淸遊 

郡齋有懷小白之遊 追次景遊用昌黎衡岳詩韻  退一 128

군재에서 소백산을 구경할 생각이 있어 한 창려의 형악시운을 사용한 시를 추차하다

摶沙攫土愁神工 辦此巨嶽東海中 衆山培塿卑幼行 直與太白爭爲雄 
단사확토수신공 판차거악동해중 중산배루비유행 직여태백쟁위웅
모래 다지고 흙 움키며 귀신의 솜씨 근심스레
이곳 동해 가운데다 거대한 봉우리 갖추어 놓으셨네
뭇산과 작은 산들 어린 아이들처럼 낮은데
곧장 태백산과 더불어 으뜸자리 다툰다네
南臨徐伐北濊貊 茫乎利澤施無窮 我叨郡紱守茲土 自慙無以興謠風 
남림서벌북예맥 망호리택시무궁 아도군불수자토 자참무이흥요풍
남으로는 서라벌에 임하고 북으로는 예백땅에 닿았으니
아득하여라 이익과 은택베풂이 끝이 없네
내 외람되이 도장끈 차고 이곳의 수령되었으나
좋은 풍속 일으키지 못하여 스스로 부끄럽네
烟霞結習尙未除 幽夢夜夜精靈通 一朝振翮出雲外 似馭鶴背超虛空 
연하결습상미제 유몽야야정령통 일조진핵출운외 사어학배초허공
산수를 좋아하는 습관 아직 떨치지 못해
근심스런 꿈 밤마다 정령과 통한다네
후루 아침에 깃촉 떨치어 구름 밖으로 나가면
학의 등을 타고서 허공을 뛰어 넘는 듯
國望峯頭望四海 蓬萊杳杳心神融 羣仙綽約官府足 朝遊崑崙暮天宮 
국망봉두망사해 봉래묘묘심신융 군선작약관부족 조유곤륜모천궁
국망봉 꼭대기서 사해를 바라보니
봉래산 가물가물 보이니 마음이 흡족하게 풀리네
여러 선녀들 아름답고 관아는 넉넉한데
아침에는 곤륜산에서 노닐고 저녘에는 하느님의 궁전에서 노니네
下憫蒼生蟣蝨然 惟見塵埃千丈紅 丹臺尙掛我姓名 擧手相招懷我衷 
하민창생기슬연 유견진애천장홍 단대상괘아명성 거수상초회아충
아래로는 억조창생들 이나 서캐같이 가여워하나니
보이는니 진흙 먼지 천길이나 붉은 것 뿐이라네
신선사는 단대에 내 이름 아직 걸려 있으니
손들어 서로 불러 내 마음 위안하리
欲往從之畏下墜 久食烟火悲吾躬 恭聞泰山天下大 亦有南嶽將無同 
욕왕종지외하추 구식연화비오궁 공문태산천하대 역유남악장무동
가서 따르고자 하나 아래로 떨어질까 두렵고
오래도록 익힌 음식 먹은 이 내몸이 슬프구나
듣자하니 태산이 천하에 제일 크다 하는데
또한 남악 있으니 거의 같지 않겠는가
聖登賢游象道巍 名與天地相爲終 斯人斯世我若及 何用遠慕飛昇功 
성등현유상도외 명여천지상위종 사인사세아약급 하용원모비승공
성인이 오르고 현인이 노닐었으니 도학 높이 드러나고
이름 하늘 땅과 더불어 그 끝 함께 하리
이 사람 이 세상을 내 만약 만났다면
날아다니는 공력 어찌 그리 우러르리
商山白髮好事翁 續韓正直羞膧朧 嗟我非韓亦非周 狂吟擲筆歸牆東
상산백발호사옹 속한정직수동롱 차아비한역비주 광음척필귀장동
상산의 일 좋아하는 백발의 늙은이
한유의 정직함 이어 받아 흐릿한 것 싫어하네
한탄스럽게도 내 한유가 아니고 또한 주세붕도 아니니
마음껏 읊조리며 붓 던져버리고 담장 동쪽으로 돌아나 갈까

郡齋移竹  退一 131

군재에서 대를 옮기다

君不見子猷平生酷愛酒 蕭灑風流眞絶俗 一日不可無此君 

坐令百卉來匍匐 又不見樂天才調本浮華 相國亭中變初服 

櫻桃楊柳摠莫汚 晩𧴖飄然八灘曲 

我從承明一麾出 故山三載辭麋鹿 鈴齋不有竹千挺 曉夕何以淸隈隩 

舊林憔悴沒寒烟 新笋縱橫翳凡木 窓前地偏石堪砌 軒外人稀壇可築 

忽然霈澤遍農野 我亦攜鑱斸蒼玉 遷辰不待醉兀兀 去故何曾戀碌碌 

眼看十十復五五 儼立相持如伯叔 初來魯卿慰此心 盍歸殷賢枵厥腹 

可惜中有誤遭挫 斫頭將軍應爲蜀 杖屨巡簷訝羣兒 甁罐攜泉忙一僕 

抽枝展葉漸漪漪 脫　行鞭更續續 已知凉氣灑琴書 行見高標出牆屋 

風敲雜佩韻琤戛 月碎寒金影熠煜 千尋强寫笑文同 萬夫錯比嗤杜牧 

世人區區鶴又州 誰肯同歸節也獨 荒哉酒放林下七 邈矣詩豪溪上六 

儻有翩翩丹穴禽 千載回翔此棲宿 老我年來冷淡生 相對寧憂食無肉 

從今更歎衛公賢 一篇淇隩渝心讀 何必柴桑歸去來 白衣悵望東籬菊 

濟民樓(제민루).

浮石寺聚遠樓鄭湖陰贈僧韻  退一 135

부석사 취원루에서 정호음의 증승시 운자를 사용하다

鬼作天作萬古樓 風雲一任洗新秋 夜深獨對高僧榻 唯見長空月似鉤
귀신과 하늘이 만든 만고의 누각.     鬼役天成萬古樓
풍운에 맡겨 두고 새 가을 맞네.      風雲一任洗新秋
깊은 밤 홀로 고승과 마주한 자리     夜深獨對高僧榻
오직 먼 허공에 초승달만 바라보네.   惟見長空月似鉤 

八月十五日夜吟  退一 135

팔월 보름날 밤에 읊다 

夢覺圓明櫝裏珠 安排纔涉已非初 寒溪遠響紙窓靜 斜月淸光竹閣虛 

四序孰居無事者 羣蟲爭訴不平如 爲官不理身多病 回首平生愧有餘 

十月十日夜大雷雨  退一 136

시월 십일 밤에 큰 뇌성하고 비가 쏟다

十月中宵風亂鳴 雷驚電激雨如傾 只今天意何多舛 起坐茫然百感生

十一日曉地震三首  退一 136

십일일 새벽에 지진이 있어 세 수를 짓다 

風雨雷霆天怒甚 如何地道亦靡寧 勢崩山岳聲驅海 誰使神龍戰血腥
풍우뢰정천노심 여하지도역미녕 세붕산악성구해 수사신룡전혈성 
비바람 뇌성 벽력 하늘의 노여움 심한데
어이해 땅의 움직임 편치 않단 말인가
기세는 산악을 가르고 소리는 바다로 내달리니
누가 신룡을 시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하나
風起荒城葉亂飛 頑雲如墨雨霏霏 不知天意緣何怒 陰雹交揮更逞威
풍기황성엽난비 완운여묵우비비 부지천의연하노 음박교휘갱령위
황폐한 성에 바람 일어 잎들이 어지러이 날리더니
먹장 같은 사나운 구름에 비는 끊임없이 내리네
어떤 이유로 노했는지 하늘의 뜻도 모르는데
음침한 우박 섞어 뿌리며 또 마음대로 협박하네

<是日雨雹> 

兇雲虐雪極陰獰 凍及日中烏可畏 風勢如奔百萬兵 溝中未暇念民生 
흉운학설극음영 동급일중오가외 풍세여분백만병 구중미가념민생
흉악한 구름 혹독한 눈이 매우 모질게 덮고
낮에도 추위가 닥쳐 까마귀도 가히 두려워하니
바람의 기세는 백만의 병사가 달리는 같구나
도랑 속 민생을 생각할 겨를이 없구나 

<是日大風大寒> 

池方寺瀑布二首  退一 137

지방사 폭포 두 수

灑灑仙風襲客衣 陰陰山木怪禽飛 何人好事同來看 獨對蒼崖信筆揮 
쇄쇄선풍습객의 음음산목괴금비 하인호사동래간 독대창안신필휘
맑디맑은 신선 바람 객의 옷에 스미는데
우거진 수풀에는 괴이한 새 날아가네
일 좋아하는 어떤 사람 같이 와서 구경하나
푸른 벼랑 홀로 대해 붓가는 대로 쓰네
坐石沈吟日欲斜 碧潭增色湛無波 莫辭再訪淸秋後 要看楓林爛似紗
좌석침음일욕사 벽담증색침무파 막사재방청추후 요간풍립난사사
돌에 앉아 읊조리니 해는 벌써 기우누나
못은 더욱 짙푸르고 물결도 치지 않네
맑은 가을 지난 뒤에 다시 옴을 사양마오
비단처럼 무르녹은 단풍 숲을 보리니

退溪草屋喜黃錦溪來訪   退一 137

<庚戌 ○ 罷郡歸鄕後> 

퇴계 초옥에서 황금계의 내방을 기뻐하다 경술

○군수직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온 뒤임

溪上逢君叩所疑 濁磟聊復爲君持 天公郤恨梅花晩 故遣斯須雪滿枝
시냇가서 그대 만나 의심을 풀어낼 제
즐거이 그대 위해 탁주를 가져왔네
매화꽃 늦게 필까 하늘이 걱정하여
잠깐 사이 누 보내니 가지에 가득하네

移草屋於溪西名曰寒棲庵  退一 138

초옥을 시내 서쪽으로 옮기고 이름을 한서암이라 하다

茅茨移構澗巖中 正値巖花發亂紅 古往今來時已晩 朝耕夜讀樂無窮
모자이구간암중 정치암화발란홍 고왕금래시이만 조경야독락무궁
초가집 골짜기 바위 사이로 거처 옮기니
때마침 바위에 붉은 꽃 흐드러지게 피었네
예부터 지금이나 옮기는 시기 늦었다고 하지만
아침에 밭갈고 반에 책읽고 즐거움이 끝이 없네

三月三日雨中寓感    退一 138

<用丁未踏靑韻> 

삼월 삼일 우중에 감회를 붙임 정미년 답청 시의 운자를 쓰다 

不向江皐踏綠茸 小窓看雨對前峯 閒忙頓別差爲幸 愚智相懸定幾重
강 언덕에 가서 푸른 새싹 밟지 않고不   向江皐踏綠茸
앞산 대하여 작은 창으로 비를 보네      小窓看雨對前峰  
한가롭고 바쁨이 달라 조금 다행이지만   閑忙頓別差爲幸
어리석고 슬기로움의 차이가 몇겹이던고  愚智相懸定幾重
古學未傳皆末士 淳風猶在秖村農 呼兒且進杯中物 澆我平生襞積胸
옛날 학문 못 전하니 모두가 말세의 선비요  古學未傳皆末士
순수한 풍속 남아있는 곳은 마을 농가일세   淳風猶在只村農
아이야 나를 위해 술상을 내오거라            呼兒且進杯中物
한평생 쌓인 번뇌를 이제 씻어보련다         澆我平生襞積胸  

拜農巖先生 先生令侍兒 歌東坡月夜飮杏花下詩 次其韻示之  滉亦奉和呈上  退一 138

농암선생을 뵈었더니
선생이 시아를 시켜 소동파의 「달밤에 행화 아래서 술을 마시다」라는
시를 노래하게 하고 그 운에 차하여 보여주므로 내 또한 봉화하여 올리다  

病臥山中九十春 起拜巖仙春喚人 巖中老仙惜光景 獨立汀洲詠白蘋 
병와산중구십춘 기배암선춘환인 암중로선석광경 독립정주영백빈
산중에 병들어 누운 봄 석달만에
농암선생을 뵈니 봄이 사람을 불러일으키네
암중의 늙은 신선은 광음을 아껴
홀로 물가에 서서 백빈시를 읊는다
倚巖紅杏尙未發 催令雪兒唱香雪 待得花開要賞春 只恐花時已無月 
의암홍행상미발 최령설아창향설 대득화개요상춘 지공화시이무월
바위곁의 붉은 살구꽃 아직 피지 않았는데
雪兒를 시켜 향설가를 부르게 하네
꽃피기를 가다려 봄을 완상하려 하나
다만 꽃밀 때 이미 달이 없을 까 두렵노라
咳唾珠璣俄頃中 吟罷不覺杯心空 江邊歸興浩無涯 回首亂山花欲紅
해타주기아경중 음파불각배심공 강변귀흥호무애 회수란산화욕홍
삽시간에 아름다운 시구 이루어지니
읊기를 마침에 잔이 빈 줄도 모르노라
강가로 돌아가고픈 흥취 아득하여끝이 없는데
뒤돌아보니 만산ㅇ 붉게 피려하누나
 

李先生來臨寒棲  退一 139

이 선생이 한서에 왕림하다

淸溪西畔結茅齋 俗客何曾款戶開 頓荷山南老仙伯 肩輿穿得萬花來
청계서반결모재 속객하증관호개 돈하산남노선백 견여천득만화래
맑은 시내 서쪽가에 띳집을 지어 정진하는데
속객이 어찌 이에 문을 두드려 열리오
갑자기 산 남쪽 공경하는 선백의 은혜를 입으니
가마에 맡기어 온갖 꽃을 뚫고 이르러 오셨구나  

退溪  退一 140

퇴계

身退安愚分 學退憂暮境 溪上始定居 臨溪日有省
신퇴안우분 학퇴우모경 계상시정거 임류일유성
벼슬에서 물러나니 어리석은 분수대로 편안하나
배움은 퇴보하여 늦은 나이 근심스럽네
시내 위에 비로소 살 곳을 정하니
흐르는 물에 임하여 날로 반성함이 있으리  

寒棲  退一 140

한서 

結茅爲林廬 下有寒泉瀉 棲遲足可娛 不恨無知者
결모위림려 하유한천사 서지족가오 불한무지자
.
띠를 묶어 숲속에 오두막집을 이루니
뒤에는 넉넉하게 찬 샘물이 쏟아지네
벼슬을 떠나니 가히 즐겁게 만족하고
아는 사람 없음을 후회하지 않는다네

溪居雜興二首  退一 140

계거잡흥 두수  

買地靑霞外 移居碧澗傍 深耽惟水石 大賞只松篁
매지청하외 이거벽한방 심탐유수석 대상지송황
조용히 멀리 벗어나 땅을 세내어
푸른 산골 가까이 살 곳을 옮기었네
오로지 물과 돌을 지나치게 좋아하고
이 소나무와 대숲을 중히 여겨 숭상하네
靜裏看時興 閒中閱往芳 柴門宜逈處 心事一書牀
정리간시흥 한리열왕방 시문의형처 심사일서상
조용한 속마음 계절을 즐기며 관찰하고
한가함 속에 지나간 명성에 헛되이 늙네
사립 문은 마땅히 먼 곳에 머무르니
마음속 일이 모두 졸고 있는 글이로다
開荒臨綠岸 結屋對丹巖  澗草多無號 沙禽並不凡
개황림록안 결옥대단암  간초다무호 사금병불범
푸른 언덕 임하여 황무지를 개척하고
붉은 바위를 마주하여 집을 지었네
산 골짜기 잡초는 이름 모르는것이 많고
모래톱의 새들은 모두 범상하지 않구나
山居思損益 溪座聽韶咸 爛煮新蔬美  何須待晩饞
산거사손익 계좌청소함 란자신소미  하수대만참
산에 살며 손과 익에 대해 사색하고
시내가에 앉아 요와 순임금의 노래를 듣네
문드러지게 삶을 맛좋은 나물이 새로운데
어찌 모름지기 늦도록 기다려 음식을 탐할까 

寒棲雨後書事  退一 141

한서암 비 뒤에 즉사를 쓰다 

浪浪夜雨聲 朝起靑山濕
낭낭야우성 조기청산습
주룩주룩 밤새 빗소리 들리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푸른산 물기에 젖었네
宿雲半解駁 澗水流更急
숙운반해박 간수류갱급
밤새 구름은 반쯤 엷어졌지만
골짝 물길을 더욱 빨라젔네
巖林迎光景 衆綠如新沐
엄림영광경 중사여신목
바윗골 숲에는 햇볕이 내리고
실가지들 목욕한 듯 맑네
野人相喚出 幽鳥語款曲
야인상환출 유조어관곡
밭일꾼들은 서로 서로를 부르고
깊숙한 곳 새소리는 마음에서 간곡하네
柴荊澹無事 圖書盈四壁
시형담무사 도서영사벽
삽짝문은 조용하니 일없는 듯하고
책과 그림은 네벽면에 가득차 있네
古人不在茲 其言有餘馥
고인불자자 기언유여복
옛 선인은 지금 없지만
그 말씀 향기로움이 풍겨 여기에 감도네
望望三益友 來從三徑讀
망망삼익우 내종삼경독
바라고 바라나니 벗들이여
오솔길 정원에 와 함께 책읽기를 

和陶集移居韻二首  <五月十八日>退一 142

도연명 집의 이거시에 화운한 두 수 오월 십팔일 

我生五十年 今有年成宅 地僻人罕至 山深日易夕
내 태어난지 오십년
이제 겨우 반만 지은 집을 가졌도다
땅이 궁벽하여 오는 사람 드물고
산이 깊어 날은 쉬이 저녁이 되도다
亦知生事疎 猶勝勞形役 省力撤舊材 隨宜展敝席
살아가는 일 성긴 줄을 또한 알건마는
수고로이 육신의 노예됨보다 오히려 나으리라
힘을 살펴 낡은 재목을 덜어내고
편의를 따라 헌 자리를 폈도다
無論固窮節 野性諧夙昔 苟爲道不同 千言難剖析
고궁의 절개는 말하지를 말아요
야인의 성품이라 예부터 어울렸다오
진실로 도를 함에 같지 않다면
천 마디 말이라도 분석하기 어려우리
.
獨酌一杯酒 閒詠陶韋詩 逍遙林澗中 曠然心樂之
한잔 술을 홀로 마시고
한가로이 도연명과 위응물의 시를 읊노라
수풀과 시내 사이 거니노라니
훤히 마음이 즐겁네
古書誠有味 多病畏沈思 疾惡憤遺臭 慕善嗟後時 
옛글은 진실로 맛이 있으나
병이 많아 깊이 생각하기가 두렵구나
악을 미워하되 분내어 냄새를 남길까
선을 사모하되 때를 놓쳐 한숨쉴까 하노라
溪聲日夜流 山色古今茲 何以慰吾心 聖言不我欺 
시냇물 소리는 밤낮으로 흐르고
산빛은 예나 이제나 같더라
무엇으로 내 마음을 위로할까
성인의 말씀 나를 속이지 않으리라

和陶集飮酒二十首 退一 143

도연명집의 음주를 화작한 이십수 

其一  退一 143

無酒苦無悰 有酒斯飮之 得閒方得樂 爲樂當及時 薰風鼓萬物 
무주고무종 유주사음지 득한방들락 위락당급시 훈풍고만물
술 없으면 딱하게도 기쁨일랑 없나니
술 있으면 이내 바로 그것을 마신다네
한가해야 비로소 즐거움을 얻나니
즐거운 일 있거들랑 그때 바로 즐겨야지
훈훈한 저 바람이 만물을 고무시켜
亨嘉今若茲 物與我同樂 貧病復何疑 豈不知彼榮 虛名難久持
형가금약자 물여아동락 빈병부하의 기부지피영 허명난구지
무성한 아름다움 이제 이와 같구나
만물과 내가 함께 즐거움을 누리거늘
가난하고 병든것을 걱정할 것 있으리
저 세상 영화로움 내 어찌 모르랴만
헛되고 헛된 이름 오래가기 어려워라 

其二  退一 144

我欲挾天風 遨遊崑崙山 區區未免俗 至今無足言
하늘 바람을 끼고 쉬이 날아 가
곤륜산에 올라 앉아 원 없이 놀고 싶다
구구히 사는 일로 속세를 뜨지 못해
오늘에 이르러도 할 말이 전혀 없다
前有百千世  後有億萬年 醉中見天眞 那憂醒者傳 
내 앞에는 얼마나 많은 세월 흘렀는지
내 뒤에도 억만년이 이어지고 있으리라
술취한 그 가운데 천진함을 보여주니
깨여있는 사람에게 전해짐을 근심할까

其三  退一 144

智者巧投機 愚者滯常情 滔滔汩末流 總爲中名利 古來賢哲人 
지혜 있는 사람은 기회를 잘 잡고
어리석은 사람은 고정 관념 못 벗네
도도한 말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제마다 이름과 이익에만 빠져있나
옛날에는 어질고 착한 사람 많았는데
吾獨後於生 此道卽裘葛 奈何或猜驚 拳拳抱苦心 淹留愧無成 
어이해 나만 홀로 지금에 태어났나
도라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따름인데
무엇을 시기하고 놀라고 있는가
근심스레 마음은 괴로움에 쌓여서
머물러서 성취 못해 부끄러움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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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四  退一 145

白雲在空谷 無心天上飛 偶然隨風起 何更有戀悲
텅빈 골짜기에 흰 구름이 끼더니
아무런 생각 없이 하늘로 날아간다
우연히 바람 따라 한가히 일어났으니
어찌해 사랑하고 슬퍼함이 있겠는가
游空恒泛泛 含雨亦依依 苟不霈嘉澤 曷若遄其歸
허공에 노닐 때는 언제나 떠 있고
비를 품을 땐 의지하듯 서로 모이네
때 맞춰 흡족히 내려주지 않는다면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감만 같으랴
我思古賢達 末路何多衰 旣雨不能罷 亦與天道違 
내가 옛 현달한 사람을 생각해 보니
삶의 끝이 어찌해 쇠잔함이 많았던가
비 내리기 시작하면 그만두지 못하니
이 역시 천도와는 어긋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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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五  退一 145

我本山野質 愛靜不愛喧 愛喧固不可 愛靜亦一偏 君看大道人 
아본산야질 애정불애훤                               군간대도인
朝市等雲山 義安卽蹈之 可往亦可還 但恐易磷緇 寧敦靜修言 
조시등운산 의안즉도지 가왕역가환 단공역린치 영돈정수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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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六  退一 146

有人生卓然 吾獨異於是 少愚晩益戇 無成反有毁
유인생탁연 오독이어시 소우만익당 무성반유훼
自耽衆所棄  屛迹亦宜爾 區區口體間 豈必魚與綺
자탐중소기  병적역의이 구구구체간 기필어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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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七  退一 146

憶昨始來茲 四山花繁英 俄然暗衆綠 悄悄幽居情 寧聞有石人 

百歲苦易傾 邈彼古聖賢 身死道長鳴 不及望門牆 咄咄如吾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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其八  退一 147

園林朝雨過 蔥蒨嘉樹姿 晩凉生衆虛 餘靄棲高枝 泬寥茅屋靜 

谽谺洞壑奇 酒無獨飮理 偶興聊自爲 陶然形跡忘 況復嬰世羈 

其九  退一 148

皦日出東北 巖居霧露開 川原曠延矚 爽朗幽人懷 萬物各自得 

玄化妙無乖 飛飛雙燕子 長夏自來棲 有口不啄粟 卒瘏銜其泥 

巢成養雛去 物性天所諧 無機似獨智 用巧還羣迷 晴簷語呢喃 

主人夢初回 

其十  退一 148

所思在何許 天涯與地隅 迢迢隔塵響 浩浩綿川塗 人生如朝露 
소사재하허 천애여지우 초초격진향 호호면천도 인생여조로
나의 생각 닿는 곳 그 자리가 어드메뇨
하늘의 끝자락과 대지의 한 모퉁이
높고도 또 높아라 세상 소리 멀어지고
넓고도 또 넓어라 길은 마냥 이어지네
사람의 인생살이 아침 이슬 같은데
羲馭不停驅 手中綠綺琴 絃絶悲有餘 獨有杯中物 時時慰索居 
희어부정구 수중녹기금 현절비유여 독유배중물 시시위색거
희어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몰아대네
손에 있는 녹기금은
줄 끊어져 슬품만 남아
오직 하나 잔속에 채워진 이 술만이
외로운 이내 삶을 때때로 위로하네

其十一  退一 149

東方有一士 夙志慕斯道 舂糧欲往從 守隅今向老 孰能諭迷塗 
동방유일사
이 나라에 한 사람 선비가 살고 있어
일찍이 뜻을 세워 이 학문을 연모했네
양식 준비해 백리 길 찾아가려 하였으나
모퉁이만 지키느라 이젠 벌써 늙어가네
뉘라서 나에게 잘못 된 길 잡아 줄까
人皆惡衰槁 蹙蹙顧四方 不見同所好 空知五車書 終勝萬金寶 
쇠약하고 곤궁함은 이를 모두 싫어하네
움츠리고 조급하여 사방을 돌아봐도
내 마음과 함께 할 이 만나 보지 못해다오
오거서를 읽어서 걸림 없이 아는 것이
만금의 보배 보다 마침내는 나으리라
至哉天下樂 從來不在表
지극하기 그지없는 천하의 즐거움은
본래부터 형식적이 것에 있지 아니하네

其十二  退一 150

問君今何爲 麥秋正丁時 山泉凊可釀 自勸寧有辭 每攬昔人懷 

感慨秖如茲 安得金蘭友 趣舍不復疑 片言釋千誣 一誠消百欺 

此時忘憂物 吾亦可已之 

其十三  退一 150

我思千載人 蘆峯建陽境 藏修一庵晦 著書萬古醒 往者待折衷 
내가 천년전 그사람을 생각하니
노봉과 건양 땅 그 곳에 계셨다네
쉬지 않고 학문하여 집지어 숨어 살며
책들을 지어내어 만고를 깨우쳤네
옛날의 경전들은 그를 만나 손질되고
來者得挈領 懿哉盛授受 源遠雜魯穎 口耳障狂瀾 嘉訓心經炳 
후배들은 그를 배워 요령을 얻었다네
아름답다 지성으로 이어 받음 뛰어나
근원은 멀어 어리석고 영리함 섞이네
천박한 학문의 거센 물결 막았으니
심경의 한 책에 밝은 교훈 나타났네

其十四  退一 151

舜文久徂世 朝陽鳳不至 祥麟久已遠 叔季如昏醉 仰止洛與閩 

羣賢起鱗次 吾生晩且僻 獨昧修良貴 朝聞夕死可 此言誠有味 

其十五  退一 152

道邇求諸遠 滔滔曠安宅 哲人有緖言 因可追心迹 苟未及唯一 

何異誇聞百 常怪楚狂輩 妄自分黑白 遇聖不遜志 潔身還可惜 

其十六  退一 153

吾東號鄒魯 儒者誦六經 豈無知好之 何人是有成 矯矯鄭烏川 

守死終不更 佔畢文起衰 求道盈其庭 有能靑出藍 金鄭相繼鳴 

莫逮門下役 撫躬傷幽情 

其十七  退一 154

蕭蕭草蓋屋 上雨而旁風 就燥屢移牀 收書故篋中 但撫無絃琴 

寧知窮與通 誇言笑宋玉 欲掛扶桑弓 

其十八  退一 154

酒中有妙理 未必人人得 取樂酣叫中 無乃汝曹惑 當其乍醺醺 

浩氣兩間塞 釋惱而破吝 大勝榮槐國 畢竟是有待 臨風還愧黙 

其十九  退一 155

小少聞聖訓 學優乃登仕 偶爲名所累 輾轉徒失己 龍鍾猶强顔 

竊獨爲深恥 高蹈非吾事 居然在鄕里 所願善人多 是乃天地紀 

四時調玉燭 萬物各止止 畢志林壑中 吾君如怙恃 

其二十  退一 156 

近代蘇雲卿 漢時鄭子眞 遯迹意何如 聊欲還其淳 千歲如流電 
근대소운향 한시정자진 둔적의하여 료욕환기순 천세여류전
萬事更故新 伯夷本歸周 黃公竟避秦 古來英傑士 終不墜風塵 
만사갱고신 백이본귀주 황공경피진 고래영걸사 종불추풍진
聖賢救世心 豈必夙夜勤 卓哉柴桑翁 百世朝暮親 湯湯洪流中 
성현구세심 기필숙야근 탁재시상옹 백세조모친 탕탕홍류중
惟子不迷津 同好陸修靜 晩負廬山巾 安得酒如海 喚起九原人 
유자불미진 동호륙수정 만부려산건 안득주여해 환기구원인

六月七日作 <聞許南仲遷謫>  退一 157

유월 칠일 작 許南仲(허남중)의 遷謫(천적)을 듣고서

遠壑依依雲羃羃 輕風拂拂雨紛紛 窓前水石含幽憤 增我平生苦憶君
원학의의운멱멱 경풍불불우분분 창전수석함유분 증아평생고억군
먼 골짝 아련한데 구름이 덮여있고
한들바람 살랑이는데 비는 분분히 내리네
창앞의 물과 돌도 울분을 머금으니
내 평소 군을 그리워하는 마음 더하누나  

偶讀宋潛溪靜室詩次韻示兒子寯閔生應祺二首  退一157

우연히 송잠계의 정실시를 읽고서 차운하여 아자 준과 민생 응기에게 보여준 두 수 

林扉面山開 揷籬村蹊隔 室中靜圖書 門前閒扙屐

雨餘暑氣淸 溪邊人事寂 時時挾冊來 汝輩留行迹 

幽庭草積翠 曲渚沙鋪明 風驅酷暑去 鳥呼殘夢驚

靜居何所修  年光倏遞更 少壯當勉業 庶以慰老情 .............검색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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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扉面山開 揷籬村蹊隔 室中靜圖書 門前閒扙屐
임비면산개 삽리촌계격 실중정도서 문전한장극
숲속의 싸리문은 산을 향해 열려 있고
울타리 꽂혀 마을길과 막혀 있네
방안은 고요하게 책과 그림만 꽂혀 있고
문 앞에는 한가로이 지팡이와 나막신 놓여 있네
雨餘暑氣淸 溪邊人事寂 時時挾冊來 汝輩留行迹
우여서기청 계변인사적 시시협책래 여배유행적
비온 뒤라 더운 기운 맑아지고
시내가에는 사람들 일없어 적막하네
때때로 책 끼고들 오니
너희들 오간 흔적만 남아 있네
幽庭草積翠 曲渚沙鋪明 風驅酷暑去 鳥呼殘夢驚
유정초적취 곡저사포명 풍구혹서거 조호잔몽경
깊은 정원은 풀에 쌓여 푸르고
굽이진 모래톱엔 맑은 모래 깔려있네
바람이 무더위를 빼앗아 달아나고
지저귀는 새 소리에 남은 잠이 깨네
靜居何所修 年光倏遞更 少壯當勉業 庶以慰老情 
정거하류수 년광숙체갱 소장면구업 서이위세정
고요히 사는 삶 얼마나 흘러갔을까
세월은 잠깐 사이에 바뀌어 가는데
젊은이들은 열심이 학문 탐구하니
모두가 세상을 정겹게 위로해 주도다